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owalk | 2019-02-07 10:27
최근 드라마 ‘Sky 캐슬’은 한국 최상류층 학부모들이 자식의 ‘세속적’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교육 광풍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가 방영 횟수를 거듭하면서 드라마 내용과 관련해 나오는 내용들도 매우 다양하다. 상류층의 자식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 입시경쟁교육의 폐해, 고액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없는 사람들이 느낄 허탈감 그리고 이런 문제점들의 해법으로 학벌사회의 타파, 대학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서열 완화, 지나친 선행 사교육의 금지와 단속, 촛불 교육혁명, 학부모 교육과 새로운 학부모 문화 운동의 필요성 등도 언급되고 있다. 한편 참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과잉보호는 보살피고 키운다는 미명하에 자녀의 자아확립과 자립을 방해하고 결국 아이를 정신적인 죽음으로 내모는 일임을 ‘Sky 캐슬’ 엄마들은 왜 모를까?”, “교육이란 무엇인가?”, “자기 자식을 위한 부모의 뒷받침은 어느 선까지가 공정한가?”라는 질문도 떠올렸을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이런 사교육 광풍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런 사교육 광풍의 깊은 뿌리를 들여다보며 지금보다는 훨씬 개선된 공교육·사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Sky 캐슬’ 사람들 비난보다는 그런 광풍 만든 사회적 배경 살펴야
이 드라마에 대한 각 언론의 관심도 높은 시청률만큼이나 컸다. 연일 신문에서 이 드라마의 내용을 다룰 정도였다. 사교육 광풍의 폐해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을 생각하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심과 주체적인 삶의 기회를 송두리째 빼앗긴 ‘Sky 캐슬’ 자녀들의 미래 삶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란 성찰의 계기만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기는 아쉽다. 차제에 사교육 광풍의 진원지를 찾아 이를 완화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은 무엇인지, 사교육이 정말 공교육을 교란시키는 악하기만 한 존재인지 등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Sky 캐슬’ 사람들이 보여준 사교육 광풍은 일차적으로 한국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 빚어낸 일이다. 자녀에 대한 비뚤어진 욕심과 사랑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를 학부모의 탓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학벌중시사회, 직업의 귀천,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 평생학습제도의 미흡, 미래 삶에 대한 불확실성, 사회 안전망의 부재, 복잡한 입시제도, 공교육의 부실, 사교육의 불안 마케팅 등이 한데 어우러져 타나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Sky 캐슬’ 광풍은 소수 일부 상류층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연간 1인당 사교육비 평균이 2017년 기준 325만 3000원(통계청)이니까 월간 지출은 27만원이 조금 넘는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Sky 캐슬’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 정상적으로 사교육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은 필요악?
한국 사교육에 대한 인식은 매우 좋지 않다. 사교육은 과도한 선행학습을 조장하고 교육 불평등을 증가시킨다. 특히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문제가 심각하다.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성적은 대입전형에서 그대로 인정된다. 이런 점에서 사교육은 불공정한 경쟁을 낳고 악의 존재라 할 수 있다. ‘Sky 캐슬’ 드라마 방영을 계기로 언론에 나타난 반응에는 ‘사익을 위해 공교육을 교란시키는 일들을 강력하게 규제하면서 대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는 등 사교육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다.
정말 사교육은 악의 존재라고만 할 수 있을까? 지난 달 고교 1학년 8명을 대상으로 2시간에 걸쳐 집단심층면접(FGI)을 실시했는데 이를 위한 사전 설문 중에 아래와 같이 사교육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그 결과를 소개한다.
1. 사교육과 공교육의 차이는 ( )이다.
• 배움의 깊이(학생A)
• 심화와 기본(학생B)
• 빈부의 차이(학생C)
• 모든 학생이 받을 수 있냐 없느냐(학생D)
• 개인의 의지(학생E)
• 공교육은 모두가 배우는 수업이지만 사교육은 배우고 싶은 학생이 듣는 수업(학생F)
• 학교와 학원은 온도가 다르다. 학교는 안 그런 척 하면서 입시를 준비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장한다면 사교육은 그냥 대놓고 ‘대학!!!!!!!!!!’하는 느낌이다.(학생G)
• 주입식 교육과 비주입식 교육을 지향하는 주입식 교육(학생H)
2. 사교육이 내게 필요하다면 이유는 ( )이다.
• 학교에서 안하는 심화 문제를 배우기 위함(학생A)
• 사교육이 없으면 수업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 수업이 지루하게 된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졸 수가 있다. 그렇지만 사교육을 통해 미리 예습을 한다면 수업내용이 재밌고 아는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된다. 학교 수업시간에서는 정말 대충대충 가르친다. 특히 수학 영어 같은 경우 학교 수업을 아무리 열심히 듣더라도 3등급조차 힘들 것이다. 그리고 사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사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앞서 갈 때 나는 뒤처지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사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학원 과외 강의 등을 들으며 예습을 해야 한다.(학생B)
•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학생C)
• 부족한 부분을 더 잘 챙기기 위해서(학생D)
• 내가 원하는 공부를 더 할 수 있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갈 수 있기 때문(학생E)
• 시험을 잘 보려고(학생F)
• 처음 수학학원과 영어학원을 다녔을 때 놀랐던 거는, 사교육의 수업이 학교 수업과 특별히 다른 것이 없다는 거다. 사교육의 가장 다른 점은 ‘쪽지시험 결과 순위 및 숙제 검사 문자’에 있다. 매 시간마다 시험을 보고 같은 반 학생들끼리 순위를 매기고 그 결과를 학원 벽에 쫙 붙인다. 그거마저 모자랐는지 학부모한테 장문의 문자를 보내더라. ‘몇 위를 했다, 숙제는 몇 퍼센트를 했다, 단어시험은, 문법시험…’ 그거 땜에 성적이 오른다. 공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오르긴 오른다. 그러니까 끊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다음 달도 하게 된다.(학생G)
• 공교육만으로는 대학 입시에 있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기 때문(학생H)
사전 설문 내용들을 놓고 자세히 토론해봤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요인은 매우 많다. 우선 학원은 한반에 10명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개인별 맞춤 지도가 가능하다. 그리고 하나의 단원에 투입하는 시간이 학교보다 많다. 기본 개념을 제대로 익히게 해줄 수도 있고 학생이 원하기만 하면 학교서 해주기 어려운 심화학습까지 해준다.
학원 의존도가 높은 것(2017년 기준 사교육 평균 참여율 70.5%-통계청)을 놓고 공교육의 부실을 비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이는 사교육 수요 발생의 원인을 잘못 짚는 일이다. 한 학생 토론자가 말했듯이 학교교육에서는 한반에 20-30명을 놓고 학원처럼 개인별 지도를 해주기 어렵다. 그리고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학원 수업에 비해 교사의 성의·열정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한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교사들이 성찰해야 하고 열정적 수업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이에 대해 교사만 탓할 일도 아니다. 교과서 읽어주기식이나 수박겉핥기식 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표준화 시험(수능, 중간·기말 고사)의 범위에 드는 교과서의 모든 내용을 다 가르쳐야 하므로 그 양이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은 학교수업을 따라갈 수 없어 학원에 의존하게 되고 하나라도 알 때까지 확실히 가르쳐 주려는 학원수업을 선호하게 된다.
학생들의 답변 내용에서 보듯이 사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대부분 불가피하다는 쪽이고 많은 부분 긍정적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서 사교육을 이대로 방치해야 하는가? 사교육은 계속 단속해야 하는 대상인가? 순기능도 크다면 공교육과 상보적(相補的)이어야 하는가? 등의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사교육 바로 보고 바르게 대응하기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바른 진단이 우선이다. 사교육의 뿌리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학습량의 과다와 영향력이 큰 표준화 시험에 있다. 이들이 지식전달식, 수박겉핥기식 수업을 강요하고 이것이 다시 많은 학생을 학원으로 내모는 주요 요인이 된다. 사교육 증가의 요인을 학교교육의 부실로만 몰고 간다면 이는 잘못된 진단이다.
그리고 사교육이 사회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이것이 크게 반영된 대입시는 불공정하며 이런 불공정으로 인해 누가 가장 손해를 보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수시전형이든 수능전형이든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지원자의 성적이 만들어진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으로 만든 성적과 순수하게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룬 것을 구분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현실적 접근은 긍정적 차별정책(positive discrimination)을 늘리거나 수능을 절대평가하고 등급 수도 줄여서 자격고사 성격을 강화하는 일이다. 100점 맞은 1등급은 90점 맞은 1등급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해하지 말아야 한다. 딱 한번 쳐서 나온 수능시험 성적은 그날의 컨디션이나 어떤 시험 문제를 만나느냐의 운(運)과도 상관이 크다. 상위권 기득권층은 이런 접근을 역차별로 보지 않아야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우울증 환자의 뇌를 닮아가는 아동·청소년의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또한 우리가 사는 공동체 전체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 경제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4년제 대학을 더 많이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불황 때 가장 먼저 감원할 대상이 고졸이다. 그리고 기능직 고졸의 일자리는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대졸의 일자리보다 훨씬 더 크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부모 배경이 좋거나 똑똑한 사람은 어떤 대학을 나오든 심지어 대학을 마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고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사교육을 악으로만 몰고 비판만 하려는 태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교육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도록 사회복지 확충을 통한 사회 안전망을 튼튼히 해야 한다. 학벌사회의 타파, 대학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서열완화, 지나친 선행 사교육의 금지와 단속, 촛불 교육혁명, 학부모 교육과 새로운 학부모 문화 운동의 필요성을 아무리 소리 높여 외쳐 봐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이런 것들은 실효성 갖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지나친 입시경쟁교육이 낳는 폐해를 줄이려면 우리가 마음만 먹고 자원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가치·문화·의식처럼 단기간에 바꿀 수 없는 문제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공교육의 혁신 방향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질이 지금에 비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질이 높은 학교교육이란 교사의 수업지도 열정이 높고, 학생 개인의 차이(강점, 수준, 흥미, 선호 학습 유형 등)를 존중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학원처럼 할 수는 없지만 개별화 지도(differentiated instruction)를 최대한 지향해야 한다. 이는 특수교육에서 필요한 개인별 지도와 다르다.
개별화 지도는 매우 매력적인 이론이고 용어의 긍정성 때문에 널리 공감을 얻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 교사가 동일한 교실 내에 있는 다양한 수준과 능력의 학습자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업을 하기는 극히 어렵다. 개별화 지도에 대한 많은 경험과 교사 전문성을 바탕으로 철저히 준비했을 때만 기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현재의 여건에서는 아래와 같은 접근이 현실적일 것이다.
• 가르칠 내용 – 학생에게 재미있으며 학생의 실제 삶과 연관된 흥미로운 것을 선정
• 교수·학습 방식 – 목표의 명확화, 상호작용 강화, 학생의 이해능력 고려 없는 진도빼기 수업의 지양
• 뇌기반교수학습원리의 적용 – 특히 학생의 사전지식의 준비 정도(readiness)를 고려해 정보처리 과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업하는 기술 및 학습자 주의를 끄는 기술의 도입
• 평가 – 진단평가를 통해 학습자의 학습 준비도 파악, 형성평가를 통한 긍정적 적시 피드백 제공과 교수법 개선, 배운 것을 학습자가 발표할 때 학생이 선호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하기
• 프로젝트 수업 – 모둠별 혹은 개인별 서로 다른 프로젝트 선정
• 학생과 교사, 또 학생과 학생 간의 협업 기회 강화
• 학습자와 학습방법의 조화 여부의 상시적 확인, 교사가 자신이 선호하는 교수법을 고수하지 않는지 성찰
개별화 지도(DI)는 다음 10가지 요소의 실행이 핵심이다: ① 학습 목표(지식, 기능, 개념)의 명확화 ② 학습자 차이(흥미, 준비도, 학습 선호 유형) 존중 ③ 3가지 평가(사전평가, 형성평가, 총괄평가) 데이터로 교육과정 및 교수법의 지속적인 개선 ④ 뇌기반 교수학습원리의 적용 ⑤ 능동적 학습 ⑥ 21세기 스킬(고등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자기 조절능력, 소통과 협업 능력) 함양 ⑦ 흥미, 준비도, 학습 선호도에 따른 유연한 모둠 구성 ⑧ 유사한 과제와 활동을 층위별(예: RTI)로 실행 ⑨ 흥미 있고 삶과 관련되며 도전적이고 선택의 기회가 풍부한 학습 환경 ➉ 학습자 자율성과 자주성 제고
(이찬승, 2019, 강원교육연구 기고문)
무엇보다도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와 ‘격차를 줄인다’로 대표되는 교사들의 도덕적 신념(moral purpose), 개별화 지도에 대한 바른 인식, 개별화 지도가 가능한 여건 마련(예: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과 함께 개별화 지도에 대한 체계적인 연수(뇌기반교수학습원리 포함)를 통해 개별화 지도에 대한 전문성 향상이 시급하다.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은 현재와 같은 사교육이 지속될 것이다. 공교육에서도 혁신이 활발히 일어나(교육의 탈 표준화와 개별화 지도 강화, 수능의 자격고사 성격 강화 등) 공교육과 사교육이 정상적으로 공존하는 시기를 거쳐 사교육이 불필요한 교육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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