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방향

by slowalk | 2016-12-07 11:22

I. 서론

 

집권당과 교육부가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감안하는 요소는 표(국민여론), 집권당의 정치철학, 그리고 교육적 가치 등이다. 이 세 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룰 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이 세 가지는 서로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세 가지 요소에서 처음 두 가지가 너무 강하게 작용하여 결과적으로 국가와 교육의 미래를 왜곡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집권정당은 교육에 정치적 중립이라는 옷을 입히고 교육을 탈정치화시킴으로써 오히려 힘 있는 집단과 개인이 교육정책 결정권을 독점하도록 방치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정 정당이나 개인이 교육정책을 사유화하지 못하게 하고, 교육계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국민이 교육정책 수립의 주인이 되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은 초당적·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송호근(2012)은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를 통해 지금 한국사회가 진화하려면 분노와 불만 표출을 넘어선 정련된 의견들의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주장을 교육에 적용시켜보면 우선 교육 좌파와 우파의 공동 구역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 양쪽이 인정할 수 있는 상황, 이념의 공유지, 정책적인 차원에서 공통분모 등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데 국가교육위원회가 바로 그러한 공동 구역을 확인시켜주고 공동 구역을 넓혀주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II. 국가교육위원회 필요성과 전제조건1

 

1. 정책 포퓰리즘 극복

 

고등학교 졸업자 감소에 따라 불과 몇 년 후부터 고등교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줄어들 것이 예상되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학설립을 보다 자유롭게 하고 정원 자율화까지 병행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대해 교육개혁위원회 C 전문위원은 국민의 표와 신자유주의 신념 두 가지로 설명했다. 표를 의식했다는 말은 대학 개방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이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을 대변하는 교육개혁위원들은 표를 의식하여 당장 충족되지 못한 높은 사회적 수요 충족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의미이다. 득표 가능성은 그 이후 모든 정부의 교육정책 결정에서 항상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고려되었다.

 

이주호 장관 시절 필자는 현행 대학입학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학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까지 받아들여 시간과 재원을 낭비하게 하는 것임을 지적하면서 개편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 안은 러시아처럼 수능에 커트라인을 두어 수학능력을 갖춘 사람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예비고사 지역별 커트라인제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제안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한 교육부 장관은 웃으며 “우리 당 표 떨어지는 소리 듣고 싶으십니까?”라고 답을 했다. 독재정부와 달리 민주정부에서는 국민의 표에 민감하다보니 정책을 수립할 때 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의 모 교육부 차관도 교육정책 결정도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를 우리는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물론 대중을 의식한 정책 결정을 모두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포퓰리즘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국민의 참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다수 대중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올바른 정책을 유도하는 기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위키백과). 「포퓰리즘」의 저자인 서영훈은 “포퓰리즘은 엘리트 중심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소외된 다수 대중을 향한 연민의 정이 출발점”라며 “감성적 선동성을 배제한다면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연합뉴스, 2011.07.11).

 

포퓰리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정책을 공격하기 위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포퓰리즘은 “정책결정권자가 판단할 때 어떤 정책을 수립(혹은 미수립)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과 국가에 바람직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표를 의식하여 그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어떤 결정이나 방치가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포퓰리즘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정책 결정이나 방치가 가져올 단기적‧중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러한 논의에서는 객관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다수 대중을 향한 연민의 정’이 있는지 여부, ‘감성적 선동성을 바탕으로 하는지 여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엘리트 독재로 흐르게 될 것이다.

 

교육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흘러 중장기적으로 교육과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정책 결정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와 격이 유사한 국가교육위원회에 위임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헌법재판소는 집권당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므로 이를 막기 위해 위원 임명권, 정책결정 절차, 과정에 대한 공개성 등의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독재정부 시절에는 엘리트 관료와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강행하였다. 독재정부 하에서의 정책결정은 두 가지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하나는 교육과 국가의 미래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경우 이익집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정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정희 정부 때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평준화정책, 그리고 전두환 정부 시절의 과외금지조치와 같은 혁명적인 조치는 민주주의 정부시절이었다면 결정과 집행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교육권을 남용할 수도 있다. 박정희 정부 때의 교수 재임용제 실시와 대학의 학사운영 통제 등은 그러한 예이다.

 

국민의 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단임 대통령제의 민주정부 하에서는 청와대와 집권당이 깊숙이 관여하기 때문에 교육 엘리트 집단이 볼 때 어떤 정책이 아무리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더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국민의 관심과 참여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민주정부 하에서는 그러한 상황에 적합한 의사결정기구, 절차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면 집권당은 정치적인 파장을 불러올 정책결정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게 되고, 동시에 표를 의식하여 교육정책을 왜곡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2. 정당의 정치적 이념 성향 제약 극복

 

교육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또다른 요인은 집권당의 정치적‧이념적 성향과 교육철학이다. 민주정부가 된 이후 우리 교육정책이 요동을 친 큰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집권당은 자신들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에 터하여 교육제도와 정책을 만들고자 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임기 안에 자신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제도와 정책을 수립한 후 집행하고, 나아가 뿌리까지 내리도록 하기 위해 서두르게 된다. 만일 집권당이 바뀌지 않으면 정책이 어느 정도 큰 흐름에서는 일관성을 유지하겠지만 집권당이 바뀔 경우에는 정책의 일관성은 거의 담보할 수 없게 된다.

 

3. 교육적 가치

 

정치집단과 그에 동조하는 전문가 집단이 교육정책을 수립하더라도 인간의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성장이라는 교육적 가치 차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교육자와 교육학자는 정치적 가치나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교육적 가치에 근거하여 교육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러할 수가 없다. 청와대와 교육부 두 곳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는 모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교육적 가치를 고수하고자 하면 오히려 제도교육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차원, 경제적인 차원, 그리고 사회·문화적인 차원 등 교육 외적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교육적 가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겠지만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 차원을 동시에 고려할 때에도 교육적 가치를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논리·실증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아니면 가장 본질적인 교육적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교육외적 가치를 감안하여 핵심에서 약간 벗어난 일부 교육적 가치는 포기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의미이다.

 

4. 정책 예측 가능성 향상

 

설령 잦은 변경이 급변하는 사회의 요구와 외부 환경에 부응하기 위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교육자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의 적응에 따른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최소화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예고 기간은 줄 필요가 있다.

 

5. 협치(governance)의 관점에서 본 국가교육위원회2

 

가. 협치 기구로서의 국가교육위원회

 

최근 정부 주도의 지배구조인 통치에 상대되는 의미로서 협치의 개념이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차원의 협치 기구로 간주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지닌 governance, 즉 협치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70년대말 유럽, 특히 영국과 네덜란드에서였다. 유럽 복지국가 정부의 탁월한 역할과 이익집단의 역할(힘)의 기능에 대한 논쟁 과정에서 governance를 새롭게 개념화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Kooiman, 1993; Shmitter and Lembruch, 1979. Peters and Pierre, 1998: 224에서 재인용). 특별한 의미를 지닌 governance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government라는 용어는 정부의 독점적 가치 배분, 정부의 정책 독점을 의미하는 용어로, 특별한 의미의 governance는 정부의 정책 독점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정부 외의 관련 집단이 그러한 권한을 공유하는 의미로 재정의되게 되었다. 미국학계서도 governance에 대한 새로운 ‘조작적 정의’를 받아들여 국가경영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개념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O’Toole, 1997; Thomas, 1997. Peters and Pierre, 1998: 224에서 재인용). 새로운 의미로 등장한 governance는 단순한 경영 체제와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의 합의 도출’이나 ‘정부가 핵심 역할을 하지 않거나 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해결을 위해 협력적 활동을 통해 필요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개념’, 즉 다양한 집단이 참여하는 참여형, 공유형의 협치를 의미한다.

 

나.  협치 성공의 조건이 주는 시사점

 

협치는 변화를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서 보다 세심한 협치 모형을 설계하고, 우리의 상황에 맞게 지속적으로 변화·발전시켜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상황과 협치가 의도하는 결과를 가져올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협치는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우리사회는 집단 간 극심한 분열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가교육위원회 기본 틀과 운영 방향에 대한 각 집단 간의 합의과정이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를 만들기 위한 특별기구를 만들고 그 기구에서 토론회를 거치면서 섬세하게 제도와 운영 방향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협치가 가정하는 공동체는 ‘일반적으로 시민의 덕성을 갖춘 동질적인 실체’를 의미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성욱(2011)은 공동체를 공통의 가치와 행위를 공유하는 동질적인 실체로 가정하고 협치를 논하고 시도한다면 이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아 오히려 역효과만 커질 수 있으므로 ‘이질적인 공동체’라고 전제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협치에 참여하는 다양한 집단은 집단 간 뿐만 아니라 집단 내에서도 문화적 편향성, 관계의 질, 그리고 서로의 이익 등에서 이질적인 특성을 가진 하위조직과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성욱(2011: 2)은 협치 참여 주체를 마이크로소프트윈도우와 리눅스에 기반한 PC와 애플사의 맥킨토쉬 컴퓨터들을 연결한 LAN과 같은 이기종(異機種) 네트워크(heterogeneous network)에 비유한다. 가령 국회(여당과 야당), 정부(중앙과 지방), 학부모단체, 사회단체, 기업등 다양한 구성원을 포함시키고자 할 때 각각 집단 내에도 다양한 편향성과 이익을 가진 하위 집단이 포함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다양성과 이질성을 염두에 두며 각계 대표 선발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협치는 권위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통제하며 조정하던 정부구조와 그동안 소외되었던 시장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는 조직 간 자발적 네트워크이다(Rhodes, 1996: 652). 협치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미 조직화된 네트워크(이해관계자 및 시장과 시민단체를 포함한 민간조직)가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비효율성·비효과적으로 보이는 정부보다 정보와 정책 집행에 필요한 더 효과적인 기반까지 갖추고 있을 때 협치는 의도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Peters and Pierre, 1998: 224).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시민단체가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아 시민단체의 대표를 국가교육위원회에 참여시키고자 할 때 시민단체의 대표 선정 자체부터가 난항을 겪게 될 것이다.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을 어떤 절차를 거쳐 시민단체의 대표 혹은 민간기업의 대표로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III. 초당적·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한 국회위원과 교원대상 설문 결과

 

1. 조사 방법

<표1> 설문 조사 방법


2. 설문 결과 분석

 

초당적·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해서 교원은 94.4%, 국회의원은 84.4% 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파나 정권을 초월해 교육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과 야당의 의견을 비교해보면 여당의원은 80.5%가 찬성한 반면 야당의원은 89.7%가 찬성하여 유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집권당이 되면 자기 당의 정치철학을 국가제도 전반에 투영하고자 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비율이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설문이 보여주는 사실은 여당의원들까지도 ‘교육정책의 안전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특정 정권이나 정파의 이익으로부터 벗어나 교육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표2> 초당적·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한 의견 – 교원, 국회의원 통합

<표 3>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한 국회의원의 의견: 여·야 정당별

그렇다고 해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쉽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교수신문>이 2012년 8월 22~29일 국회 교과위 소속 의원 24명을 대상으로 19대 국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주요 고등교육 현안으로 세 가지씩 골라 달라는 설문을 실시했다(교수신문, 2012.09.03). 이 조사에는 새누리당 7명, 민주통합당 8명, 통합진보당 의원 1명 등 총 16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반값등록금(16명), 국립대 재정회계법 제정(7명), 대학 서열체제 완화(7명), 사립대 구조조정 특별법 제정(5명),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4명),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폐지(4명), 전문대 지원 확충(3명), 국가교육위원회 신설(2명), 대학 입시 폐지(1명) 순으로 나왔다. 국회 교과위 위원 중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이 시급한 과제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야당 의원 2명 뿐이었다. 이번 한국교총의 설문조사 결과는 국회 교과위 소속 의원들이 전체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새롭게 파악하여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IV.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제언3

 

1. 위원회 기본 틀 마련을 위한 절차

 

대한민국의 교육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소망의 하나는 우리의 학교교육이 요동치지 않고 갈등을 넘어 미래를 향해 순항하는 것이다. 만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어느 힘 있는 집단이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국가교육위원회 기본 틀을 만들고 이를 밀어붙이고자 한다면 이는 역으로 갈등만 더욱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각계 대표가 만든 기본안을 토대로 타당한 절차를 거치며 안을 공동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2. 위원회 기본 틀

 

이 위원회는 헌법재판소처럼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설령 정권이 바뀌더라도 위원의 절반 정도만 바뀌도록 해야 한다. 위원 추천권 또한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표성을 띤 정당과 다양한 사회 대표 기관에게 나누어줄 필요가 있다. 이 위원회의 핵심 역할은 교육의 지속성과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돼야 한다. 이 위원회는 정책 방향을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혹은 20년을 내다보는 교육 이슈를 선정하고 이를 전 국민 대상 교육대토론회에 상정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관심 있는 국민 모두가 참여해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제3안의 대안을 마련해갈 때 국민들도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고, 나아가 집단 간 교육 갈등도 극복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교육을 온 국민이 참여하는 정치적인 화두의 중심에 놓을 때 교육의 지속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정책 결정 절차에 관한 것도 법제화된다면 집권세력이 바뀌어도 집권기간 내에 효력을 발하는 교육정책을 수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처럼 교육을 정치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줄어들 것이다. 물론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작은 정책이 아닌 교육의 큰 틀은 이제 100년 후는 아니더라도 10년 후 정도는 바라보며 대비하는 ‘교육 십년지대계(十年之大計)’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3. 기타 고려 사항

 

바람직한 틀과 바람직한 교육정책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이 자신의 이익을 뛰어넘어 객관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라고 강요하기보다 그들이 그 논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가령 대입제도, 평준화와 고교다양화, 사교육, 교원평가, 미래인재상과 그에 적합한 교육과정 개편, 미래 교육의 큰 틀 등을 정할 때 이 정책 결정이 10년 이후에 적용된다고 전제한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넘어 보다 객관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더 필요한 것은 교육자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학교 울타리와 교실에서 더 나아가 교육의 미래로 넓혀가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이끄는 것이다. 교육에 대해 교육자만큼 잘 아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교육자가 아니라 정치인들이 다양한 이익집단의 로비를 받으며 교육의 미래를 결정하고 있다. 교사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교실과 학교를 넘어 교육의 미래 논의에 모아질 때 특정 개인과 집단의 교육사유화에 의한 교육 왜곡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이 탈정치화의 신화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의 중심에 놓이고, 교육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힘겨루기도 블랙박스가 아니라 투명한 유리상자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박남기(2012.10.25).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정책토론회, 제19대 국회의 교육정책 과제는 무엇인가?(11-65). 국회도서관강당. 미간행정책토론회 자료집.
박남기·임수진(2015.04.11.). 5.31 대학교육 개혁의 영향과 과제: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정책을 중심으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현장의 관점에서 바라본 5.31 교육개혁의 성과와 과제(225-27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교육행정학회.
박남기(2016.10.29.). 협치(governance)의 관점에서 본 우리나라 국립대학 지배구조.  한국교육행정학회, 2016 한국교육행정학회 추계학술대회 자료집, 19-51.
송호근(2012).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 서울: 다산북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1. 이 내용은 박남기·임수진(2015)을 토대로 작성한 것임.
  2. 이 내용은 박남기(2016.10.29.)의 ‘협치(governance)의 관점에서 본 우리나라 국립대학 지배구조’를 토대로 작성한 것임
  3. 이 내용은 박남기(2012)를 토대로 작성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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