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초학력 관리방식의 심각한 문제점과 해결방안

by slowalk | 2019-04-03 15:01

목차
1. 기초학력 미달 중심 교육의 질 관리 문제점
2. 기초학력 미달 기준점 상향 조정해야
3. 기초학력 미달에 대한 교육부의 분석과 대응의 문제점
4. 기초학력에 대한 정의, 대폭 보완되어야
5. ‘통계의 거짓말’과 기초학력 중심 관리 프레임 경계해야
6. 맺음말

 

교육부는 매년 11월이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발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6월에 실시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는 발표를 미루다가 지난 3월 28일이나 되어서 공개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일부과목에서는 대폭 증가했고 이에 대한 대책인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과 함께 발표하기 위해 발표가 늦어졌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교육부의 학력 관리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과 보완할 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1. 기초학력 미달 중심의 교육의 질 관리 문제점

 

교육부는 학업성취도평가의 결과를 국·영·수 과목 중심으로 중3, 고2에 대해 표집 방식의 검사를 통해 발표해오고 있다. 다음은 2017년, 2018년 6월에 각각 실시한 학업성취도평가의 학년별, 교과별 성취도 비율이다. 성취도 구분은 우수학력(80%이상), 보통학력'(50%이상~80%미만), ‘기초학력'(20%이상~50%미만), ‘기초학력 미달'(20%미만)처럼 4단계로 나눈다.

 

<표 1> 2017-2018년 학업성취도평가 성취수준 비교(%)(출처: 교육부, 2019)


※ 1. 표집시행에 따라 ’17~’18년 결과는 모집단 추정치이므로 ( )에 표준오차 제시(이하 동일)
2. 모집단 분포와 유사하도록 ’17년 결과에 대해 ’18년과 동일방식으로 가중치 적용(이하 동일)
3. 학업성취도평가 시험 범위: 중3-국어·사회·수학은 중1~2 전 과정; 과학·영어는 3학년 1학기 과정; 고2-국어·수학·영어는 범교과 소재; 수학은 고교 수학 과목

 

위 표를 보면 기초학력에 미달한 학생 비율은 중3의 경우 국어 4.4%, 수학 11.1%, 영어 5.3%이며 고2의 경우 국어 3.4%, 수학 10.4%, 영어 6.2%로 나타났다.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중학교의 학력저하가 두드러진다. 중3은 국어 <2.6 → 4.4%>, 수학 <7.1 → 11.1%>, 영어 <3.2 → 5.3%>처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고교의 경우는 영어과목이 <4.1 → 6.2%>로 미달 비율 증가가 가파르다. 다음은 지역 규모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다.

 

<표 2> 지역규모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출처: 교육부, 2019)

위 표를 보면 대도시와 읍면 간에 차이가 비교적 크게 나는 과목이 수학이다. 아마 언어 과목은 혼자 할 수 있지만 수학의 경우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읍면의 경우 대도시에 비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겠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학업성취도 분석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고 각 언론은 이를 바탕으로 이런저런 기사를 썼다. 다음날 아침 신문은 “뚝뚝 떨어지는 중고생 기초학력”, “학력저하 심해졌는데 ‘시험방식 탓’만 하는 정부”, “초1~고1 전국 모든 학생 ‘기초학력 진단’,  미달한 학생엔 맞춤형 보충수업 등 지원”, “수학 학력미달 고교생 5년 새 2배로 늘어” 등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일반 대중은 언론의 이런 기사를 보고 “아 학력저하가 심화되는구나. 특히 수학과목의 부진이 심하군.”처럼 상황을 인지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중고교의 학력 관리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줄이는 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대중은 <학력 관리=기초학력 미달 비율 관리>란 인식의 틀에 갇히게 된다. 그 결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줄어들면 교육의 질 관리를 잘한 것이고 늘어나면 질 관리를 잘못한 것이 된다. 누구도 ‘기초학력'(20%이상~50%미만) 성취도 구간 설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에 주목하거나 문제 삼지 않는다. 100점 만점에 20점만 맞아도 기초학력을 갖춘 것으로 보는 현재의 성취도 정의는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기초학력 성취도 구간은 20%~50%인데 학력 관리는 왜 최저 성취도 20%에만 맞추어 관리하는가? 기초학력이란 이를 갖추어야 다음 단계 학습이 가능한 학력이란 상식을 적용하면 기초학력의 질 관리 기준점을 기초학력의 최상위 성취도 50%로 삼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경우도 초등 3학년까지는 최저성취기준을 50%로 잡고 있다. 이는 교육과정 목표의 50% 수준에는 도달해야 다음 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상식적이지 않은가? 어떻게 한국은 20%에만 도달해도 기초학력을 갖추었다고 보고 진급을 시키는가? 학포자, 수포자가 양산되는 근본 원인을 교육부가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의 공교육 질 관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질 관리 대상을 학생 전체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교육의 질 관리는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진정한 질 관리라면 모든 학생 개개인에 대해 ‘한 해 동안 각 과목별로 어떤 성장을 이루었는가?’, 이루지 못했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또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제도와 실천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에 초점이 모아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3월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안대로라면 ‘학업성취도평가’는 주로 하위 10% 정도 학생의 학력만 관리하며,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에 따라 새로 실시할 ‘기초학력진단평가(초등 1학년~고교 1학년 대상)’ 역시 소수의 기초학력 미달자 선별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모든 학생의 탁월성을 추구해야 할 교육이 왜 이렇게 하류지향이 되고 말았는가? 교육계의 깊은 성찰과 교육부의 즉각적인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

 

 

2. 기초학력 미달 기준점 상향 조정해야

 

기초학력 미달 기준을 교육과정 목표 달성의 20%로 설정한 근거가 무엇인가? 100점 만점에 20점만 맞으면 기초학력이 갖추어진 것인가? ‘기초학력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만 떠올려 봐도 기초학력 하한 기준점을 20%로 삼은 것은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 교육과정 목표의 20% 달성으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초학력을 교육과정 목표의 20~50%라고 정의해 놓고 실제 질 관리는 최저 하한선인 20%에 맞추는 것은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도 근거가 약하며 이는 다음 단계의 학습을 위한 준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는 교육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 수가 많은 것을 언론과 대중에게 드러내지 않기 위한 의도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기초학력 미달의 기준을 20% 미만으로 설정하고 이에서 벗어나는 것을 교육의 질 관리 목표로 삼는 것은 교육부 스스로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키워주려는 탁월성 추구 교육을 포기하는 처사다. 이런 잘못된 접근은 주요 선진국들 모두가 중요시하는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 “격차를 줄인다”라는 도덕적 교육목적(moral purpose)이나 신념의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기초학력 관리의 최저 기준점을 상향조정해야 한다. 학업성취도평가를 하는 목적은 모든 학생들을 기초학력 미달(20%미만)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초학력의 상한선이자 보통학력의 하한선인 50% 정도에 도달하게 하는데 두어야 한다. 성취평가제의 성취도를 생각해봐도 기초학력 미달 기준을 20%로 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성취평가제의 성취도는 A(90%이상) B(80%이상~90%미만) C(70%이상~80%미만) D(60%이상~70%미만) E(60%미만)로 되어 있다. 또한 수능영어 등급별 점수대도 1등급(90점이상), 2등급(80점이상), 3등급(70점이상), 4등급(60점이상), 5등급(50점이상)을 봐도 그렇다. 이것도 최저 등급을 50점이상으로 삼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기초학력의 최저 기준점을 50~60%에 맞추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 초등 저학년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기준의 상향 조정 필요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교육과정 목표를 20% 수준만 달성한 채 상급학년으로 진급시키면 이 학생이 다음 학년 교과를 제대로 따라갈 수 있겠는가? 또한 앞으로 도입할 고교학점제를 고려하더라도 기초학력 수준을 성취평가의 E(60%미만)에 맞추고 이를 중심으로 교육의 질 관리를 하는 것이 타당하고 도덕적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누구나 도달해야 할 최저 학력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캐나다 온타리오 주를 보자. 이들은 모든 학생들이 이르러야 할 학력을 50% 이상이 아니라 교육과정 교육목표(성취수준)의 70% 수준으로 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전수 평가를 통해 이에 이르지 못한 학생은 진급이나 졸업시키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고교 중퇴율이 20~30%나 된다. 한국의 고교 중퇴율은 특별한 이유로 소수의 자퇴자가 있을 뿐이지 학교가 성적이 낮다고 졸업을 시키지 않는 학생은 거의 없다. 싱가포르의 경우도 초등 저학년의 기초학력 기준을 교육목표의 50%로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초등 저학년은 기초학력 미달 기준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낮추는 접근이 현실적일 것이다.

 

 

3. 기초학력 미달에 대한 교육부의 분석과 대응의 문제점

 

지난 3월 28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과 기자들의 질의응답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부의 기초학력 미달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분석과 대응을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원인>
– 지금 중3, 고2 학생들은 중학교 시절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를 겪은 점
– 토론 중심의 교육 또는 프로젝트 학습의 강화와 같은 수업방식이 학업성취도평가란 지필고사와의 관련성이 낮은 점
– 전집평가를 할 때 학교 간 비교·경쟁의 분위기가 있어 교사들도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주의를 기울였으나 표집을 하게 되면서 객관식 지식 위주의 검사인 이 평가에 대한 주의를 덜 하게 되었을 가능성
※ 기초학력에 대한 개념에 대해 “교과지식 위주의 성취도를 기초학력으로 볼 것인가 정의적 영역까지 포함하여 볼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임을 언급함.

 

<대안>
기초학습부진에 대한 위의 원인에 대한 교육부의 대안은 아래 4가지이다.
1) 기초학력 진단 체제 개편
–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 진단 및 지도·관리
–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 활성화
–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 개선
2) 학교 안·밖 기초학력 안전망 내실화
– 학교 안 학생 맞춤형 학습 결손 보충
– 학교 밖 심층 지원 확대
3) 평등한 출발선 보장을 위한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
– 입학 단계 학교 적응 지원
– 읽기·쓰기·셈하기 책임 지도
– 교원 지도 역량 강화
4) 국가-시도-학교 책무성 강화
– 국가 수준의 제도적 기반 마련
– 시도 및 학교 권한·책임 확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의 증가에 대한 교육부의 원인분석은 한마디로 구태의연하고 미시적이다. 기초학력 미달의 증가 원인의 피상적 분석과 대응에만 머물지 말고 학력이 저하되고 학포자가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의 분석과 제거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생 개개인의 흥미·강점·목표·준비도가 다 다른데 이를 존중하지 못하는 교육시스템, 출발선 격차를 3학년 이전에 평평하게 만들 실효성 있는 조기개입 프로그램의 부재, 예방과 조기개입보다는 낙제 점수를 받을 때까지 기다렸다가(wait to fail) 보정하려는 접근, 학습량 과다로 인해 많은 교사들이 진도빼기 수업을 하는 점,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 것으로 간주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점, 학교가 멀쩡한 환자(중상위권)만 돌보고 진짜 환자(하위권)는 소홀히 하는 이상한 병원과 같이 된 점, 교직자들이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와 ‘격차를 줄인다’로 요약되는 도덕적 교육목적(moral purpose)과 신념의 결여, 신인류인 21세기 아동·청소년들에게 20세기 학교교육을 제공하는 점, 무엇보다도 학교 수업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 이것들이 학포자 양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

 

자유학기제나 토론 중심의 교육 또는 프로젝트 학습의 강화와 같은 수업방식의 변화에 원인을 돌리는 것도 잘못된 분석이다. 토론 중심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의 경우도 교과지식의 습득이나 심화와 긴밀히 연계시켜 설계해야 한다. 역량 함양을 위한 수업과 지식 습득을 위한 수업을 별개로 보는 한국 사회의 잘못된 인식은 하루 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진보교육의 일각에서 정의적·사회적 역량도 학력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교과 성적이 하락한 것만으로 학력이 저하되었다는 비판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은 괴변이나 무지에 가깝다. 뇌과학적 근거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사례들을 보더라도 정의적·사회적 역량이 향상되면 인지적 역량도 향상되어 교과지식의 성적은 향상되게 되어 있다.

 

또한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와 별도로 도입하는 ‘기초학력진단평가’가 기초학력 성취여부(20% 도달 여부)만 가리겠다는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싶다. 진단평가의 정의와 목적을 생각할 때 제대로 된 진단평가를 개발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 공교육에서 많은 주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두 가지 형성평가 성격의 진단평가 SBAC(Smarter Balanced Assessment Consortium)과 PARCC( Partnership for the Assessment of Readiness for College and Careers) 시스템은 표집방식이 아니라 전체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우 정교하고 제대로 진단을 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진단평가의 결과를 실시간으로 교사와 학부모가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이 새로 도입하는 고등학교 용 ‘기초학력진단 테스트’의 경우 그 취지를 “학생 각자의 능력 차이에 따라 기초 지식과 기능,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을 습득하고 개별적 성취도에 맞추어 학생의 능력 향상”으로 잡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도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평가 방식으로 실시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개인별로 진급·졸업 요건을 갖추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고 성장관리를 제대로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안대로 진단평가를 통해 20% 미만인 학생만 선별해서 보정교육을 시행한다면 50% 이상의 범위에 들 수 있는 학생 즉 보통학력 이상이나 80%이상의 우수 수준의 학생들은 괜한 들러리를 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시험을 보통학력 이상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수용할 수 있을까? 교육부 관련 자료는 “지역·학교별 진단 결과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기초학력 정책 수립 등을 위한 자료로 활용 가능”이란 단서를 달고 있다. 이럴 거라면 두 가지 검사를 하는 대신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를 초등 1학년부터 고교 2학년까지 전수평가하고 평가결과를 철저히 비공개로 하면 학교간 비교나 지나친 경쟁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현재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표집 방식의 학업성취도평가와 초등1~고등1학년을 대상으로 새로 도입하려는 기초학력진단평가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재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6년 내놓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 활용도 제고 방안 연구보고서(RRE 2016-1)도 아래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밝히고 있다.

 

“평가결과지표들의 유용성과 활용도 측면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과 향상도 지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낮은 유용성과 활용도를 보였다. 현재 제공되는 평가 결과 외에 추가로 제공되기를 바라는 정보로는 학급별 성취수준 비율과 영역별 성취율,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상대적 위치 등을 선택하였다. 평가결과 활용도 제고를 위한 평가 개선방향으로는 평가 결과를 활용하고 보정교육이 가능하도록 평가시기를 3∼5월로 앞당기고, 고입, 대입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평가 대상 학년도를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으로 낮추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상과 같은 연구 보고를 해놓고도 이번 개선안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끝으로 하나 더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기초학습미달 비율을 줄이기 위한 교육부 정책 기조가 실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wait to fail) 보정하려는 방식이다. 이는 잘못된 접근이다. 기초학습부진에 대한 대응을 잘하는 국가들의 경우 이렇게 하지 않는다. 층위별 교육과정(layered curriculum) 운영을 통해 예방과 조기 개입을 하는 식의 접근을 한다. 이런 접근의 대표적인 예가 ‘개입에 대한 학습자반응중심접근법(Response to Intervention: RTI)’이다. 한국의 경우도 개별화 지도와 뇌기반교수학습원리 등을 바탕으로 하는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UDL) 등의 교육 인프라를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 이런 것들은 캐나다 주요 주, 핀란드, 미국의 주요 주 등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고 성공사례가 많이 축적된 것들이다. 특히 수포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에 뇌과학적 접근을 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4. 기초학력에 대한 정의, 대폭 보완되어야

 

기초학력에 대한 교육부의 아래 정의를 보자.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읽기·쓰기·셈하기와 이와 관련된 교과(국어·수학)의 최소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으로 정의”(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 5쪽)

 

“‘기초학력’이란 학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읽기·쓰기·셈하기 등을 포함한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박경미의원 대표 발의안에 대한 일부수정안)(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 5쪽)

 

기초학력에 대한 이런 정의는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최소 성취기준을 충족하는’과 ‘최소한의 (성취기준)’이란 표현의 애매함이다. 도대체 ‘최소한’이 교육과정 목표의 몇 %를 달성하는 수준이란 뜻인가? ‘기초학력’을 현행 학업성취도평가의 4가지 성취도 중 하나인 ‘기초학력’과 동일한 뜻으로 해석하면 이는 교육과정 성취기준의 20%에 도달하는 것을 뜻한다. 교육과정성취기준의 20% 정도밖에 도달할 수 없다면 이는 낙제 점수며 완전한 실패다. 100점 만점에 20점을 받는 수준으로는 살아가며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수업을 따라가기도 어려우며 대학진학과 직업세계 진출도 불가능한 수치다. 교육과정의 최저 성취기준을 ‘기초학력(20%이상)’이 아니라 ‘보통학력(50%이상~80%이하)’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는 한국 학교교육의 질 관리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평가에서 20점 이하 학생 비율을 제로(0)로 만드는데 초점을 두게 될 것이다.

 

둘째, 기초학력에 대한 정의가 ‘무엇을 위한’ 기초학력인지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래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정의에 ‘무엇을 위한 (기초학력)’에 해당되는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도 기초학력 즉 문해력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있어야 ‘최소한의 (성취기준)’도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문해력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터득하고 잠재력을 개발하며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해, 또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제대로 문제를 다룰 수 있기 위한 개인의 역량을 말한다.”
http://www.edu.gov.on.ca/eng/literacynumeracy/paying_attention_literacy.pdf

 

미국의 경우도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초학력에 대한 목적이 명확하다. 미국 공교육이 지향하는 기초학력보장법의 명칭은 ‘모든 학생 성공법’(Every Student Succeeds Act: ESSA)인데 이는 아동낙제방지법(NCLB)을 2015년 개정한 것으로서 법 제정의 목적이 ‘학생 성공’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때의 ‘학생 성공’은 ‘모든 학생이 대학 진학과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시키는 것(preparing all students for success in college and careers)’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 교육부도 기초학력을 정의할 때 그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현재처럼 20%에만 도달해도 기초학력을 갖춘 것으로 보는 현재의 제도가 크게 잘못되었고 세계 주요국에 비해 낯부끄러운 수준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셋째, 교육부의 기초학력에 대한 정의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기초학력을 ‘읽기·쓰기·셈하기 등’이란 표현의 사용에서 보듯이 전통적인 문해력(literacy)의 정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 주요국들은 교육과정에 문해력(literacy)의 정의를 확장한지 오래다. 앞에서 소개한 온타리오 주의 문해력 정의를 보더라도 ‘비판적사고력’과 같은 기초역량을 문해력에 포함시킨다. ‘읽기·쓰기·셈하기’ 능력만으로는 21세기를 살아갈 수 없다. 자신의 삶의 목표를 달성할 수도 없다. ‘읽기·쓰기·셈하기 등’이란 표현은 ‘읽기·쓰기·셈하기·비판적 사고력 등’으로 수정·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생각하는 능력은 기초학력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대학 교수들은 대학생이 되어도 글을 쓸 줄 모른다고 아우성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생각할 때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5. ‘통계의 거짓말’과 기초학력 중심 관리 프레임 경계해야

 

2016년에 번역되어 한국에 소개된 『통계의 거짓말』(저자: 게르트 보스바흐, 옌스 위르겐 코르프)이란 책의 부제 “정부, 기업, 정치가는 통계로 어떻게 우리를 속이고 있는가?”가 시사하고 있듯이 “통계”라는 분야는 굉장히 흥미롭고 유용한 도구이면서 동시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왜곡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기초학력 통계의 거짓말’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객관식 문항의 비율이 중학교는 82.5%, 고교는 85.3%다. 찍어도 기초학력 미달 기준인 20% 가까이 나올 수 있다. 찍기의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실제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통계가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검사 문항에 서답형(書答型: 제시된 물음에 따라 답안을 작성하는 형식으로 단답형·완결형·논문형 등)의 비율을 지금보다 대폭 늘리든가 객관식의 경우 일본의 새로운 대입공통시험처럼 10지~20지선다형, 답이 없는 경우, 답이 2개인 경우도 의도적으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언론과 사회가 깨어있어야 한다. 3월 28일 교육부가 학업성취도 결과를 발표한 이래 많은 언론들이 관련 기사를 쏟아냈지만 100점 만점에 20점만 받아도 기초학력을 갖추었다고 보는 현재의 제도에 문제제기를 한 곳이 단 하나도 없다. 하물며 싱가포르처럼 한국도 기초학력 최저기준을 초등의 경우 최소한 5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곳은 더더욱 없다. 기초학력 최저 기준점을 20%로 정해놓고 이를 중심으로 교육의 질을 관리하게 되면 그 부작용이 매우 크다. 우선 학교는 어떻게 하면 100점 만점에 20점을 넘게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가 기초학습미달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교육부와 학교는 모두 편해질 수는 있다. 100점 만점에 20점미만 받는 학생 비율만 줄이면 최소한의 질 관리 책임을 다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질 관리는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키우려는 탁월성 교육을 포기하는 방식이고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 탁월성을 추구해야 할 무한 경쟁 시대에 바보 면하게 하기식 교육의 질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계는 물론 사회와 언론 모두 이를 자연스럽고 타당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어 안타깝다. 세계 주요국들에 비해 우리 교육의 이런 행태가 얼마나 한심한 일이고 우리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6. 맺음말

 

교육의 질 관리 노력을 기초학력 미달 비율 축소에 초점을 두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는 학습자의 학습권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현재 추진하려는 표집 방식의 기초학력진단평가와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현재 실행 중인 표집 방식의 학업성취도평가 시스템은 학업성취도평가의 개선을 통해 하나로 통합하든가, 진단평가를 별도로 운영하겠다면 전체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진정한 진단평가이어야 하며, 하위 5~10%에 드는 소수 학생만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타당성을 갖지 못한다. 두 검사의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는 잠자는 아이들,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만 갈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21세기 학교교육의 목표를 모든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함으로써 탁월한 교육 실현(excellence through equity)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런 나라들은 자격을 갖춘(예: 온타리오 주 70%) 학생들만 진급·졸업시키는데 한국은 출석일수만 채우면 자동 진급·졸업시키는 무책임한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 않고는 진정한 고교학점제도 불가능한 일이다. 즉시 기초학력 미달 비율 줄이기에 급급한 교육의 질 관리 방식을 중단해야 한다. 이는 교육의 질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키우려는 교육을 포기하는 관리 방식이다. 온타리오 주나 미국처럼 기초학력에 대한 정의부터 제대로 내리기 바란다. 아울러 교육부의 타당성·진정성 있는 교육의 질 관리를 촉구한다.

 

 

[참고자료]
• 교육부(2019), 201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 교육부(2019), 행복한 출발을 위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
• 김수영(2014), 기초학력보장정책, 방향전환이 절실하다!
http://21erick.org/bbs/board.php?bo_table=11_5&wr_id=100124&page=22
• http://www.kice.re.kr/sub/info.do?m=010302&s=kice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