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0-09-02 12:23
사또 마나부의 교육관은 경청과 공감
4차 산업혁명으로 밀어닥친 <미래교육>, 특히 교육청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새로운 학력>에는 사또 마나부의 《배움의 공동체》 철학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前 도쿄대 교수인 사또 마나부(佐藤学)와 그의 제자인 손우정 박사의 ‘배움의 공동체’ 철학은 혁신학교와 <새로운 학력관>의 근간이었다. 사또 마나부는 1980년대부터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학교폭력’, ‘등교거부’, ‘가정폭력’, ‘왕따 등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교육에서 ‘공부’와 ‘배움’의 차이를 구분하여 교육과정을 ‘공부’에서 ‘배움’으로 전환하는 배움의 공동체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공부’와 ‘배움’의 차이는 ‘만남과 대화’에 달려있다. 공부(study)는 ‘혼자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습득하는 활동’이지만 배움은 ‘타자와 만나고 자기와 만나는 순환적 행위’로 규정했다. 즉 배움은 ‘나와 타자 간의 대화적인 실천’으로 교사든, 학생이든, 학부모든, 교육과정이든 동등한 주체로 만난다. 배움의 과정은 순차적인데 나는 ‘교육이념’, ‘교육목표’, ‘교육주제’, ‘교육내용’, ‘교육도구’와 암묵적으로 만나 인지적 실천으로 세계를 만든다. 특히 교육적 도구를 중시했다. 그 까닭은 배움의 동기를 이끌어 내는데 있다. 즉 학생들은 논리적으로 생각하여 앎에 이르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사물을 조작하면서 답을 찾아내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는 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와 교육과정을 통해 직접적으로 만나 대화하여 함께 과제를 해결하며 친구가 된다.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교사와 친구와 주고받아가며 함께 배우는 협동적 활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협동적 배움은 하나의 결론, 하나의 정답을 공유하는데 있지 않다. 타자와 대화하여 생각의 차이를 밝히고 지양하여 깊고 넓은 배움으로 나아가려는 까닭이다. 마지막으로 자기를 성찰하여 외부에 표현하고 타자와 공유함으로써 보다 성숙한 ‘자기’를 만들어간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습과정에서 교육내용의 의미나,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 표현하며, 교사나 친구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재구성한다. 결국 ‘배움은 세계와 호혜적으로 만나는 자아실현의 과정’으로 자아인 ‘나’는 고정적이거나 독립적이지 않고 오직 관계로만 성장하는 자아이며 그 방법은 타자의 처지에 공감하는 ‘경청’과 이어지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사또 마나부의 《교사의 배움》에 따르면 교사는 주로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들으려고 해야 한다. 또한 학생도 배움이 일어나고 축적되려면 다른 친구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 까닭은 이미 아는 학생이 모르는 학생을 일방적으로 지도하지 않고 모르는 학생 또한 무지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거나 아는 학생에게 질문할 때 부끄럽지 않게 하여 배움의 관계를 맺기 위해서이다. 즉 아는 학생이 모르는 학생의 무지의 고통에 공감할 때에 배움이 시작된다고 본다. 경청에 따른 공감교육은 《배움의 공동체》 철학에서 근본적이고 선차적이다. 요컨대 배움이란 ‘학생이 교사, 친구, 텍스트 등 타자를 만나 경청하고, 공감하는 대화적 의사소통’이다. 즉 교재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 해석하여 또 하나의 세상을 만나고, 교실에 있는 친구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면서 또 하나의 새 친구를 만들어 가고, 주변의 친구들까지 확장하여 서로의 생각의 차이를 대화하고, 점점 더 새로워지는 자기와 만나는 일이다. 또한 배움의 목적은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에 있다.

경청할수록 학습 기억이 만들어지고 기억 효과도 커져
학습과학에 근거하면 사또 마나부의 경청 중심적이고 공감하는 교육관은 옳다. 학생들이 교육내용을 자세하게 보면 효과적이지만, 잘 듣는 것도 그에 못지않다. 교사나 친구들로부터 수업내용을 잘 듣게 되면 간접경험을 통해 미지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경청의 학습효과를 이해하려면 “청각정보를 담은 소리는 어떤 경로를 거쳐 뇌로 전달되고 기억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뇌 과학에 따르면 경청은 학습에 긍정적이다. 학습은 뇌에 정보를 기억하는 과정이나 기억된 상태로 특정한 부위만 관여하지 않는다. 즉 뇌의 여러 부위가 공조하여 학습이 이루어진다. 편도체는 청각기억으로 들어온 정보 중에 관심을 끌거나 흥미로운 정보만을 선별하여 측두엽의 해마로 보낸다. 그 때에 해마의 인지적 시스템인 작업기억은 주의를 기울인 정보를 유지하여 이해·추론·의사결정 같은 복잡한 과제를 처리한다. 즉 주의를 유지하여 잠깐 동안 정보를 유지하며 조직화와 부호화(정교화)를 통해 장기기억으로 보낼 기억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작업기억으로 들어온 정보라도 지속적으로 주의해야만 과제를 완수할 수 있으며 잠시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처리되던 정보는 사라진다. 조직화나 부호화는 기억을 잘 할 수 있는 책략이다. 조직화는 기억하려는 정보들을 속성(유사성)에 따라 의미 있는 단위(덩어리)로 묶어 기억하는 작업이다. 사과, 비행기, 낙타, 펜더, 딸기, 자동차라는 정보가 해마에 들어오면 사과와 딸기를 ‘과일’의 범주에, 비행기와 자동차를 ‘교통수단’의 범주에, 낙타와 펜더를 ‘동물’의 범주로 묶어 기억한다. 조직화를 하려면 상위범주의 개념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 부호화(정교화)는 두 개 이상의 정보들 간에 관계를 만들어 정보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조직화와는 다르게 같은 범주에 속하지 않는 정보들이라도 서로 연결하여 연합을 만들어 기억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사과와 낙타라는 다른 속성을 갖는 정보가 들어오면 ‘낙타가 사과를 먹는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기억하거나 태양 위성의 이름을 수·금·지·화·목·토·천·해·명처럼 첫 머리글자만 모아서 암기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서로 다른 정보 사이에 임의로 관계를 만들어야 하므로 정보 간 관계가 높을수록 효과적이지만 조직화에 비해 효과적이지는 않다. 물론 조직화와 부호화 작업이 함께 이루어지면 기억을 더 잘할 수 있다.
요컨대 작업기억은 기억을 더 잘하기 위해 조직화, 부호화라는 책략을 사용하여 과제를 해결하고 대뇌 피질의 연합영역으로 보내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작업기억은 규모가 큰 작업장이 아니다. 들어온 정보를 하나하나 처리하여 모두 저장하기에는 저장 공간이 작아, 필요한 과업을 마치면 다음 작업을 위해 작업대를 비워둬야 한다. 이 때문에 쓸모 있는 정보로 판단해 작업을 끝냈지만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려면 별도의 기억공간에 보관해야 하고 그곳이 정보를 무제한도로 저장하는 ‘장기기억’이다. 더구나 장기기억은 작업기억이 기억할 정보를 만들어내는데도 요긴하다. 작업기억은 기억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장기기억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장기기억에 저장된 정보가 많을수록 과제를 해결할 때에 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라디오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 흘러나온다고 하자. 귀의 달팽이관으로 들어오는 청각정보는 주의를 기울인 정보라면 신경세포(Neuron)의 수상돌기(Dendrite)가 수용하여 전기신호로 바꾼 후에 뉴런의 연결로, 간뇌의 등 쪽에 위치한 회백색 덩어리인 ‘시상(Thalamus)’으로 이동한다. 시상은 ‘후각’을 제외한 ‘시각’, ‘청각’, ‘촉각’, ‘미각’, ‘체감각’. ‘내장감각’이 모이는 플랫폼으로 차량들이 서울에 들어올 때 거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같은 곳이다. 시상은 대뇌피질의 각 영역이 감각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도록 분류하는 역할을 한다. 감각정보 중에서 후각정보는 유일하게 직접 대뇌피질로 전달된다. 시상이 교향곡 5번에 대한 청각정보를 대뇌피질의 좌우측에 위치한 측두엽으로 보내면 청각피질이 그 소리의 특징, 음의 높이, 크기 등을 처리한다. 그렇다고 교향곡 5번이라고 구분할 수준은 아니며 소리를 느끼는 정도이다. 이후에 청각피질 주변의 ‘청각연합영역’으로 옮겨지는데 그때 전전두엽이 움직인다. 즉 장기기억이 저장되는 연합피질을 탐색하여 과거의 경험으로 교향곡 5번, 운명과 같거나 비슷한 정보가 남아있으면 비교하고 소리를 해석한다. 다시 말하면 전전두엽은 장기기억으로부터 새로 들어온 정보에 대한 이미지나 텍스트를 인출하도록 명령하여 해석하며, 해마로 보내 작업하게 하지 않는다. 해마에게는 반가운 사건이다. 그나마도 정보를 처리하는 용량이 적은 상황인데 작업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청자는 해마의 작업을 거치지 않으니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그 소리를 교향곡 5번이라고 추론한다. 그 후에 그 정보는 각각의 감각연합영역에서 해석한 시각이나 후각 등 다른 감각정보들이 모두 모여드는 ‘다중감각연합영역’으로 옮겨져 다른 감각연합영역으로부터 넘어온 정보와 결합하여 ‘교향곡 5번’이라고 완전하게 인식한다. 가령 유튜브로 교향곡 5번, 운명을 들었다면 그에 대한 시각정보도 시각연합영역에서 해석되어 다중감각영역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교향곡 5번, 운명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전전두엽이 탐색했는데 연합영역에 장기기억으로 저장된 정보가 없으면 다른 경로를 선택한다. 교향곡 5번, 운명에 대해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거나 주의를 집중하지 않아 사라져 버린 경우이다. 처음 접하는 정보는 청각연합피질에서 음의 고저 등 기초적인 분석이 끝나면 ‘내후각피질’과 해마 입구에 있는 ‘치상핵’을 거쳐 해마의 CA3, CA1을 지나 다시 ‘내후각피질’과 몇 개의 경로를 거쳐 ‘청각 연합영역’과 ‘다중감각연합영역’에 새롭게 저장된다. 즉 해마에서 기억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작업이 진행되어야 ‘교향곡 5번, 운명’이라고 알 수 있다. 교향곡 5번을 듣는 것에서 보듯이 주의를 기울인 감각기억만이 듣는 것이라면 청각기억만이 단기기억이나 장기기억이 되고 특히 단기기억인 작업기억은 장기기억(연합영역)에 저장된 사전지식의 도움을 받게 될수록 정보의 입력 속도나 수량이 정보의 처리 속도나 수량을 초과하는 인지 과부하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주의와 기억(장기기억)은 정보를 처리할 때에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한다. 경청이 학습에서 중요한 것도 이러한 인지메커니즘 때문이다.
공감할수록 수업에 주의를 기울이고 생존에 중요한 정보라고 받아들여
공감이 중요한 학습역량인 것은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할 때에 감정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편도체가 우호적이거나 적대적으로 평가한 감정은 주의와 기억의 상호작용에 깊이 관여하는데 우리가 수많은 자극 중에 특정한 자극에만 반응하거나 인지(認知)하려면 반드시 그 자극에 감정을 실어야 한다. 뇌에 한꺼번에 여러 정보가 들어오면 동시에 처리되지 않고 생존에 우선적인 정보를 먼저 작업대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먼저 뇌간과 관련된 식욕, 수면욕, 성욕 등 생존과 직결된 정보를, 그 다음에 변연계와 관련된 감정적인 정보를, 맨 나중에야 대뇌피질과 관련된 이성적인 학습 정보 등을 처리한다. 따라서 본능적 욕구와 관련된 정보가 아니라면 아무리 중요한 것처럼 보여도 감정이 실리지 않으면 우선순위를 둬 주의하려고 하지 않는다. 즉 어떤 감각이라도 경험이나 학습으로 만들어진 취향이나 흥미, 공포, 불안 등의 정서, 그 때 그때의 일시적 느낌(기분)이 덧칠되어야만 주의하고 기억한다. 학생의 감정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주의력, 사실적 지식이든 절차적 지식이든 학업 성취도에 차이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의 감정에 대한 태도는 곱씹어볼 만하다. 그 당시의 과학 수준으로는 검증하기 어려웠지만 주의와 기억, 행위(반응)에 끼치는 영향력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흄은 저서인 《인간 이해력에 대한 탐구》 9절에서 ‘인간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경험적 본능인 감정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즉 흄에게 인간은 근본적으로 감정적 존재이고 인식론적으로 볼 때에 동물과 아무런 질적 차이가 없으며 단지 동물보다 좀 더 진화된 존재일 뿐이다. 다음의 글은 감정주의자로서 흄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동물은 그들의 (경험적) 추론에서 이성의 안내를 받지 않는다. 아이들이나 대부분의 인류 역시 그들의 일상적 행동과 결론에서 이성의 안내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는 철학자들까지도 이성의 안내를 받지 않는데 그들 역시 모든 삶의 실제적인 부분에서 대체로 범인들과 마찬가지이며 그들과 같은 삶의 원칙을 따라 살아간다.”
특히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 2권의 3부인 ‘정념에 관하여’ 부분에서는 주의, 기억 등 인간의 행위를 끌어내는 ‘동기(motive)’에 대해 말한다. 그에 의하면 오직 이성만으로는 우리에게 어떤 의지적 활동의 동기도 생겨나게 할 수 없다. 또한 이성은 의지의 방향을 정할 때에도 결코 감정과 상반될 수 없고 충실하게 따를 뿐이다. 인간은 감정에 따라 어떤 대상에 주의하고 행동할 뿐이다. 어떤 대상들을 쾌락이나 고통을 예측하는 감정에 따라 추구하거나 회피하며 그 대상에 대한 욕망을 성취하려는 동기를 지닌다. 감정만이 동기를 제공하며 이성은 그처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성과 정념은 결코 대립되는 동기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이성은 정념의 노예이고 단지 노예여야만 하며 감정에 봉사하고 복종하는 것 이외의 어떤 다른 기능과 역할을 탐내서도 안 된다. 이성의 역할은 긍정적인 감정에 도움이 되거나 고통과 좌절을 피하는 정보를 전해 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들이 우리가 무엇을 행하며,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를 정해주지는 않는다. 정보에 대한 주관적인 반응인 감정만이 실천력의 근원이다. 이성은 정념에게 봉사하고 정념을 지지할 뿐이다.
이처럼 감정이 우선이라는 것을 《도덕원리에 관한 연구》에서 다시 수단과 목적의 구별을 통해서 확인하고 이성과 감정의 관계를 정식화한다. 즉 어떤 행동을 할 때에 개인마다 그 이유는 다를 수 있지만 목적은 오직 감정에서 나온다고 본다.
“어떤 사람에게 왜 운동을 하느냐고 물어보라. 그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왜 건강하기를 원하느냐고 물어보라. 그는 곧바로 질병은 고통을 주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만일 당신이 더 이상 질문을 던져서 왜 고통을 싫어하는지 그 증거를 알고 싶다고 말하면 그는 더 이상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바로 궁극 목적이며 다른 어떤 대상을 지적할 필요는 없다.”
감정이 경청과 학습에 그토록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면 무엇이며,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감정은 마음의 상태로 뇌의 구조상 변연계의 뇌하수체나 편도체에서 만들어진다. 변연계는 포유류에서만 발견되기에 ‘포유류의 뇌’, 감정이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에 ‘감정의 뇌’라고 불리는데 시상하부, 뇌하수체, 편도체, 해마 등으로 이루어졌다. 시상하부는 항상성의 중추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세로토닌, 엔돌핀 등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여 항상성을 유지하며, 뇌하수체는 그에 따라 실제로 호르몬을 분비하는 곳이며, 편도체와 해마는 기억이나 학습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편도체는 해마의 끝 부분에 위치한 아몬드 모양의 부위로 시상으로부터 감각정보를 받아 정서적으로 평가하여 대뇌의 전두엽에 보낸다. 특히 자신이 겪은 공포 등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기억해두었다가 재현되면 즉각적으로 대응하도록 한다. 그 뿐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지 않지만 부정적인 정서적 기억에도 민감하여 주로 그 상황에 맞서기보다는 벗어나도록 한다. 과거에 대중강연을 할 때에 실수했다면 추후에 청탁이 들어와도 꺼리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뇌는 아직 미확인 영역이 많아 편도체의 기능에 대해서는 정 반대의 연구도 있다. 스스모 토네가와(Susumu Tonekawa) 메사추세스 공과대학 연구팀은 “뇌의 편도체에 긍정적인 행동을 촉진하는 뉴런의 부분집합이 매우 풍부하다.”고 발표했다. 즉 편도체는 주로 부정적 정서인 공포와 관련된 행동에 관여한다는 기존의 인식과는 정 반대로 긍정적인 보상과 관련된 행동을 자극한다고 확인했다. 편도체의 특성은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시각 등 후각을 제외한 여러 감각정보는 시상으로 들어온다. 시상은 종류별로 분류하기 위해 적당한 뇌 중추로 보내는데 전두엽이 생존에 부정적인 특별한 상황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면 감각피질, 감각연합영역, 다중연합영역 순서로 이동한다. 그 때 전전두엽은 과거에 저장되었던 정보인가를 식별하기 위해 연합영역을 검색하는데 그에 대한 이미지나 텍스트를 찾으면 떠오르게 한 후에 편도체로 보내 정서적으로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평가하도록 한다. 그 정보를 생존을 위해 수용해야 하는지, 회피해야 하는지를 구분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에 대한 판단이 끝나면 다시 전전두엽으로 정보를 보내 운동신경으로 반응하도록 한다. 그런데 편도체가 같은 자극에 대해 같은 정서적 평가를 내렸어도 개인적 반응은 꼭 같지 않다. 감정을 통제하는 안와전두엽은 전두엽과 변연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끈(통로)인데 발달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안와전두엽이 발달하여 만족지연능력이 높아진 경우라면 편도체가 분노를 표현할 정도로 부정적으로 평가했어도 전전두엽이 참지 못하고 화를 내도록 명령하지 않는다. 감각기관에 어떤 정보가 처음 들어왔거나 중간에 사라진 정보였다면 상황이 다르다. 전두엽은 연합영역에서 그에 대한 기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연합영역에 머물렀던 정보는 내후각피질, 치상핵, 단기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거치는 등 일정한 경로를 따라 이동하여 다시 감각연합영역과 다중감각연합영역으로 모인 후에 전두엽이 검색한 후에 편도체로 보내 감정적 판단을 하게 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편도체는 직접 정보처리에 개입하는데 일화 기억을 저장하는 내후각피질과 단기기억을 작업하는 해마와 쌍방향으로 교류하여 감정을 덧칠한다. 일화기억에 감정을 실고, 해마가 작업할 때에 감정을 보내주며 작업을 마친 기억을 다시 받아 감정기억으로 저장한다. 즉 해마는 편도체로부터 만들어진 감정을 실시간으로 참고하면서 기억할 정보를 취사선택하며, 그 정보를 다시 편도체로 보내 감정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처럼 편도체는 감정에 물든 정보를 다양한 경로의 신경회로를 통해 안와전두엽을 거쳐 전전두엽으로 보내면 전전두엽이 그에 따라 신체적으로 반응한다. 요컨대 우리가 새로 들어온 정보에 대해 ‘아름답다든지’, ‘기쁘다든지’라고 느끼고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까닭은 편도체 탓이다.
그러나 전두엽이 시상에서 보내온 정보에 대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다고 해석하면 감각피질로 보내지 않고 즉시 편도체로 보낸다. 일상적인 경로를 통해 정보의 안전성을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즉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편도체는 정보가 도착하면 시상하부와 뇌간(호흡, 맥박, 혈압 등 생명을 유지하는 일에 관여)에 정보를 전달해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켜 맥박수를 올리고, 팔다리에 에너지를 보내 그 상황에 맞서야 할지, 도망갈지를 결정하게 하는 등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기하도록 한다. 만약 평상시처럼 대뇌피질의 판단을 기다렸다가 때를 놓치면 우리는 큰 위험에 빠지거나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순간에는 편도체 부위에서 지나친 대사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성의 뇌인 전두엽은 일시적으로 기능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몸이 먼저 반응하는데 ‘편도체 하이제킹(Amygdala HijackIng)’이라고 부른다. 순간적으로 전기회로에 과한 전류가 흐를 경우에 두꺼비집이 내려가 정상적인 전류의 흐름이 차단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다시 말하면 편도체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자동안전장치이다. 미국 다트머스대의 심리·뇌 과학자인 폴 왈렌 교수의 연구인 ‘처음 만나는 낯선 상대에 대해 0.017초라는 짧은 순간에 친구인지 적인지를 판단하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편도체는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지만 그 판단은 평상시에 대뇌피질을 거치는 방식보다는 정확하지 않다. “감정적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가리킨다. 그러나 편도체의 기능이 위축되는 경우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서적으로 메마르게 하며, 공포를 직시하고 대응하지 못해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편도체가 지속적으로 대뇌피질과 접촉하여 활동하게 하려면 전두엽의 통제력을 기르는 훈련으로 편도체로 위기신호가 담긴 정보가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즉 시상에서 정보를 바로 편도체로 보내지 않고 대뇌피질을 통하여 편도체로 보낼 수 있도록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특히 위에서도 말했지만 전두엽과 변연계를 이어주고 감정을 조절하는 유일한 끈인 안와전두엽이 만 2세까지 발달하기 때문에 주의하여 적극적으로 양육해야 한다. 직관적으로도 우리의 기억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이 묻어있다는 증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초등학교 시절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칭찬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일은 흔한데 그 사건을 기쁘고도 소중한 감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은 회피하기 때문에 기억을 차단하지만 생존과 직결된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기억하도록 한다. 가령 혼자 어두컴컴한 주택가 골목을 걷다가 멧돼지를 만난 기억은 오랫동안 유지된다. 그 상황이 생명에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감정은 변연계의 뇌하수체나 편도체에서 만들어지고 편도체는 시상이나 해마로부터 받은 감각정보를 정서적으로 평가하여 기억하고 즉시 또는 해마를 거쳐 대뇌피질인 전두엽으로 중개한다. 즉 감정은 편도체의 기능에서 보듯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고 기억할 정보를 선별하여 학습에 영향을 끼친다. 그 점에서 데이비드 흄이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감정이 이성에게 명령하여 그 상황에 주의하도록 하고 정서적으로 반응하게 한다고 말한 것은 그럴듯한 과학적 가설로 놀랄만한 예측이다. 현대과학에 따르면 편도체는 감각정보를 받아 정서적으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평가하여 대뇌의 전전두엽으로 보내고 운동신경을 통해 반응하도록 명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감정이 학습에 절대적이지는 않다. 안와전두엽처럼 감정을 통제하는 이성의 부위가 있으며 전전두엽에 남아있는 기억의 흔적이나 기억을 만들어내는 해마도 감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기억이 경청이나 공감보다 우선적인 학습역량
사또 마나부의 경청과 공감의 교육철학에는 수긍하지만 기억을 소홀하게 다루는 교수학습법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기억, 감정, 주의는 분리할 수 없고 학습에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기억 이외에 경청이라는 주의, 공감이라는 감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지 학습의 근본은 기억에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의 고유성인 문화와 역사는 기억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기억의 중요성을 압도할 수 없다. 설령 인간은 해마가 손상을 입어 그 이후의 경험을 기억할 수 없거나 일화 기억이 없더라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해 인간다운 삶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역사도 각자의 기억이 연결되어 문화를 창조하고, 문명을 축적하여 삶을 꽃피우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가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수업에서 공감하든 경청하든 뇌에 교육내용을 기억하지 않으면 다시 떠올릴 수 없고 기억을 반영해야만 과제를 해결하는 등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다.
참고문헌
교사의 배움, 사또 마나부
교사전문성 연수(5): 뇌는 어떻게 학습하는가?(5) – “감정과 교실 수업”, 이찬승
교육과 뇌과학, Kathleen Scalise & Marie Felde 공저, 김정희 옮김
뇌과학 공부, 박문호
서양윤리학사, 로버트 애링턴, 김성호 옮김
인간본성에 대한 철학이야기, 이현복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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