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초·중·고 수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 -블렌디드 러닝과 플립 러닝을 중심으로-

by gyobasaNPO | 2020-06-03 09:49

2020년 한국교육에는 초유의 사태가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초·중·고 학교는 개학을 연기했고, 4월에 개학한 후에도 감염 확산의 우려로 ‘온라인 수업’을 이어갔다. 온라인 수업은 다수의 국민들에게 지금도 낯설지만 교육과 학습방식은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항상 달라지기 때문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던 “학교수업은 오프라인 수업이다”라는 통념은 현실적 도전에 직면했다. 즉 코로나19 이후의 교육을 둘러싼 담론은 전 지구적인 전염병 위기가 종식되는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과 새로운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등장을 우려한 까닭에 백화제방(百花齊放)마냥 쏟아졌다. 백신 개발은 불투명하고 감염은 잠잠해졌지만 크게 확산되면 다시 학교의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오프라인 수업에 익숙한데 학교가 온라인 수업만을 지속하자, 정서적인 거부감이나 학습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는데 이는 국가적인 큰 부담으로 남았다.

 

이러한 교육적 위기는 2012년에 시작했지만 지지부진했던 스마트 교육(Smart Education)과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인공지능’, ‘빅 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디지털 기술을 교육에 결합한 에듀테크(Edu-Tech)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크게 높였고,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과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을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블렌디드 러닝은 2000년 후반부터 미국의 일부 온라인 교육학자들이 수업에서 활용한 ‘온라인 활동과 오프라인 학습을 병행하는 학습방식’으로, 그 목적은 오프라인 교육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혼자 이러닝으로 학습하는데 따른 고립적 불안 등 비대면적인 소외를 극복하는데 있다(서정목, 2015).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 학습을 결합하여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는데 초점을 둔다(김보경, 2014; 이상수, 이유나, 2007; 이옥형, 2006). 그런 까닭에 이는 수업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단순하게 통합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습과학을 바탕으로 효과적이며 효율적이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수업의 본질을 학습자에게 실제의 학습이 이루어지는데 두기 때문이다. 즉 교수자가 열심히 가르쳐도 학생들에게 꼭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고 학습자 스스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잠재력을 키우고 주체적으로 행동을 변화하게 해야 한다. 그 측면에서 네트워크 사회에서 지식과 정보 및 타자와의 소통은 권력, 지위, 부 등 사회적 가치를 취득하고 분배하는 기반으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넘어 정보를 취득하거나 타자에 대한 접근성을 늘리려면 온라인 학습의 도입은 불가피하다. 학습자 세대의 문화적 특성도 간과할 수 없다. 멀티미디어를 통한 소통에 익숙하고 오프라인에서의 활동보다 온라인 환경에서 더욱 편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오프라인 수업만으로 아날로그적인 수업전략을 고수한다면 학습자의 학습동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 지식정보사회의 급격한 성장으로 교육패러다임이 다양한 사람과 함께 지식을 창출하며 어떤 자원과도 연결하는 네트워크학습으로 바꿔지기 때문이다. 즉 기술이 인간의 적응력보다 급격하게 변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기계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하는 등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는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까닭이다. 즉 지식의 총량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빠르게 늘어나지만 실용적인 지식의 수명은 단축되므로 기계가 딥 러닝을 통해 빅 데이터를 분석하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의사소통능력과 협업능력 및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시스템의 구축은 필수적이다. 엘빈 토플러는 사회변화에 뒤처지는 교육시스템을 ‘교육지체’라고 진단하면서 교육의 변화를 촉구했다(Tofler, 2006). 물론 지식보다는 4C라는 새로운 능력을 중시하는 새로운 학력인 역량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반론도 크다. 역량교육의 사회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교육청 등 당국이 차근차근 준비하기보다는 성급하고 어설프게 학교교육시스템을 바꾸려고 했고, 그로 인한 폐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블렌디드 러닝에서 온라인 학습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수, 공개 범위 등에 따라 소규모 공개수업과 고도화된 대규모 온라인 공개수업인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로 나누는데 미래교육으로는 MOOC가 권장된다. MOOC는 2011년부터 미국의 MIT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개방적인 공개 교육자료 운동’, 즉 누구나 교수 학습 자료나 연구자료 등을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는 데서 출발했다. 한국에서도 2015년부터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K-MOOC’ 서비스를 개통하여 누구든 어디서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거의 두 달 동안 초·중·고에 EBS 등으로 진행한 온라인 학습을 MOOC라고 하기는 어렵다. 학생들이 학교별로 그 학교의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학습자의 자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초·중·고에 블렌디드 러닝이 일반적인 학습방식으로 도입될 경우에 K-MOOC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MOOC의 장점은 전통적인 이러닝과 중복되는 부분들이 많지만 다르기도 하다. 이는 전통적 이러닝처럼 누구나, 언제든,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다. 또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학습자에게 주제나 학습수준 및 학습자의 특성에 따라 선택하도록 짜여져,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키우고 개인 맞춤형 학습을 제공한다. 학습자의 클릭 횟수, 수업에 집중한 시간, 강의를 재생한 시간, 학습 콘텐츠 유형에 대한 관심, 과제수행 등 학습에 대한 정보를 빅 데이터 형식으로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이점도 분명하다. MOOC는 소규모 온라인 수업과 비교하면 학습자의 자격을 지역, 나이, 경제력, 자격 등과 무관하게 크게 넓혀 학습자 간의 협업하는 능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가령 타국의 오지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참여하여 온라인 토론으로 함께 과제를 수행한다.

 

미래에는 교수자가 지식위주의 직접적인 강의식 수업을 그만하고 MOOC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첫째, 해외 연구에 따르면 조사 주제나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끝까지 학습하는 학생이 적어 이수율이 낮다. 심지어 이수율이 5%에 그친 연구도 있다(네이버, 지식백과사전). 그 원인은 온라인 수업이 모든 학생에게 긍정적이지는 않고, 강제성이 없으며, 미 참여자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으며, 교사와 학생, 학생들끼리 거의 직접적 교류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개설하게 된 온라인 수업의 참여율이 99%에 달했지만 실질적인 이수율은 낮아 제대로 학습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EBS 온라인 클래스의 경우, 상당수 학생들이 스크립트 코드 값을 바꿔주는 수법으로 학습을 완료하도록 진도율을 조작해 문제가 되곤 했다. 둘째, 학습자 간에는 화상 토론이나 댓글로써 활발한 협력을 기대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했던 대안학교인 ‘꿈의 고교’에 재학 중인 황예린 학생은 “수업 중에 교사나 다른 학습자에게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지 못해 오프라인 수업과 비교하면 소통과 협력에 무리였다.”고 말한다(에듀인뉴스, 4.19). 셋째, 오프라인 수업과 비교하면 산만한 학습은 피할 수 없다. 세계적인 인지과학자인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의 ‘책 읽는 뇌’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원래 산만하다. 즉 진화적으로 한 곳에 집중하기 어렵다. 인류는 천적들로 가득한 사바나 지역에서 등장했는데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고 주위 상황에 적응해야만 생존에 유리했다. 갓난아기가 한 순간도 눈동자를 가만두지 않거나 천장에 달린 모빌의 운동에 즐거워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그런 까닭에 학생이 휴대폰이나 컴퓨터에서 화면 정보를 읽어가는 온라인 학습방식은 오프라인 수업 정도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 ‘하이퍼텍스트 문서’를 화면을 바꾸어가며 대충 제트자(Z)로 빠르게 읽기 때문이다. 넷째, 주로 해외의 사례지만 평가방식도 문제였다. 교수자는 수강자가 다수인 까닭에 과제물을 질적으로 평가했지만 물리적으로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 대안으로 학습자를 무작위로 배정하여 상호평가를 하게 했지만 이의제기가 빈번해 교수자에게 큰 부담으로 남았다. 다섯째, 교수자는 학생의 수준이나 상황에 따라 온라인 학습을 이어가려면 상당한 분량의 동영상을 제작해야 하는데 시간적인 부담과 제작과정에서의 기술적인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 8일에 교육부가 실시한 교원 22만 4864명이 참가한 설문조사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실시 여부에 대해 물었는데 이를 실행하는 교원은 5.2%에 불과했다. 여섯째, 교수자가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학습을 방해하거나 신체정보가 노출되는 등 예측하지 못하는 돌발 상황은 심리적 부담이었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에 N번방 사건이 터지자 특히 상당수의 여교사들은 온라인 수업에서 신변에 위협을 느껴 콘텐츠든 실시간이든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학생들에게 강의 동영상만 제공한다면 지식의 기억과 이해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적용’, ‘분석’, ‘종합’, ‘평가’, ‘창조’ 등 고차원적인 사고를 기르는 교육방식이라고 볼 수도 없다. 즉 학생들이 2015 개정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핵심 역량 중에 ‘지식정보처리역량’을 맛보는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에 ‘자기관리역량’, ‘창의적 사고역량’, ‘심미적 감성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 역량’을 학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처럼 온라인 학습은 오프라인 학습을 형식적으로는 대체가능하지만 그 한계도 명백하다. 그런 까닭에 단독적인 온라인 학습보다는 블렌디드 러닝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추세다.

 

플립러닝은 국내나 해외의 초·중·고와 대학에서 도입했던 블렌디드 러닝 형식의 혁신적인 학습방식이다. 2007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존 버그만(Jon Bergmann), 애론 샘즈(Aaron Sams)라는 두 명의 고등학교 화학교사가 개발하여 세계적으로 확산된 교육모델로 ‘거꾸로 학습’, ‘역전학습’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2014년 KBS 파로나마 플러스에서 《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 거꾸로 교실》을 방영하면서 주목받았는데 이러닝이나 스마트교육적인 요소를 포함하지만 교육적 이상인 ‘학생중심수업’을 구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교수자로부터 학습자로 학습의 주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학습방식을 병행했어도 플립러닝은 아니다. 또한 플립러닝에서 온라인 교육은 같은 주제에 대한 선행학습이지만 블렌디드 러닝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은 별개로 구성되기도 한다(간진숙, 2015). 존 버그만과 애론 샘즈는 플립러닝을 “전체 배움 공간에서 개별 배움 공간으로 전달식 강의를 옮기고 전체 배움 공간을 역동적이고 서로 배우는 환경으로 바꾸는 교육 실천”으로 정의한다. Johnson과 Renner(2012)도 “학습자가 학교 밖에서 먼저 학습내용을 배우고 수업 시간에는 다른 학습자들과 협력적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학습모델”이라고 말한다. 그 외 여러 연구자들의 정의도 비슷하다. 다시 말해 교사가 수업 전에 내용지식이 담긴 온라인 동영상(디딤 영상)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미리 학습하도록 하고 교실의 본 수업에서는 토론이나 과제수행 등 활동수업을 하는 방식이다. 즉 학습자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온라인학습을 하고, 교수자나 타 학습자와 함께 교실에서 사전에 학습한 개념을 토론하거나 평가하여 피드백을 받는다(서정목, 2015). 특히 한국 교육에서 플립러닝이 코로나19 이후에 주목받는 학습방식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미래학습 역량모형’이 놓여있다. 2016년 다보스 포럼(Davos Forum)의 《미래직업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사회는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인재로 본다. 즉 복잡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여,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는 21세기 최적의 교육을 위해 설립한 P21(The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이 핵심역량으로 정한 4C인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 ‘Creativity(창의성)’, ‘Communication Skills(의사소통)’, ‘Collaboration(협력)’과 같은 맥락이다. 즉 학교교육은 학생에게 다른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협동하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역량을 키워지도록 해야 하는데 미리 개념을 학습한 후에 수업에서 토론하고 협업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플립러닝은 그 역량들을 고루 발달시킨다고 본다. 미국의 발달심리학자인 로베르타 골린호프(Roberta M. Golinkoff)와 캐시 허시-파섹(Kathy Hirsh-Pasek)은 《최고의 교육》에서 ‘confidence(자신감)’와 ‘content(내용지식, 사실적이거나 개념적인 지식)’를 추가하여 새로운 학습자 역량모형으로 6C를 제안한다. 그들에 따르면 4C의 창의성은 ‘창의적 혁신’으로 표현되는데 창의성이 단지 사고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혁신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립러닝을 기존학습법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고의 수업을 보장하는 절대적인 수업방식은 없다. 다만 교수자가 교육을 미래 세대를 키우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수업에 새로운 교육방식을 도입하여 창의적인 수업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는 과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플립러닝의 특징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본 수업 이전에 학습자에게 태블릿 PC 등의 매체와 인터넷 등의 테크놀러지를 통해 교실 밖으로 내용지식을 전달한다(Berret 2012). 그 수단으로 교수자가 제작한 동영상 강의가 일반적이지만 강의노트, 인쇄된 자료, 기존의 웹 사이트의 콘텐츠 등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자료에는 학습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전학습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퀴즈’, ‘워크시트 완성’ 등 다양한 복습 문제를 실어 본 수업 전에 제출하도록 하고, 그에 대해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둘째, 교실수업은 그룹 기반의 학습자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학습자들은 본 수업에서는 사전학습을 바탕으로 지식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프로젝트 기반학습’, ‘문제기반학습’, ‘사례연구’, ‘실험’, ‘게임’, ‘시뮬레이션’, ‘퀴즈’ 등의 수행활동에 주력해야 한다. 즉 교실수업은 지식의 이해를 넘어 활용하는 심화학습으로 그동안 학생들이 학교든, 집이든 계속 지식을 습득하기만 하고, 학교시험을 제외하고는 정작 배운 내용을 적용할 기회가 없던 교실수업의 문제를 해결한다. 교수자는 학생들에게 사전에 학습하도록 내준 내용지식을 추가적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하지는 않는다. 모든 학생에게 같은 내용을 획일적으로 전달하는 수업 대신에 심화학습으로 학습효과를 높인다. 그렇다고 교수자의 강의를 전면적으로 배격하지는 않는데 교수자의 주 역할이 관찰과 피드백을 담당하는 학습의 촉진자로 그 역할이 달라질 뿐이다(이민경, 2014). 따라서 교수자는 수업에서 학생들의 사전학습의 정도를 확인하고 개별적으로 질문을 받아 이해가 미진한 영역을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교수자의 역할 변화는 가르치지 않는다거나 역할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개별 학습자의 학습역량을 더 정교하고 깊게 키우도록 그 역할이 바뀔 뿐이다. 즉 학습자가 사전학습을 통해 배운 지식을 본 학습에서 분석, 종합, 평가하여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다시 말하면 학생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위해 학습자 개개인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피드백을 통해 학습자 중심의 맞춤형 수업에서 학습코치로 변신한다. 요컨대 플립러닝에서는 실제 수업이 사전에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습자의 수준에 맞게 수업이 이루어지는 ‘수업시간의 재발견’이 중요하다(버그만, 샘즈, 2015). 이러한 까닭에 플립러닝은 스마트기기를 도구적으로 활용하고 수업의 순서를 뒤집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교사의 철학과 교육적 패러다임을 뒤집는다(강인애, 설진성, 2013). 넷째, 교수자와 학습자, 학습자 간의 접촉적인 상호작용을 강조한다(Bergmann&Sams, 2012). 특히 존 버그만은 플립러닝에서 ‘학습자들 간 그리고 학습자와 교수자 간의 상호 접촉’을 가장 중요한 효과라고 생각했다. 학습자끼리 접촉하여 이루어지는 다양한 토의와 협력은 ‘의사소통역량’과 ‘공동체역량’에 긍정적이고 교수자도 학습자를 깊게 관찰하여 학업수준 등 학습정보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까닭이다.

 

플립러닝의 교육적 효과는 첫째, 구성주의적 학습을 실현한다. 학습자 간에 고유한 경험을 소통하고 공유하면서 과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깊고 확장된 지식으로 나아간다. 즉 학습자는 교수자와 다른 학습자의 도움을 받아 지식과 경험을 잇달아 재구성하기 때문에 학습의 질이 높아진다. 더구나 학습자 간에 차이와 공유하는 영역을 확인하고 지식을 재구성하여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은 새로운 학습문화로 소통과 협력의 가치를 제고한다. 둘째, 지식을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이하여 창조하는 고차원적인 학습을 추구한다. 즉 수업에서 학습목표를 기억에서 창의로 이동시킨다. 블룸의 학습법은 지식, 이해, 적용, 분석, 평가, 창의에 이르는 위계적 절차로, 2001년에 기억, 이해, 적용, 분석, 평가, 창의로 수정되었다(Anderson&Krathhhwohl, 2001). 기억은 장기기억으로부터 상기하는 활동, 이해는 전달되는 정보로부터 장기기억의 도움을 받아 의미를 구성하는 활동, 적용은 새로운 상황에서 관련되는 절차를 실행하고 이용하며, 분석은 대상을 부분들로 분해하고 어떻게 부분들이 서로 관련되고 전체와의 관련 부분을 결정하며, 평가는 기준과 표준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창조는 요소들을 모아서 유기적인 전체를 구성하거나 새로운 패턴이나 구조로 요소들을 재구성한다. 블룸의 학습법에서 교수자의 강의식 수업은 기억과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이 사후학습으로 분석, 평가, 창의를 수행하도록 순차적이고 위계적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다수의 학습자들은 사후학습에서 고등사고력의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는 문제를 보인다. 플립러닝은 블룸의 학습 분류법을 뒤집어서 사전학습으로 기억, 이해가 이루어지게 하고, 본 학습을 통해 응용, 분석이 이루어지며, 학습자들이 수업이나 수업을 마친 후에 각자의 처지에 따라 평가와 창의에 이르도록 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즉 플립러닝은 더 깊은 배움으로 고차원적인 학습을 추구한다. 에듀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한국교육행정학회 미래교육위원회가 주관한 ‘코로나19 이후 대비 온라인 미래교육’ 토크 콘서트에서 정재영 이화여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에듀테크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는데 “한국의 근대식 학교의 교실 상황은 2단계인 이해에 머물러 있고 이마저도 벅찬 상황”이라며 “AI가 적응적 학습인 지식과 이해까지는 대체할 수 있고, 학교 교육이 불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에게 3단계 창의학습인, 적용하고 창조할 수 있는 학습을 하도록 그 역할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한국의 초·중·고 교육을 플립러닝적인 학습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 학습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교수자가 학습자를 관찰하고 피드백을 제공할 경우, 학습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맞춤형 교수방식으로 학습자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우수한 학습자는 선행학습으로, 뒤처진 학습자는 반복학습으로 추동하고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학습자의 자기주도력을 향상시킨다. 학습자는 사전학습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고 본 학습에서 다양한 학습활동에 참여하여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소통한다. “초·중·고에서 플립러닝의 효과를 실험했는데 학생들은 학습의욕이 자극되어 기대치를 넘는 왕성한 활동을 보였으며 교수자도 적극적으로 학생에게 접근하여 유대관계도 깊어졌다.”고 말한다(정찬필, 2014). 다섯째, 학습자들의 메타인지력을 향상시킨다. 메타인지는 학습자가 스스로 앎과 무지를 자각하고 학습과정을 조절하여 인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는 사고방식인데 플립러닝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학습자들은 교수자의 강의식 수업에서 개념을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했어도 추후에 응용하려면 잘 되지 않는 때가 빈번하다. 그러나 학습자들이 토론, 문답, 문제풀이 등으로 미흡한 부분을 자각하면 그 부분에 집중하여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메타인지력이 향상되면 자기주도력도 더욱 향상되어 선순환적인 학습효과로 이어진다.

 

플립러닝을 시행했지만 다수의 연구자가 지적했듯이 여러 문제를 노출했다(권구경 ·정현미, 2018; 김남익 외, 2014; 김영환, 2015; 박상준, 2015; 육진경, 2016; 홍기칠, 2016). 교수자는 학습목표와 학습내용을 뚜렷하게 정하고, 학습자가 사전학습에 충실하고, 본 수업에서 적극적으로 고차원적인 학습활동을 수행하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하는데 그에 미치지 못했다(장연주 외, 2017). 먼저 교수자가 수업에서 다양한 학습방법을 구사하기에는 부담감이 컸다. 동영상 강의제작을 위한 연구, 학습활동의 구상, 실제적인 동영상 강의제작, 적절한 수준의 동영상 찾기, 핵심내용 선정 및 재구성, 과목별·내용별·과제별·상황별로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학습자도 동영상 강의를 집중해서 시청하고 그에 담긴 복습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자주 사전과제를 해결하는 상황은 부담이었다. 또한 강의식 수업과 다른 새로운 수업방식을 정서적으로 기피했고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지 않아 본 수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교수자의 코치로서의 역할 변화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플립러닝은 학습자가 스스로 메타인지를 활용하여 학습한 내용을 이해하는 완전학습인데 학생들이 흥미롭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수업에 참여했지만 본 수업 이전의 학습활동에 충실하지 않거나 학습개념을 오해한 까닭에 수업에서 사전에 학습한 개념과 원리, 풀이과정을 막힘없이 설명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는데 자주 실패했다. 즉 플립러닝이 강의식 수업과 비교하면 학습동기를 유발하는데 긍정적이라도(이희숙. 2003) 강의와 암기위주의 전통적인 교육방법으로는 절대 신장할 수 없다고 내세웠던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실제로 키웠는가는 의심스러웠다. 수업에서 뒤집은 블룸의 학습 분류법을 실현했다는 실증적인 근거도 미흡했다. 더구나 플립러닝의 강력한 근거인 미국행동과학연구소인 NTL의 실험결과, 즉 “교수자의 일방적 강의를 듣는 학습은 학습한 내용을 24시간 후 5%밖에 기억하지 못하며 말로 설명하는 학습은 90%의 내용을 기억한다.”는 연구 내용을 일반적인 결론으로 채택하기에는 미흡하다. 아래의 도표는 자료수집방법으로 ‘실험법’을 사용했다. 실험법은 연구 대상을 둘 이상의 집단으로 나누어 실험 처치를 한 후에 그에 따른 변화를 관찰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도표에 나타난 실험에서는 학습참여자의 적극성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실험처치(강의식수업 듣기, 독서, 영상자료시청, 시범 및 현장견학, 토론, 체험 및 실습. 다른 사람 가르치기)를 하고 기억수준을 평가한 것이다. 이때 각각의 학습방법은 독립변수이며 종속변수는 실험참여자가 지식을 기억하는 수준이다. 만약 연구자가 능동적인 학습활동이 학습효과를 크게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독립변수의 효과를 추정하기 위해 실험처치를 하는 집단인 실험집단은 다른 사람을 가르친 집단, 체험 및 실습 집단, 토론, 시범 및 현장 견학 집단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실험요인을 적용한 집단과 비교하기 위해 실험처치를 하지 않는 비교집단인 통제집단은 영상자료시청, 독서, 강의식 듣기 집단이다. 실험결과가 타당하려면 몇 가지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의 구성원이 동일한 조건으로 실험에 참여했어야 한다. 즉 두 집단의 구성원이 전체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표본규모도 작고 무엇보다 반복적인 데이터가 아니라서 대표성이 부족하다. 둘째, 참가자들이 각 집단으로 구분되어 학습하기 전의 학습내용과 관련된 지식수준에 대한 검토가 없다. 즉 학습한 내용에 대한 학생 각자의 배경지식 수준이 다르고 새로운 지식을 학습시키는 데 영향을 끼치는데 실험 전에 그에 대해 측정하지 않았다. 가령 초등학교 6학년을 순위별로 구분해 평균치로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을 구성했어도 배경지식 수준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실험집단에게 행해졌던 수업방식이 강의식이라도 충분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었다면 가장 성과가 좋았던 다른 사람을 가르쳤던 실험집단과 비교해 학습의 기억치가 낮다고 할 수 없다. 셋째, 각각의 교수학습방식이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되었는가가 불분명하다. 교사가 강의식 수업이지만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해 학습목표와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례 등으로 핵심개념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힘썼는지, 비체계적으로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수업을 강행했는지를 알 수 없다. 그런데도 강의식 수업에서 ‘학생들이 듣기만 했다’고 강의방식을 단순화했다. 넷째, 연구수행 기관인 NTL(National Training Lab)은 실제로는 국책연구기관이 아니라 성인들의 의사소통 훈련을 전문으로 하는 사설단체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교육공학 저널인 ‘Educational Technology’ 2014년 11~12월 특집판에서 4명의 교수들은 ‘기억유지를 위한 미신과 데일의 경험의 원추 변’이라는 주제로 학습 피라미드 이론이 갖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다섯째, 실증적인 반례도 있다. 1960년대 미국 교육학자인 시그프리드 엥겔만이 개발한 ‘직접교수법’은 교육목표로 정한 성취기준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는 스마트 교육론자들이 “모든 학습자에게 스마트 기기 등을 제공하고 기술적인 네트워크를 충분하게 구축하면 플립러닝으로 기대했던 학습효과에 도달한다.”는 믿음을 의심케 하는 반증이다. 특히 이 플립러닝은 교수자의 노력 없이는 절대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학습방식이다. 따라서 초·중·고의 미래교육과 관련해 교사들이 학습자 중심의 학습방식으로 ‘의사소통’이나 ‘협동’ 등 관계적 역량을 앞세워 국가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데만 힘쓰면 국가교육과정에서 정한 교육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학습자 간의 학력 차이만 깊어질 수 있다. 그런 까닭에 플립러닝을 코로나19 이후에 학교에 불확실한 미래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대안적 학습모델로 도입하려면 2014년 이후에 국내 초·중·고에서 플립러닝 방식으로 진행한 수업에 대해 실제적으로 이루어진 학습이 이론적 기대치에 어느 정도 부합하였는가를 비교분석하고, 그 갭이 클 경우에 보다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광범위한 실증적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권오남(2014)은 대학에서 플립러닝으로 강좌를 구성할 경우에 주의할 점을 지적하는데 몇 가지는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우선 경험이 많은 강좌에 적용하기를 권고한다.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강좌를 온·오프라인에 적합한 형태로 바꾸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교수자가 강의 내용에 익숙하지 않으면 수업설계에 소요되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따라서 자주 강의했던 강좌의 경우에 자세하게 장단점을 알기 때문에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줄이는 방향으로 교수 설계할 수 있다. 또한 학습자의 부담을 줄이고 자발적으로 선행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학습자의 수준에 맞는 퀴즈를 동영상 과제로 부과하고 그 외 무리한 과제를 추가적으로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음 칼럼에는 2014년 이후 국내 초·중·고에서 플립러닝으로 진행한 수업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향후 미래교육을 이끄는 정책모델로 도입하고 추진할 경우에 보완할 점을 제시하려고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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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실 네트워크, 《거꾸로 교실프로젝트》, 에듀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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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혜 외 3인 공저, 《미래교육 인사이트》, 지식과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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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신문, 에듀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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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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