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파격적인 새 평가체제 도입 논의 절호의 기회

by gyobasaNPO | 2020-06-03 17:11

한국 중고교 학생과 학부모에게 왜 학교 다니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아마도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대답이 압도적일 것이다. 이런 현실은 학교교육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

 

“선생님, 이것 공부하면 시험에 나오나요?”
“이것 열심히 하면 학생부에 기록해 주실 거예요?”

 

학생이 교사에게 던지는 이런 거래적(transactional) 공부 행태만 보더라도 공부의 목적이 오직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이겨 더 좋은 성적을 얻는데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교 공부의 목적 = 대입 준비를 위한 성적 향상 + 경쟁에서의 승리’인 것이다. 이러한 학교 체제 속에서는 교육 본연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현재의 학교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인간성을 키우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학생을 키워낼 수 있겠는가? 이런 현상은 원격수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전국 초중고생 880명이 참가한 온라인 설문에서 원격수업에 대한 참여도를 물었을 때 94.5%가 적극 참여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참여의 주된 이유가 그리 교육적이지 않다. 무려 73.8%가 ‘출석이나 생기부에 반영되므로; 중간·기말고사에 출제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이 언제 수그러들지 아무도 모른다. 가을 재유행설부터 시작해서 국민 60% 이상이 면역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기존의 학사 일정을 지키면서 과거로 다시 돌아갈 궁리만 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잊고 ‘뉴노멀’의 새로운 체제를 구상할 때다. 내신도 수능도 공정성과 형평성 결여의 이유로 종전과 같은 입시나 수능이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참에 이 땅에 교육다운 교육이 실현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보자. 또 공부 잘하는 소수를 위해 다수의 나머지 학생을 소외시키는 야만적 교육을 중단시키고 공부를 어려워하는 다수의 학생을 더 우선적으로 돕는 인간적 교육을 시작하자. 그동안 그토록 간절히 바랐지만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해볼 절호의 기회를 코로나19가 제공하고 있다.

 

먼저, ‘학교 공부의 목적 = 대입 준비를 위한 성적 향상 + 경쟁에서의 승리’라는 공식을 깨자. 이 공식이 성립하는 한 학교는 입시학원과 다를 바 없고 교사는 참 스승이 되기 어렵다. 그리고 학생, 교사, 학부모 간의 성적 산출과 교육과정 운영의 간섭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것이다. 이는 진정한 교육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이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평가혁명에서 찾자. 수능이 아무리 교육과정을 왜곡해도 현재 우리의 여건에서 수능을 없애기는 어렵다. 수능이 있더라도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자. 이를 위해 수능과 내신 모두 5등급 절대평가로 바꾸어 시험의 영향력을 대폭 줄이자. Pass/Fail로 평정하는 과목과 과제를 대폭 늘리자. 이를 통해 학교교육을 대입시의 종속으로부터 구출하자. 수능이 지금처럼 교육과정 운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한, 내신이 대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처럼 큰 한, 수직적 대학서열이 지금처럼 존재하는 한,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한, ‘학교 공부의 목적 = 대입 준비를 위한 성적 향상 + 경쟁에서의 승리’라는 공식은 견고할 것이고 대학입시의 교육과정 지배는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평가혁신과 더불어 사회변혁도 같이 뒤따라야 한다.

 

교육문제는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문제를 교육적 논리로만 풀려고 해서는 답이 없다. 현재의 교육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한국의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오늘날의 청소년들을 이렇게 입시 지옥에 가둬 두고 문제 풀이 기술이나 익히며 젊음을 낭비케 하는 오늘의 현실을 이대로 둘 것인가?’ 기존의 입시제도와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을 평가와 입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보자. 이를 통해 ‘실력 = 표준화 시험 성적 = 공정한 고등교육 기회 배분 기준’이라는 신화를 깨부수자. 이를 위해 입시혁명과 사회변혁 논의를 함께 시작하자. 9월학기제 도입과 같은 껍질 바꾸기 논의는 제발 중단하자. 대신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루는 변혁을 논의하자. 이런 논의를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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