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1-11-17 11:55
1. 같은 밥, 같은 나물
지난 글에서는 서울시의 우리동네키움센터 이야기를 막 시작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서울시의 우리동네키움센터가 막 만들어질 때는 그 위용이 지금과 사뭇 달랐다. 고 박원순 시장님의 정책이란 꼬리표가 붙어서인지 지금은 많이 주춤하지만 처음에는 사뭇 위세가 당당했다. 초등 돌봄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청 벽면을 온통 장식한 광고판이 세워지고, 서울시 홍보물과 달리는 버스 역면에도 광고판이 줄줄이 붙여졌다. 서울시가 나서서 ‘초등돌봄은 서울시 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 다 맡아드린다’ 홍보를 해대니 지역아동센터는 한쪽에 서서 서러움에 한숨만 지을 뿐이었다. 그런 상황이 이렇게 또 달라질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울시에서도 홍보와 시설 운영 등을 담당하는 과는 각기 달라서 서로의 세세한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처음 우리동네키움센터 시정 광고가 실릴 때에는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 가정들이 이용하는 곳이지만, 우리동네키움센터는 맞벌이 가정 위주로 그야말로 우리 동네 모든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라고 홍보를 해서 지역아동센터의 눈총을 샀다. 나 역시도 이런 시정 홍보 문구에 발끈해서 서울시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한 일이 있다. “만약 선생님께서 한부모 가장이시고, 선생님 자녀를 지역아동센터에 보내고 계시는데 이런 문구를 보신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겠느냐?”고 격해서 물었다. 이런 항의가 줄줄이 이어져 많이 완화가 되었지만, 복지부 등 정부 자체의 입장이 지역아동센터는 취약계층이 돌보는 것이란 입장을 취하고 있으므로, 공무원과 일반 사회의 인식은 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옆길로 새는 이야기지만 정부 당국자에게 “세상 어느 나라에서 지원이 더 필요할 수 있는 취약계층을 민간에 맡기고, 세금 잘 내는 일반 계층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지만 어쨌든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런 나라도 있으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가 바로 취약한 민간에서 취약 계층의 초등 돌봄을 담당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경험하고 보니 집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의 직장인 외에는 모두가 취약계층이 되어버린 듯해서 씁쓸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사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만들어진 시설이다 보니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서울시는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서로 협력하기가 쉽지 않은 관계가 되고 말았다. 물론 이제는 그런 과거를 뒤로 하고 서로 손을 잡고 지역의 돌봄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움직임도 없지는 않지만, 특히 힘겹게 월세를 내가며 인건비 기준안도 책정되지 않아 힘겹게 운영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입장에서는 다함께돌봄센터 종사자들이 한 번씩 서럽게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벗어나자고 머리는 말하지만 아직 가슴은 이 상황을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기회로 다함께돌봄센터(서울시는 우리동네키움센터)의 종사자들을 만났을 때도 감회가 복잡했다.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며 시설운영이나 아동모집 등에서 크게 공적 지원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좌절감과 허탈감이 또다시 샘솟아 오르다가도, 아동들 문제나 공공 부문과의 마찰로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 동질감도 느끼고 무언가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마음은 금세 또 상처를 받고 다시 으르렁거리기도 한다.
한 예로 얼마 전 구로구는 지역아동센터의 좋은 프로그램을 선정하여 상을 주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 제안자인 나 역시 센터 프로그램을 응모하여 상을 받게 되었다. 상을 수여하는 날, 구청의 담당자가 와서 “이 좋은 프로그램을 우리동네키움센터에 보급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일인데 옹졸한 나는 그 소리가 곱게만 들리지 않았다. 차라리 에둘러서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으련만 구청이 나서서 한 쪽은 우리 사업이니 챙기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씁쓸했던 것이다. 즉, 당사자들의 부탁과 감사와 배려를 빼버린 채 행정이 나서서 알아서 하는 연계의 뒷맛은 언제나 쓴 법인데, 그 분들은 아무래도 그런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이런저런 속상함과 서러움이 있어도 어쩌면 ‘아우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동네키움센터 선생님들이 와서 “아이들 보는 게 이렇게 저렇게 힘들어요”라고 말하면 모든 감정이 눈 녹듯 녹을 턴데 그런 것을 좀체 알아주지 않는다. 지난 번 모였을 때 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는 월 5만 원 정도의 이용료 때문에 아동모집이 어렵다는 점과 점점 빡빡해져가고 있는 행정 지침 등으로 인해 힘들다는 점을 한참 토로하였다. 또 틈새 돌봄 위주라지만 우리 센터 인근의 키움센터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한 것인지 하루 종일 머무는 아동들이 많아서 이로 인한 부담감이 더 크고, 또 아파트 단지에 있는 센터는 아이들이 학원을 가야 하니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하지 말아달라는 학부모들의 특별한 청을 듣기도 한다는 소식을 들려주어 놀랍기도 하였다. 그렇게 서로 힘들게 돌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만 된다면, 우리는 ‘같은 밥, 같은 나물’이 되어 비빔밥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저 위에서는 자꾸만 우리가 서로 다르다고 하니 그렇게 해서 좋은 점이 무엇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2. 우리 동네 돌봄으로 거듭나기
지금 모든 돌봄 기관들은 각자도생이다. 한국 사회가 각자도생의 사회이니 우리라고 예외를 둘 수는 없지만 참 생각해 볼 일이다. 지역아동센터는 공적으로 지역의 아동들을 모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데, 일정 수 이상을 반드시 취약계층 아동들로 채워야 한다. 어디 가서 그런 아동들을 특별히 모셔오랴 고민이 적지 않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을 모집하고, 시설을 임대하고, 종사자를 고용하고,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고, 운영방식을 고민하는 그 모든 것이 운영자의 책임이다. 초등 돌봄을 그렇게 중요해서 늘리겠다고 기를 쓰면서 민간의 지역아동센터는 마치 2중대 돌봄으로 남겨둔 모양새다.
학교 돌봄이 충분히 아동돌봄을 모두 할 수 있으면, 다함께돌봄센터로 돌봄을 모두 감당할 수 있으면 지역아동센터는 어찌 되든 돌아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다. 마치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바라보는 잠재적 노동 시장으로 정규직을 길들이고 임금구조를 악화시키는 주요 근거지로 작용하듯이 지역아동센터가 돌봄이나 사회복지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탄이 이어진다.
새까맣고 빠릿하게 섰던 머리칼이 희끗희끗하고 성성해질 때까지 초등돌봄의 한 복판에서 제도화의 물결에 휩쓸려 그 세월을 살았건만, 한 번도 마음 편한 순간이 없이 민간인으로 복지사업을 하는 것이 참 한탄스럽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세간의 그런 이야기들을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간의 세월은 지금의 센터 하나하나를 세워내는데 힘을 들인 시간이다. 그만큼의 세월을 들여 겨우 이것만큼 밖에는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만큼의 제도를 만들어왔다는 것에서 위로를 삼을 밖에다. 이제는 그런 시설을 넘어서 동네와 지역을 고민해야 할 때다. 하나의 기관과 한 명의 종사자가 아니라, 우리 동네 돌봄과 우리 동네 선생님을 고민해야 할 2차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함께다.

※ 본 글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7307/
Copyright ©2026 교육을바꾸는사람들 unless otherwise no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