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1-03-18 10:48
2017년 12월 ‘국가교육회의’가 설치되었다. 「국가교육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9950호)을 근거로 ‘교육혁신, 학술 진흥, 인적 자원 개발 및 인재 양성과 관련된 주요 정책 등에 관한 사항을 효율적으로 심의·조정’(제2조 ‘설치 및 기능’)하는데 설치 목적이 있다. 대통령 직속 민관합동 자문기구의 성격을 지니는 국가교육회의는 지금까지 20여 차례의 회의와 교육정책 관련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면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제21차 회의(2020.12.15)에서 국가교육회의(의장 김진경)는 「미래 학교와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이하 ‘교원양성 방향’)」을 심의·의결하였다(국가교육회의기획단 보도자료, 2020.12.15). 교원양성 방향에 대한 정책 집중 숙의 결과와 권고안을 발표하기까지 6차에 걸쳐 이해관계자(집단) 대표 31명의 집중 숙의가 이루어졌고(2020.9.26~12.5), 4회의 권역별 경청회(2020.8.24, 9.2, 9.4, 9.7)와 24,656명이 참여한 대국민 여론조사(2020.10.3.~10.16), 그리고 294명이 참여한 검토그룹 온라인 숙의(2020.10.3~10.13) 과정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가교육회의는 미래 교원양성 방향에 대해 정책 제안과 더불어 교육부, 교원양성기관, 시·도교육청을 향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국가교육회의는 교육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미래교육이 나아가야 하고 그것을 위해 교원양성체제 발전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교원양성교육과정의 발전, 교원양성규모 적정화, 교원양성체제의 발전을 의제로 삼았고, 정책 집중 숙의를 진행한 결과를 협의문에 담아 발표하였다. 즉, 교원양성교육과정의 현장성 강화(학습자 발달 중심, 지역사회 협력, 실습 내실화 등), 초등교원 양성 규모 관리 및 중등교원 양성 규모 축소, 지역 상황을 고려한 교원양성체제 발전(권역별 교대 통합, 교대·거점대 통합 등), 2021년 내 단계적 시행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이 협의문 및 권고안의 주요 골자다.
국가교육회의가 ‘교원양성’을 의제로 삼고 이해관계자를 포함하여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도출해낼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필자는 교사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러한 시도가 매우 반가웠다. 국가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방법론으로 ‘숙의(熟議, deliberation)’의 방식이 채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교육의 민주성을 전제 또는 추구한다는 점에서 발전적으로 여겨졌다. 소수의 정책입안자와 대학의 지식권력자들이 밀실 탁상에서 교육정책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교육현장에 하달하는 ‘그들만의’ 또는 ‘그들에 의한’ 정책이 아니라, ‘우리의’,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정책이 가능함을 보여줄 기회이자 운동이 될 것 같아서 그 과정과 결과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난 1월 발간된 「미래 학교와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원양성체제 발전방향 수립을 위한 조사·숙의 백서」(이하, ‘백서’)를 읽으며, 그 기대는 못내 아쉬움으로 변했다. 유아교육은 아직도, 여전히 우리의 ‘교육’에서 열외인 안타까운 현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가 주도한 ‘미래 학교와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원양성체제 발전방향 수립’ 과정에 대한 유감을 유아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말해보고자 한다.
미래교육의 교원양성체제를 논하는 장에 유아교육은 존재하는가?
정책 집중 숙의에는 교원(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4개 단체), 예비교원(전국교육대학생연합 등 4개 단체), 교원양성기관(전국국공립대학교사범대학총장협의회 등 6개 단체), 교육청(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 권역별 추천인), 전문가(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 8개 연구기관), 시민(학부모단체 등 3개 단체)의 대표로 구성된 핵심당사자들(?)이 참여하였다. 국가교육회의는 이들 핵심당사자들의 집중 숙의에 앞서 사회변화와 학생의 변화, 2030 미래교육의 방향, 학교와 교원의 역할 변화, 교사양성의 현황과 과제 등을 정리하여 사전 자료를 배부하였다. 여기에서부터 유아교육은 빠져있다. 이 자료에서 지칭하는 학생과 학교, 교원은 초·중·고등학생과 초·중·고교 그리고 초·중·고 교사들이었으며, 교육정책의 최근 변화와 교원양성기관의 과제에도 초·중·고교 교원 임용에 관한 내용에 국한되어 있었다. 논지의 증거자료로 제시한 각종 통계자료 역시 유아나 유아교육기관, 유아교사의 정보는 없었다. 이러한 사전배부 자료를 읽은 핵심당사자들의 발제 내용 또한 초·중·고 학교교육의 내용 일색이었다. 그나마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유치원 교원양성체제 개편을 위한 의견서’가 유아교육을 드러낸 유일한 문건이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유치원교원의 전문성과 과잉공급을 들어 ‘4년제 사범대 유아교육과 대폭 신설’을 비롯한 몇 가지 개선방향을 제안하였지만, 이 또한 유아교육의 현실과 유아교육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한 것인지 염려되는 내용이었다.
핵심당사자들의 집중 숙의 과정뿐 아니라, 권역별 경청회에서도 유아교육이 제외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청회에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을 발표한 이들도 교대 교수, 교대 학생, 사대 교수, 사대 학생, 초임교사, 교육청, 학부모, 기초자치단체의 권역별 대표자들로, 35명의 발표자 중에는 유아교육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발표 내용 그 어디에도 유아교육의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일반 국민 및 교육관계자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대국민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사대상 표집에서부터 유아교육은 배제되어 있었다. 학생은 ‘대한민국 내 재학 중인 초등학생 5-6학년, 중학생 1-2학년, 고등학생 1-2학년’을, 학부모는 ‘대한민국 내 재학 중인 초등학생 5-6학년, 중학생 1-2학년, 고등학생 1-2학년 자녀를 가진 학부모’를, 교원은 ‘대한민국 내 초등 및 중등학교에 근무 중인 교원’을 모집단으로 설정해 두고, 전국 356개의 초/중/고를 대상으로 Web survey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숙의에서도 앞선 여론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 가운데 권역별/연령별 현황에 따라 추출된 표본으로 토의를 진행하였으니 유아교육이 거론되지 않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유아교육이 없는 교육에 대한 논의가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사회적 협의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협의문 말미에 추가 제안사항의 하나로 ‘유아·특수교육을 위한 교원양성체제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언급만으로는 유아교육 패싱이 정당화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된다. 교육의 변화를 위해 여러 사람이 팀을 이루어야 한다는데, 유아교육은 팀이 아닌가? 팀이 될 수 없는가? 국가 교육의 출발점으로 유아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것, 그것은 필자를 포함한 유아교육자들의 환상이라고 국가교육회의의 백서가 그리 말하는 것만 같아 몹시 씁쓸하다.
유치원교육만이 유아교육인가?
우리나라의 유아들, 즉 만 3세에서 초등학교 취학 전 연령의 유아기 학습자들 대부분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약 61만 명의 유아가 약 5만 3천 명의 유치원 교원과 함께 약 8천 7백 개의 유치원에서 지내고 있으며, 약 56만 명의 유아가 약 33만 명의 보육교직원과 함께 약 3만 7천 개의 어린이집에서 지내고 있다. 국가 예산으로는 약 7조 3천억 원(2020년도 기준 교육부 소관의 약 3조 9천억 원, 보건복지부 소관의 약 3조 4천억 원)이 이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지원되고 있다. 양적으로만 보더라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의 수가 비슷하고, 유치원 대비 소규모인 어린이집의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기관 수나 소속 교(직)원의 수 또한 비등하며, 국가가 지원하는 예산의 금액에도 큰 차이가 없다. 유아가 유치원에 다닐 것인지, 어린이집을 다닐 것인지는 보호자의 선택에 달려있을 뿐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유아들이 나라의 지원을 받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고 있는데, 교육정책의 논의에 유치원교육만을 유아교육이라고 주장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가?
교육기본법(법률 제15950호)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육의 대상은 ‘모든 국민’(제1조 ‘목적’, 제2조 ‘교육이념’, 제3조 ‘학습권’)이다. ‘학교’(제9조 학교교육)라고 명명되는 곳의 학생들만으로 교육대상이 제한되지 않는다. 유아교육법(법률 제17661호)이 규정하는 학교로서의 ‘유치원’(제2조 ‘정의’)뿐 아니라, ‘영유아의 심신을 보호하고 건전하게 교육하여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함’(제1조 ‘목적’)을 목적으로 ‘영유아의 발달 특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어린이집(제2조 ‘정의’) 또한 유아의 교육, 유아를 위한 교육을 행하는 교육기관이다. 유아교육은 유아의(of) 교육, 유아를 위한(for) 교육이며, 유치원에 다니든 어린이집에 다니든 유아가 있는 곳은 유아교육기관임에 분명하다.
유치원의 행정부처가 교육부이고 어린이집의 행정부처가 보건복지부라는 이유로, (유아)교육(정책)을 이야기할 때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를 논외로 두는 것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학습권과 보육교사의 교권을 무시하는 처사다. 앞서 언급한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유치원교원 양성체계 개선방향 제안이나 일부 토론에 대한 필자의 염려는 유치원, 특히 공립유치원에 치우쳐 유아교육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데서 비롯한 것이다. 교육에서 초·중·고 학교와 유아교육기관이 한 팀이 되어 교육의 변화를 협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만큼,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유아교육의 한 팀이 되어 초·중등학교와 대등한 위치에서 대한민국의 교육 변화를 협의해야 마땅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유아교육의 미래와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원양성체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필자는 유아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정책, 교원양성정책의 논의에서 어떠한 행보를 취해야 할지 자문하다가 ‘따로 또 같이’라는 일상적 표현을 떠올렸다. 교육의 큰 그림 안에서 교육을 함께 논하되, 유아교육의 특성을 잃어버리거나 왜곡당하지 않도록 ‘따로 또 같이’ 가기와 ‘같이 또 따로’ 가기를 거듭해야 한다고 본다.
초·중·고등학교 교육과 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유아교육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발달적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유아기 학습자의 특성상 돌봄/배움/가르침이 분리될 수 없는 유아교육은 돌봄과 교육을 이분화 하(려)는 초등교육과 기본 지향에서 차이가 있다. 교사의 수업중심, 교과와 성취기준 기반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유아의 경험중심, 놀이중심을 추구하는 유아교육과정은 그 성격이 다르며 실행되는 교육과정의 모습 또한 다르다. 따라서 교사에게 요구하는 역량에 다분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유아교육의 교육 지향과 교육과정의 성격을 도외시하고 초중등학교 교육과 유아교육을 단순히 ‘같이’ 묶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현행 양성기관평가만 보더라도 확연히 드러난다. 유아교원양성과정의 목적이 교과전문성을 갖춘 수학교사, 과학교사, 음악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과교육학과 일반교육학 기준의 평가지표로써 유아교원양성기관의 역량을 재단하고 등급 매기는 것이 현실이다.
교원의 역할이 ‘학습 촉진자’, ‘기획자’, ‘소통·협력자’, ‘평생 학습자’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이해와 공감’, ‘소통’, ‘지역과의 연계’, ‘협업’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교원양성 방향’의 총론적 방향에 공감하는 한편, 유아교사의 역할과 역량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 것인지 각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래 교육이 요구하는 교원으로서의 역량과 함께 유아를 교육하는 교원의 역량을 그야말로 따로 또 같이, 또 같이 또 따로 충분히 이야기해야 한다.
교사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유아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둘만 모여도 의견을 합치기 어려운 것이 다반사인데, 한국 사회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교육’에 대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협의하고 나아가 합의를 도출해 낸다는 것은 큰 산을 옮기는 것처럼 정말이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내고 있는 우리 시대 우공(愚公)들의 노력과 도전을 응원하면서, 대한민국 교육의 장에서 당당히 유아교육이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또 유아교육의 목소리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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