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미래교육준비협의체 발대식 연설문] 미래사회 전망과 교육의 변화 방향

by slowalk | 2016-09-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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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미래 만들어야

 

지금부터 “미래사회 전망과 교육의 변화 방향”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은 개인이든 사회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교육청이 주신 강연 주제 “미래사회 전망과 교육의 변화 방향”이란 제목도 풀어서 생각하면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교육은 지금의 아동청소년들에게 어떤 지식과 역량을 길러줘야 하는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주인들입니다. 따라서 학교교육은 미래사회의 주인들에게 미래사회가 마주할 도전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 역량, 가치, 태도 등을 길러줘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학교교육은 입시 준비 교육에 가깝습니다. 어떤 가치 있는 내용도 점수를 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런 교육으로는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갖기 어렵고 지속가능한 발전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교육이 학교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날 많은 학생들은 학교교육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학교교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주요국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핀란드의 학생조차도 1/2이 학교교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해 냉소적이라고 합니다. 이제 “21세기 학습자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교육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답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지금의 학생들이 마주할 미래사회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사회란 편의상 ‘2030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들이 대학을 마치는 시기가 되겠습니다.

 

 

2030년 미래사회 조망

 

다가올 2030년은 지금부터 약 15년 후의 세상입니다. 이때쯤이면 정치, 기술, 경제, 직업, 인구, 문화, 가치관 등에 상상하기 어려운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런 변화를 앞두고 학교교육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큰 과제가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기술의 혁신이 몰고 올 사회와 삶의 변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알파고 바둑대국과 ‘제4차 산업혁명의 완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다보스 포럼에 대해 국내 언론이 많은 보도가 이를 촉발한 측면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더 발달해서 지금까지 인간이 하던 대부분의 일을 로봇이 대신하게 되면 인간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물적으로 강화되거나, 기관대체·이식·부착 등으로 기계적으로 강화된 증강인간(augmented human)이 탄생할 때 인간의 정체성은 어떻게 될까?’,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정말 온다면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인간 게놈에 대한 연구와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생명체를 합성하는 것이 일반화라도 된다면 인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 튜터에게 개인지도를 받는 세상이 오면 학교와 대학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또 ‘백과사전의 정보를 칩의 형태로 인체에 심어서 인간의 인지기능과 연결할 수 있게 되면 학교교육의 형태는 어떻게 변할까?’ 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우려되는 부분도 매우 많지만 인간이 스스로 만든 기술로 스스로를 파괴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잘 조절해 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너무 공포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운 변화의 징조가 확실해질 때 얼마나 신속히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이런 미래사회의 변화가 교육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고 학교교육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갈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학교교육을 변화시키는 주요 동인(動因)과 시사점

 

학교교육이 인간의 능동적 의지에 의해 변해가는 부분도 크겠지만 어쩌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이 완성되면 그 결과가 학교교육에 줄 충격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클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기술과 과학의 발달에 따른 사회변화가 학교교육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학교교육의 변화를 이끌 주요 동인(動因)들은 ‘기술의 변화(4차 산업혁명), 경제적 불평등, 직업세계의 변화, 다양성 증가, 대학 졸업장과 자격증 경쟁시대의 도래, 지식·정보의 양 팽창과 생명주기의 단축, 뉴미디어 세대의 뇌의 변화, 낙오세대의 출현’ 등이 대표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부터 이러한 주요 동인들이 미래사회의 교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한번 짚어보고자 합니다.

 

1) ‘기술의 변화’가 교육에 주는 시사점

 

많은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고 일컫는 인공지능로봇, 사물인터넷, 모바일, 3D프린터, 나노·바이오 기술 등이 우리의 사회와 삶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며, 4차 산업혁명은 속도, 규모, 영향의 크기가 이전의 혁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클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미칠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하나는 학교교육의 변화 속도가 느림으로 인한 교육 수요자의 불만이고, 다른 하나는 일자리 감소라고 생각됩니다. 학교교육이 사회변화와 수요자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학교교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의 수가 늘어납니다. 오늘날 학교교실이 붕괴된 것도 국가가 가르치고 싶은 내용과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내용의 불일치가 큰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교육에 미치는 다른 영향 한 가지는 일자리 감소로 인해 학생들로 하여금 미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큰 불안감을 줄 것이란 점입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담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탈학교와 학교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며 후자는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입니다.

 

변화의 속도에 대해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기업의 변화속도를 100이라고 했을 때, 정부조직의 변화속도는 25, 학교의 변화속도는 겨우 10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교육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한 분권화와 학교자치 실현을 통해 변화의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아울러 개인과 학교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새로운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에 주는 시사점

 

다음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살펴보겠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은 곧 부의 양극화를 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세계화와 승자독식 경제로 인해 2030년에는 부의 편중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신경제의 혜택은 주로 상위 소수의 엘리트층에 집중될 것이란 예상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이로 인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과감한 누진세와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고 사회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일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이런 불평등이 심화되는 사회에서는 학교교육이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공동선을 추구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영유아 보육·교육의 질을 높여 출발선 차이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주요 선진국들처럼 빈곤층 자녀의 대학진학률을 높이기 위한 좀 더 과감한 정책을 펼 필요가 있습니다.

 

3) ‘직업세계의 변화’가 교육에 주는 시사점

 

금년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향후 20년 내에 현재 직업의 47%가 자동화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다가오는 미래사회에는 자동화로 인해 기존의 많은 일자리를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대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향후 5년 내에 70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210만 개의 직업이 신규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약 5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지요. 아울러 오늘날 학생의 65%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국가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분야와 줄어드는 분야에 대한 질 높은 연구와 예측을 통해 직업의 수요와 공급에 균형을 맞추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 사회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소수의 인원만으로 생산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그래서 일자리의 창출을 국가와 사회에게만 의존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21세기에는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보다는 더 많은 청년들이 취업보다 창업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아울러 정답만 찾게 하는 교육을 폐기해야 합니다.

 

또한 21세기는 로봇과 일자리 경쟁을 해야 하면서 공존하는 시대입니다. 로봇보다 인간이 앞설 수 있는 능력은 사회성·감성 지능, 공감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적 문제해결능력 등의 소프트 스킬 등입니다. 낮은 수준의 기술에 안주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로봇에게 자신의 일자리를 내주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1세기는 또한 팀으로 일하는 시대, 더 나아가 서로 다른 팀들이 더 큰 팀을 이루어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사회적 기술(social skills), 네트워킹 능력 등이 요구됩니다. 기존의 진로교육의 방향과 강조점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1세기는 직업과 지식의 생멸(生滅) 속도가 매우 빨라 평생학습능력이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일하는 도구, 일하는 방식 역시 많이 변할 것입니다. 또한 빅 데이터 분석, 평가, 활용을 위해 ICT 활동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4) ‘다양성의 증가’가 교육에 주는 시사점

 

교실 내 아동들 간에는 능력, 학습준비도, 학습양식, 흥미, 장래 희망, 문화자본, 인종 등의 차이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급증했습니다. 이미 다문화 가정 아동의 증가 비율이 20%를 넘습니다. 갑작스런 북한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세계의 주요국들은 교실 내 학생의 다양성에 대처하는 것을 교육의 최우선 과제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헬싱키 디자인 연구소(2011)의 말을 빌면 미래 사회에서 교육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다양성에 대해 얼마나 잘 대처하며 다양한 아동들을 모두 학습에 참여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렸습니다. 다양성의 증가는 무학년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개별화 지도(differentiated instruction: DI), 학습장애를 가진 학생도 일반 학생들처럼 교육과정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UDL) 등의 도입을 재촉할 것입니다. 다양성의 증가는 또, ‘누가 교사가 되어야 하는가?’, ‘모든 아동을 몰입시키고 성장과 발달을 이끌어낼 교수법은 무엇인가?’, ‘표준화된 교육과정의 운영은 타당하고 유효한가?’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기존의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점진적으로 재설계, 재창조되어야 합니다.

 

5) ‘대학 졸업장과 자격증 경쟁시대의 도래’가 교육에 주는 시사점

 

2030년경이면 학습과 학력인증의 경계가 흐려질 것이란 예측이 많습니다. 학점과 학위는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대학 졸업장과 자격증명서가 서로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기업이 수여하는 자격증이 직원을 채용할 때 대학 졸업장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기 위해 4~5년을 투자하느니 1년 미만의 기간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는 대학 졸업장의 미래에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새로운 교육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학교교육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 졸업장의 가치 하락은 학교교육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자못 궁금합니다. 대학졸업장이 진정한 실력을 의미하는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이제 대학도 선발경쟁에서 교육경쟁으로 전환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6) 지식·정보의 양 팽창과 생명주기의 단축이 교육에 주는 시사점

 

21세기에는 지식과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수명주기(life cycle)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속이 누구에게나 매우 쉬워졌습니다. 금년 다보스 포럼 발표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5년 후인 2020년이 되면 현재 대학원에서 배우는 내용의 50%는 쓸모가 없어 질 것이라고 합니다. 또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사피엔스』의 저자 하라리 교수는 학교교육에서 배우는 지식의 수명과 관련하여 “우리 자녀 세대가 40대가 되었을 때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 중 80~90%는 쓸모없을 확률이 높다.”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특히 과학적 지식의 경우 그 수명은 더욱 단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과 정보를 교과서에 담아서 이를 몇 년씩이나 가르치는 전통적인 방식은 재고할 때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21세기 사회에서는 수십 년 후에도 여전히 의미 있고 유용할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쓸모 있을 핵심개념과 핵심원리 중심의 학습이 필요합니다. 이런 지식 습득을 위해서는 이의 기반이 되는 핵심역량의 습득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사고력, 학습능력, 사회적 기술(예: 공감능력), 함께 일하는 능력, 함께 살아가는 능력, 창조적 문제해결 능력(예: 디자인 싱킹), ICT 스킬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침 모든 단원을 핵심질문(essential question: EQ), 핵심개념(big idea) 중심으로 설계하고 깊은 이해를 위한 지도방법(Understanding by Design: UbD)이 오래전 개발되었고 그 효과가 검증되어 미국, 캐나다, 유럽의 일부 국가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낮은 수준이지만 시도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학습방식이 중요한 주제에 대해 핵심적인 열린 질문을 던지고 열린 답을 찾는 식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낱개의 지식과 정보를 관통하는 핵심개념이나 핵심원리 중심으로 배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교과서의 단원이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과학적 주장에 대해 이를 믿을지 말지를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와 같은 핵심질문으로 시작하는 방식입니다. 가령 ‘질병의 전염과 예방’에 관한 단원이라면 아래 표와 같은 식으로 수업을 구조화하여 지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표> 역순 설계방식에 의한 단원 수업 설계 모형

7) ‘뉴미디어 세대의 뇌의 변화’가 교육에 주는 시사점

 

학교교육을 변화시키는 주요 동인으로 ‘뉴미디어 세대의 뇌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미디어 세대는 새로운 뇌를 가진 신인류에 가까우며, 이들의 사고방식, 행동양식, 동기유발 방식, 삶의 방식은 기존의 기성세대와 매우 다릅니다. 뉴미디어 세대의 뇌는 충동성이 높고, 주의 집중시간(attention span)이 매우 짧으며 피드백이나 보상이 느린 것을 잘 참지 못합니다. 개인의 집중시간 조사에서 1998년에는 12분, 2008년에는 5분, 2015년에는 8초로 짧아졌다는 최근의 보도(The Associated Press)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이는 주위의 강도 높은 자극에 뇌가 적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학교교육이 마주한 가장 도전적인 과제는 학습자를 어떻게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것인가 입니다. 모든 수업은 교사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변해야 합니다. 이를 더 구체적으로는 말하면 교육의 표준화를 최소화하고 ‘학습자 중심 개별 맞춤 학습(personalized learning)’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만 모든 학습자를 수업에 참여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학습의 권리와 책임(ownership)을 학생에게 이전해야 합니다. 배울 내용, 수준, 방법, 장소까지 학생의 결정권과 선택권을 강화해야 합니다. 아울러 학습도 게임처럼 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습니다. 피드백이 빠르고 즉시 보상이 주어지는 게임의 원리가 교수학습에 적용될 때 학습자의 뇌는 더 잘 집중할 수 있습니다. 수업도 초등학생은 약 10분, 중학생은 약 15분, 고등학생은 약 20분마다 수업의 모드를 바꾸어 주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8) ‘낙오세대 출현’이 교육에 주는 시사점

 

끝으로 ‘낙오세대의 출현’이 학교교육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 교육을 받고 졸업장을 획득하는 것이 계층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를 맞았습니다. 이제 기존의 학교 시스템은 특정 학생들에게만 적합한 곳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학습이 일어나는 곳이 굳이 학교일 필요는 없습니다. 의미 있는 학습은 지역사회에서 또는 기업의 일터에서 더 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나이별로 학년과 반편성을 하는 기존의 학교시스템도 단계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교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더 정확히는 적응할 의사가 없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수업 중에 잠을 자는 것을 넘어 탈학교를 꿈꿀 것입니다. 학교가 자신들에게 희망도 잠재력 실현의 기회도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제 기존의 학교제도 하나만으로 버틸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또한 현재와 같은 표준화된 교육과정 운영이 타당한가란 질문을 심각히 던져야 합니다. 기존의 패러다임은 초중고 과정을 다 마치면 마치 “교육된(educated)” 인간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접근합니다. 이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 모델입니다. 변화가 빠르고 지식과 직업의 생멸 주기가 점점 더 단축되는 미래사회에는 종국교육에서 계속교육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한 정부는 학교시스템의 변화 방향에 대해 큰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기존의 학교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최적화를 추구할지 아니면 학생 주도 개별화 맞춤교육을 지향할지를 선택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당연히 후자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는 중앙정부의 역할이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고 분권화를 통해 진정한 학교자치의 실현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낙오세대의 출현을 방치할 경우 교사들이 겪는 교직에 대한 실망감, 무력감, 자괴감이 보다 심화될 것이며, 이를 통한 교사의 소진도 심각한 상태에 이를 것입니다. 낙오세대의 출현은 고교 체제와 학제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교육의 대응 방식

 

이상과 같은 학교교육의 변화 동인에 대해 학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응할 때 다음 3가지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우선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해 학교교육이 너무 휘둘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그 규모, 강도, 영향 면에서 지난 3가지 산업혁명에 비할 바가 아닐 만큼 크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교육과 관련해서는 변하지 않는 요소가 더 많습니다. 미래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교육의 목적은 거의 동일할 것입니다. 최선의 자기되기, 건강, 책임 있는 민주 시민의식, 공동선의 추구, 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 불확실 한 것에 대한 도전 정신, 의사결정 능력,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미래의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 등은 20년, 30년 후에도 교육의 목적으로 여전히 중요할 것입니다.

 

학교교육의 미래방향을 탐색할 때 경계해야 할 다른 하나는 ‘미래교육’을 ‘현재교육’과 매우 다른 것처럼 인식하는 경향입니다. 흔히 미래란 현재와 무관하다고 착각하지만 미래는 언제나 과거와 현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다만 골고루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란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교육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교육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현재교육, 현재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정책결정자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에 지나치게 들뜨지 말고 ‘이미 도착한 미래’에 대한 적응력과 대응력부터 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끝으로 미래사회는 만들어 가는 것이란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어떤 결정과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는 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학포자가 늘고 사교육이 활성화되어 학교교육이 제역할을 못하는 것은 도덕성 높은 교육철학의 부재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됩니다. 핀란드나 온타리오주, 앨버타 주처럼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란 신념 속에 “격차를 줄인다”를 학교교육의 주요 목표로 삼았더라면 우리의 학교교실이 지금처럼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마주하는 문제를 충실히 잘 해결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만드는 최선의 길입니다. 교육의 공공성 위기, 교사 공동체의 붕괴와 소진, 학교교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학교수업을 거부하는 학생 수의 증가, 중상위권 위주의 수업으로 인한 느린 학습자의 일상적 배제, 표준화 시험의 폐해, 상대평가의 폐해, 교실 내 학생들의 다양성에 대한 대처 능력 부족, 대입시가 학교교육을 지배하는 문제 등은 현재의 학교교육이 마주한 도전적 과제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의 해결을 방치한 채 관심을 미래교육으로 지나치게 이동시킨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교육이 안고 있는 현재의 핵심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미래교육의 질을 결정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새로운 미래교육을 만들어가는 수단으로 가장 보편적인 것이 비전 수립을 통한 변혁입니다. 따라서 모두의 열망을 담은 가슴 뛰게 하는 ‘2030 교육비전’의 수립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2030 학교교육 비전 수립

 

학교교육은 크게 세 가지 힘에 의해 변합니다. 첫 번째는 정치와 문화이고, 두 번째는 기술의 발전이 몰고 올 사회 변화(예: 앞에서 살펴본 8가지 동인)이며, 세 번째는 바람직한 미래상을 정하고 이를 실현시키려는 인간의 능동적 의지입니다. 바로 세 번째의 것이 2030 학교교육의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시켜 나가는 일을 말합니다.

 

비전 설정 과정에는 미래사회의 조망 외에 고려할 요소들이 매우 많습니다. 먼저 학교교육이 지켜나가야 할 핵심가치와 핵심원칙을 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주요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핵심가치에는 현재의 한국 현실을 고려할 때 ‘자율, 의미, 자신감, 존엄성, 공정, 평등, 탁월성, 협력, 공동선의 추구’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2030 학교교육의 비전을 수립할 때 학교교육이 갖추어야 할 요소로 아래 10가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2030 한국 학교교육 비전 설정 시 고려할 요소들

 

①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을 교육의 최고 목표로 삼는다.
② 학생·교사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상위 교육목표로 삼는다.
③ 학생주도 개인별 맞춤 학습(personalized learning)과 개인의 강점에 기반을 둔 교육을 지향한다.
④ 개인의 사적 욕망의 추구와 공적 이익 추구가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⑤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교육 대신 모두가 승자가 되는 교육을 지향한다.
⑥ 영유아 보육·교육의 질을 높여 출발선 격차를 줄인다.
⑦ 새로운 교육 환경에 맞는 차세대 평가와 책무성 제도를 도입한다.
⑧ 지식·정보의 홍수에 대응해 핵심원리·핵심개념 중심의 학습으로 전환한다.
⑨ 학생의 다양성에 대응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을 교사로 임용한다.
⑩ 새로운 미래학교의 모형으로 ‘학습공원’(Learning Park)1을 지향한다.

 

서울 교육은 2030년 학교교육의 비전을 어떤 내용으로 수립해야 할까요? 한국 학교교육의 비전은 교육 수요자의 요구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겠지만 저는 위 10가지 요건이 반영된 “학습과 성장의 공정한 기회 제공을 통한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excellence through equity)”과 같은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의 학교교육은 상위 30%를 위한 교육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나머지 70%의 학생들의 학습과 성장도 사회가 책임져야 합니다. 이들의 잠재력을 실현시키는 교육을 하지 못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에 발목을 잡게 될 것이며, 나아가 민주주의의 발전까지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앞에서 제시한 비전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은 것이 될 것입니다.


“2030년까지 출신·성장 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청소년들이
– 신체적·정서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을 유지하는 일,
–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해 이를 키우는 일,
– 진학·취업·삶을 위한 준비를 충실히 하는 일,
– 개인의 발전과 성공을 넘어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성공에 기여하는 일,
– 참여하고 기여하는 책임 있는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일을
교육목표로 삼고 이를 충실히 실천하는 학교 및 학습공동체를 구축한다.”


 

비전의 수립과 성공적 달성을 위해서는 변화의 원리를 잘 알고 이를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심가치, 비전, 새로운 교육목표, 핵심성공요인의 도출, 평가지표의 개발 등. 이에 대해서는 핀란드가 비전 설정과정 모범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위의 요건 중 ③항과 관련해서는 학생을 변화의 주체로 활용하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 기획자로서의 학생(students as planners)
•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학생(students as teachers)
• 교사 전문성 개발의 파트너로서의 학생(students as professional development partners)
• 의사결정자로서의 학생(students as decision-makers)
• 변화를 위한 작업의 동반자로의 학생(working With not For students)


 

이상과 같이 ‘미래사회 전망과 교육의 변화 방향’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저의 생각에 부족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에 의해 보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9월 8일

 

[알림] 이상의 내용은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사이트의 본인 칼럼, 『서울교육』 가을호에 기고한 내용 등을 참고해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또한 이 글은 『서울시교육청 미래교육준비협의체 발대식 연설문』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각주

  1. 2030년의 이상적인 학교 모습으로 소개하는 ‘학습공원’(Learning Park)은 전통적인 학교와 지역사회가 통합된 무학년제 미래학교다. 이는 다수의 소규모 학습공동체로 구성되고 학습은 체험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학생이 학습을 주도하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이 코치와 가이드로 바뀐다. 교육과정은 최소한의 공식적 교육과정 외에 프로젝트 중심 교육과정, 비공식적 교육과정 등이 함께 운영된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지원 중심이며 지역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여 협동조합처럼 운영하는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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