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동향]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는 각국의 다양성 교육

by gyobasaNPO | 2021-03-31 18:03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몸살을 겪는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타인들을 인정하고 존중하기보다는 드러내놓고 혐오하는 정서가 만연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조지아(Georgia) 주 애틀랜타(Atlanta)에서 아시아인 여성노동자 다수가 총격으로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아시아인 대상 혐오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는 학교에서도 기존의 반차별(anti-discrimination) 교육이나 다양성(diversity) 교육을 넘어 그 이상의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논의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인종차별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특정 인종/민족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교가 다양성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서입니다. 이에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은 차별과 혐오에 대항해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 앞에서 해외의 교육계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단락마다 링크되어 있는 부분을 클릭하시면 관련 참고자료의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규교과에 ‘민족학’ 포함하기로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나온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前)대통령의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 및 ‘쿵플루(Kung Flu)’ 발언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정서가 더욱 증폭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한 해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 섬주민(AAPI, Asian-American Pacific Islanders) 인권옹호 단체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피해만 해도 3,800여 건이라고 하는데요(3월 17일자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 기사 원문보기).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던 와중에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의 여러 교육전문가들은 아시아인 및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이 학교에서부터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며 학생들의 다양한 정체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교육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아시아에 수많은 나라가 존재하는데도 하나의 ‘아시아’로 묶어 생각하는 관행이 여전하고, 아시아인 또는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학업성취도가 높은 편이라는 또 다른 편견으로 인해 이 학생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3월 25일자 <에듀케이션 위크(Education Week)> 기사 원문보기).

 

이런 상황에서, 캘리포니아 주 교육위원회는 최근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민족학(ethnic studies)’을 포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립학교 학생 620만 명 중 백인 비율이 22%밖에 되지 않는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 몇 년간 정규교과에 민족학 교과를 포함하는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해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민족학 교과 도입이 단순히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각자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고, 그동안 많은 학생들이 내면화해온 ‘백인우월주의(white supremacy)’에 도전하려는 목적으로 민족학 교과가 도입되고 활용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러닝포저스티스(Learning for Justice)> 2021년 봄 호 기사 원문보기)

 

 

영국 웨일스, 소수인종 역사교육 의무화

 

영국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영국 내 아시아인 커뮤니티에서 증오범죄가 300%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입니다. 중국계 등 아시아인들이 운영하는 테이크아웃 음식점이 공격을 당하고, 영국 전역 차이나타운 내 음식점들에 대해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길거리에서 아시아계 사람들이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3월 21일자 <알자지라(Aljazeera)> 기사 원문보기)

 

이와 관련해, 웨일스(Wales)의 학교에서는 이른바 ‘BAME(Black, Asian and Minority Ethnic, 흑인, 아시아인, 그 외 소수민족)’의 역사를 배우는 커리큘럼이 내년부터 의무화됩니다. ‘올바른 지식에 근거해 행동하는 윤리적인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웨일스 BAME 역사교육의 목표입니다. 웨일스 역시 단순히 수업시간에 소수민족의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서 보다 큰 틀에서의 접근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예비교사 및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반인종주의(anti-racism) 훈련과 다양성(diversity) 훈련을 제공하고, 더 많은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 학생들이 교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며, 이들이 교사가 된 뒤에도 직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지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접근은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신과 같은 민족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선생님을 만나고 그들을 모델로 삼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3월 19일자 <가디언(Guardian)> 기사 원문보기)

 

 

캐나다, 교원 다양화 필요성 대두

 

캐나다도 비백인(non-white), 원주민(indigenous people) 인구에 대한 차별의 역사가 오래된 곳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시아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캐나다도 예외가 아닙니다. 토론토 대학(University of Toronto) 사회학과에 재직 중인 한 중국계 교수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중국계 인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행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이와 같은 차별 행위가 설문응답자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상관없이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이는 결국 그러한 차별행위가 오로지 피부색과 외모, 즉 ‘아시아인’ 또는 ‘중국인’으로 특징지어지는 외모로 인해 발생하는 것임을 시사합니다(3월 25일자 글 원문보기)

 

반차별 교육이나 다양성 교육은 캐나다 교육에 이미 이런저런 형태로 존재해왔습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이른바 구조적·제도적 인종차별(systemic racism)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해왔던 단순하고 일회적인 반차별 교육이나 다양성 교육, 구호나 수사로서의 반인종주의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이를 위해 교원양성 기관인 각 대학 교육학과에서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반인종주의 트레이닝과 교육이 필요하며, 다양한 인종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교직으로 진출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2월 18일자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기사 원문보기).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가

 

그렇다면 우리 사회, 우리 교육현장은 어떨까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방역은커녕 최소한의 삶의 조건조차 보장되지 않는 노동현장에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가 사망하고, 이주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검사가 실시되는 상황은 한국사회의 인종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도 학교마다 다양한 인종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존재하는데, 이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오랫동안 ‘다문화’ 라는, 또 하나의 낙인이 되어버린 이름으로만 이뤄지고 있지 않나 우려됩니다.

 

위에서 영국 웨일스 지역은 소수인종 역사교육을 의무화하면서 이와 같은 조치가 ‘윤리적인 시민’을 기르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의 학교교육이 ‘윤리적인 시민’을 길러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은 그 방법 중 하나로 지난 호 저널에서 ‘사회성-감성 학습(Social-Emotional Learning)’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혹시 놓치셨다면 함께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지난 호 글 바로가기).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6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