교육부, 지난 두 달 그리고 앞으로 두 달

by gyobasaNPO | 2022-07-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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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한 지 거의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중요한 국가 정책의 변화는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었고, 이로써 우리는 현 정부가 지난 정부보다 훨씬 더 미국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도 발표하였으므로 지난 정부의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전 산업을 복원하며 국가 중장기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한다는 사실도 확실해졌다. 경제정책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 폐기되고 민간주도성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노동정책, 일자리 창출, 첨단산업과 혁신기업 투자 등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경제 분야에서 지난 정부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민간주도성장은 정치적 대립각을 만들어내지만, 너무 당연한 말이라서 정책적으로는 비어있는 용어이다.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처럼 중요한 개혁 과제들은 아직 논의 계획도 발표되지 않았다. 2년 뒤에 있을 다음 총선까지도 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말(言)의 성찬만 넘쳐날 사안들이다. 이렇게 두 달이 지나는 사이, 물가는 공포 그 이상으로 치솟았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현재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민생이다. 부동산, 가계부채, 치솟는 생활물가,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 에너지와 식량 가격 폭등, 글로벌 유통망 붕괴, 수출 감소,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일자리 부족. 언론에 매일 나오고 있는 단어지만, 정부는 딱히 내놓은 대책이 없다. 전 세계적인 위기 상황이라서 현실적으로 타개할 대책이 없다면, 정부가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국민이 마음의 위로라도 얻을 텐데 정부가 내놓은 대응 방안은 고작 한시적 유류세 인하였다. 그렇다고 주유소 기름값이 당장 떨어지지도 않았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문제처럼, 민생 문제는 대통령 임기 5년의 성패를 결정할 분명하고도 확실한 시금석이다. 대통령직은 결코 즐기는 자리가 아니다.

 

지난 두 달간 교육은 반도체 산업계를 위한 인력 양성 수단으로 치부되었고, 교육부는 반도체 학과 정원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새로 임명된 교육부 장관이 해결할 첫 번째 과제이다. 6월 7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반도체 인력 양성이라는 교육 분야 첫 번째 지시를 내렸고, 곧바로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 첨단 분야의 입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반도체 특성화 대학을 신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던 수도권 대학 정원 증설이 이렇게 쉽게 결정될 수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아마 대통령도 그랬을 것이다. 현재 교육부가 관리하는 수도권 대학 유보 정원이 8천 명 정도라는 사실도 처음 알려졌고, 이 유보 정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드러났다. 기존 대학 정원을 축소하지 않고 수도권 대학에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리는 방법은 이 유보 정원을 활용하거나,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정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학과 혹은 계약학과의 정원을 예외로 하는 특례 조항을 만들면 된다. 그래서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을 늘릴 필요가 없다. 지난 정부에서도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추진하였고, 2021년에 연세대와 고려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연계한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정원을 각각 50명과 30명 늘렸다.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3학년도 반도체 관련학과 신입생 모집정원은 총 1,382명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744명(서울 475권, 경기 269명), 비수도권 638명이다. 특히 졸업 후 100% 채용 조건으로 대학과 기업의 협약을 통해 운영하는 계약학과의 모집정원은 아래와 같이 7개 대학 360명이다.

(대학저널, 2022. 6. 28)

 

정부가 정말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로 하였으면 단지 학과 정원을 늘리는 선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의 학부 정원 증설만으로 반도체 인력이 양성될 수 있는지 신중하게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산업계의 인력 수요를 분명하게 알고, 다음에는 대학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한 후,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일을 할 의지와 역량이 있을까.

 

반도체는 종합적인 생산품이고, 반도체 기업에는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있다. 기업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인력은 구체적으로 어떤 지식을 어느 정도로 갖춘 사람이고, 또 얼마나 부족한 것일까. 반드시 반도체 학과 졸업생이 필요한가, 다른 학과 졸업생은 할 수 없는 일인가. 이런 기초적인 질문에 답하려면 기업 업무와 학과 교육과정을 비교하고, 개별 기업이 갖춘 직무 교육 프로그램도 확인해 보아야 한다. 어차피 대학은 학과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반도체 기업이 요구하는 모든 지식을 가르칠 수 없다. 어떤 반도체 회사는 반도체 학과 출신이 필요하고, 다른 반도체 회사는 공과대학이나 자연대학의 다른 전공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기업의 수요를 알지 못한 채, 그저 수도권 대학 학과 정원만 늘리는 게 대책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에는 수도권 대학이 비수도권 대학보다 우월하다는 가정도 숨어 있다. 어떤 기업은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을 원할 수도 있고, 대학 학부 졸업생 수준을 필요로 할 수도 있으며, 어쩌면 박사급 인력을 원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인력 상황은 소재, 부품, 장비 관련 1차 협력사와 2차 협력사의 인력 상황과 다를 수도 있다. 더구나 협력사의 생산품은 반도체 자체가 아니고, 반도체 생산 공정에 따라 다른 전공 지식이 요구되기도 한다. 반도체 학과 졸업생이 기업에서 바로 생산 현장에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 반도체 학과를 만들더라도 늘어난 인력은 당연히 대통령 임기 중에 공급되지 못하고, 늘어난 대학 신입생이 졸업하려면 최소 5년이 소요된다. 현재 인력 수급 상황이 5년 후 혹은 10년 후에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 어려운데, 단지 정원 확대를 인력 양성 방안이라고 우기면 무책임한 행정이다.

 

인력은 양만이 아니라 질도 중요하다. 대학에서 인력을 키웠는데 기업에서 쓸 수 없다면, 학과의 학부 정원을 늘리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반도체 연구소도 기업이 90년대에 쓰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고, 관련 학과에 전공 교수는 두 명밖에 없다고 한다. 교수를 늘리지 않고 학과 정원을 늘리면 교육의 질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학에 돈만 나눠주면 대학은 질 높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대학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려면 매우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고, 인력이 필요한 기업들의 참여와 공동 교육도 필수적이다. 개별 대학과 기업이 도움을 주고받도록 연결하는 일에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처럼 인력 부족의 원인이 단순하지 않으니, 단순한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육부 관료들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다. 쉬운 선택과 어려운 선택. 쉬운 선택을 하려면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 새로 임명된 장관은 물론이고, 특히 대통령실에는 비밀이다.

 

교육부 앞에 놓인 쉬운 선택은 이렇다. 가을이 오면 교육부는 2024년부터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린다는 결정과 함께 정부 각 부처의 기존 사업을 재조합한 범정부적 「반도체 인력 양성 종합계획」을 발표한 뒤 반도체 산업계와 함께 번듯한 행사를 치른다. 그리고 사업 수행을 위해 고등교육 예산을 확대하여 수도권 대학에 지원하고, 기존 대학지원사업을 구조 조정하여 “비수도권 대학에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대국민 홍보는 특히 중요하다. 수도권 대학 입장에서는 당연히 환영한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등록금 수입이 늘어나며 취업률은 올라가니, 교수와 고가의 기자재가 없더라도 일단 돈을 받고 본다. 수도권 대학 정원 증설에 불만을 가진 비수도권 대학이 문제를 제기하면 별도로 준비한 선물을 내놓으며 다독이면 된다. 대통령도 대학도 일단 불만이 없다. 이렇듯 매끄럽게 내년에 예산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하고 24학년도에 학생을 증원하면 되니까 굳이 급히 서두를 일도 아니다. 교육부는 늘 해왔듯이 배정된 예산 관리만 잘하면 이번 정부 임기가 지나간다. 돈 받으면 모두 행복하고, 흠 잡힐 일도 없다. 성과도 최소 5년 후 학생이 졸업할 즈음에 나올 텐데, 그때는 이미 새 정부가 들어와 있다. 그때 이 사업을 누가 기억할까. 어차피 5년 후 새로 들어올 정부도 비슷한 일을 시킬 테니, 그때는 그 자리에 앉을 다른 사람이 알아서 비슷하게 처리하면 될 일이다. 단, 쉬운 선택을 하려면 이 사업이 가져올 성과에는 눈을 감고 대통령실의 반응에만 집중해야 한다.

 

한편, 어려운 선택은 대학-기업-지자체 그리고 대학-기업 연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집행하여 성과를 내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미래 사회에 대비하여 새로운 고등교육과 학문 생태계를 만드는 첫 사업이면서, 대학 구조조정 및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와도 연결된다. 이 사업을 하려면 교육부의 조직 개편도 필요하고, 정부 부처 간 협력도, 기업과 대학의 진정성 있는 참여도 필수적이다. 이 사업의 개념은 교육부가 지난 정부에서도 시행했고 그 이전에도 해왔기 때문에 교육부 관료에게 전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새로운 일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대학에 예산을 나눠 주고 알아서 성과를 내오라고 했지, “스스로 사업의 주체가 되어 새로운 고등교육 생태계를 만들고 상생의 산학 연계 모델을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없다.” 현장의 이해관계를 직접 조정해 본 경험도 없다.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을 이유는 많다. 먼저 그 일을 지시하는 사람이 없다. 혹시 누군가 그 일을 지시해도 법과 규정을 이유로 피하거나, 인력 부족을 핑계로 댈 수 있고, 업무를 모른다고 회피할 수도 있다. 반도체도 잘 모르고, 반도체 기업은 더 모르며, 문과 출신이라 이공계 대학 교육 시스템과 교육과정을 전혀 모른다며 허공만 쳐다보면, 사실상 방법이 없다. 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으면 일은 시작될 수 없다. 더구나 이 일에는 위험이 따라온다. 책임을 떠넘길 다른 사람과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공복(public servant)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이다. 이 일을 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더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수도권 대학에 학과 정원을 늘리고 재정지원도 해주는 선택은 쉽다. 하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려면 대학 스스로 정원 조정과 학과 구조조정을 해오라면 어느 대학이 선뜻 나서겠는가. 그만큼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집중시켜야 하며, 나눠먹기식으로 뿌리면 전혀 유인책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반도체 학과에 4년간(대통령 임기까지) 매년 30억을 준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그 학과는 4년 후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4년 뒤 지원이 끝나면 그 학과는 어떻게 될까. 정부 지원이 파격적이면 수도권이든 비수도권이든 성장과 생존을 위해 정부의 조건에 맞추겠다고 나서는 대학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그 대학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특성화 대학이 되도록 장기간에 걸쳐 전폭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고, 그 대학에 직접 상주하며 행정적 지원을 제공해 준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대학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세계적인 작고 강한 대학으로 키운다면, 그게 많은 대학에 몇억씩 나누는 것보다 우리 사회와 기업에 더 나은 선택이다. 이제 그 대학을 중심으로 특성화고등학교와 기업을 계열화하여 고교 졸업자부터 최고 수준의 연구 인력까지 대학과 기업 현장을 오가며 인력을 양성한다. 교육부의 어려운 선택은 수도권 대학에 정원을 몇십 명 나눠주는 일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며 가치 있는 세금 투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부족하다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더 집중할 수도 있고, 다양한 반도체 기업에 특화된 맞춤형 산학협력 교육과 연구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 방식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자동차 산업, 원전, 항공우주산업 등으로 확장해 가면 새로운 대학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두 달 이후, 내년도 예산 초안이 만들어질 때 교육부는 쉬운 선택과 어려운 선택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이때 쉬운 선택을 취하면, 현 정부에게 다음 기회는 없다. 대학의 현실은 여전히 질곡이며, 많은 대학이 파산의 터널로 달려간다. 대통령 임기는 생각보다 짧고 권력은 그보다 더 짧다.

 

교육부 장관이 두 달 내에 맞닥뜨리게 될 다른 큰 이슈는 1) 교육부 조직 개편과 국가교육위원회 구성, 2)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혹은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재정 배분, 3) 내년도 예산 편성이다. 1)은 시급하고, 2)는 조금 여유가 있으므로 논의 구조부터 만들어야 하며, 임기 초반이라 3)까지 살펴볼 여유는 없을 듯하다.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은 대통령과 국회가 누굴 추천할지 고르는 일이면서, 동시에 교육부 조직 개편과 연동하여 위원회 내부 조직을 새로 설계하는 일이다. 대통령이 초대 국가교육위원장과 상임위원으로 누구를 선택할지가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 새로운 교육 거버넌스의 성패가 걸려 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훌륭한 경륜을 쌓은 분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참여할 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건강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대통령과 국회는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계 전문가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상식”을 깨주길 바란다. 대통령과 국회는 자리가 생기면 무조건 우리 편 사람을 임명한다는 “상식”을 깨주길 바란다.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과 상식을 보고 싶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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