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를 정책·제도적 관점에서 되돌아보다

by gyobasaNPO | 2021-03-17 11:05

들어가며: 초창기 혁신학교와 현재의 혁신학교

 

혁신학교 수가 늘어남에 따라 혁신학교의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다.1 모든 학교는 자생적인 특징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혁신학교 원형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2 오히려 원형의 혁신학교보다 더 나은 혁신학교들이 나타나고 진화하는 장점도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없지는 않다.

 

혁신학교의 수가 늘어나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었지만, 초창기 혁신학교의 원형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주민직선제로 교육자치를 시작한 2009년 당시 13개의 혁신학교가 시작되었는데, 초기 정책에는 학교에 학교자치의 권한을 상당 부분 부여했다. 즉,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교육청 공문의 50% 정도를 시행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주었다. 학교자치의 개념이 처음 도입된 사례라 볼 수 있다.3 현재는 시·도교육청마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다양한 옷을 입히고 덧칠을 하여 혁신학교 원형의 모습은 희미해졌다. 여기서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는데, 혁신학교 제도를 만든 것은 교육청이지만 그 시작은 교원들의 자발적인 학교혁신 움직임이었다는 것이다. 즉, 일반학교에서 혁신학교의 철학-운동성이 확장되었고 그것을 교육청이 가져가 제도화한 것이다. 물론 시작 단계에서의 이야기이고, 현재는 교육부나 교육청이 주도적으로 나서 혁신학교를 지정하고 있으니 초창기 철학이나 정신이 꼭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혁신학교가 일반화되다 보니 연구·시범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대놓고 연구·시범학교라고 생각하는 교사·교감·교장·학부모·지역사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철학이 사라지면 껍데기만 남는다. 최근에야 부각되고 있는 학교자치를 처음 시도한 혁신학교에서 학교자치 원형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혁신학교 10년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이 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믿지만, 구성원들로부터 정말 그것이 혁신이라고 인정받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학교가 정말 혁신적인지는 외부의 평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벽을 쌓고 그 안에서 소통이 부재한 모습들이 흔하게 보인다. 혁신학교가 추구했던 가치와 철학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아무리 우수한 학교나 모델학교도 다른 학교에 그 모습 그대로 이전될 수는 없다. 학교마다 구성원과 규모, 지역 상황이 다른 것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인해 여러 부작용이 생겨나고 학교는 각종 사업만 난무하는 기관이 되어, 혁신학교 시작의 바탕이 된 철학과는 멀어져 왔다. 혁신학교는 우수모델의 개념이 아니었다. 우수모델을 다른 학교에 어설프게 정착시키려다 좌초하거나 구성원들에게 강압적으로 적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교육청에서도 혁신을 모르는 담당자들이 무리하게 혁신을 강요하면서 지역별로 많은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가 하면 문제가 있고, 시·도교육청이 하면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내가 한 것이 혁신이고, 네가 한 것은 비 혁신이라는 주장은 위험한 발상이다. 이러한 사고를 가진 자가 리더가 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특히 강한 흑백논리, 혁신학교와 비 혁신학교를 구분하는 것, 자신의 소신에 이의를 제기하면 적으로 삼는 것, 전임자의 성과와 자신의 성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발상 등은 혁신의 큰 걸림돌이다.

 

2009년부터 13개에서 시작한 경기도 내 혁신학교가 12년이 지난 2021년 현재 931개가 되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도 확산 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긍정적인 요인을 꼽아보자면 경기도를 기준으로 혁신 철학이 확산되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기도 내 2400여 개 학교 중 혁신을 모르는 이들은 없다. 그리고 학교가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비판을 하지만, 교육자치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극명하게 바뀐 것은 사실이다. 이제 전국 1만 3000여 개의 초·중·고 학교 중 혁신학교와 비 혁신학교를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화 과정에서의 상처와 학부모들의 시선, 그리고 일부 교원들의 시선들은 차갑기만 하다. 정책의 표류인지, 정책의 정체인지 많은 연구물과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래도 분석 자체가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이제 혁신학교는 혁신교육지구, 마을교육공동체 등 다양한 사업으로 분화되어 심화·발전되고 있다. 혁신학교는 교육자치 10년 기록의 이정표이자, 내면화된 우리들의 정신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갈 길은 멀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혁신학교를 되돌아보면서 아쉬운 부분 몇 가지를 적어보았다.

 

 

혁신학교에서 시작한 교사행정업무경감(교원행정업무 정상화)4사업

 

수업과 교육과정을 교사가 중심이 되어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의 행정업무가 경감되어야 한다. 초창기 혁신학교에서는 교원행정업무경감(이하 교원행정업무경감)을 획기적으로 지원한다면서 학교행정실무사를 고용하여 배치하였다. 원래 교원행정업무경감은 사업 총량 자체를 줄이거나 학교에 사업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대행자를 찾는 방향을 택했다. 처음에는 교사들은 수업만 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행정실, 행정실무사와 갈등을 빚었다. 업무는 그대로 남아 누군가 해야 하는데 서로 하지 않겠다고 하니, 이는 학교 내 노-노 갈등의 원인이 된다. 규모가 큰 학교는 무리가 없겠지만, 소규모 학교인 혁신학교에서 교무행정전담팀을 제외한 교사들이 행정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져왔다. 능력 있는 실무사·교감·교무부장, 교사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순환보직제 형태의 교무행정전담팀이 뒷받침되지 않고 대행자에 의존하는 방식은 임기응변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행정실무사(교육공무직-이하 행정실무사) 고용정책은 추후 인건비의 상승과 무기계약직 문제로 인해 많은 파행을 겪었다. 지난 2004년 8만 3899명이었던 교육공무직원은 2019년 16만 5548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5 여러 상황을 감안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 번 무기계약이 된다면 지속적으로 임금을 올려야 하고, 결국 정규직에 준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규직의 수를 늘리지 않고 무기계약직을 늘린 것도 문제지만, 행정실무사가 과연 학교 내에서 얼마나 잘 적응하고 정착하고 있는가도 짚어볼 부분이다. 실제로 시설직 공무원과 행정실무사의 역할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행정실무사들은 허드렛일을 하는 역할이 아니니 고유의 업무를 달라고 한다. 교사들은 수업이 고유의 업무라고 하고, 행정실은 급여 계산이 주 업무라고 하고, 행정실무사는 고유업무 분장을 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실제로 학교에서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못 박을 사람이 없어 시설 용역을 부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모든 것을 외주 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에 대한 고민과 허드렛일을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학교 내 상황과 맞물려 교원행정업무경감의 취지와 방향이 퇴색되어 가는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은 총량을 줄이거나, 학교에 사업선택권을 주고 단위학교에서 모든 것을 결정해 나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는 2-3개의 공문을 하나로 합쳐 보내고 공문의 수를 줄였다고 홍보해서는 현장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특정 요일에 출장을 보내지 않는 것도, 다른 날에 풍선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일부에서는 관료제 사회에 준하는 시스템을 적용받는 학교6이기에 교원행정업무경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교사는 국가직 공무원에, 국정과제를 기준으로 운영하는 국책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사실 중앙정부의 사업을 줄이거나 없앨 수 없다는 이유이다. 교원행정업무 경감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쩌면 원천적으로 행정 자체를 차단해야 하는 것인데, 공문 수 줄이기나 행정실무사 늘리기와 같은 변칙적인 접근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이 크다는 논리이다.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교사들이 하고 있는 행정업무를 모두 행정실에 넘기자는 논리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 대학이나 외국의 학교에서는 교사직과 행정직이 5:5 내지 6:4 정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행정직 수는 적은 것이 사실이다. 무기계약된 행정실무사를 포함한다면 더 늘어날 수 있으나, 이들의 권한이 미미하고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육부에서는 적당한 여론 형성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으로 교원 편을 들어주지도 않을 뿐더러, 과연 정책 사업이 없어지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있다. 교육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선출직으로 된 교육감이기에 교사 출신의 교육감일지라도 일반행정직과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 선거가 끝나면 늘상 조직개편을 하지만, 획기적이지 않은(학교 지원조직으로 되지 않는) 이유가 일반행정직과 공무원 노조의 힘이 그만큼 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찰·소방·군인 모두 공무원으로서 기본적인 행정업무를 하는데, 교사들만 왜 문제시 하냐고 한다. 반면 교사들은 수업이 주가 되기 위해서는 행정 업무는 행정실에서 담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고 교직 자체가 너무 행정과 교육이 이원화되어 있는 측면도 있다. 혁신학교에서 교원행정업무를 많이 경감했고, 행정전담팀을 만들었지만 대개의 경우 지속되기 힘들었다. 교사들은 오로지 수업만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교 구성원들과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런데 혁신학교에서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을 10년 이상 추진하고 난 뒤, 정말 교사들의 수업이 획기적으로 달라졌으며 학생 주도형 수업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는 우리 스스로 계속 점검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물론 수업에는 왕도가 없고,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다. 다만, 자신의 수업에 대한 평가는 교사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교원행정업무경감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교사의 재량권이 늘어나는 혁신학교에서 변화에 반기를 드는 교사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학부모들 또한 혁신학교가 일반학교와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는 이들도 많다. 혁신학교 확산 10년이 지난 지금, 교사 스스로 혁신학교의 정책과 수업혁신·교육과정 혁신·학생주도성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돌이켜 볼 때다. 모든 교사가 알고 있듯이 사실 일제식 수업이 편하고 교사중심 수업이 편하다. 그 원인에 대해 교사들은 입시·성적·과도한 행정업무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물론 특정 교사나 교원들을 전체인 것처럼 일반화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 스스로 혁신학교 내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이 가져온 효과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익숙한 타율이, 불편한 자율보다 낫다는 생각이 만연되면 조직의 발전은 없다. 다행히, 최근에는 행정교사제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고 있는 단체와 연구물들이 나오고 있다.7

 

 

혁신학교 예산 지원

 

10년 전, 경기도교육청은 초창기 혁신학교에 많은 지원을 했다. 당시 1억 원에 가까운 액수를 지원했는데, 현재는 수가 많아져 혁신학교 지정 후 연차별로 다르지만 매년 약 3000만 원 내외 가량의 지원만 하고 있다.8 예산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과거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중앙정부나 교육부와 사이가 안 좋았던 시기에는 연일 귀족학교, 과다예산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언론에서도 교육부나 중앙정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 하였는데9, 혁신학교에 대한 비난의 주 내용은 학생들 성적이 안 좋다는 것과 예산 과다책정이라는 것이었다. 성적에 관해서 이 장에서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예산의 과다책정에 대한 오해를 잠깐 짚어보겠다. 당시 연구시범학교에 2-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일반적이었다. 또한 MB정부 때 고교 300정책을 수행하면서 자사고·특목고에게 한 해, 한 학교 당 연간 수 억 원을 지원한 사례도 있었다.10 이것이야말로 특혜고, 과다 예산 투입이다. 이에 비하면 혁신학교를 시작하면서 1억 원의 예산을 책정한 것이 특혜라 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현재 혁신학교는 3000만 원 내외의 지원금을 받는 것이기에 일반학교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받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혁신학교 예산 지원 정책이 매년 달라졌고, 그 형태나 내용에 관해 교육청이 학교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비판은 초기보다 늘었다. 컨설팅의 명목이지만, 혁신학교의 예산을 어떻게 써야 하며, 어떻게 정산해야 하는지 너무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나와 있어 행정에 취약한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안 받고, 안 쓰고 싶다는 여론이 많다. 제도가 오래되면 관행이 남는다. 진화를 위한 다시 한 번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진화를 위해서 예산 지원뿐 아니라, 인사, 예산, 제도, 정책, 연수, 교육과정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정책적·제도적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시흥·오산·성남시의 경우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진행하면서 10년에 걸쳐 진화하며 원클릭 시스템의 도입으로 교사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시흥·오산·성남시에서는 한 학교에 1억이 넘는 돈이 지원되는데 예산 사용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많은 의견들이 반영되고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편리하게 원클릭으로 모든 사업-지출-정산을 해결한다. 지자체에서 예산 시스템에 대해 학교와 교사들의 의견을 받고 고민한 결과라 볼 수 있다. 교사-학생-지자체관계자-학부모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고, 전국적으로도 우수사례로 꼽힌다.

 

이 점을 볼 때 예산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가 핵심이다. 혁신학교에 투입된 교육청 예산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많은 교사들이 볼멘소리를 했지만, 교육청에서는 시스템 개선보다는 감사에 관심이 쏠려 있거나, 교사들이 행정을 기피하려 한다는 말만 하였다. 지자체는 시행착오를 거쳐 훨씬 더 간소한 행정으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교육청은 예산 시스템을 개선한 적이 거의 없다.11 이럴 바에는 차라리 혁신학교 예산을 별도로 지원하지 말고, 학교 기본운영비로 학교에 자치권을 부여하여 지원하는 방식이 낫다. 기본운영비로 하게 되면 교사가 정산하는 게 아니라, 학교 행정실 시스템에서 정산하게 되고, 교사의 품이 그만큼 덜 들어간다.

 

한가지 더 짚어보자면, 혁신학교 예산에 대한 매뉴얼을 내려 보내는 것은 혁신학교의 취지에 맞지 않다. 매뉴얼은 주체가 판단할 수 있는 기본 권한을 박탈하여 상급기관에 종속되게 만들어버린다. 모든 사안에 상급기관인 교육청에서 감사·예산지침·오류를 지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이는 학교자치나 혁신학교 철학과 맞지 않으며, 시대착오적인 방법이다. 모든 것은 단위학교에서 구성원들이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혁신학교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교육부나 교육청의 모든 정책과 사업들이 교사들을 믿고 맡기지 못하고, 늘 잘못만 지적해서 주눅 들게 만들더니 이제는 교사들이 행정에 약하다고 여긴다. 행정이 약하다면 행정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는 것이 맞다. 권한을 주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책임과 도덕성도 학교나 지역사회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에게 판단을 맡겨야 한다. 다양한 지역 내 가치를 반영하여 학교와 관련된 위원회(내부·외부)를 구성하게 하여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학교자치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혁신학교 근무 인센티브

 

혁신학교가 최초로 시작된 경기도만 하더라도 혁신학교 근무자에 대한 인사상 우대 정책이 몇 가지 있다. 교육전문직원 시험을 응시할 때 가산점이 부여되고12, 혁신학교에서 3년 이상 근무하게 되면 전보 가산점을 100% 부여받는다. 즉 3년 근무하면 6년 근무한 것으로 쳐주는 셈이다. 초창기 혁신학교를 도입할 때 연구학교점수(승진가산점)를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확산 과정에서 인센티브 위주의 정책이 결국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분열시킨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승진가산점인 연구학교점수는 현재 배제되어 있다. 다른 시·도교육청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실제 혁신학교 중에도 무늬만 혁신학교이거나 보통 이하의 수준(민주성, 공공성을 기준으로)인 학교도 있고, 일반학교 중에서도 혁신학교보다 훨씬 더 혁신적인 학교가 있다. 이렇게 혁신·비혁신(일반학교) 학교를 구분하여 정책을 펼치게 되면 일부 긍정적인 효과와 환영하는 층이 생겨날 수 있지만, 절대 다수가 있는 일반학교에서는 혁신학교 정책에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혁신학교의 유지 연계, 심화를 위해서 교사 전보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마을교육공동체를 이야기하고, 학교 자치와 교육생태계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2-5년 사이에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유출·유입되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취지는 학생들에 대한 고른 공교육의 시스템 보장이라지만, 현재 전출·전보는 학생들을 위해서가 아닌, 승진점수 획득과 출·퇴근 거리 등 교사들의 이해관계와 연관이 크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권리가 있지만, 30-40년 전의 시스템을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앞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학교가 통·폐합되는 사례들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경력이 낮은 저경력 신규교사들만 농·어촌학교에서 근무할 확률이 크다.

 

이러한 이야기들 끝에는 교사들이 왜 꼭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상황이 열악한 농·어촌학교에서 근무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실제 많은 시·도교육청에서 농·어촌학교에 10년 중 한 번은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인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로 근무지를 옳긴 교사들이 그 지역에 정주하거나 그 지역에 애정을 가지지는 않는다.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학생 수는 줄어들고 학교는 폐교될 것이 자명하다. 자녀를 키우며 생활하기 위해 교육시설과 일자리는 꼭 필요하다. 일자리야 교육청에서 어쩔 수 없다지만, 교육시설인 학교가 사라지는 현상에는 전보 제도가 끼친 영향도 크다고 본다. 아직도 많은 시·도 의회의 의원들은 더 많은 승진가산점을 만들라고 시·도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교사들 사이에서도 승진보다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을 추구하여 승진점수를 준다고 해도 농·어촌에 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크다. 특히 혁신학교는 열악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는 경우가 많아 승진가산점과 전보점수가 가져오는 악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승진점수가 있는 지역의 몇몇 혁신학교는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교사들의 갈등이 심하다고 한다.

 

혁신학교에서 교사 인사문제의 핵심은 유능한 1세대가 떠나면, 2세대에서는 그 문화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시·도에서 열악한 지역에 혁신학교를 지정하고 있는데, 이제는 농·어촌 지역 학교에 승진가산점을 만들어 10년에 한 번씩 기피학교에 보내기보다, 좋은 혜택으로 우수한 교사를 모으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 노르웨이에서는 여군 모병제를 하는데13, 내가 끌려갈까가 아닌 내가 과연 선발될 수 있을까를 걱정할 정도로 혜택이나 복지가 좋다. 농·어촌학교도 혁신학교로 지정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교사들에게 매력적인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 승진가산점이나 전보점수가 아닌, 보상이 될 만한 액수의 벽지수당을 지급하거나 관사제공을 의무화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정주하는 교사를 늘리기 위해 신규교사들의 지역트랙제 활성화나, 역량 있는 사립학교 교사들을 공립으로 받되, 농·어촌학교에서 의무복무기간을 8-10년가량 두는 방법도 있다. 교사들이 마을에 정주하면서 학교를 만들 때 혁신학교는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여러 제도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교사들에게 열악한 곳에 머무르게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교사에게 재량권을 주고, 대우를 하여 좋은 교사를 모셔가야 한다. 언제 쓸지 모르는 구태의연한 승진점수보다 지금 현재에 더욱 좋은 대우를 해준다면, 교사는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마을과 학교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가며: 혁신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 의무화의 폐해

 

교사에 대한 불신을 엿볼 수 있는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연수 의무화이다. 여기에는 교사들은 자율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전문성이 떨어지므로 의무적으로 연수를 이수시켜야 한다는 발상이 바탕에 있다. 이러한 방식은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사안이 터질 때마다 교사들에게 연수 의무화를 외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이후에는 안전 관련 연수를 의무화하였고, 심폐소생술 연수, 성범죄 예방 연수 등등 수많은 연수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14 그것들은 폐지는 되지 않고 누적되면서, 본질보다 ‘이수’와 ‘실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혁신학교 내 여러 가지 연수 체제도 동일하게 변질되어가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혁신학교가 중앙정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교원들의 자발성을 보장하는 것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대표적으로 전문적학습공동체15(이하 전학공)가 그렇다. 혁신학교에서 시작된 전학공이 일반학교로 확산되어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초기에 그러했다고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전학공’은 네이밍은 그럴듯하지만 일반학교에서도 동학년·동교과 협의회로 늘 있어왔던 것이다. 그것을 좀 더 체계화하고 학점화하여 의무화한 것이 전학공이다. 또한, 혁신학교에만 전학공의 형식이 있었고 그것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일반학교에 강요하는 방식도 문제다. ‘혁신학교라면 전학공을 해야 해’, ‘이것이 혁신학교야’ 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강요이고 폭력적인 발상이다. 제도적으로 의무화된 정책에는 참여자의 자발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어떤 연수든 참여자의 자발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몸만 연수 장소에 있을 뿐이지 혁신동력을 가지고 학교혁신을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다. 지금 혁신학교의 전학공은 연구부장 혼자 운영하고 기획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의무화가 가져오는 대표적 부작용은 구성원의 자율성의 박탈이다. 외부 인물이나, 특정 주체 위주의 전학공보다 학교 내부의 필요에 의한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에서 훨씬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일부 시·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연수나 전학공은 이미 형식화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학교현장 입장에서 볼 때 동일한 원리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부와의 차별성을 내세웠던 시·도교육청이 과연 차별성을 유지하면서 학교 현장의 환영을 받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전학공은 교원 중심인데, 이게 학교자치의 상황과 맞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교사와 학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지원해야 한다. 가령 교육청이나 혁신교육지구(지자체 사업)에서 교사 모임(동아리)에 100만원 지원한다고 했을 때, 보고서를 비롯한 조건들을 내건다면 흥행에 실패하여 학교 참여를 의무적으로 유도해야 한다.16 귀찮아서 안 받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실적자료 없이 회식비·커피 값 지원이라고 하면 흥행에 크게 성공한다.17 교사들은 내용을 따로 기록하고 보고하는 행정절차를 더 어려워하고, 실제 보고서를 제출해도 담당자 폴더에만 들어갈 뿐이다. 100만원에 딴 마음을 품을 교사가 어디 그리 흔한가? 혁신을 외치는 교육청에서 교사들을 그 정도로 도덕적 수준이 낮은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나태한 교사들이 많으니 배워야 해’, ‘전학공 의무화는 필요해’ 라는 식의 생각을 하기 전에 제도와 정책 때문에 오히려 정책피로도가 생겼고, 그로 인해 학습된 무기력을 가진 교사들이 양산되지 않았나 생각해 볼 때이다.

 

혁신학교는 형태는 다양하게 변화하더라도 초기 운동적인 모습은 늘 되새겨야 한다. 제도·정책이 아니라 교사들의 자발적 교육운동으로 승화되어야 유지될 수 있다. 혁신학교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의 관점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요된 공동체성이나 인위적인 정책사업으로는 학교를 살릴 수 없다. 혁신학교는 운동성으로 가치를 가져야 한다. 교사의 자발성을 보장하는 학교자치의 체제로 회귀하지 않는다면, 혁신학교는 과거 여러 일시적인 열풍처럼 언젠가 사그러들지 모르는 일이다. 결국 학교 혁신은 교사가 하는 것이다. 교육청 직원이나 학부모가 하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혁신의 동력이 교사이므로, 교사를 신뢰하며 투자하는 것을 늘려야 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교육정책 역사상 교사의 신뢰를 통해 정책적 성공을 거둔 사례는 혁신학교가 유일하다. 그리고 혁신학교가 아니지만, 혁신학교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반학교(비혁신학교)와의 균형적인 지원의 관점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혁신학교의 시작은 일반학교였다. 시·도교육청에서 보편적인 지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교육부와의 정책적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조급함에 앞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평범함 속에서 학교 현장과 학생 곁을 묵묵히 지켜나가는 교사들이 바로 혁신의 동력이다. 이 동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도록 정책적·제도적으로 무엇이 변화되어야 할지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때이다. 그 방식은 교육부가 실패했던 기존 방식을 따라하기는 절대 아닐 것이다. 권한은 위임하고 제도적으로 바꿀 것에 대해 고민하는 것, 이것이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기관에서 신경 써야 할 것들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교육부(2018). 혁신학교 성과 분석 –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 기반.
경기도교육연구원(2020). 미래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교원연수 및 자격제도 개선방안 연구. 정책연구 2020-08.
김성천(2018). 혁신학교 정책의 여섯 가지 차원의 딜레마. 교육문화연구, 24(2), 33-56.
한국교육개발원(2013). 고교다양화 정책의 성과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연구보고 RR 2013-05

 

<언론보도>
연합뉴스(2016.09.07.). 북유럽, 징병제 재도입·확대 움직임…한국 모병제 논란과 대비
조선일보(2021.02.12.). 학교 공무직 인원 2배 늘 때 인건비는 8배 늘었다.
한겨레(2013.06.11). 민주적 혁신학교가 귀족학교? 지정 취소 압박하는 교장들

 

각주

  1. 2021년 기준 현재 전국 17개 모든 시도교육청에서 혁신학교를 운영 중이다(교육부, 2021).
  2. 김성천(2018)은 혁신학교는 본래 운동적 성격을 지니지만, 제도화로 운동의 문법과 정책의 문법이 충돌할 가능성, 초기 의도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으며 질적 심화가 아닌 양적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3. 실제 작동하지는 않았고, 작동할 수 없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 현재의 학교는 전형적인 Top-down 구조의 말단 하부기관으로 정책생산-공문투입-예산지출의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4. 시·도마다 명칭이 다르다.
  5. 조선일보(2021.02.12.). 학교 공무직 인원 2배 늘 때 인건비는 8배 늘었다.
  6.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등의 관계 법령이 존재하며, 국가직 공무원은 중앙정부의 시책을 따라야 하고,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관료기관의 말단 하부조직으로 인식하는 이유가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 운영이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예산지원과 국가교육과정에 의한 통제를 받기에 공립과 크게 다르지 않다.
  7. 경기도교육연구원(2020)은 국내와 해외의 교원자격체제 및 연수체제를 분석한 후, 미래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행정교사제, 선임교사제 등의 도입을 검토할 것을 제언하였다.
  8. 시·도별, 급별, 지정 연수별 예산 규모가 다르다.
  9. 한겨레(2013). 민주적 혁신학교가 귀족학교? 지정 취소 압박하는 교장들
  10. 2008년 이명박정부는 기숙형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자율형사립고 100개 등 300개의 다양화된 고교체제를 도입하는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실행하였다. 제일 먼저 기숙형고 설립을 추진하였는데, 82교에 3,173억원을 지원하였다(한국교육개발원, 2013).
  11. 일각에서는 이러한 방식에 분노하여 교육자치-일반자치의 통합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2. 2020년 폐지
  13. 연합뉴스(2016.09.07.). 북유럽, 징병제 재도입·확대 움직임…한국 모병제 논란과 대비
  14. 에듀인뉴스(2020.01.28.).[신년기획] ③교원연수 “교사는 피연수자 아냐…수준 맞는 콘텐츠 제공하라”
  15. 지역마다 다른 명칭으로 불림. 교사 학습공동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며, 교사 학습모임·교사 학습 동아리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함.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다모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함.
  16. 예산을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자율희망 모집이라는 것에 강한 거부감이 있음. 예산 불용액이 많아지면, 시·도 의회에 질타를 받기 때문임. 그래서 희망자보다는 학교별 강제 할당이 많이 쓰임.
  17. 과거 일부교육청에서 ‘교육공동체 커피 값’ 지원이나 독서모임 등 유사한 사례가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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