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0-10-21 10:26
교육은 정치의 산물로 교육의 정치적 성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시대의 교육이 아니라고 한 Kimbrough의 언급, 교육은 그 본질상 지향성과 정치성을 가지고 있다는 프레이리의 지적은 교육과 정치의 밀접한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교육정책의 결정과 집행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주된 정책 결정자 역할을 한다. 교원, 학부모, 학생, 사학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학계나 언론, 연구기관도 관련이 있으며 국내외 정치, 역사, 경제, 문화 등 환경적인 요소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번에 주목할 대상은 입법기관이다. 국회나 지방의회는 시민들이 선출한 대표자로 구성된 대의기구이다. 국가와 관할 지역에서 입법권을 행사하고 교육부, 교육청 등 관련 기관을 견제한다. 피감기관의 운영, 예산 편성 및 집행 등을 감시하거나 시민들의 여론을 바탕으로 공식적인 발언을 하여 교육정책의 방향을 조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견제, 감시를 넘어서 정책의 결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력의 행사가 가능하다.
의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의회의 구성원인 의원들은 기본적으로 선거를 통해 존재하는 이들로서 시민들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존재라는 점에 있다. 법률,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은 교육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이기도 하다. 의원 개인은 법률을 제안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지만 이들이 정당으로 정치 권력을 행사할 때, 특히 여당이거나, 다수당일 때 정책 결정을 주도할 수 있고 그 힘도 상당하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을 유심히 살펴보자. 최근에는 의원 간 경쟁, 정당과 외부의 평가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법안 발의 실적만 높이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더기 법안 발의는 법안 심사 속도를 늦추고, 불필요한 업무를 폭증시키기도 한다. 일하는 국회에 대한 요구가 많아 법안을 많이 발의하지만 부실 법안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한 의원이 전국의 모든 학교가 텃밭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하는 황당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의원들은 다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에, 지역구의 이익이나 민원, 치적과 실적 등이 뒷배경에 있었을 것이다.
의원들이 입법권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법안을 다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정부입법이라고 해서 교육부에서도 법안을 만들 수 있다. 교육부 내에서는 의원입법 내지 청부입법이라고 하여 교육부가 법안 목적, 개요, 내용을 다 만들어 국회의원실에 제공하면 의원실에서 취사 선택하여 발의만 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 관련 위원회만 교육 법안을 발의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목적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교육 관련 위원회가 아닌 상임위원회에서 교육 법안을 발의하는 일들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국회의원하면 보통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싸우는 모습, 비리에 연루되는 모습, 일하지 않고 고액 연봉과 각종 혜택을 받는 모습 등으로 언론에는 비춰지곤 한다. 300명의 국회의원 모습은 각양각색이겠지만, 제대로 일하는 의원들은 가야할 곳도 많고, 찾는 사람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아 상당히 고된 삶을 살고 있다. 특히 교육처럼 복잡한 문제를 제대로 다뤄보려고 하면 상당한 품이 든다.
국회 상임위원회 중 교육 문제를 다루는 곳은 교육위원회이다. 교육위원회 안에는 법안심사 소위원회 등의 소위원회도 있다. 국회법 제40조는 상임위원회 위원의 임기를 2년으로 정하고 있다. 원 구성 단계에서 정당별로 의원들이 희망하는 상임위원회를 조사하고 조정 과정을 거쳐 배정된다. 교육위원회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비선호 상임위원회이다. 1지망으로 위원회에 들어오는 의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의원들이 많다.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http://assembly.webcast.go.kr/)에 들어가면 교육위원회 회의를 살펴볼 수 있다. 국회의원의 최종 목표가 권력의 극대화에 있겠지만, 교육위원회 회의에 임하는 의원의 자세를 보면 이 사람이 진정 교육을 위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제대로 일하는 의원에 대한 교육 관계자의 관심과 응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제도와 이익에서 소외된 힘이 없는 교육 약자들과 목소리가 작은 학생들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앞에서 말한 이들을 위한 입법활동을 어느 의원이 펼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자. 국회의원이 입법권을 행사해 의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동료의원 10인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발의한 후에는 교육부, 국회 전문위원, 정부부처, 국민 대상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다. 교육부 의견을 받는 단계에서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의견도 수렴한다.(국회 전문위원은 상임위원회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데 5급 이상부터 차관보 대우까지 받는다.)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날, 대정부 질문에 장관이 출석하는 날,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교육부 업무 관계자들은 중계방송을 켜고 모니터링을 한다. 이를 위해 식사를 거르기도 하고, 도시락을 시켜놓고 휴대폰으로 국회방송을 시청하며 식사를 하기도 한다. 자신의 업무에 관한 언급이 나오기라도 하면 해당 내용을 요약하는데, 이는 향후 대응 방안 등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는 교육위원회 의원들의 회의 발언을 빅데이터로 분석하여 의원들의 관심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특히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는 교육부, 교육청 등 피감기관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것을 요구한다.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국정감사를 전후한 2-3주의 기간이 일거리가 많은 기간이기도 하다. 공격하는 국회의원실은 물론이고, 방어하는 피감기관의 피로도는 상당하다. 경우에 따라 밤을 새우기도 하고, 새벽까지 준비하거나 대기하기도 한다. 국정감사를 마치는 날 새벽, 드디어 일정을 마쳤다며 직원들이 박수를 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사학 비리, 교원 성 비위, 원격수업, 일제 잔재, 돌봄, 기초학력 문제 등이 다루어졌다. 하지만 짧은 국정감사 기간과 각 의원에게 배정된 짧은 질의 시간으로 인해 심도 있게 문제를 파고 들어가지 못하는 아쉬움과 한계가 있다. 교육위원회의 피감기관 수가 1일 평균 10개 기관이 넘고, 국정감사 기간 중 교육부에 직접적으로 질의하는 날은 단 며칠, 교육청도 여러 교육청을 묶어서 하루 정도만 진행하기 때문이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언론의 주목을 받고자 사회적으로 이목을 끌 만한 주제를 짧은 시간에 다루게 된다. 그래서 파편의 언론 보도를 넘어서 해당 의원의 진정성을 보기 위해서는 의원실에서 운영하는 SNS 등을 살펴보길 권한다. 특정 이슈 몰이나 정쟁만 일삼는 사람인지, 우리 교육 현장을 향한 관심을 바탕으로 데이터에 근거한 내실 있는 자료들을 생산하여 국감에 임하는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국정감사 때 질의응답의 어느 정도는 사전 조율이 된다. 피감기관에서는 의원실로부터 예상 질의를 파악하여 국감장에서 상호 질의가 가능하도록 기본적인 준비를 한다. 언론에 화면이 잡혔을 때 어느 정도 대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기관장이 기본 답변은 해야 심도 있는 질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된 예상 질의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의원이 있는 반면, 어떤 의원은 스스로 준비하지 않고 피감기관에 자신이 다루고 싶은 주제에 대한 질문과 답변까지 모두 작성해서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니 한심한 노릇이다.
의원들이 교육에 관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교육과 관련한 직접 경험이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국회의원은 보좌관, 비서진, 여러 조직 및 단체들과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개인의 교육 경험이 필수라고 보진 않는다.(국회의원은 보좌관 2인(4급 상당), 비서관 2인(5급), 비서 4인(6~9급), 인턴 등 9인의 보좌 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식견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원과 함께 의정활동을 하는 보좌 직원이 있는 의원실이 어디인지 주목해보자. 국회 상임위원회 임기는 2년으로 임기 내 전반기 후반기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한다. 1년 반 뒤, 후반기 교육위원회를 다시 한번 희망하여 4년간 머무르면서 우리 교육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끌어 앉고 고민하는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눈여겨 보자. 특정 집단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가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약자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이가 누구인지 찾아보자. 발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폐기된 법안을 복사, 붙여넣기 하는 분들, 교육부 교육청 등의 기관을 상대로 막연한 갑질만 하려는 분들을 구별해내야 한다.
지방의회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보좌진이 있기 때문에 교육적 경험이 부족하여도 조직을 잘 활용할 수 있으나 지방의회 의원들은 보좌진들이 없이 의정활동을 하고 있어 전문성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도 한 지방의회 의원이 내부고발 건을 찾기 위해 교육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조롱하는 듯한 글을 공무원 내부망을 통해 유포한 사례가 있었고, 한 지방의회 의원은 사교육 단체 출신으로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해 의원직을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국회의원을 위한 연봉과 인력의 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 2018년 기준, 시도의회 의원들도 의정활동비, 월정수당 등으로 월평균 (전국)460여만원, 수도권 의원은 월 5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다. 소중한 세금이 이들의 의정활동을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이들의 활동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교육을 삶에서 만나고 있는 이들의 참여도 매우 중요하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14.5%가 정당의 당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교원의 정당 가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 정치 활동에 있어 거의 제약이 없다. 공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에 따르면 18세에게 선거권은 주어졌으나, 선거 교육은 내실 있게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여전히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는 교육감 선거권, 정당원이 될 권리를 주지 않는다.
교육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갖는 이들은 교원과 학생들이다. 교원에게 직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보장하고, 학생들도 청소년 시절부터 정당에 관심을 가지고 자유롭게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게 한다면 개인의 정치의식과 시민의식의 함양 뿐 아니라 국회 및 지방의회와 연계된 교육정책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강상원 외(2018). 지방의회, 아는 만큼 잘할 수 있다. 알파미디어.
문혜림(2012). 교육혁명가 파울로 프레이리. 학이시습.
박선민(2020).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 후마니타스.
최희선(2006). 교육정책의 탐구논리. 교육과학사.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5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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