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0-12-16 12:18
한 공공기관에서 집으로 작은 기념품을 보내왔다. 겉면에는 ‘고객님께 존중과 감사의 의미를 전한다’고 쓰여있었다. 평소 일 처리가 고객 존중, 소통과는 거리가 멀었고 이런 것을 보낸 적도 없었기에 ‘연말에 남은 예산을 이렇게 소진하는구나’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불용을 없애라!”
연말이면 각 기관마다 내려지는 특명으로, 학교와 교육행정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행정기관은 12월 회계마감을 앞두고 남은 예산을 소진하느라 분주하다. 학교는 회계마감이 2월이라 다소 여유가 있지만, 사실상 연말에 교육활동을 마무리하기 때문에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은 사업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예산이 많이 남았고, 부지런히 지출을 하였어도 연말 계획이 무산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연말이면 유독 보도블록 교체 공사가 많아 보인다는 지적처럼, 학교나 교육행정기관도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예산을 남기는 불용, 내년으로 넘기는 이월 등의 절차가 있지만, 예산을 남기면 사업을 잘못 운영했다는 관행적인 인식과 불용‧이월로 인해 지속되는 후속 행정처리에 대한 불편함 등을 이유로 예산 털기는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보기에 따라서는 예산이 목적한 바 내실있게 쓰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예산 편성 때 다들 예산이 부족하다고 성토하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2021년 교육부 예산은 76조 4,6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28억 원 증가한 규모다. 이 중 유‧초‧중등교육 예산은 58조 6,375억 원으로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에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누리과정 비용을 지원하는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 외에도 교육부는 고등교육에 11조 1,455억, 평생직업교육에 1조 534억 등을 편성하였다. 유‧초‧중등교육은 작년보다 예산이 줄었고, 고등교육과 평생직업교육은 증가했다.
시도교육청의 재정은 내국세의 일정비율(20.79%) 등으로 구성되어 교육부를 통해 받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교육세 등의 지자체 전입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2020년 본예산 기준으로 전국 시도교육청 예산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72.4%, 지자체 전입금은 15.9%를 차지하고 있다. 세수가 줄어들면 정부에서 교육청으로 줄 수 있는 돈도 줄어드는 구조인데, 올해 코로나-19로 이러한 일이 현실화되었다. 이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다수의 교육청은 안정화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편차가 크고 기금 상황은 열악하다. 교육청 재정에 관심이 있다면, 지방교육재정알리미(http://www.eduinfo.go.kr)에 접속하여 17개 시도교육청의 재정정보와 자료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교육청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학교와 교육청 등의 예산 낭비를 신고할 수 있는 예산낭비신고센터가 의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정책의 핵심을 정책, 조직‧인사, 재정, 감사‧평가 등으로 말하곤 하는데, 재정은 정책의 기반이자 실행 수단으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 교육공무직 단체에서 요구하는 처우개선 등도 막대한 재정 투입과 연관되어 있어 정책 당위성과 실현 가능성 사이에서 충돌을 일으킨다. 재정 사용 방법과 관련하여 국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0)의 국민요구조사에 따르면 정부 재정 중 우선적으로 투자되어야 할 학교급(영역)에 대해 일반 국민은 유치원, 유아교육, 전문가는 대학교육이라고 응답하는 등 인식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그 외에도 국내 상위권 대학에서 교육예산을 독점한다거나, 전문대학 지원 예산 소외, 학교 신설에 따른 예산 논란, 교육청 각종 사업에 대한 예산 사용 지적 등 돈과 관련된 문제는 정책을 지적하는 주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교육정책 및 재정과 관련하여 먼저 교육자치 관점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주민직선 교육감이 선출된 지 10년이 넘었고,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로 유‧초‧중등교육 업무를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기로 하였다. 그렇다면 예산 역시 그 권한이 자치기관에게 부여되어야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미미하다. 집주인은 집을 내놓고 이사를 가겠다고 했는데, 세입자는 이사를 가야 하는지도 아직 잘 모르고, 이사를 갈지 말지, 어떻게 하면 짐을 싸지 않고 지금처럼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형국이다.
돈이 곧 권력이라는 말처럼, 재정은 교육부가 교육청을 통제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보내는 돈은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으로 나뉜다. 특별교부금은 전체 교부금의 약 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보통교부금에는 인건비, 기본 운영비 등 경직성 예산의 비중이 높아서 실제 사업 운영에 있어 특별교부금이 갖는 영향력이 큰 편이다. 특별교부금은 다시 국가시책사업, 지역교육현안사업, 재해대책사업으로 나뉜다. 국가시책사업은 교육부가 사업의 키를 쥐고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으로 고교 교육력 제고, 중등 직업교육 혁신 지원, ICT 연계교육 및 SW교육 활성화 지원, 중학교 자유학기제 지원, 창의융합교육,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민주시민 및 체육예술교육 활성화 등이 있다. 지역교육현안사업은 특별한 지역교육 수요가 있을 때 교부하는 것으로 학교 체육시설·다목적강당 신축, 급식소 개축, 창호 교체, 냉난방기 교체 등으로 쓰이고 있다. 재해대책사업은 재해 및 재해예방을 위한 수요가 있을 때 교부한다.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은 국회나 예산당국의 견제를 받지 않고, 결정과 배분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특별교부금은 시도교육청과 학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여 교육자치 강화 흐름에 어울리지 않는다. 특별교부금 국가시책사업 중 25% 이상이 위탁사업비인데, 위탁사업을 선정하는 과정에 시도교육청의 의견수렴 없이 교육부에서 일방적으로 위탁사업을 추진하고 수탁기관을 지정해버려 교육자치를 훼손하고 있다. 나아가 특별교부금을 심의하는 위원회가 현재는 교육부 공무원, 교육부 관료 출신인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등이 다수인 반면, 교육자치를 지향하는 교육청이나 현장 교원의 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유‧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청과 학교로 이양하는 교육자치, 학교자치의 방향 아래, 지방교육자치 확대를 위한 재정 관련 권한을 이양하는 법령이 일부 개정되어 왔다. 2017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개정되면서 특별교부금이 4%에서 3%로 축소되어 시도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약 4,610억 원 증가하였다. 이는 일반자치에 준하는 비율인데, 더 나아가 2%까지 축소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특별교부금을 이루는 각 비율은 국가시책사업(60%), 지역교육현안수요(30%), 특별 재정수요(10%)인데, 이를 국가시책사업(40%), 지역교육현안수요(50%), 특별 재정수요(10%)로 조정해야 한다는 개정안도 논의 중에 있다.
이외에도 재정과 관련한 여러 이슈가 있다. 교육행정기관에서 관찰해보니 ‘이런 사업이 꼭 있어야 하는가?’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들이 더러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조정하고 칼질하는 사람이 없다. 그냥 관행대로 진행하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진짜 내 돈이라면 이렇게 쓸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많았다. 교육부의 예를 들면, 여러 예산 중 국회의 감시를 받는 국고예산 사용은 직원들이 상당히 꺼리거나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하곤 한다. 학교와 교육행정기관이 재정을 잘 운영하는지 합리적인 성과지표를 통해 관리하고, 그 예산 집행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방교육행정기관의 예산 편성과 집행을 견제하는 지방의회 역할도 중요하다. 국회를 향한 시선은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반면, 지방의회의 주목도는 낮은 편인데, 이를 틈타 아무런 교육적 맥락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교육 예산을 삭감하거나,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주민의 대표라는 탈을 쓰고 교육청 예산 편성에 압력을 넣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주민들의 참여 보장을 위한 주민참여예산제가 위원들의 이권 다툼의 장으로 변질되는 모습도 많이 봤다. 학교에서도 예산이 학생, 교원,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에게 편성과 집행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지속된다.
무엇보다 교육예산은 국민들의 피땀어린 세금과 국가의 빚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원의 인건비는 경직성 고정비용으로 교육재정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즉 교원이 어떤 삶을 사느냐, 어떤 실천을 하느냐가 곧 교육정책의 질로 이어지기에 우리 교원들은 이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국가의 엄청난 예산이 공교육과 공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교원에게 쓰여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필자는 이번 칼럼을 끝으로 부족한 글을 맺는다. 지난 몇 년간 운 좋게 교육정책을 다루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청와대 관계자, 국회와 지방의회 의원과 직원, 고위공무원, 교수 및 박사 등의 지식인, 교육정책 관리 및 실무자, 교육 관련 단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지식, 판단력, 정무 능력 등 개인의 능력은 뛰어났고 배울 점도 많았다. 그간 경험해 보지 못하고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을 성찰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을 생각할 때 현재만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혁신가로서,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와 산적한 문제들 앞에서 무엇을 바꿀 것인가,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정책과 연결되어야 한다. 교육을 이용하려는 사람보다 사람을 존중하고, 학생을 목적 삼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현장에 자리한 교사들이 정책에 대한 학습과 공유, 연대로 사회와 공감하면서 아프고 곪아터진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뜻을 모은다면, 조금 더 밝은 교육의 내일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김성천 외(2018). 학교자치. 즐거운학교
이홍영, 김종욱, 정승환, 주주자, 홍섭근(2019). 교육자치 발전을 위한 정책-예산 연계 강화 방안 연구. 경기도교육연구원
하봉운(2020). 교육자치분권의 성과와 과제. 교육비평 No.45
(참고사이트)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63005.html
http://www.eduinfo.go.kr/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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