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칼럼 5] 각 후보의 대선 교육공약 평가를 위한 10가지 질문

by slowalk | 2017-02-0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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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선 후보들이 교육 분야 공약을 조금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후보의 ‘국가교육위원회의 독립 기구화; 국공립대학 공동학위제 도입’, 안철수 후보의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위원회로의 대체’ 등이 대표적인 예다(동아일보, 선택 2017 대선공약 검증, 2017 1월 26일).

 

이번의 교육 분야 대선 공약은 과거와는 좀 많이 달랐으면 좋겠다. 특히 학교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탁월했으면 한다. 근시안적이거나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의 무엇을 위한 변화인지 즉, 공약의 목적이 명확했으면 좋겠다. 중장기적으로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부터 제대로 잡아주는 것이면 좋겠다. 사회적 약자에게도 희망을 주기 위해 공정한 출발, 공정한 기회 제공에 힘쓰는 내용이면 좋겠다. 아동 학대 수준의 학교교육의 심각성을 고려해 아동의 웰빙을 지켜주기 위한 공약도 꼭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모든 아동들의 재능과 잠재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키워주겠다는 약속이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아동은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교육 대신 개별화나 개인화 교육을 강화시키는 것이면 좋겠다. 또 기존 시스템의 최적화(optimization)에만 매몰되지 않고 근본적인 변화(redesign)도 함께 추구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가령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제 수명을 다한 기존의 학교체제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근본적으로 바꾸겠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아동들이 각자 가지고 태어난 강점과 잠재력을 최대한 키울 수 있는 학교교육을 구현하겠습니다.”와 같은 류의 공약도 보고 싶다. 아울러 제도를 바꾸는 공약과 현장의 실천을 뒷받침하기 위한 공약이 균형을 이루면 좋겠다. 또한 교육의 문제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사회경제적 요소도 고려하는 공약이었으면 좋겠다. 다가올 미래사회의 변화를 고려한 공약이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교육이란 이름으로 아동을 성적으로 줄 세워 승자와 패자로 가리는 일을 중단시키겠다는 공약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교육 분야의 한 시민 단체로서 평가지표를 개발해서 대선 후보들이 내는 공약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먼저 지표 이전에 지표의 성격을 갖는 공약 질 검증을 위한 체크리스트 성격의 10가지 질문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공약평가를 위한 질문 10

 

1) 공약 이전에 교육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교육비전은 만들어가고 싶은 바람직한 교육의 미래상이다. 현재 한국의 학교교육에는 가슴 뛰게 하는 교육비전이 없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비전 “빈곤이 없는 정의로운 세상(A just world without poverty)”은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고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가! 이에 버금가는 교육계의 비전은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을 통해 각자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실현(Excellence through Equity)”이라고 생각된다. 이 구호가 OECD를 비롯해서 많은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비전이자 교육 개혁의 방향이다. 제발 ‘창의·융합형 인재양성’ 같은 낡고 도구주의적 구호를 교육비전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 많은 대통령이지만 트럼프는 때론 매력적인 문장도 구사할 줄 안다. 그가 이번 대통령 선거동안 지속적으로 부르짓고 약속했던 말이 있다. “실패하는 학교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하겠습니다. 자녀들이 안전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학부모를 지원하겠습니다(바우쳐 제도의 강화를 말하는 것임).”가 대표적인 예다.

 

모든 선거 캠프가 교육공약을 개발하기 위한 특별팀을 운영하고 있다. 부탁한다. 가슴 뛰게 하는 교육비전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공약을 개발해주기 바란다. 구체적인 공약의 개발 이전에 비전을 먼저 설정하는 것은 한국 교육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아나가야 하는지 즉 큰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이다. 장기적으로 나아갈 교육의 방향 설정 없이 단기적 안만 얘기하면 이런 근시안적 공약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 어떤 공약도 비전과 연계되어야 하고 비전 달성에 기여도가 큰 것이어야 한다.

 

▶ 공약 예:
“빈곤이 없는 정의로운 세상(A just world without poverty)”;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실현을 통해 각자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키움(Excellence through Equity)”

 

2) 현 교육 위기를 타개할 핵심의제를 도출하고 타당성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가?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단과 처방이 우수해야 한다. 교육을 개혁하는 전략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문제점이나 결핍된 것을 해결하거나 보완하는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점보다는 현재의 강점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다. 21세기 들어 개혁은 후자에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공약은 전자가 대세며 대개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결핍을 채워주겠다는 식이 대부분이다. 교육부의 통제가 너무 심하니 교육부를 해체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이는 문제점과 해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만든 대표적인 공약의 예다. 왜 그럴까?

 

교육부의 하향식 통제가 너무 심해 교육에 문제가 많다면 상식적으로는 적정 수준의 분권화와 교육자치 강화를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교육관련 법이 5가지나 있는데 이들 법 조항 중에는 교육자치를 막는 조항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정부조직법’(22조 3항)을 보면 “장관은 소관 사무에 관하여 지방행정의 장을 지휘·감독한다.”고 되어 있다. 한편 ‘교육기본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 하여야 한다(위임사무)/~할 수 있다(자치사무).”라고 되어 있다. ‘초등중교육법’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교육부장관)와 지방자치단체(교육감)가 사무와 권한의 공동주체로 되어 있다. ‘지방자치법’은 어떨까? 동법(167조)에는 “① 지방자치단체나 그 장이 위임받아 처리하는 국가사무에 관하여 시·도에서는 주무부장관의, 시·군 및 자치구에서는 1차로 시·도지사의, 2차로 주무부장관의 지도·감독을 받는다”고 되어 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어떨까? 제2조(교육ㆍ학예사무의 관장)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과학·기술·체육 그 밖의 학예(이하 “교육·학예”라 한다)에 관한 사무는 특별시·광역시 및 도(이하 “시·도”라 한다)의 사무로 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시도교육청은 집행기관일 뿐이지 실질적인 권한은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교육부 장관에게 있다. 이렇게 교육관련 법에는 모든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더라도 이런 법조항들 때문에 설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해법이 아니라 교육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도입에 관한 공약도 문제가 크다.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도입을 왜 하려는가? 서울대, 연고대를 비롯한 수도권 상위권 사립대를 그대로 두고 국공립대 공동학위제를 도입하면 경쟁이 완화되고 학교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매우 불확실하다. 서울대, 주요 사립대를 그대로 두고 공동선발, 공동학위제를 실시할 경우, 학교교육은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공동학위제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과 서울대, 연고대 등 소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아동들은 배움에 대한 욕구나 진학 준비 내용과 방식이 매우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학교교육이 감당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후보들이 이런 공약을 먼저 발표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교육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후보라면 아마 아래와 같은 요소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 교육의 탈표준화와 개별화 지향
• 탈표준화가 요구할 중앙정부의 역할 변경(적정 수준의 분권화와 학교자치): (교육자치를 위한 입법지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사항임에 대한 인식 제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아니라!)
• 표준화 시험 폐지 – 표준화 시험이 고부담으로 존재하는 한 본질에 충실한 교육 불가능: (기존의 담론은 대학평준화를 전제로만 표준화 시험의 자격시험화가 가능하다는 수준임)
• 학교교육에 맞지 않는(학업중단 학생 포함) 아동들에 대한 대안적 학교/대안적 프로그램 운영과 학력인정(탈표준화와 연계됨)
• 인지적 학습에 관심이 없거나 경쟁력을 잃은 아동들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이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 확실시 되므로 이런 아동들에게 어떤 교육을 통해 생존을 담보할 것인가?
• 새로운 교육/학습 생태계에 맞는 새로운 교육체제(schooling) 구상: (표준화 시험이 새로운 학습/교육생태계에 어울리지 않으며 이것이 표준화 시험 폐지나 축소 담론으로 이어짐/ 표준화 시험은 학습이 일어나는 장소를 물리적 학교로 한정하고 학습 대상의 일부만 측정)
• 학습부진아동에 대한 기초학습보장식 접근은 타당하고 합리적인가란 의문: (이런 접근에 대해 아이들 자신들은 동의하는가? 그리고 4차 산업시대에 이런 아이들의 삶과 성공, 행복을 위해서는 비인지적 역량 발달, 기업가정신 교육, 아름다운 실패 등의 접근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일 수 있음)
•  “학교교육 제4의길 성공사례”가 보여주듯이 낙후지역 아동의 교육에 대한 공동책임(책무성): (학교교육에 대한 과도한/잘못된 기대에 관한 인식을 넓힐 필요성 있음)
• 의무교육 기간(초중) 중 강제화할 인지적 학습을 최소화하고(중학수준이하) 학생선택과 자기결정권을 넓히고 경험/체험중심 학습을 지향: (엄청난 논쟁거리가 됨/ 또한 학자, 교사들의 밥그릇 싸움이 끼여들게 될 것임)”
• 학생주도교육(다양한 수준의 의미를 가짐)의 본격화가 요구하는 교사의 전통적 권위상실에 대한 거부와 저항의 극복 방안

 

▶ 공약 예:
“상대평가 표준화 시험을 폐지하여 본질에 충실한 교육 실현”;
“모든 아동청소년이 공통으로 배워야 할 내용의 최소화(현 중1-2 수준)”
“학생 개인의 선택권, 자기결정권을 강화”

 

3)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에 대비하는 미래지향적 공약인가?

 

4차 산업혁명의 진전이 가져올 가장 큰 영향은 소수의 엘리트 기업이나 개인이 부를 독점할 것이란 점이다. 양극화, 불평등은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다. 고등사고력과 공감능력, 사회성감성 지능이 높지 않은 사람의 직업은 대부분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그리고 지식과 정보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빠른 수명주기는 학교교육의 내용과 학습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첨단 기술이나 뇌과학의 활용으로 맥락이 있는 학습, 개별화 교수학습이 보편화될 것이다. 아울러 미래사회는 다원화, 다양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학교제도나 교사양성, 다양성에 대응하는 교수법 등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번 대선 공약에는 이런 사회변화에 대비하는 공약이 포함되어야 한다.

 

▶ 공약 예:
“공정한 출발, 공정한 기회 제공 여건을 마련해서 모두가 성장하고 모두가 성공하는 사회를 구현”
“고교 졸업 후 선취업하는 학생들에게도 평생교육 기관을 통해 고등사고력, 사회성·감성 등의 정의적 역량을 지속적으로 계발할 기회를 제공”

 

4)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가?

 

교육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란 무엇을 의미할까? ‘근본적인 변화’란 말을 쓸 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필자는 “기존의 학교체제에 맞지 않는 학생들이 날로 늘어나는데 이들을 위한 새로운 배움과 성장을 위한 체제는 무엇인가?” “대학에 가는 것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다. 이들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이들을 학교에 붙들어 놓고 쓸모없는 아이들이라고 낙오자 취급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보다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그런 배움의 환경은 무엇인가? 이번 대선 후보들은 위 두 가지 질문에 답하는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기존의 학교체제 속에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생각해보자.

 

교육의 목적과 역할, 아동의 건강과 삶의 질, 평가의 목적 등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교육의 목적으로는 공동선의 추구, 책임 있는 민주시민성 함양 등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학교교육의 주목적은 입시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 나아가 이를 통해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틀 속에서 살인적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성공의 정의가 달라져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역할도 함께 더불어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강조하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

 

한편 평가에 대해서도 큰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워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일을 중단시키는 혁명적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이제는 ‘형성평가’가 수업의 핵심 기술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형성평가란 용어보다는 “학생 성장이나 수업개선을 위한 정보 수집”이란 용어로 이를 대체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형성평가를 점수를 매기는 평가로 여길 우려가 있다.

 

그리고 표준화 시험의 변화나 존폐에 대해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표준화 시험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교육적 가치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는 수능이나 내신 모두 학생 평가에 논술을 포함시켜(수능에서는 미국의 new SAT처럼 선택으로 운영) 고등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교사의 강의식 수업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수업의 장점은 유지되어야 한다. 근본적인 변화와 과도기적 기존 체제의 개선이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그런 공약을 기대한다.

 

▶ 공약 예:
“학생이 디자인하는 학교 공모전을 매년 실시해 검증 후 시설투자와 학력 인정”
“아동청소년의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교육의 최우선 목표로 삼음”
“교육의 초점을 지식의 습득보다 지식의 활용에 맞춤”
“수학능력시험 및 내신을 5등급 절대평가로 전환; 장기적으로는 수능을 자격고사화 내지 폐지”
“중학교 영어교과 9단계 절대평가 폐지(소수의 외고 진학자를 위해 전국의 학생을 상대평가 하는 것은 비교육적 처사임)”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위한 여건 마련 – 외고, 자사고 폐지나 선지원 후추첨 전형으로 전환”
“기존 학교 시스템에 맞지 않는 아동들에 대해서 학교 내 대안적 작은 학교, 대안적 프로그램 운영을 허용하고 학력 인정”

 

5) 학생중심인가?

 

21세기 들어 교육개혁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학생을 위한 변화 추구(achieving change FOR students)”가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학생과 함께 이루는 변화(change WITH students)”를 지향한다. 이는 배우는 내용, 가르치는 방법, 배운 것에 대한 확인과 평가 방법이 모두 학생 중심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이란 학생의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 학생 스스로 선택과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하거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교사 역할의 혁명적 변화를 요한다. 오늘날 학교교육이 잠자는 교실로 바뀐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인간의 뇌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삶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외부 자극(=교사의 강의, 교과서 내용)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것은 모든 생명체가 갖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 전략이다. 따라서 배울 내용을 타인(=국가)이 제공하면서 모든 학습자가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몰입하기를 바라는 것은 학습 관련 뇌과학적 원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공통으로 배울 내용을 최소화하고 학생의 선택권을 늘리지 않는 한 학교교실에서 잠자는 아이들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같은 공약이나 국공립대학 네트워크 안은 학생을 위한 것이라 보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 변화가 곧 학교교육의 질 향상이나 학생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공약 예: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위해 교육과정의 표준화는 최소화하고 각자의 강점, 잠재력을 최대한 살리는 교육을 실현”
“교원을 선발에서 양성으로(6년제 교육대학원 설치)”
“교사의 복수전공제 도입”
“학생교육위원회의 운영을 통해 학생들을 교육혁신의 파트너로 삼음”

 

6)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을 지향하는가?

 

현재 학교교육은 정의롭거나 공정하지 못한 요소들이 매우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람마다 타고난 강점과 잠재력이 다른데 표준화된 교육과정으로 획일적인 교육을 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인지적 학습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은 일상적으로 수업에서 배제되게 되고, 결국 이들을 패배자나 낙오자로 만들게 된다. 이는 학교교육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이는 병원이 건강한 환자만 돌보고 진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방치하는 것과 흡사하다.

 

지금의 학교는 중상위 수준의 학생들 중심으로 교육을 한다. 또 학생부 발달사항 기록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아동을 포함한 소수 아동에만 한정하는 학교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매우 비교육적인 행위다. 그리고 상위권 대학에 갈 아동들에게 내신을 몰아주는 부정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고도 인성교육을 한다는 것이 난센스다. 교육계가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모든 아동들에게 정의롭고 공정한 성장과 발달이 일어나도록 교육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한 출발, 공정한 기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공약 예:
“공정한 출발, 공정한 기회 제공으로 모두가 성장하는 정의로운 교육 실현”
“누리과정의 공교육화와 교육·보육의 질 제고”
“공정한 출발을 위해 취학전 및 초등 저학년 기간에 예방과 조기개입 제도를 강화”
“인지적 학습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학습결손이 누진된 학생들에게는 교육과정 적용을 대폭 유연화 함(좋아하는 내용 중심으로 이수 과목수 축소와 진급/진학 요건 완화)”
“학교의 힘만으로 학습 부진을 예방하고 보정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대학의 봉사를 통한 학습(service learning)을 강화함”
“빈곤층 아동들에 대해 대학까지 무상 교육 실현”
“학교밖 청소년들에 대한 성장 및 취업을 국가 책임제로 전환”
“서울대학교 입학정원을 빈곤층 자녀들에게 30% 할당”

 

7) 적정 수준의 교육자치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21세기 사회의 특성은 지역간 다양한 격차가 심화되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교실 내 학생의 다양성도 급증하고 있다. 이는 각 학교의 여건에 맞는 교육을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적정 수준의 학교자치 필요성이 종전보다 커졌다. 이로 인해 중앙정부의 강력한 하향식 통제방식은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자치의 강화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입시중심의 교육체제, 그리고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20% 조금 넘는 수준에서 자치의 강화에는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지방정부가 자치를 강화하게 되면 자치 사무는 자체적으로 재정을 조달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는 교육불평등을 심각하게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공정한 재정을 위해서는 긍정적 차별(positive discrimination)이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중앙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공약 예:
“관련 법개정을 통한 적정 수준의 교육자치 실현”
“중앙정부의 역할을 교육 플랫폼 제공자로 제한함”
“지방 정부에 대한 특별 교부금을 2%로 축소함”

 

8) 학교 민주적 리더십 확보를 위한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학교교육의 효과와 교장의 리더십과의 관련성은 매우 크다. 실제 학생들의 주요 배움은 수업 중에 교사, 학생, 배우는 내용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난다. 흔히 교사들은 세 가지 부류로 나뉘다고 한다. 한 부류는 승진을 위해 교장의 행정일을 적극 도맡아 하는 교사, 다른 한 부류는 승진에는 관심이 없고 학생들을 위한 수업연구와 좋은 수업을 위해 헌신과 열정을 다하는 교사, 나머지는 이도 저도 아니며 적당히 생활인으로 지내는 교사가 바로 그것이다. 두 번째 부류의 교사들은 교장이 자신을 도와 행정일에 충실한 사람에게 높은 평가 점수를 주는 것에 불만이 많다. 사기도 저하된다. 그래서 교장 보직제 도입이나 승진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얼마 전 대구 교육청에서는 교장 임용 전에 리더십 평가를 별도로 해서 합격하는 사람만 교장으로 발령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교장에 대한 평가를 지금보다 더 철저히 해서 민주적, 분산적 리더십 발휘를 이끌어 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 공약 예:
“교장 보직제 도입”
“학생, 교사에 의한 교장 평가를 교장 인사에 반영(학생의 경우 교장의 리더십 스타일, 학생 자치에 대한 견해 등에 대해 부임 전 서면 질의를 통해 교장 인사에 참여함)”

 

9)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개선책이 충실한가?

 

한 나라의 경쟁력은 고등교육의 질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고등교육이 심각한 위기다. 대학은 이미 오래 전에 취업사관학교가 되었고, 그 안에서 연구와 교육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혁신 등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 되었다. 기초학문의 위기는 물론 경쟁위주의 지원정책으로 인해 대학의 자율성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정부의 불합리한 대학평가 방식으로 인한 폐해 역시 심각하다. 지방대의 균형 발전을 위한 대안 마련도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의 빠른 진전에 맞추어 고등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

 

▶ 공약 예:
“대학을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운영하고 대학을 특성화함”
“지방대학에 지역 문화/사회/경제 발전을 위한 교육과 이를 위한 지원 강화”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직업세계의 변화에 맞춘 평생학습기관 기능 강화”

 

10) 실현가능성과 중요성/실효성이 있는 공약인가?

 

교육 공약에는 이런 특성이 있다. 실현가능성이 높으면 중요성/실효성이 떨어지고 실현되었을 때 긍정적 영향이 큰 즉 중요성/실효성이 높은 공약은 대체로 실현가능성이 낮다. 예를 들어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안은 실현가능성도 낮고 중요성/실효성도 의심되는 공약이다. 『학교교육 변화의 새로운 의미』(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 5th edition, 2016)의 저자 마이클 풀란은 자신의 책에서 ‘대규모 개혁이 실패하는 이유는 혁신적 정책의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혁신이 일어날 학교와 교육청의 문화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교육개혁이란 단순히 최신의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 학교, 교구, 교육청, 교육부 등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란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문화를 바꾸는 일은 개인과 집단의 신념과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아울러 그는 교육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습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공감대를 넓히는 과정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다수의 지지가 없는 변화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 후보가 공약을 제안할 때는 어떻게 이해당사자나 교육주체들의 인식과 문화를 바꿀지에 대한 전략도 내놓아야 한다. 풀란은 교육개혁을 추진할 때 중앙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한다. 중앙정부와 함께 바꿀 때 추진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경우 개혁에 대한 의지만 있지 이를 성공시킬 변화의 원리도 잘 모른다. 그리고 변화의 성공에 필요한 역량, 여건의 마련 등도 소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변화의 추진은 현장만 힘들게 한다. 그래서 준비된 공약만 발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정책이든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 평가 척도

 

1) 각 공약은 각 질문에 대해 아래와 같이 5점 척도로 평가한다.

□매우 그렇다(5)  □그렇다(4)  □보통이다(3)  □매우 그렇지 않다(2)  □그렇지 않다(1)

 

2) 공약에 따라 그 중요성에 차이가 있으므로 가중치를 부여해서 평가의 타당성, 신뢰성을 높인다.

 

위에 제시한 10개의 질문에서 개선될 필요가 있는 것에 대해 독자 여러분들이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안해 주시길 바란다. 각 정당에서도 이런 평가에 대해 의견이나 이견이 있다면 제안해 주시기 바란다. 이런 평가 노력이 더 좋은 공약을 유도하고 무분별한 ‘포플리즘’을 지양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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