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한계와 방향

by gyobasaNPO | 2021-01-20 10:49

Ⅰ. 들어가며1

 

교육정책과 정책형성과정에 오랜 기간 참여하여 학습하고 있지만 교육 관련 정책은 아직도 공부할수록 어렵고, 그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기획을 한다고 생각하며, 연구가 단지 문헌으로 끝내지 않고 실제 제도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의지를 갖기도 하였다. 여러 분야의 연구에 참여하는 동안 늘 결정적인 것이 진행에 걸림돌이 된다고 느꼈다. 교육계의 이해관계와 관행은 늘 존재하는 걸림돌이었고, 교육정책을 바꿀만한 동력과 시스템도 없어 개혁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겪은 바로는, 교육개혁에 가장 앞장서야 하는 교육 관련 부서(교육부, 교육청 등)는 오히려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때문에 정책연구에서 제시된 대안 중 실현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연구자들은 연구 성과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는 큰 기대감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연구는 단지 연구로서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학계에 존재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쓴소리 해봐야 어차피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도 못하고 좋은 얘기 못 듣는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를 정책으로 승화시킨 성공을 경험한 연구자나 관료가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나, 교육계엔 현재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거나 의지보다 관리형 마인드로 살아가는 관료와 연구자 다수가 포진해있다. 결국, 연구를 통해 대안을 도출하는 것을 떠나서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못하는 현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다. 이러한 상황은 올바른 교육정책이 실현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교육개혁의 저항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정책이나 개혁에 정답이 없는 것은 아니며 이미 다수의 연구로서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은 정해져 있으나, 추진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어 답답함을 느낀다.

 

교육정책의 문제는 누가 만들고 실행하는가이다. 현재 연구자는 교육정책을 실행하거나 평가할 수 없으며 주류가 아닌 위치에 있다. 실행은 아니더라도 교육정책은 연구자면 누구나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정책은 독특하게 형성되는 환경적 한계와 참여자의 신분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여서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주로 선거 때 교육공약을 만드는 부류이다. 여러 그룹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폴리페서(polifessor)와 국회의원과 그 보좌관 그룹, 일부 관련 단체 정도이다. 이 구조가 매우 폐쇄적이며 밀실에서 진행되어 그 정합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시기가 매우 촉박하기도 하다.

 

사회문제가 정책의제로 이슈화되는 ‘정책의 창’(Kingdon, 1984)은 일반적으로 선거 시 대표적으로 열리며, 그 외에 돌발적인 사건이 일어나 여론이 악화될 때 잠시 열린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여 만들어진 일명 ‘윤창호법2’이나 스쿨존 어린이집 교통사고로 인한 ‘민식이법3’등이 있다. 2021년 1월에도 입양 아동 학대 사건4으로 인해 관련 법률 개정 논의가 되기도 하였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정책의제는 일반적으로 시기, 참여자에 따라 다소 우연한 흐름으로 이어지는데, 교육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직전에 팀이 급조되어서 여러 단체와 접촉하여 면밀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선거공약이 만들어지고, 선거 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일부 정책형성 참여자는 인수위원회 등으로 들어가 잠깐 활동하기도 하나, 그 과정에서도 공약을 만든 그룹보다는 여당의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이 작용하기에 역량과 실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더구나 그 공약의 중심에 교육이나 학생이 있지 않고 단체나 개인의 이익이 우선되는 경우가 크다.

 

교육철학과 순수성을 가지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으나, 조직이나 개인의 욕망에 밀려 교육의 본질은 우선순위에서 뒤처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설사 교육철학이 공약에 들어가더라도 주요 국정과제에서 밀려 사라져 버리는 공약이 빈번하고, 정책을 만든 사람과 추진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다르다 보니 해석을 달리해 정책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정책을 형성하고 추진하는 중요한 두 축으로 정치인(여·야 국회의원 등)과 실행부서(교육부, 중앙부처, 교육청 등)가 나뉘어져 있다. 정치인은 유권자(국민)의 ‘표’가 가장 중요하며 공약이나 국정과제를 만들더라도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공허한 약속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결국, 정권 내내 여론으로 교육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교육부나 중앙부처의 관료들 또한 본인의 승진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데 이제까지 추진해 오던 교육적 가치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Ⅱ. 역대 대통령의 교육개혁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역대 대통령의 교육개혁 내용을 살펴보자. 아래 내용은 김영삼 정부 이후 이명박 정부까지의 교육정책을 요약한 자료이다.

 

〈표 1〉 역대 정부 이후 교육개혁

정부

구분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기본방향 •열린교육

•수요자 중심 교육

•교육의 다양화/특성화

•5.31 교육개혁의 관료적 재해석 •5.31교육개혁+교육의 형평성·공공성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의 본격화
유·초·중등

교육

•유아교육의 내실화 및 무상교육 단계적 추진

•학교운영위원회 설치 운영

•학교생활기록부제

•방과후 교육활동 활성화

•교육과정 운영 다양화

•농어촌지역 거점우수학교 육성

•고등학교 유형의 다양화

•교원 양성기관에 대한 평가안정제 도입

•교원정년 단축

•교원노조 합법화

•교원성과급제

•소규모 학교 통폐합

•학교운영위원회 설치 의무화

•「영재교육진흥법」 제정

•실업계고교 육성대책 수립 시행

•교육정보화 종합발전방안

•교직발전 종합방안

•교육기관 평가체제 구축

•제7차 교육과정

•학교유형 다양화

•자립형 사립고 시범 운영

•수행평가 시행

•공교육 내실화 방안

•중학교 의무교육의 연차적 확대

•고교평준화 확대 실시 및 관계 법령 개정

•2.17 사교육 경감대책

•EBS 수능강의

•수준별 이동수업

•방과후학교

•사이버 가정학습

•교원평가제

•「유아교육법」제정

•NEIS 구축

•주민 직선제 의결기구 일원화

•방과후학교 도입(05)

•만 3·4세 유아교육비 지원

•중학교 의무교육 전국 확대(04)

•5세 어린이를 위한 누리과정 도입

•기초학력책임제도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학교 간 성적차 공개)

•마이스터고(28개교) 등 직업교육 선진화

•고교다양화정책

(자율형 사립고확대)

•기숙형고(150개교)

•학교자율화 조치

•교육과정 규제 완화

•집중이수제

•교원평가

•수석교사제 •교장공모제

고등

교육

•대학정원의 자율화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

•최소전공인정학점제 도입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

•학부제

•단설 전문대학원 설치

•대학의 정원 자율화

•국제관계 전문 인력 양성

•외국인 유학생 정책 개선

•고등교육기관 해외 진출 지원

•의학, 법학 등 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

•대학평가 및 재정지원 연계 강화

•대학입시제도 개선

•학부제 추진

•학생선택권을 존중하는 전공운영모형

•두뇌한국 21(BK21)사업

•대학구조조정

•법학, 의학 및 교원 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국립대학 구조조정 및 평가사업

•2008 새 대입제도(내신 중심 9등급제)

•2단계 BK21 착수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

•학교기업·산학협력단

•대학특성화 및 다양화 정책

•1만 명 정원 감축

•사학법 개정 및 개방형 이사제 도입

•재정회계법과 법인화 도입 시도

•평가와 연계된 보조금 사업의 지속

•전문대 근로장학제도

•정보보증학자금 대출

•대학정보공시(대학알리미 사이트)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든든학자금, 국가장학금)

•대학구조조정(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서울대 법인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

•대학교육역량사업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지원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

•입학사정관제도

평생·

직업

교육

•직업교육 훈련 체제 구축(직업교육훈련 3법 제정)

•직업능력개발원 설립 및 직업능력인증제도 도입

•학점은행제 실시

•「평생교육법」 제정 •군 인적자원 개발

•평생학습대상

•평생학습도시 57개로 확대

교육

인프라

•교육여건개선

•교육재정GNP 5% 확보

•멀티미디어 교육지원센터 설치

•첨단학술정보센터 설치

•교육과정평가원 설치·운영

•교육여건 개선사업

•학교예산회계제도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농산어촌 1군 1우수고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

•소득 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

출처: 이영희 외(2018). 유·초·중등교육분야 미래 교육비전 및 교육개혁 방향연구. 서울: 국가교육회의.

 

위 자료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각 정부에서 추진되어왔던 정책이 다음 정권에 계승되는 일이 거의 없이 새로운 것들이 생겨난다는 점이다. 설사 정책이 이어지는 경우에도 예산을 삭감하거나 표면적으로 진행되는 등 형식적으로 운영된다. 교육정책이나 교육개혁의 흐름이 매우 단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어떠한 교육개혁이나 정책도 5년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고 인식하여 피로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역대 정부부터 추진한 교육개혁 중 현재까지도 문제점을 양산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것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김대중 정부의 교원성과급제와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 노무현 정부의 방과후학교와 EBS 수능 연계 등이 있다. 위 표에 제시되지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와 누리과정, 초등 돌봄교실 확대 논란도 있었다.

 

이상의 내용은 정권이 바뀌면서 정치적 이념에 따라 이전 정책을 뒤엎기도 하고, 효과성에 대한 검증과 평가 없이 논란만 지속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2025년에 폐지한다고 발표하여 현장에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하였다. 박근혜 정부의 누리과정과 국정교과서 논란은 교육철학의 문제가 교육계 전반의 문제로 비화되어 정권 내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논란이 교육의 본질과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인지, 정권 차원에서 정치적 이슈를 부각시키려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생긴다.

 

종합해 보면 정권 차원에서 교육개혁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정합성도 떨어지고, 때마다 필요한 이슈를 던져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판단된다. 전략은 통했으나, 과연 교육적으로 어떠한 효과와 변화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교육개혁이 나올 가능성은 적고 앞으로도 정치권에서는 유사한 사례들이 계속될 확률이 높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계와 국민이 겪을 수밖에 없으며, 첨예한 교육적 이슈를 던질 때마다 교육계엔 갈등과 반목만이 심화되고 있다.

 

 

Ⅲ. 교육개혁 실패의 원인

 

교육개혁의 실패가 개별 정책의 문제로 인해 실패한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적 정합성이 떨어지는 실패도 있을 수 있지만 본 장에서는 실패의 구조적 원인과 극복 대안에 대해 모색하고자 한다.

 

1. 정권 내 단기적 실적에 치중

 

교육개혁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우선 ‘현상에 대한 진단 미흡’을 꼽을 수 있다.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초·중등 교원 정년을 만 62세로 줄였는데, 대학 교수들의 정년은 만 65세로 그대로 두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출생자 수는 적어지고 고령자 수는 많아지는 인구절벽 상황에 이르자, 다시 인구구조에 맞춰 교원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중·장기적으로 인구구조와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즉흥적인 정치권의 판단이 교육개혁의 방향이 되는 문제가 있다.5

 

최근에는 기업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투자·사업방식을 변경하는 등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교육정책도 객관적인 데이터와 여론조사가 필요하지만, 교육은 단순한 기업의 논리나 인기영합주의가 아닌 철학적 방향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여론만을 따라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현재 대입방식에 관해 ‘정시 100%’의 여론이 높다고 하여 이를 실행한다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단지 수능 문제풀이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여론조사 결과에 단순히 따라가지 않고 현 상황에 대해 교육적 측면에서 보정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 국가와 교육당국의 역할이다. 따라서 객관적 데이터와 여론, 교육적 가치 등을 적절히 반영하며 교육개혁과 정책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전형적인 흑백논리로 현장의 혼란만을 야기하고 있어, 국민들에게 공교육과 학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교육적 전문성보다는 개인의 경험치로 교육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교육개혁을 주도하여 발생하는 문제하고 볼 수 있다.

 

교육을 개혁하기 위해선 교육과 관련한 여러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고민하고, 과거 교육개혁의 문제점과 시사점을 도출해내서 과거의 실수를 개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면밀한 절차나 치열한 고민 없이 선거에 임박해 ‘정책의 창’에 가담한 참여자들은 단순히 공약을 생산해내고, 나열한 그 공약이 국정과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정권 내에 무조건 수행해야 하는 대규모 예산 사업으로 편성된다. 더구나 정권 내 실적까지 내야 하니, 더욱 혼란이 가중된다. 사실 교육의 실적을 5년 안에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통 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성인이 될 때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데, 최소 10-15년이 소요되는 문제이다. 이러함에도 5년 안에 성과를 보려 하니 교육의 본질보다 전시적 의미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위에서 지속되고 학교 현장에 공감없이 하달되다 보니 교육철학이나 방향을 논하기보다는 성과나 실적에 집착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교육개혁이 실패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정책형성과정에 가담한 정치인이나 추진하는 관료가 아닌 초·중·고교 교원이나 대학 측에게 묻고 있다. 결국,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점점 공교육을 불신하게 되고, 그 대가는 오롯이 학교 현장에서 치르고 있다.

 

2. 인구구조, 지역적 격차 등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기준

 

교육개혁을 할 때 각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로 작동한다. 수도권, 광역시와 도 단위 지역은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경우 1,340만 명 이상이 살고 있고, 전체 12,000여 개 초·중·고등학교 중 2,500여 개(약 21%)가 몰려 있다. 소규모 광역시나 인구가 적은 시·도와 차이가 있음에도 늘 교육부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가령, 과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6를 시행할 당시 교육부에서는 17개 시·도교육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기초학습부진 비율이 높은 시·도교육청에는 평가 시 패널티를 부여하고, 비율이 낮은 우수지역에는 많은 특별교부금을 내려보냈다. 당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곳은 대부분 광역시 단위로, 소득수준의 격차가 크지 않고 학구열이 높은 지역들이 해당되었다. 이러한 획일적인 기준으로 인해 원래 정책 취지가 왜곡되는 현상이 심화되었는데, 과거 전북의 모 지역교육청에서는 기초학력미달 학생 수를 조작하여 보고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7 이는 기초학습부진아에 대한 대처라는 근본적 정책 취지보다, 단지 교육청의 평가 기제로만 활용하는 획일적인 기준과 방식 적용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문제점을 드러낸 사례이다. 이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부작용은 현재에도 초·중등교육뿐만 아니라, 대학평가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적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평가 기준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는 곳은 수도권이나 주요 대학뿐이다. 결국, 이러한 평가로 예산을 차등 지원받는 악순환이 계속 되다보니 지역 거점 대학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8

 

3. 교육개혁과 교육정책에 대한 주도

 

보통 교육개혁이나 교육정책은 교육전문가가 주도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전문가가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논의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주로 일부 국회의원과 보좌관 그룹, 교수 그룹, 교육부 관료, 교원단체가 전통적인 교육정책 전문가라고 인식된다. 최근에는 사교육시장 스타강사(일명 일타강사9)나 맘카페(부모 커뮤니티) 혹은 학부모 단체의 대표들도 교육정책에 대해 평가하며 개입하고 정치권을 압박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분들이 정말 교육정책의 전문가일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부 국회의원과 보좌관 그룹은 표면적인 방식으로만 교육을 접했으며,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교수 그룹도 자신이 전공한 영역에 국한해서 전문가이지 전체 영역을 보는 통찰적 관점은 부족하다. 교육부의 관료는 행정적인 부분에서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으나 현장을 경험하지 못하여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교원단체도 교원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 태생적 한계가 있다. 사교육시장의 스타강사는 인기 많은 강사이기는 하지만 그들을 교육전문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승전‘입시’의 전략이 먹히는 대한민국에서는 사교육 시장의 스타강사가 교육 전체를 평가하거나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맘카페나 학부모 단체는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으나, 교육 전체를 바라보기보다는 주로 내 자녀의 입시나 자녀에 국한된 교육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향성이 있다.

 

중앙정부(청와대)나 교육부에서도 여론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교육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그렇다 보니 교육개혁과 교육정책은 현상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고 민감성이 있는 내용은 후 순위로 밀려나 정작 개혁되지 않는 일만 반복된다. 정권은 5년에 한정되어 존속하다 보니 어려운 교육개혁 과제는 늘 다음 정부의 몫이 되고, 다음 정부가 되면 그것을 폐기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최근 들어 교육정책은 맘카페가 결정한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10

 

문재인 정부도 주요 공약과 핵심 사업들을 차기 정부로 넘겼다. 자사고의 폐지와 고교학점제 이행 시점이 둘 다 2025년이다. 다음 정부가 어떤 정부가 오느냐에 따라 교육정책이 유지 혹은 폐지될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개혁은 교육적 방향성이 떨어지는 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하다. 이러한 교육개혁으로 인해 정작 학교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국민은 교육을 불신하게 되는 현상을 자아낸다. 정치권에서는 교육개혁을 주로 사교육비 경감, 입시제도 변경, 대학등록금 문제 등 아주 제한적인 영역의 이슈를 제시하지만 이러한 제안은 유·초·중등교육이나 고등교육, 평생교육 영역에서는 매우 미시적인 이슈로 취급된다.

 

이러한 변수 속에서 중앙정부는 교육철학을 갖기보다는 관리형 모드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 모든 것들을 관리해야 하기에, 하나의 개혁도 어렵고 교육은 손대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현 상황을 볼 때, 결국 맘카페의 여론이 교육정책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도 가볍게 흘려들을 말은 아니다.

 

4. 교육부의 조직구조의 문제와 일하는 방식

 

교육부의 조직구조는 크게 교육행정직(일반직) 공무원과 교육전문직원으로 이루어진다. 이 조직구조에서 학교 현장을 경험한 교육행정직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교육전문직원은 교사 출신 중에 선발되는 구조이나 인원 자체가 전체의 10-15% 내외에 불과하다.11 2020년 12월 현재 교육행정직 중에서도 9급이나 7급이 고위직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제한적이고, 2급 이상의 고위직은 모두 5급 공채(교육행정고시) 출신이다. 교육부의 본부 과장 50명 중 4명만이 교육전문직원 출신이다. 전체 비율상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리더 그룹 중 현장을 경험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5급 사무관을 선발하는 교육행정고시도 학교현장의 경험을 우대하는 것은 없고, 오직 선발을 위한 경쟁시험이 주가 되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이렇게 진입한 리더가 생각하는 학교 현장은 본인이 겪었던 학교 현장, 즉 과거의 시점에 머물러 있다. 물론, 교육부의 직원들이 일을 안 한다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일을 해도 효율적이지도 않고 체계적이지도 않은 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뜻이다. 결국, 교육부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와 일하는 방식에 따른 문제점이 교육개혁을 방해하고 있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 교육부 해체를 주요 이슈로 끌고 간 모 후보에게 국민이 열광하였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교육개혁이 아닌 교육부 해체가 주요 아젠다가 되었다는 것은 국민 다수가 교육부가 제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물론 이 원인을 교육부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위에 나열한 여러 정치적, 조직적 문제도 포함한다.

 

다른 부처에도 해당되지만 교육부 주요 부처는 6개월-1년이면 담당자가 바뀌고 있다. 특히 교육은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음에도 이러한 인사제도가 많은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담당자의 잦은 교체로 전문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12 교육부에서는 민원이 많아 담당자를 교체해야만 한다는 입장이지만, 담당자 교체가 민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13 그리고 민원의 성격은 여러 가지로 단순 이해관계에 따른 요구도 있을 수 있지만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있을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국정과제를 이행할 때 정책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보통 국책연구기관에 위탁하거나 교육부 자체의 용역으로 실시한다. 그러나 정책연구가 실시되어도 정책으로 실행되지는 않고 또 다른 정책연구를 위탁하는 방식이 나오고 있다. 정작 실행한 연구는 캐비넷에 집어넣고 담당자가 바뀔 때까지 면피용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통용되다 보니 같은 정책을 10번 가까이 연구하는 사례도 있다.14 연구에 연구를 반복하다 보니, 연구진도 어차피 실현되지 않을 정책이라 생각하고 정성을 담아 연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연구는 수차례 이어졌으나 판단을 하고 책임져야 할 부서에서는 이해관계에 얽매여 판단을 미루고 그저 자리를 이동하기에 급급하기만 하다.

 

이러한 일들이 지속되다 보니 정작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정치적인 상황과 결합되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애정 어린 비판을 하면 다시 관련 연구에는 부르지 않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특히 이를 비판하는 교수 그룹에게 정책연구를 맡기지 않는다든가, 대학 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치명적 방식으로 대응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서 교육부를 비판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그나마 교육자치가 시행된 이후, 시·도교육청 관계자가 교육부를 대하는 방식이 과거처럼 순응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현재는 어느 정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교육개혁이나 교육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이 매우 단순한 프레임으로 되어 있다. 크게는 상·벌점제도인 인센티브와 패널티의 두 방식을 활용하는데 인센티브의 종류도 매우 단순하다. 연구·시범학교(모델학교, 거점학교), 교원 승진가산점, 표창, 평가지표 제시 후 예산지원, 이를 반복하는 형태다. 이러한 단순한 방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문서상에 존재하는 교육개혁과 혁신이 학교 현장을 변화시켰다는 증명은 되지 않고 있다.

 

성공하지 않은 연구·시범학교는 지금까지 문서상으론 없었으나, 지정이 끝난 후 그 의미는 퇴색한다.15 학교폭력을 예방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학교폭력예방에 따른 교원승진가산점’도 여러 부작용을 양산한 끝에, 공통가산점(교육부 점수)이 아닌 선택가산점(시·도교육감 점수)으로 변경되었다(에듀프레스, 2020.09.09.). 이렇듯 각종 평가지표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이 많지만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 개선을 위해서는 담당자들이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근거의 제시가 어려우니 관행적으로 업무를 하게 된다. 최근 시·도교육청의 요구로, 교육청을 줄 세우기 식으로 예산을 주던 평가방식은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고등교육기관(대학) 평가지표는 여전히 관행적인 것이 많다. 이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와 개선이 필요하지만 눈치만 볼 뿐, 누구도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교육정책과 교육부 관료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에 대한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다.

 

교육부나 중앙정부에서 폐지를 하지 않는 정책도 문제이다. 정책의 시작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일단 운영되면 형식적으로는 지속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 정권의 교육정책은 의미가 있든 없든, 정권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고 형식적으로만 운영된다고 보면 된다. 정부 주도로 추진된 사업 예산은 초기 교육부와 대학 및 시·도교육청이 일정 비율을 분담해야 한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교육부의 분담 비율은 감소하며, 종국에는 지원이 중단된다. 예산이 중단되면 사업이 중단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정책에 대한 평가를 계속하면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교육정책이 선의로 시작되지만, 끝은 전시행정만 남게 되는 이유이다. 의미가 없는 사업도 언제 시작된 지도 모르는 채 유지되고 있다. 중복·유사한 사업이 많음에도 실적 위주의 사업들이 계속되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자유학기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자유학년제로 바뀌었는데, 교육정책이 유지되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으나 정책이 바뀐 근거도 없을 뿐더러 용어만 바뀌었을 뿐 정부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도 않는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도 학부모와 교원의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고 사교육만 늘어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에듀프레스, 2020.10.25.).16 이러한 교육개혁, 교육정책이 새로운 것에만 집착하고 과거는 부정하거나 관성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방식은 현장에 많은 부작용을 양산한다.

 

지금까지 실시된 역대 정부의 교육개혁과 교육정책사업 중 폐기된 것이 몇 개나 있는지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 폐기에도 책임이 따르니 관료들은 책임질 일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문건 상에만 존재하는 형식적 사업이 상당수 존재한다.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고 문제가 많은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평가 후 폐지하거나, 아예 시작부터 지속이 아닌 갱신제의 개념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예산 사업을 할당식으로 분배하는 방식도 문제다. 국정과제라고 하면 무조건 대규모 예산을 편성해서 지역별로 단기간 내에 할당하고 전시적으로 쓰는 방식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낭비되는 돈이 천문학적이다. 사안이 발생하면 교육부에서 긴급예산을 편성해서 학교에 나눠주거나, 시설 기자재를 사서 사용하지 않는 것도 상당수 있다.17 이러한 방식으로 ‘교육계의 4대강18’이라 불렸던 사업이 셀 수 없이 많다. 이러한 대규모 예산 투자가 학생에게 실제적 이익으로 환원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에도 예산을 집행한 개인이나 부서가 빛날 뿐이다.

 

교육사업이 아예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업-예산-인력-정책평가에 대한 전과정 평가를 동시에 하는 외부 기구(평가 전문기구)가 필요하다. 더불어 사업 주체에 대한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예산과 인력을 동시에 보낸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기에 초·중·고교나 대학에서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사나 교수들이 사업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을 해야 할 교원들이 행정에 동원되다 보니 교육의 질이 부실해지는 현상이 심화된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비정규직 인력(행정실무사, 코디네이터 등)도 양산되고 있으나, 이에 대해 별도의 통일된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과 비난은 학교 현장이 떠맡고 있다.

 

모든 판단이 교육부 내부에서만 이루어지고, 정책실행-평가-피드백도 모두 교육부가 진행하므로 실패한 사업이 있을 수 없고, 예산이 수반되지 않은 사업이 없으며 지속해서 예산은 증액되기만 한다. 이러한 정책 추진 방식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 곧 관료의 승진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와 같이 일하는 방식은 교육부뿐 아니라 시·도교육청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교육에 있어서 이처럼 관료의 개인 이익 중심으로 정책을 주도하거나 방관하는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곳에 소요된 많은 예산을 교육격차나 기초학습부진 해소를 위해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Ⅳ. 향후 교육개혁 방향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인 교육부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개혁이 아니더라도 성공할 수 있었던 교육개혁 사례를 참고로 몇 가지 제시하려 한다.

 

1. 참고 사례

 

1) Top-Down 방식이 아닌 Bottom-Up 방식 : 경기도교육청의 혁신학교

 

교육부에서 교육정책을 주도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자치 상황에서 지역적 특색에 맞는 교육정책을 만들어 냈다. 이는 학교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 및 지역적 특성 반영, 학교자치 원리 적용, 학교와 교원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시·도별 규모, 위치, 예산, 교육격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이로 인해 구성원들이 자생적인 교육생태계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도 수직적인 위계구조가 아닌 수평적 구조이다. 즉, 학교를 말단 행정기관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평가 결과 도출을 위한 기계적 평가를 지양하고 학교 서열화에 대한 부담도 주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학교 구성원의 사기가 높아졌고, 다양한 성공 모델과 사례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획일적인 하향식의 탑-다운 방식을 탈피한 모델이라 여겨져 참고할 만한 사례이다.

 

2)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협력사업 : 혁신교육지구, 마을교육공동체

 

교육자치의 혁신교육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예산과 의지가 결합되어 만들어졌다. 교육청뿐 아니라 지자체의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어 가능했다. 이런 형태는 일반자치(지자체)의 평생교육과 교육자치의 연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모든 혁신교육지구가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아직까지 관 주도의 추진 방식에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지자체가 있으나 상황이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지자체 장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는 유권자들에게 표가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시흥, 오산 등 전국적으로 알려진 성공 모델은 리더의 의지로 지자체의 교육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교육자치는 예산 부족이 늘 한계점으로 지적되었으나, 일반자치와 연계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서울의 경우 25개 지자체가 모두 혁신교육지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정주하는 주민(학생, 학부모)을 위한 것이다. 구도심의 교육격차를 해소하여 도시 전체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모델 일반화를 위해 법제화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지자체와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여러 모델을 만들고 있다. 다만 지역교육청이 독자적인 예산과 인력을 가질 수 없는 것에 한계가 있어, 향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통제와 획일적 기준 방식이 아닌 분권과 자치가 얼마나 많은 성과를 보여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부가 국정과제로 가져가면서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자치를 염두에 두면 실효성이 큰 정책일 수 있는데 과거처럼 실적을 요구하거나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현장과 정책 간에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3) 코로나19의 상황 속 학교별 대처 : 교육과정 자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우리는 사상 초유의 등교 개학 연기, 온라인 등교 개학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초기에 교육부는 많은 지침과 매뉴얼을 학교에 보냈으나, 전국 12,000여 개 학교의 각기 다른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었다. 지침이 개별 학교 현장과 다른 점이 계속 지적되자, 교육부에서는 초·중·고 학교와 대학에게 교육과정 자치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했다. 2020년 현재 전국의 학교는 교육과정의 자치가 진행되고 있으며, 오히려 교육부의 일괄적인 통제 방식보다 자치의 방식으로 지역사회의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19

 

학교별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재난형 교육과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 앞에 생존을 이유로 예전에 비해 더 없이 자치력이 극대화되고 있다. 이는 중앙통제식 방식이 우리나라 교육에 맞지 않으며 탈피해야 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학교를 관리,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을 토대로, 교육부는 공문과 지침으로 학교를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 권한을 현장에 위임하고 중·장기적인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Ⅴ. 나가며

 

‘정부나 교육부가 누구를 위해 교육개혁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교육개혁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고, 누군가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그 중심에는 학생을 위한 미래 교육적 관점, 국가 전체를 위한 균형적 발전이 있어야 한다. 학부모 유권자의 표나, 각종 단체·기관이나 교사·교수의 이해관계가 개입해서도 안 된다.

앞으로 이루어질 교육개혁의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정책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외부 기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단순 위원회의 구성이 아닌 공모 절차에 의해서 추천받은 인사를 심사하여 교육정책에 대해 역량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전문성 면에서도 소위 낙하산 인사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교육부 산하가 아닌 총리 산하나 대통령 산하에 별도로 두는 방식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과거 정권에서 추진된 교육정책의 한계가 파악되면 ‘폐기, 유지, 심화 발전’등의 단계를 거쳐 이후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정책은 기본적으로 4-5년 시행 후 위 3단계를 거치는 방식으로 결정한다. 이 외에 교육정책의 방향성과 관련 여론의 흐름은 중요하다. 다만, 여론조사와 전문가의 의견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며, 여론조사는 빅데이터 구축, 주기별 상시 설문 시스템 구축을 통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전문가 집단은 주기별·정책별로 델파이 방식으로 의견을 수합해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관은 교육부 내 한 부서(또는 직속기관)를 조직 개편하여 만들 수 있으며 부서를 위촉직, 파견직의 형태로 운영한다면 교육부 내부의 개입을 차단하며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둘째, 교육부의 실행기능을 분권과 자치의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 교육부의 강화가 필요한 측면은 고용과 노동의 결합이다. 차기 정부에서 이러한 방향성을 담을 필요가 있다. 시·도교육청과 대학 등에 자율권을 주고 교육부는 예산 배분, 정책 평가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 방향으로 슬림화해야 한다. 평가를 통한 줄 세우기를 하거나, 인센티브와 패널티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구학교 등의 성공 사례에만 집착하기보다 실패 사례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 자체 사업을 근본적으로 막게 된다면 전시행정에서 완전히 탈피할 수 있다. 특히, 지역별 격차 문제에 대해 인정하고 그 해법에 대해서는 지역에 권한을 주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여 학교에 적용하려 한다면 예산과 인력을 주면서 고용 문제나 지속성 문제에 대한 책임을 함께 가져야 한다. 현재 학교 돌봄 사안의 핵심은 고용 문제인데, 이것은 학교나 시·도교육청 또는 지자체에서 맡기 어렵다. 교육부나 중앙정부에서 맡아서 할 사업이 아니라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 학교가 계약직 인력 창출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력이 필요하면, 정규직을 채용하고 관련 근거를 만들면 된다.

 

넷째, 시행령 중심으로 법적 근거를 만들지 말고, 교육 관계 법령 전체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현재 교육 관계 법령은 짜깁기식이고 법학자들도 문제가 많음을 지적한다.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등 전면개정이 필요하며 모든 정책과 개혁이 법에 근거해야 하기에 이 과정은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며 진정한 교육개혁을 하려면 법적 근거를 만들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 주도하에 장관이 시행령 몇 개를 고쳐서 문제가 된 적이 많았는데 이를 상위법 개정을 통해 근본적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다.20

 

다섯째, 학생 수 감소와 대학 파산 문제 등 피해갈 수 없는 미래 환경이 도래할 것을 예측하여 교육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3-5년의 단기 정책이 아닌 중·장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민감한 주제라고 피하기보다 과감하게 돌파할 필요성이 있다. 이미 연구는 많이 이루어졌으며, 판단만이 남아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교육은 완성형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닌 미완성형으로 여백을 두어야 하며 학교 현장에서 그 여백을 채워 나가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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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don, J. W.(1984), Agendas, Alternatives and Public Policies, Boston : Little, Brown and Co.
더불어민주당.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https://blog.naver.com/joobata/221994961077).
에듀프레스(2020.09.09.). [단독]교원승진규정 개정, 연구실적점 2점.. 전국규모연구대회 가산점 폐지
(http://www.edupress.kr/news/articleView.html?idxno=6191)
에듀프레스(2020.10.25.). 강득구 의원, “자유학기제 도입후 교육격차·사교육비 지출 늘었다”
(http://www.edupress.kr/news/articleView.html?idxno=6434)
에듀프레스(2020.12.15.). 조희연, “교원 차등성과급 폐지 .. 올해는 균등 배분하자”
중도일보(2020.11.04.). 충남대 영교과 10년만에 상위 300위 밖으로… 지역거점대 위기
(http://www.joongdo.co.kr/web/view.php?key=20201104010001564)

 

각주

  1.  한국정치학회 학술대회 원고 수정 보완(강민정, 박호근, 홍섭근, 2020.12)
  2.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2018.12 시행)과 「도로교통법」 개정(2019.6.시행)
  3. 「도로교통법」 개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2020.3.25.시행)
  4. 2021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이름을 붙여 000법이라고 칭하는 게 2차 가해라는 비판이 나왔고, 대통령은 이에 동의함. 지금부터라도 이런 2차 가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생각함.
  5. 당시 교원 정년감축 목적은 경제 논리가 초점이 된 것으로 인기영합주의라는 비판이 많았음.
  6. 2017년도부터 일제고사 형태의 전수평가를 폐지하고 표집평가로 대체하였음.
  7. 당시 언론에서 ‘○○의 기적’이라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함.
  8.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최근 3년간 지방국립대 자퇴생수(2017~2019년)는 1,370명으로, 대부분 수도권으로 진학한다고 함. 종로학원의 ‘대학 정시 합격선 분석’에 따르면 2020학년도 정시 합격선 기준 인문계 상위 300위 학과 중 지역거점국립대학(서울대를 제외한 지자체 대표 9개 국립대)의 학과는 제주대 초등교육과 한 곳뿐인 것으로 집계됨.
  9. 학원이나 온라인 강의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사로 ‘일등 스타 강사’를 줄여 ‘일타강사’라 함.
  10. 문재인 정부에서 온라인 등교개학에 대한 상황은 맘카페에 공유가 먼저 되었고, 맘카페 여론이 상당 수 반영되어 정책이 결정되었음. 정작, 현장교사들은 언론 기사를 보고 알게 되었음.
  11. 2020년 현재 교육부 본부 630명 중, 14.6%(92명)임. 그마저도 교육부 본부에는 파견교사들이 60여 명 있으며, 교육전문직원의 숫자는 매우 제한적임.
  12. 담당자의 해당부서 근속기간이 짧다보니 전임자의 인수인계 폴더에 의존하는 경향성이 강함. 깊게 고민하지 않으니 어떠한 방식으로 개혁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임.
  13. 물론, 악성민원에 대한 제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고민해야 함.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악성민원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경험이 있어 이에 대한 시스템 개선은 필요함.
  14. 대표적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 교원자격제도, 교원양성체제 연구 등임.
  15. 교육부가 주관하는 연구·시범학교 기간이 끝난 후 만족도 조사 시, 모든 학교가 성공적이었다고 함.
  16. 국회 교육위 소속 강득구 국회의원이 2020년 10월 전국 교원, 학부모, 중고등학생 1만 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유학기제에서 자유학년제로 늘어난 취지에 36.0%만 긍정으로 응답하였음.
  17. 전자칠판이 대표적임. 최근에는 와이파이존 구축에 예산을 쓰고 있음. 시설 예산이 학교구조, 교육과정과 맞지 않고, 오로지 경제효과를 누리기 위해 교육예산을 쓰고 있는 상황이 심화됨.
  18. 이명박 정부가 녹색 뉴딜정책으로 추진했으며 4대강(한강, 낙동강, 곰강, 영산강)을 정비하기 위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함.
  19. 물론 지역별・학교별 쌍방향 수업과 자체 컨텐츠의 질에 대한, 비율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임.
  20. 공모교장제도, 초등돌봄사태, 영어회화강사 문제, 자사고 등 많은 문제들이 시행령 개정으로 시작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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