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by slowalk | 2018-09-06 10:00

※ 이 글은 지난 칼럼이었던 <그리고 8월 “그 날” 이후>의 후속편입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고 각종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이 십만 명이 넘습니다. 작년 서울시 9급 공무원 시험에 원서를 낸 사람도 거의 9만 명에 근접합니다. 아이들의 꿈이 공무원과 건물주인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나만의 ‘밥’을 위해 타인의 ‘밥’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도 미래가 없습니다. 각자도생! 나만 아니면 돼! 이런 사회도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경쟁하여 생존하라고 배워왔고 또 살아가면서 그렇게 경험해 왔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 공동체 의식, 협력, 공감, 소통 등 우리가 교육과정에서 접한 단어들은 현실에서 사어(死語)입니다.

 

지난 해 8월 말 2021학년도 수능 체제에서 절대평가 방식을 어느 영역으로 확대할지 논의하면서 우리 사회의 목소리는 둘로 갈라졌습니다. 그리고 작년 9월 이후 대입정책포럼, 국민제안 열린마당, 모두의 대입발언대(온라인 플랫폼), 미래세대 토론회, 지역순회 국민대토론회, TV 토론회 등 많은 의견 수렴 과정이 있었지만, 우리는 교육이 빠진 입시가 얼마나 허망한지 다시금 절감하였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국가가 국민들에게 편싸움을 하라고 판을 깔아주었으니, 국민은 그저 한바탕 싸우고 말았습니다.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관련 의견 수렴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1차 대입정책포럼을 시작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어른들은 내 ‘밥’에 관심이 있을 뿐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밥’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이 과거에 학교를 다녔던 경험, 과거에 치렀던 대학 입시의 경험,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겪었던 불공정한 현실 경험, 이 경험을 기준으로 미래의 대입 전형을 논의한 셈입니다. 지난 8월 17일 정부의 2022 대입안 발표 이후에도 날카로운 주장과 대립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봉합되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꿈이 공무원과 건물주인 나라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앞의 문장에서 아이들의 꿈이란 어른들의 욕망에 다름 아닙니다. 아이들이 어떤 꿈을 꾸는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것은 알고 있는지, 뭘 잘하고 못하는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어디에 소질이 있고 없는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모두에게 똑같은 것을 가르치는 교육, 점수를 매겨서 서열을 만드는 평가 방식은 18세기 1차 산업혁명 시대 이후 짧은 시간에 많은 공장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주입식으로 가르쳐 표준화된 인재를 키워내던 방식입니다. 그런 교육 체제에서는 아이들의 진짜 얼굴은 무시되고 점수만 남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융·복합 문제 해결력, 창의력, 소통 능력, 협업 능력을 1차 산업혁명 시대에 만들어진 방식으로 대비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 타고난 소질과 적성을 키우고 창의성을 신장시키려면 교육이 바뀌어야 하고, 평가도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일 년간 교육은 사라지고 평가만 남았습니다. 미래는 사라지고 과거만 남았습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무엇을 할 줄 아는가’와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더 중요한 시대에 이미 접어들었지만, 대학이 중요하니 “공정”하게 대학에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이미 눈 앞의 현실입니다. 기존의 교육과 입시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 우리 아이들의 ‘밥’이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우리의 밥”을 위해 “아이들의 밥”을 내팽겨치지 않았는지 두고두고 새겨볼 일입니다.

 

교육 개혁과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 대입제도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현 정부처럼 과거 정부도 대입 개편을 추진했으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고비용과 비효율로 학부모들의 부담만 가중시켜 온 이유도 대입제도만을 바꾸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학교 교육 현장의 변화 없이, 교사들의 변화 없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지 새롭게 정립하지 않고 대학의 선발 방식만 바꾼다면, 달라질 것은 단지 겉모양일 뿐입니다. 새로 들어온 정부는 이전 정부의 가면을 벗겨내고 새 가면을 덮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대입제도를 바꾸었습니다. 가면 속 사람의 얼굴을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새로운 대입제도 설계의 핵심이자 출발점은 전면적인 교육 개혁입니다. 학교교육 개혁은 고등학교에만 한정되지 않고, 유아교육부터 평생교육에 이르는 전면적인 교육 개혁을 의미합니다. 교육을 먼저 바꿀 것인가, 아니면 입시를 먼저 바꿀 것인가. 교육과 입시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는 있지만 두 바퀴가 같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입시를 통해 교육을 견인할 수도 있고, 교육을 통해 입시를 견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일 년의 논의과정에서 학부모들은 입시를 바꾸기에는 아직 학교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듯 합니다. 중학교 3학년 아이의 대학입시를 바꾸자고 하면, 현재의 입시 체제에서 이미 기득권을 획득한 학부모들이 반발합니다. 이미 유아교육 단계에서부터 투자하여 얻어낸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교육도 마찬가지로 기존 입시에 맞춰놓았는데 바꾸자고 하니 기득권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을 걱정하여 반발합니다. 그래서 공정성의 이름을 가져옵니다. 이번에 수능 절대평가를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다음 정부가 다시 상대평가로 뒤집겠다고 들면 또 바뀌는 게 현실입니다. 전면적인 교육 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긴 호흡으로 완전히 새로운 학교 교육을 유아교육부터 만들어 갈 때 지속 가능한 대입제도를 만들 수 있고 기대했던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교육 개혁이 동반되지 않는 대입제도 개혁은 사회적 논란만 키울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입제도가 아니라 전면적인 교육 개혁을 논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난 1년의 논쟁 과정에서 확인했던 교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신뢰받지 못하는 교사, 무력한 학교 교육을 두고 학교 교육 중심의 대입제도를 논할 수 없습니다. 1) 학생이 미래를 살아갈 때 필요한 역량을 기르도록 학교 교육을 지원하는 대학 입시, 2) 학생 맞춤형 학교 교육과 학생 맞춤형 대학 입시의 연결, 이 두 가지를 실현하려면 학교 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필수적입니다. 전면적 교육 개혁을 통해 학교와 교사의 신뢰를 회복하고 학교교육과 연계된 대입제도를 만드는 일, 이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일본도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를 총체적으로 개혁하고 있는 중입니다. 2014년 12월 22일 일본의 교육개혁심의회가 문부과학성에게 보낸 답신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고교대학연계 실현을 위한 고등학교 교육, 대학교육, 대학입학자선발의 일체적 개혁에 대해(新しい時代にふさわしい高大接続の実現に向けた高等学校教育、大学教育、大学入学者選抜の一体的改革について)」에는 매우 의미 있는 문구가 나옵니다.

 

“특히, 18살에 치르게 되는 한 번밖에 없는 입시라는 특수한 행사가 긴 인생의 항로에 있어서 최대의 분기점 혹은 목표가 된다. 일본 사회적으로 뿌리 깊게 박힌 과거형의 ‘대학 입시’와 그 배경이 되는 획일적인 시험에서 정답을 찾기 위한 문제를 풀고 그 결과 점수에 의한 선발을 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공평성’이라는 관념을 없애야 한다. 대학입학자 선발은 한 시점의 학력 검사로 인해 나머지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워진 시대를 살고 있으므로 평생을 배우고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극복하면서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아가는 등, 더 좋은 사회 만들기에 공헌할 수 있는 인간으로 육성하는 것이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교육의 사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 대학입학자 선발은 젊은 세대의 학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각자의 꿈과 목표를 가지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칠 수 있도록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교육을 원활하게 이어주는 관점에서부터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학 입시’와 ‘공평성’에 관한 의식을 개혁시키고, 연령, 성별, 국적, 문화, 장애의 유무, 지역적 차이, 가정환경 등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한 사람이 고등학교까지 쌓은 다양한 힘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정’하게 평가하고 선발하려는 의식을 세워야 한다.”

 

일본은 결정하였지만, 우리는 지난 일 년간 논의했으나 결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물러섰습니다. 언젠가 다시 새로운 혁신을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학력인구의 급감과 출생아의 급감으로 인해 학교 교육도 대입제도도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이루어질 새로운 대입제도 논의는 새로운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미래의 대입제도가 학생 맞춤형 학교 교육과 학생 맞춤형 대학 입시가 연결된 고교-대학 연계 학생부전형이라면, 대학과 고등학교(교육청)가 논의의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학생의 역량을 길러 주는 학교 교육, 학교 교육 중심의 대학 입시, 학생 맞춤형 교육과 입시로 나아가기 위한 교육 개혁은 선물처럼 주어지지 않습니다.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나서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교육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광장을 만드는 일이 우선적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국가 차원의 총체적 교육 개혁을 구상하고 단계적으로 하나씩 실현하기 시작해야 새로운 학교교육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앞으로 만들어질 바람직한 대입제도 논의 구조는 정부가 독자적으로 밀실에서 논의하거나 정부와 몇몇 대학과 협의하는 형태도 아니고, 무작정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에 맡겨두는 형태도 아닙니다. 이제 고등학교 현장과 대학이 함께 모여 토론하는 광장에서 새로운 대입제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며, 모든 교육청이 참여하고 대학들이 모이는 상시 기구를 시도교육감협의회에 두고 각 교육청에도 두어야 합니다. 여기서 지난 1년간 논의되어 온 주제들을 복기하고 앞으로 나갈 방향을 세워야 합니다. 교육청이 광장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대입제도를 논의하는 목적이 더 좋은 학교 교육을 만드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대입정책 설계의 지향점이 ‘대학이 어떤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에서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갈 것인가’로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교육청은 대입제도 논의에서 소외되어 있었으며, 단지 정부의 결정이 이루어진 후에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의견 수렴의 대상이었습니다. 법적으로도 교육감은 대입제도에 관여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교육청이라는 광장에서 새로운 대입제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우리 아이들이 획일적 교육과 입시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찾고 키울 수 있는 학교 교육 개혁을 위해 작은 일에서부터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대입제도를 설계하는 일은 더 좋은 학교 교육을 만들어가는 일과 다르지 않으며, 이는 교육청 본연의 업무입니다.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입 발표 이후 더 좋은 학교 교육과 새로운 대입제도를 논의하는 곳이 없습니다. 이번 논의 결과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도 크고 실망도 큽니다. 앞으로 정부도, 국회도, 또 다른 어디에서도 학교 교육과 대입제도를 논의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기약할 수 없는 언젠가 다시 새로운 대입제도를 논의할 때에도 지금처럼 진정한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퇴보하거나 미봉책에 불과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당장 눈앞에서 뾰족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작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변화입니다. 교육청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한다면 교육청은 다음의 과제를 추진해야 합니다.

 

 

1. 교육청에 학교 교육과 대입제도를 논의할 상설 기구를 만들고 “고교-대학연계포럼” 운영

 

이번 정부 발표안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신뢰를 높일 방안이 없습니다. 학생부 기록의 신뢰 회복은 고등학교의 역할이고, 학생부 평가의 신뢰 회복은 대학의 역할입니다. 고등학교의 역할이 있고 대학의 역할이 있는데, 서로 다르지만 하나의 지향점을 갖고 같이 걸어가야 합니다. 그 방향성이 고등학교의 수업개선과 평가 방식의 개선입니다. 이를 위한 고등학교의 노력이 신뢰를 얻는다면 고교 성취평가제와 수능 절대평가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리라 생각합니다. 대학은 깜깜이 전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학생부 평가 기준과 과정, 결과가 공유되고, 평가 결과에 대한 고등학교의 이의신청에 대한 피드백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대학의 평가도 고등학교로부터 신뢰를 얻습니다.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의 학생평가가 만나는 공간이 “고교-대학연계 포럼”입니다. 고등학교의 수업개선과 학생부 기록 개선, 대학의 학생부 평가에 대한 정보가 서로 공유되는 기구를 만들어서, 여기서 대학입시의 주체인 고등학교와 대학이 서로 신뢰를 쌓아가야 사회도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를 신뢰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 고등학교와 대학의 신뢰, 학교와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 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이에 최적화된 새로운 대입정책을 설계해 가야 합니다. 거대담론까지 나아가려면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교육청 내 상설 기구가 “고교-대학연계 포럼”의 운영을 담당합니다. 교육부에는 대입제도를 담당하는 대입정책과가 있습니다. 교육청도 대입정책을 담당하는 상설 기구(혹은 조직)가 필요하고, 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장학지도를 하나의 거대 부서에서 상시적으로 조율해 가야 합니다.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의 학생 선발을 두고 서로 소통하고, 정부와 협력하여 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입제도를 만들어가려면 교육청의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2. 개별 교육청이 운영하는 “고교-대학연계 포럼”의 교육청 간 연계

 

각 교육청의 상설 기구인 “고교-대학연계 포럼”이 만들어지면, 전국 각 교육청의 “고교-대학연계 포럼”을 느슨하게 조직화하는 협의 기구가 필요합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의 협의 기구가 될 수도 있고, 각 교육청의 혁신 교육을 담당하는 장학사/관 + 대입 담당 장학사/관들의 협의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전국 교육청 협의체에서 각 교육청의 진행 경과를 공유하고 성과와 과제를 논의합니다. 해마다 조직과 운영을 주관하는 교육청이 달라져도 좋습니다. 대학입시는 대입 담당 부서만의 몫이 아니고 교육과정 부서와 학생부 기록 관련 부서가 같이 참여해야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3. 모든 학교가 운영하는 학부모 아카데미

 

초중고 각급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 아카데미를 열어야 합니다. 학교가 아이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학부모와 더불어 같이 교육을 고민하며 성장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가 학교를 신뢰하지 않고 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청이 아니라) 일선 학교에 학부모 아카데미를 만들어서 학교가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학부모는 교사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서로의 요구와 필요를 소통하고 실행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신뢰 제고뿐만 아니라 조만간 다시 시작하게 될 대입 개편에서도 학부모의 신뢰는 필수적입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의 마케팅에 현혹되어 마치 이제는 수능에 몰입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 약간 달라지는 수시모집 지원 전략, 고등학교 선택 등 학부모들이 조언을 얻을 곳이 사교육밖에 없다면 학부모들의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지 못합니다. 학교가 나서서 학부모의 불안을 해소하도록 교육청이 안내 자료도 만들고 행정적으로도 지원해야 합니다.

 

 

4. 일선 학교로 선제적 자율권 이양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교육과정 편성과 학교 운영의 자율권을 선제적으로 대폭 이관해 주어야 합니다. 이미 정부의 정책에 따라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자율권이 이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교육청에서 일선 학교로 자율권이 부여됩니다. 그러나 2022학년도 대입 발표와 더불어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은 2025년으로 미뤄졌고, 2028학년도에 시행되는 새로운 대입제도가 예고되었습니다. 물론 이 일정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정시확대 정책으로 인해 수업개선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은 힘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고교학점제, 수능 절대평가, 내신성취평가, 이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을지 학교 현장에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의 변화와 혁신의 힘을 유지하여 미래에 이루어질 정책 변화의 동력으로 삼으려면 일선 학교로 자율권이 대폭 이관되어야 하고, 교사들의 평가권도 확립되어야 합니다. 교육청이 선제적으로 일선 학교에 자율권을 부여하여 교육혁신이 학교 현장에서 더욱 자유롭고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가 교육청 감사로부터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으려면, 교육청이 학교의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교사의 수업권과 평가권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한다는 선제적 선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선언과 더불어 자율권의 범위도 정해져야 합니다. 단위 학교가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교사가 수업의 내용과 형식을 정하며 교재와 부교재를 선택할 수 있어야 새로운 수업이 시도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자긍심을 갖고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더불어 하고 싶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권장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5. 학교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학교컨설팅

 

현재도 학교 컨설팅, 학생부 컨설팅, 수업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청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의 컨설팅은 일종의 사전 감사 형태로 진행됩니다. 교육청의 지침을 학교가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일종의 장학지도입니다. 학교 컨설팅의 방향을 새롭게 세워서 자율권을 가진 학교가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실행해 갈 수 있도록 교육청이 도와주어야 합니다. 새로운 학교컨설팅은 학교가 혹은 개별 교사가 시도하는 새로운 교육에 대한 교육청의 인증이자 동시에 교육청에서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지 협의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학교 내에서 새로운 수업 혁신을 시도하는 선생님이 많아져야 합니다. 선생님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감사에 걸릴까 걱정하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가 컨설팅이고, 컨설팅을 통해 수업 혁신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하고 시상해야 합니다. 수업 개선을 실행에 옮기려면 교사들의 동기와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교사 학습공동체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이 사업 참여자들에게 예산 운영의 자율권을 대폭 늘려서 교과 내, 교과간, 학교간 학습동아리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래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누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해야 할 지 논의하다가 현실의 벽과 규제의 절벽에 가로 막혀 논의를 멈춘다면 우리의 미래는 현재와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밥“도 줄어들고, 우리의 ”밥“도 줄어듭니다. 우리가 아무 것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가난은 우리의 확실한 미래입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