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2-05-11 10:58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완화되면서 학교 현장도 서서히 코로나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5월을 맞이하며 많은 학교에서는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사라졌던 운동회가 다시 부활하고 오랜만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함성을 지르며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학교의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이 재개되고, 교실에서 학생들이 짝과 나란히 앉을 수 있고 모둠활동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얼마나 다행이고 기쁜 소식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2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변화로 인해 ‘혼자’ 활동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관계 단절과 다양한 소통의 결핍을 겪은 학생들 중에는 갑자기 함께 어울리는 것에 자연스럽게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성장이 멈추었거나 퇴보된 학생들의 사회성과 감성, 즉 함께 어울리며 협력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며 관계 맺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그럼, 학교에서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공동체 놀이의 기회 제공하기

학생들이 쉽게 어울리며 친해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공동체 놀이의 기회를 자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동체 놀이란, 공동체의 구성원 전체가 함께 참여하며 소속감과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다양한 놀이 활동을 말합니다. 함께 신체적, 정서적 상호작용의 놀이를 하는 것은 소속감과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이외에도 다양한 유익이 있습니다. 먼저, 친구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며 즐거운 경험을 함으로써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긴장감이 완화되며 정서적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공동체 구성원 간의 친밀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되면 학습에 대한 의욕과 집중력도 높아지므로 학업능력 향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공동체 놀이는 대부분 정해진 규칙이 있고 협동을 요구하기 때문에, 규칙을 따르고 함께 협동하는 과정에서 사회성도 향상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유익이 있는 공동체 놀이를 선택하고 준비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로는, 일회성이 아니라 정기적, 지속적으로 놀이의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한 번의 활동만으로 소속감과 친밀감, 스트레스 해소와 긴장 완화, 학습 능력 동기 부여 등의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자주 정기적으로 공동체 놀이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로, 가능하면 경쟁이 아닌 협동을 유도하는 활동을 선택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게임이나 놀이는 경쟁을 부추기고 승자와 패자가 있습니다. 물론 놀이를 할 때는 승패를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공동체 놀이에서는 함께 즐거움을 경험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와 함께 협력하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었던 아이들은 협력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반면, 협력의 기회가 많지 않았거나 협력의 기억이 좋지 않았던 아이들은 협력을 귀찮은 것, 손해 보는 것으로 여깁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협력을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체 놀이의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면 신체를 움직이며 할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합니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딱딱하고 좁은 책상에 앉아서 보내는 것은 신체적, 지적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따라서 앉아서 정적인 활동을 하며 학습을 하는 시간에 비해 신체적 활동을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제공해 주는 것이 절실합니다.
갈등해결 방법 훈련하기
공동체 구성원들이 친밀감과 소속감을 가지는 것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때 생길 수 있는 갈등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다양한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 많아질수록 갈등의 기회도 동시에 많이 찾아옵니다. 성장배경, 경험, 사고방식 등이 저마다 다른 이들이 함께 살다 보면 갈등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오해나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는데 있어 대화를 통한 소통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실제로 교과목 지도에 대한 것보다 학생들 간의 갈등이나 생활지도에 관한 것이 훨씬 많습니다. 교사는 갈등이 생길 때 심판자의 역할을 하거나 훈계를 하기 이전에, 학생들에게 소통의 방법을 미리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학생들이 갈등이 생겼을 때, 선생님에게 판결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노력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유능감(self-efficacy)을 느끼게 되어 자존감(self-esteem)도 더 올라가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학생들은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나 판결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간의 관계가 더 친밀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술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모든 사람은 배경과 경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갈등이 생겼을 때는, 관계의 회복을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바람을 표현하는 ‘나-전달법(I-message)’과 자신의 욕구와 상대방의 욕구를 함께 살피며 해결하는 ‘윈윈(win-win)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진심이 전달되는 사과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1) 나-전달법 (I-message)
교과서에도 소개되어 있는 ‘나-전달법(I-message)’은 토마스 고든이 부모교육훈련 프로그램(PET)1에서 처음 소개한 갈등해결 방법을 말합니다. 토마스 고든에 의하면, 우리는 갈등이 생기거나 마음이 불편할 때, ‘너-전달법’을 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네가 나한테 짜증냈잖아!”라는 식의 ‘너-전달법’의 말투는 상대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것으로 들려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한편, 상대방이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이 방법은 내 감정이나 요구가 상대방에게 전달되기보다는 거부당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쉽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대방이 방어적이지 않게 만들면서 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전달법의 방법은 먼저 상대방의 행동이나 상황을 설명한 후에,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생긴 나의 감정을 표현한 뒤, 앞으로 어떻게 해 주기를 원하는 지, 나의 바람을 이야기합니다.
다음은 학급에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과 교사의 대화입니다.
“준호야! 네가 사물함에서 큰소리를 내면서 떠드니까 선생님이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없잖아. 그만하고 빨리 와서 제 자리에 앉지 못해?”
이 대화를 ‘나-전달법’으로 바꾸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수업 시간에, 준호가 미리 이야기 하지 않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사물함으로 가서 한참 동안 소리를 내면서 물건을 꺼내니까, 선생님이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없어서 속상하고 화가 났어.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걱정도 됐거든. 다음부터는 필요하면 꼭 선생님한테 먼저 이야기하고, 조용히 사물함에 가서 물건을 꺼내와 줄래?
그런데, 간단한 갈등 상황이라면, 이렇게 나-전달법 대화로 해결될 수 있겠지만, 상대방이 요청에 바로 응해주지 않거나, 복잡한 상황이라면 좀 더 대화를 계속하며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거나 모두에게 유익한 방법을 찾아가는 윈-윈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2) 진심이 전달되는 사과하기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하려고 할 때, 상대방에게 간단히 ‘미안하다’는 말만으로는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효과적인 사과를 하는 데에도 기술이 필요하고 단계가 있다고 채프먼과 토머스(2012)는 《5가지 사과의 언어》2에서 설명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구체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예: “내가 너한테 말도 하지 않고, 네 핸드폰을 가져가서 게임을 한 건 미안해. 내 잘못이야.”
두 번째 단계는,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할지에 대해 변화를 위한 약속을 하는 단계입니다.
예: “앞으로는 너에게 꼭 물어보고 허락하면 가져갈게.”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예: “나를 용서해 줄래?”
우리는 대부분 사과를 할 때, 1단계에서 그치고 맙니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에 진정한 사과의 마음이 느껴지고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변화의 노력과 용서를 구하는 말까지 포함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3단계까지 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용서할 마음이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갈등 해결방법과 감정 조절을 배울 수 있도록 그림책과 역할극 및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가르치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들을 《마음트리》 프로그램(성진아, 2020)3에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맺으며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고 간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서도 학교에서 또래와 교사와의 관계를 통해 소속감과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대인관계기술을 배우고 연습하며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내면의 힘과 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학생들을 위할 뿐 아니라, 선생님들을 위해서도, 또 사회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고 값진 교육이 될 것입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8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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