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0-05-20 11:14
앞선 글에서 교육정책은 법령, 대통령·교육감 공약 등에서 시작하여 국정과제, 핵심사업 등으로 정책화되어 교육 현장으로 오게 된다고 하였다. 교육정책 관련 기관·조직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교육부, 교육청이 떠오를 것이다. 그 외에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 국회나 시도의회의 교육 관련 위원회, 기타 연구기관 등이 있다.
많은 이들은 교육부 장관이 교육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정책의 추진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고, 상당히 복잡한 경우가 많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국회와의 조율과 타협을 거치면서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교육부가 본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해당 정책이 악재가 되지는 않을지 국민 여론을 살피고, 표나 민심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일이 진행된다. 다르게 생각하면, 여러 경로를 거치면서 국민의 여론이 수렴된다는 장점도 있으나, 교육 혁신과 개혁의 관점에서 우리 교육이 진일보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까닭으로 인해 교육부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하고,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나타나기도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매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이슈인데, 이번 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했던 대통령의 교육공약이자 여당의 총선 공약인 해당 위원회 설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의 중장기적인 교육정책 수립, 국민 참여 보장, 협력적 교육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는 그 설치와 운영에 관하여 2019년 3월에 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다.1 국가교육위원회 이야기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치인이나 관료, 학자에게만 교육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교육주체들과 시민사회, 여러 전문가 등과 함께 교육 거버넌스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우리 교육에는 비전과 철학이 부재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교육위원회가 우리 교육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도깨비 방망이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세부적인 부분들 예를 들어,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은 어떠해야 하는지, 교육부 위 옥상옥이 되는 것은 아닌지, 과연 정치지형에 따라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인지, 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은 누가 될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외형과 역할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전문가들이 많이 들어와야 하는데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국회의원 중 사학을 운영하는 이들, 지방의회 의원 중 사교육시장에 종사하는 이들이 교육위원회 위원으로 들어와 있는 경우 등-그 방향이 교육의 본질을 흐리는 쪽으로 진행되는 경우를 보았다. 또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전신 격인 국가교육회의가 그간 우리 교육에 어떤 의미 있는 역할을 해왔고, 대안들을 만들어냈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에서 교육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은 크게 일반행정직과 교육전문직으로 구분된다. 일반행정직은 행정고시-5급 공채(사무관), 7・9급 공채(주무관), 민간경력채용(사무관) 등을 통해서 입직하여 근무하면서 내부 승진을 한다. 교육전문직2은 장학사(교육연구사), 장학관(교육연구관)으로 별도의 선발과정을 거쳐 근무하게 된다.
교육의 거대담론, 거시적인 정책은 앞서 말한 정치적인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지만, 학교 현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여러 일들은 교육전문직과의 접촉면이 넓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장학사나 연구사 개인을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동일시하여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장학사, 연구사를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이라고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사무에 대해서는 장관과 교육감의 위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관과 교육감은 기관의 대표자 성격으로 모든 사무를 기획 단계부터 세세하게 신경 쓸 수는 없기 때문에 담당자의 생각, 손, 말에서 정책이 시작된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커다란 정책 기조 아래에서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다.
교육부는 일선 유·초·중·고등학교와 직접 접촉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주로 대학, 17개 시·도교육청, 국회를 상대한다. 시·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이 학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교육청 단위에서 해당 정책을 학교 현장에 실행하는 담당자의 역량에 따라 다른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다. 특히 교육 관련 일들은 관행에 따라 추진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문제의식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교육이 미래교육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하고, 교육 혁신을 이루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부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은 과거의 사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학교 현장과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 아닌 자신의 성과와 치적, 조직의 안위를 위해 일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때때로 조직에서는 자신의 업무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는데, 담당자로서 자신의 업무가 축소되는 것을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조직 내에서 성과가 없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기관에서 정책이 시작되면 어느 시점에서는 그것을 맺는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점의 부재로 학교는 피로감을 느끼고, 업무의 부담이 점점 누적된다고 느끼게 된다. 또한 교육전문직을 빠른 승진의 도구로만 이용하려는 경우, 이것이 더 좋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한 통로로 활용되기 때문에 동료와 학교 현장보다는 조직 내 윗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되고, 소신을 펼치기가 어렵다. 실제로 학교 현장을 지원해야 하는 기관이 학교로부터는 아무런 평가도 받지 않는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조직 내의 비판적 목소리는 차단되고, 외부의 외침보다는 외부의 목소리에 대한 내부의 반응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현장의 고통을 외면하기도 한다.
교육전문직이 되기 위해서는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지만 정작 교육전문직이 되어서는 학습하지 않고 연구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는 비판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좋은 교육정책을 위해서는 나 혼자만의 틀에 갇히지 않도록 정보력과 네트워크, 자신의 기획을 보완·발전시킬 수 있는 학습조직, 담당 사무를 넘어 교육의 큰 그림을 함께 볼 수 있는 연구모임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교육전문직 또한 교육부, 교육청 조직 속의 일부로 한 파트의 업무만을 맡고 있을 뿐이다. 각종 민원에 시달리면서도 밤낮없이 묵묵히 고생하고, 현장을 위해 고민하는 분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전문직은 교육청 내에서 일반직에 비해 소수임에도 조직에 대한 외부의 비판을 받아내는 막연한 대상이 되기도 하여 억울한 측면도 있다. 이에 한 개인에 대한 비난보다는 교육전문직이 나아갈 발전적인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의식 있는 소수의 교육전문직이 의기투합하여 교육청을 변화시켜 나가는 일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존 관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운동성의 관점으로 연구에 충실하면서 학교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강점을 살려 행정과 장학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막연히 개개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제도적인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해외의 경우 교수직렬과 장학직렬을 구분하여 장학사로 교육청에 들어오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의 고유한 의미를 살리며 일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전문직 선발 과정에서 단순 암기식 시험이 아닌 현장 실천 경험과 역량을 평가하는 전형들도 확대되고 있다.
교육부는 크게 기획조정실, 고등교육정책실, 학교혁신지원실로 나누어진다. 교육전문직은 주로 학교혁신지원실에 배치되며 교육과정 관련 업무에만 국한되어 있다. 기획, 예산, 감사, 조직 등의 업무에 교육전문직은 배치되어 있지 않거나, 소수만 배치되어 있고, 그 역할도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교육부가 현장과 괴리되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교육부 규정상으로는 각종 과장 자리에 서기관 또는 장학관으로 보임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교육전문직이 과장을 맡는 자리는 몇 자리 안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깨려면 일반행정직과 교육전문직의 동등한 경쟁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청에서 정책과 업무 능력을 검증받은 이들이 교육부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김성천 외, 2018)
아울러 시험에 합격한 교육전문직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교육부 사무관을 예로 들면, 행정고시 출신 신입 사무관의 경우 약 1년의 교육기간이 있다. 기수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연수기관에서 약 9개월, 실무수습 3개월을 거친다. 6급 주무관에서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합격 후 6주 정도의 연수를 받게 된다. 민간경력채용 사무관의 경우 인사혁신처에서 약 8주의 공동 연수를 진행한다. 이에 비해 교육전문직은 합격 후 교육 기간이 상당히 짧은 편이다. 아무리 학교 현장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학교에서 발휘했던 역량과 교육청에서 요구되는 능력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에 스스로 초짜 공무원 생활을 한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많다. 신규 교육전문직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교육정책은 비단 교육전문직, 일반행정직 만의 몫은 아니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교육정책과 연결되어 있다. 교육과정, 수업, 평가 등도 교육정책이 구현되는 과정 속 핵심이자 결과물로 교육주체들이 접하고 있는 영역이다. 우리 교육 현장에 100% 만족을 가져다주는 교육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 관계자 입장은 자신의 성향, 지향하는 바에 따라 상이하다. 또한 교육자치가 확대되는 현실에서 교육부의 일괄된 지침이 전국 시·도의 교육현실을 반영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시·도교육청의 일괄된 지침이 각 학교의 특수성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다. 교육행정기관들이 학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교육정책을 오래 연구하고 실천한 연구자이자 운동가의 표현에 따르자면, “백마탄 왕자는 없으며 학교자치의 자율성과 혁신을 지향하면서 교사를 비롯한 학교의 구성원은 각자의 자리에서 탈 수 있는 조랑말이라도 타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교사들도 내가 탈 수 있는 조랑말을 가지고, 학습하고 연구하고 연대해야 한다. 교사의 이익과 권리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의 현상들을 학생을 중심에 두고 바라보며 학부모,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스스로 자정하고, 실천하고, 현장 중심의 정책 대안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교육정책은 학교 현장에 매 순간 침투하고 이는 학생과 교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학습과 반응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평범한 삶에서 위대함을 실천하는 교사들이 뜻을 모으면 가능하다.
<참고문헌>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김성천 외)(2018). 교육전문직의 모든 것. 즐거운학교.
김요섭 외(2020). 학생자치, 학생주권시대를 열다. 테크빌교육.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4587/
Copyright ©2026 교육을바꾸는사람들 unless otherwise no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