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2-01-05 17:42
[2022년 신년 칼럼]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3월 9일 대선을 치르고 나면 오는 5월 10일 신록과 봄꽃들의 함성이 어우러진 봄의 제전(祭典)과 함께 새로운 정부도 힘차게 출범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부의 편중과 학습 결손과 격차, 불평등은 더 심화되고 있어서 따뜻한 사회적 봄은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분야의 공약들은 속속 나오고 있지만 교육 공약만큼은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교육의 문제는 답을 찾기도 어렵고 잘못 건드리면 표가 떨어지기 때문일까? 이럴 때일수록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맥을 제대로 짚고 중장기적 안목에서 정공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한국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입제도의 경우는 여론에 기반해 함부로 건드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처럼 공론화에 붙여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어리석은 짓도 그만두어야 한다. 자칫 시야를 좁혀 입시제도의 개선을 학종과 수능의 비중 조정에 초점을 맞추는 일도 삼가야 한다. 사회적 문제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대입제도는 답도 없고 근본적인 해결책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발 교육 공약은 큰 방향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정책은 인수위가 꾸려진 다음 혹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한 다음 제대로 된 연구와 숙의 과정을 거쳐 매우 신중히 개발될 수 있기를 바란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 아동청소년들의 건강과 삶이 걸린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제 아동·청소년기라는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리든 말든, 또 이들의 신체적·정서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든 말든 오직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질주와 살인적 경쟁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진정 미래의 삶을 준비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전인적 교육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교육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가? 모든 변화가 그렇듯이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요소는 우리 교육이 나아갈 큰 방향과 교육 변화의 의미(meaning of educational change)이다. 교육이 나아갈 큰 방향은 교육비전과 목표를 통해 제시된다. 한편 교육 변화의 의미는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변화를 추구하면서 그것이 내 자식에게 주는 유불리만 생각하고 그것이 미칠 다른 파장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어떤 변화를 추구하든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나 “무엇을 위한 변화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가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더 나아가 각 사회 계층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계층에게 더 이로울지 높은 계층에게 더 이로울지, 또는 새로운 제도가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도울지 고교 교육의 일탈, 파행, 부정(不正)을 심화시킬 것인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렇게 변화의 의미를 폭넓게 살필 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임인년 새해 벽두부터 우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자녀들의 학습격차가 최근 10년 새 더 벌어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018년 ‘수학’에서 한국의 경제사회문화적지위지수(ESCS) 상·하위 10% 학생들 간 점수 차이는 111점으로, 비교 대상 5개국 중 싱가포르 다음으로 컸고, ‘읽기’와 ‘과학’ 점수 차는 각 96점으로 싱가포르, 핀란드 다음이었다고 한다(경향신문 2022년 1월 3일). 이는 상위권 위주로 교육하는 한국의 비도덕적 교육문화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이다. 이제 상위권보다는 중하위권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잠재력 실현을 위한 강력한 긍정적 차별 정책을 펴야 한다. 이것이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과 사회의 모습이다. 학교와 사회가 보다 공정하고 정의롭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학교 수업에서 하위권 학생들을 학습과 성장에서 소외시키며 이들을 학포자라 부르는 무책임한 일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들을 더 이상 제도의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실제 한국의 학교교육은 학업 성취도의 격차 심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아동·청소년들의 삶과 건강 문제이다. 특히 아동·청소년들의 정신적·사회적 건강도를 측정한다면 한국이 세계 최하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 사회를 이끌 주역은 지금의 아동·청소년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웰빙과 전인적 성장을 교육의 최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대학 입시의 편협한 공정성 논쟁과 변별력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고개를 들고 시야를 넓혀 지평선 저 너머에 있는 더 큰 의미와 가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이 시점, 의미 있고 진정한 변화를 이끌 탁월한 교육 리더십이 절실하다. 온 국민들에게 영감을 주고 공감을 이끌어낼 변화 리더십이 필요하다.
변화의 시작은 모두의 열망을 담아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가슴 뛰게 하는 사회비전과 교육비전을 만드는 일로 출발해야 한다. 비전 초안을 가지고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함께 찾고 교육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담아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대입제도와 같은 디테일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우리가 꿈꾸는 사회상이 무엇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비전이 무엇인지 온 국민이 참여해 도출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기에 디테일부터 논의를 하면 시야가 너무 좁아지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멀어질 수 있다. 대입제도를 포함한 모든 교육개혁은 이런 사회 비전과 교육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교육비전과 연계되지 않은 대입제도의 논의는 매우 위험하고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1. 비전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아래는 한 국가, 주, 단체의 비전 선언문들의 전형적인 예들이다. 비전이 무엇인지 이것이 어떤 힘과 의미를 갖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잘 만들어진 비전 선언문들의 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생각하는 학교, 학습하는 나라(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싱가포르, 1997)
• “살아가는 힘”(일본, 1996)
•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온타리오주, 2005)
•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실현(Achieving Excellence)”(온타리오주, 2014)
• “한 사람도 낙오시키지 않는 교육(No Child Left Behind; 아동낙제방지법)”(미국, 2002-2014)
•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들에게 질 높은 학습 경험을 제공하여 그들의 잠재력, 열정,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최대치로 키워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교육 실현(Public education provides students from all backgrounds with learning experiences to discover and develop their potential, their passions and their gifts, allowing them to make significant contributions to their communities.)”(앨버타주 교사협회)
• “언젠가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들이 저마다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날이 올 것이다(One day, all children in this nation will have the opportunity to attain an excellent education)”(Teach for America)
• “모든 청소년을 자신감 있고, 서로 협력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평생학습자로 키우기(Young people who will be confident, connected, actively involved, lifelong learners)”(New Zealand)
• “모든 아동의 권리가 실현되는 세상(to create a world where the rights of every child are realized)”(UNICEF)
• “빈곤이 없는 정의로운 세상(A just world without poverty)”(Oxfam)
• “누구나 괜찮은 수준의 살 집이 있는 세상(A world where everyone has a decent place to live)”(Habitat for Humanity)
• “이 세상의 모든 아동들이 생존, 보호, 발달, 참여라는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a world in which every child attains the right to survival, protection, development and participation)”(Save the Children)
• “앞으로 10년 내에 미국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킬 것이다(By the end of the decade, we will put a man on the moon.)”(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의회 연설, 1961)
• “저녁이 있는 삶”(손학규, 2012)
비전이란 한 조직이나 단체가 ‘만들어가고 싶은 바람직한 미래상’을 일컫는다. 영어의 vision은 ‘시력, 시야, 전망, 상상’ 등으로 번역되며 어원은 ‘보다(see)’이다. 비전은 실제 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속에서 그 이미지를 생생하게 상상하는 것도 포함한다.
교육비전을 표현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일본의 “살아가는 힘”처럼 짧고 힘 있는 슬로건 형태를 취하는 것도 있고, 싱가포르의 “생각하는 학교, 학습하는 나라”처럼 두 가지 내용을 기억하기 쉽도록 운율과 형식을 잘 갖춘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Teach for America의 비전 “언젠가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들이 저마다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날이 올 것이다”처럼 긴 문장형의 것도 있다. 나라에 따라 ‘인재상’이나 ‘교육의 목표’만 제시하고 비전을 별도로 두지 않는 경우도 있다. 스웨덴도 그런 나라의 하나다.
• 스웨덴의 교육목표(황선준, 2007)
① 개인의 자기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킨다(to satisfy individual wishes and desires).
②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운다(to bring up democratic citizens).
③ 계층 간의 격차를 줄인다(to decrease the difference between classes in society).
스웨덴의 경우는 교육의 핵심 목표를 3개로 압축해 비교적 간명하다. 그래서 별도의 비전 선언문이 필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아래의 온타리오 주처럼 교육목표의 수가 4개 이상이 되면 기억하고 소통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 온타리오 주의 새로운 교육목표
① 탁월성(excellence)을 추구한다(이때의 탁월성은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있음).
② 공정하고 포용적인 교육(educational equity)을 추구한다.
③ 아동의 웰빙(wellbeing)을 촉진한다.
④ 학교교육에 대한 대중의 신뢰(public confidence)를 향상시킨다.
온타리오 주는 구체적인 교육목표가 4개나 되기 때문에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실현(Achieving Excellence)”이라는 비전 슬로건을 별도로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렇게 교육목표와 별도의 비전을 설정하고 있는 나라로는 싱가포르, 일본, 온타리오 주, 뉴질랜드 등이 있다. 한국의 경우 교육의 목표로서 인간상의 4가지 항목(자기주도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과 핵심역량 6가지(자기관리, 지식정보처리, 창의적사고, 심미적감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가 있는데 이를 정확히 기억하고 소통하며 교육의 실천 과정에 반영하기에는 너무 많고 복잡하다. 그래서 교수학습과 평가에 교육목표를 긴밀히 연계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교수학습과 평가에 이를 긴밀히 연계시킬 것을 고려해 비전과 교육목표(학력의 3요소)를 아래 도표와 같이 간명히 설정하고 있다.
<도표 1> 일본의 교육비전과 신학력(교육목표)

출처: 旺文社 (2017). 学びの 「基礎診断」 と 基礎学力の“習得”
위 도표에서 보듯이 일본은 교육의 목표로 학력의 3요소를 <기초적인 지식·기능의 습득, 사고력·판단력·표현력, 의욕과 태도>로 간명히 정의한 것은 탁월한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역량의 세계적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역량을 ‘사고력·판단력·표현력’으로만 정의하고 있어서 이 목표를 평가 문항 설계를 할 때도 긴밀히 연계시킬 수 있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 이는 교육목표가 간결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일본은 이 3가지를 교과교육의 목표 축으로 삼는데 반해 한국의 경우 6가지 역량 함양을 위해 내용체계를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의 조합으로 구성하고 있어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다. 누구를 위한 교육과정인지 묻고 싶다. 이론적으로 정치한 설계보다는 교사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공감이 가며, 적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개발하는 것이 더 낫다. 온타리오주의 교육과정을 보라. 학부모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쉽고 부드러운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비전은 왜 필요한가? 비전은 목표가 아름답고 매력적이게 보이도록 꾸며주며 자주 되뇌고 싶고 기억하기 쉽도록 재구성한 것이다. 즉 목표를 마음에 끌리도록 매력적이게 함축한 것이 비전이다. 비전 선언문을 잘 만들고 이를 심상화 혹은 내적 시각화하면 목표와 꿈을 이루는데 실제 도움이 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준비해 주기 때문이다. 이를 목표 달성을 위한 ‘시각화(visualization)’라고 부른다. 비전은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대해 희망을 잃거나 방황하고 있을 때 희망을 주고 앞으로 함께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매력적인 비전의 설정은 전 국민의 열망을 교육목표에 담는 과정이고 그 나라 교육의 나아갈 방향과 도달점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개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2. 비전은 어떻게 만드는가?
교육비전을 만드는 과정은 일반 기업이 비전을 만드는 과정과 동일하다. 비전은 대개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만들어 진다.
“비전수립 팀 구성 → 환경분석과 미래사회 조망 → 비전작성 학습과 연습 → 이해당사자들 인터뷰 및 설문조사 → 복수의 비전초안 작성 → 비전 평가기준표 작성 → 이해당사자들에게 초안 검토/평가 의뢰 → 피드백 반영하여 최종수정안 작성 → 이해당사자의 Consensus 확보 → 비전 확정”
이상을 도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도표 2> 비전 설정 과정과 절차(이찬승, 2013)

비전 선언문을 작성하는 과정에 이해당사자인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이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필수적이다. 밀실에서 학자 몇 사람의 합의로 액자용 교육비전을 만드는 일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런 비전은 비전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한편 비전 개발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컨설팅 회사들은 비전수립을 위한 매뉴얼을 가지고 있고 비전 개발에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컨설팅 회사의 비전 개발 매뉴얼을 보면 효과적인 비전 선언문(Vision Statement)이 갖출 요건으로 아래 4가지를 든다.
① 교육의 선명한 미래상
미래에는 한국의 교육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그림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②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호소력
교육비전은 이해관계자인 학생, 학부모, 교원, 정부기관, 기업체, 대학, 기타 관련기관 모두의 기대와 열망을 담아야 하고 또, 끌림이 있어야 한다.
③ 간결성, 명료성, 공유 용이성
교육의 이해당사자들이 비전을 기본으로 의사결정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간단하고 기억에 남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쉽게 이해, 전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④ 실행가능성
현재 당장은 달성이 쉽지 않지만 변화와 혁신을 통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목표여야 한다.
이제 실제 한국의 교육비전 가칭 “교육비전 2035”를 만든다면 우선 위 <도표 2>의 비전 설정 과정과 절차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많은 과정 중 무엇보다도 미래 교육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전망 및 현 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충실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비전 초안을 만들기 전에 이해당사자들인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설문이나 인터뷰를 통해 폭넓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참여를 통한 개발이고 의미의 공유 과정이다.
1) 미래 교육 생태계의 변화 전망
교육비전은 미래 교육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조응하도록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학교제도, 교육과정, 교수법, 평가의 변화를 예측해본다.
◉ 학교제도의 변화
• “학교가 점점 더 빠르게 변하는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의 아동·청소년들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은 직업,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에 대비해야 하며, 과거에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Education 2030, 2015).”
• 기존의 학교제도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존재 형태와 교수학습 방법이 크게 변할 것이다.
• 2035년쯤에도 전통적인 학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전통적인 학교 제도에서도 잘 배우는 학생들만 전통적인 학교를 다니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대안학교와 같은 비전통적인 학교를 다니게 될 것이다(Kurt Cagle, 2014 수정). 이런 비전통적인 학교들은 전통적인 학교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 2030년대의 미래사회에는 학교의 개념 자체가 변할 것이다. 학습이 전통적인 학교 공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부분이 학교 밖에서 비형식(informal)/비공식적(non-formal)으로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의 도입으로 이러한 추세는 더 빨라질 것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교육의 책임을 학교, 가정, 지역사회, 기업 등이 공유하려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 교육과정의 변화
• 기존의 표준화된 교육과정은 사라지거나 대폭 유연화될 것이다. 특히 일반 고교는 크게 3종류(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대학 진학은 하나 학습부진이 누적되어 학습에는 뜻이 없는 학생, 직업세계로 나가기 위해 취업준비반을 택하는 학생)의 학생군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대학 진학(college-ready), 취업 준비(career-ready), 삶의 준비(life-ready)’에 맞춘 다양한 교육과정의 제공을 위해 고교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유연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 학생들이 하나의 학교를 다니지 않고 복수의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원하는 코스를 골라서 듣게 되는 일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 학교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 지식의 활용과 여러 영역에 공통으로 필요한 역량(transversal skills)의 함양에 힘쓸 것이다.
• 지식의 습득을 넘어 지식의 활용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 지식기반교육과 역량 교육이 조화를 이룰 것이다.
• 격차와 불평등의 심화를 완화하기 위해 통합교육과 포용적 교육이 중시될 것이다.
◉ 교수법의 변화
• 교실 내 학생의 다양성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고 이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의 차이를 존중하는 새로운 교수학습 전략(예: 개인화 학습)이 도입될 것이다.
• 조기 학교중단을 막기 위해 학교는 개인화·개별화 교육을 통해 개인의 필요와 흥미를 더 잘 만족시키게 될 것이다.
• 맥락이 있는 체험 중심의 학습이 활성화될 것이며, 게임과 놀이와 교육의 경계도 점점 더 흐려질 것이다.
• 기술(technology)은 학교와 교육자들이 맞춤식 학습경험 제공을 통해 학습 효과를 향상시키는 데 주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힘을 갖추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고등사고력 함양을 위해 깊이 있는 학습(deep learning), 개념적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가 크게 강조될 것이다. 아울러 지식의 활용과 역량의 함양을 위해 실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자 주도 수행 중심의 교육이 강조될 것이다.
• 지식과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그 수명이 점점 더 짧아질 것이기 때문에 빅 아이디어(big idea) 중심의 학습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 평가의 변화
• 고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수능시험의 영향력을 완화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것의 절대평가 전환이 요구되고, 동시에 내신 절대평가의 신뢰성 부족을 보정하기 위해 수능시험과 같은 표준화 시험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딜레마적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 미래로 갈수록 지방의 대부분의 대학은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교 성적이나 수능과 같은 표준화 시험 성적을 반영하지 않거나 최소한만 반영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다.
• 학교 수업에서는 형성평가 중심의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성장을 위한 평가가 더욱 강조될 것이다.
• 지식의 습득과 활용, 역량 함양을 위한 프로젝트 수업 등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정성평가의 비중이 높아지고 이를 위해 교사의 평가전문성과 채점자 신뢰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이다.
•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교사별 절대평가가 일반화될 것이므로 현재의 내신 상대평가는 절대평가로 전환될 것이다. 그러나 고교 간 학력의 차이, 성적 부풀리기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IB처럼 내부 평가를 외부서 감시하고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 내신성적이 대입전형에 높게 반영된다면 정성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민원 등이 증가할 것이다.
2) 현 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
교육비전을 도출하기 위해서 미래 사회에 대한 예측도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기존의 학교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다음은 학교교육의 문제점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을 살펴본 내용이다.
<도표 3> 공교육의 문제점 분석과 처방
| 문제점 분석 | 처방 |
| ① 양극화, 불평등 심화, 지속 가능성 위기 | 포용성, 공정성, 사회정의 구현 |
| ② 개인의 이익과 성공 추구에만 몰두 | 더불어 사는 삶, 공동선의 추구 |
| ③ 학생 다양성 증가 속 획일적 교육 |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 |
| ④ 성취도가 낮은 아동들에 대한 낮은 기대 | 통합교육 실천과 잠재력을 최대치로 키워주기 |
| ⑤ 상위 20-30%를 위한 교육 | 모두가 성장하는 교육, 포용적 교육 |
| ⑥ 학교 안팎의 사회정의와 민주주의의 위기 | 책임 있는 민주 시민성 함양 |
| ⑦ 지나친 만성스트레스로 인한 정서, 정신, 신체 건강의 악화 | 개인적·사회적 웰빙 |
| ⑧ 다수의 아동이 현재의 학교교육 내용에 의미를 느끼지 못함 | 의미 있는 교육, 삶과 연계된 교육 |
| ⑨ 고등 사고력 부족 | 깊이 있는 학습, 개념적 이해의 강조 |
| ⑩ 불확실한 미래, 마주할 수많은 도전적 과제 | 자기주도성(agency) 및 자신감 함양, 미래를 살아가는 힘 |
3) 한국 공교육의 비전 만들기
2021년 11월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에 따르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교육비전을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설정했다. 교육비전이 갖출 주요 요건인 교육의 선명한 미래상,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호소력, 간결성, 매력도(열망이 담기고 가슴 뛰게 하는), 명료성, 공유 용이성, 실행가능성 등에 비추어볼 때 이는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다. 표현의 형태를 볼 때 이는 인재상이지 교육비전이라 하기 어렵다. 또한 비전을 구성하는 3개의 핵심어인 ‘포용성, 창의성, 주도성’이라는 단어 사용에도 문제가 있다.
먼저 ‘포용성’을 보면 이 단어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포용에는 ‘포용적 교육(inclusive education)’이라고 할 때의 ‘포용(inclusiveness)’과 사전의 정의처럼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이는 성질’이라는 뜻의 ‘포용(broad-mindedness)’, 이렇게 두 가지 의미가 있어서 맥락 없이 ‘포용성’이라고 쓰면 전자의 의미로는 전달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비전은 구체적인 상이 그려지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포용성’은 중의어인데다 첫 번째 뜻으로는 잘 쓰이지 않아 이를 교육비전의 핵심어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 다음 교육비전에 ‘창의성’이라는 용어가 들어가는 것도 이상하다. 세계 어떤 나라도 교육비전에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포함시키는 경우는 없다. 굳이 ‘창의성’을 명시적으로 쓰고 싶다면 교육의 목표로 언급하는 정도이다. ‘창의성’은 배울 수도 있지만 유전적인 요인도 크다. 또한 무엇보다도 창의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문제를 주고 충분한 시간을 준 다음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이 요체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진도빼기에 급급한 상황에 떠먹여주는 교육, 실수를 금기시하는 교육을 하면서 창의성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모순된 일이다. 창의성을 강조하기보다 창의성이 자랄 수 있는 교육과정과 수업 환경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창의성이 발휘되기 어려운 조건을 견고하게 만들어 놓고 이를 허물 생각은 않고 창의성을 발휘하라는(교육비전의 핵심어로 포함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 창의성 연구(Harvard Business School 2003; Amabile, 1996)에 따르면 창의성을 구성하거나 발휘되게 하는 요소는 ①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과 전문성(expertise), ② 창의적 사고 스킬(creative thinking skills), ③ 동기(motivation), ④ 일하거나 연구하는 환경(work environment)이라는 4가지다.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중요한데 학교 수준에서는 교과 전문지식을 쌓고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1 기법과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자주 갖게 하는 것이 창의력을 키우는 핵심이다.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동기와 환경을 갖추어 주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창의성을 발휘하게 된다. 한국의 학교는 창의성을 발휘할 동기도 부족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환경으로도 적합하지 않다.
끝으로 ‘주도적인 사람’을 보자. 교육과정 개정 맥락상 이는 ‘자기주도적인 사람’이어야 할 텐데 비전에 사용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어휘인 ‘주도적인 사람’으로 되어 있다. ‘자기주도적인’과 ‘주도적인’은 그 뜻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학습 따위를 학습자가 스스로 계획·실행·평가하는 즉 ‘자발적인’을 뜻하고 영어로는 ‘self-directed, independent’처럼 표현된다. 한편, ‘주도적인’은 ‘주동이 되어 이끄는’이라는 뜻으로 영어로는 ‘leading, initiative’에 해당된다.
암튼 기존의 비전은 인간상의 성격을 가질 뿐 인간상 슬로건으로도 미흡하다. 교육비전이 비전다우려면 미래 우리 교육의 바람직한 모습이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그려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과 지향적이어야 한다. 비전의 이런 특성을 고려한다면 아래와 같은 것을 국가 단위의 교육비전 후보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생각하는 교실, 다양성이 존중되는 학교, 모두의 잠재력이 실현되는 교육” “생각하는 교실, 다양성이 존중되는 학교, 모두가 성장하는 교육” “생각하는 교실, 미래를 살아가는 힘, 정의롭고 더불어 사는 세상” “생각하는 힘, 미래를 살아가는 힘, 모두의 잠재력이 실현되는 교육” “생각하는 힘, 세상을 이해하는 힘, 모두의 잠재력이 실현되는 교육” “생각하는 힘, 모두의 잠재력이 실현되는 교육” |
3. 맺음말
2021년 11월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에 나오는 교육비전,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은 전면적으로 재설정돼야 한다. 이는 비전의 내용과 형식을 갖추지 못했으며 인재상이라는 이름이 적합하다. 교육을 진정 바꾸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매력 있고 울림이 크며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미래의 교육의 모습을 담는 비전부터 만들어야 한다. 비전을 비전답게 새로 만들기를 간곡히 제안 드린다. 괜찮은 비전이 만들어지면 교육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매력 있고 영향력 있는 비전의 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1961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앞으로 10년 내에 미국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킬 것이다(By the end of the decade, we will put a man on the moon.)”라고 말했을 때 이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했는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는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비전이다. 우리는 왜 “2035년에는 표준화 시험을 폐지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동·청소년들을 저마나 타고난 재능과 잠재력을 최대치로 키워내겠습니다!”라는 비전 선언문을 가질 수 없는가? 절실히 바라는 생각은 꿈이 될 수 있다. 이런 꿈이 담긴 비전을 보고 싶다. 대선 후보 진영에서 교육공약을 개발하느라 깊이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 “제발 표만 생각하느라 우리 교육의 근본적 변화를 몇 년 더 뒤로 미루는 역사적인 죄를 짓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 주십시오!!!”
|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댓글을 통해 국가수준의 교육비전 도출을 위한 브레인스토밍에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주시는 교육비전 후보가 실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비전 도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수준의 교육비전이 도출되면 이와 연계해 교육청 단위, 학교 단위의 교육비전도 의미 있게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참고 문헌]
• Amabile (1996). Creativity in context. Boulder, CO: Westview Press.
• Harvard Business School (2003). How to Kill Creativity. The Three Components of Creativity.
https://hbr.org/1998/09/how-to-kill-creativity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7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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