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교육과 대학교육 그리고 사회수요 간 미스매치(불일치),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 하나?

by slowalk | 2016-06-01 08:31

오늘날 대학개혁의 화두는 대학교육과 사회수요(산업수요) 간 미스매치(불일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이다. 프라임사업은 이러한 산업수요와 대학교육 간의 미스매치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이해된다. 먼저 인력 수요-공급에서 나타나는 양적 미스매치를 극복하기 위해 인문사회와 예체능분야 대학정원을 프라임 분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질적 미스매치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 개편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당 평균 50~150억 원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미 다른 칼럼에서 이 프라임사업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 사업인지 지적하였다. 문제의 핵심은 이 사업이 아예 효율성, 효과성, 형평성을 무시한 정책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프라임사업 예산으로 2,012억 원을 투입하면서, 21개교를 사업대상으로 선정하였으며, 그 결과 정원 이동 규모가 5,351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정원이동 대학생 1명당 일 년에 3,760만 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이 금액은 2016년 연간 평균등록금 6,675천원의 5.6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심지어, 2,012억 원 예산 투입으로 5,351명의 취업률을 3.1% 향상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투입되는 예산규모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 제한적인 목표수치라고 생각된다.

 

프라임사업으로 인한 정원 이동 규모인 5,351명은 2017학년도 대학입학정원(4년제, 2년제) 총 56만 5874명의 0.9%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이 5,351명이 사업의 주요 수혜자가 된다. 그렇다면 결국, 2017학년도 대학 입학생 중 99.1%는 이 사업의 주요 수혜자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2,01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대학생 0.9%에게 집중혜택을 주고, 사실상 99.1%를 배제하는 사업이라면 민주주의국가의 정상적인 사업이 아니다. 게다가,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상당수 대학들은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다시 원래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소수 우수대학 중심의 대학재정지원정책은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입하면서도 정책의 효과는 극히 제한되며, 대학교육 전반의 혁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대다수 대학, 대다수 대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을 뿐이다. 정치적으로도 정당성이 미흡하여 대학구성원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기도 힘들다.

 

필자도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로서 생각해 보면, 대학교육과 사회수요(산업수요) 간 미스매치(불일치) 극복을 위해서는 대학구성원 특히 대학경영진과 교수진의 의식 변화와 교수학습 혁신을 위한 실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 학교 당 150억 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신설되는 특정 전공교육을 위한 실습기자재 설치비, 교수인건비 등 일정(적게는 수억, 많게는 일이십억 원) 비용이 추가로 필요할 뿐, 학교구성원의 의식 변화와 실천에는 50~1500억 원의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학교 당 150억 원 투입 예산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게 많고 소수대학에 심하게 편중된 것이다. 아마도 사업 추진과정에서 사업 목적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지출항목이 꽤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현행 프라임사업은 대학교육과 사회수요 간 미스매치에 대한 제한적인 해석에 근거한 대책을 위주로 계획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교육과 산업수요 간 미스매치는 일부의 제한적인 산업수요 변동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일부 대학의 부분적인 전공변경을 통해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날 진로교육은 특정분야의 직업교육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새로운 특정 산업분야에 필요한 인재 양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제4차산업혁명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산업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대처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는 것이다. 그래서 전반적인 인성, 핵심역량, 진로개발역량, 자기주도학습능력 신장을 더욱 강조한다.

 

대학교육과 사회수요 간 미스매치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대학교육의 혁신을 통해 모든 대학 졸업자의 역량을 높이고, 전체 산업수요·사회수요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태도와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교양교육 혁신, 복수전공, 연계전공 개설과 학사제도 유연화, 교수학습체제 혁신이 필수적이다. 그래야만 변화하는 산업수요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향상된 역량을 가진 ‘다수의’ 창의적인 인재들이 ‘다수’ 대학의 교육혁신을 통해 양성되어야, 진정으로 사회 전반의 산업수요와 전체 대학교육 간의 미스매치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민주적인 정부라면, 당연히 전체 대학의 체질 변화, 전체 대학생의 역량 신장을 위한 정책방안을 기획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대학교육과 사회수요(산업수요) 간 미스매치 외에도 교육계와 정부조차 제대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심각한 미스매치가 또 있다. 그것은 고교교육과 대학교육 간 미스매치이다. 그러한 미스매치를 조장하는 핵심고리가 바로 국영수 위주의 획일적인 대학입시이다. 대학입시 자체가 고교교육과 불일치(미스매치)하고, 대학입시는 대학전공학습과 사회수요 간의 불일치(미스매치)를 확대하고 있다(아래 그림 참조).

 

[그림] 고교교육-대학교육-사회수요 간 미스매치 구조

현행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국어, 수학, 영어와 한국사를 합한 비중이 50% 이내이지만, 대입전형은 대부분 국어, 수학, 영어 위주로 이루어지기에 대입이 고교 교육과정을 왜곡하고 있다. 또한 고등학생의 학습을 국영수 위주로 편향되게 만들고 있다.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 진로 즉 대학전공학습과 연관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예체능 교과목의 대입 반영률은 극히 적은 수준이다. 심지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창체활동(창의적체험활동)의 비율은 11.7%에 불과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정부는 ‘비교과’ 중심이라고 주장한다)은 이를 과다하게 반영하고 있다. 더욱이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와 비교과, 서류가 각각 얼마나 반영되는지조차 모르는 깜깜이전형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나마 학생부종합전형이 전공적합성을 일부 고려하지만, 충분히 고려하는지 적당히 고려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하기 위해 전공과 연계하여 어떤 교과목과 비교과 활동을 얼마나 더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수능전형과 논술전형은 아예 전공적합성(선발의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치루어지고 있어 선발의 타당성을 약화시키고 사회적인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필자는 대학교육과 사회수요(산업수요) 간 미스매치(불일치)가 유발되는 근본 원인 중 하나가 고교교육과 대학교육 간 미스매치를 유발하는 국영수 위주의 대입제도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국영수 중심 대입제도는 고교교육을 왜곡시켜 비정상적 상태로 몰고 가고, 대학생의 진로맞춤 전공학습마저 저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학생들의 적성, 장점, 강점, 흥미는 사장되고, 셀 수도 없을 정도의 시간과 비용, 노력이 낭비되고 있다. 개인적인 손실도 너무 크지만, 그런 손실이 모여 나타나는 사회적, 국가적인 손실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심지어, 사회에서는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는데, 대입제도를 통해 창의적인 인재를 가려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창의적인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조장하고 있다. 그 원인은 바로 수능EBS연계정책이다. 수능EBS연계정책은 내신평가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고교교육을 지식암기중심교육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시행되는 이 망국적인 정책은 고교교육에서의 창의적인 접근을 저해함으로써, 고교교육을 바람직한 대학교육과 사회수요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수없이 많은 고교 교사의 교육과 고등학생의 학습을 창의교육, 창의학습에서 멀어지게 하고, 지식암기 중심의 교육과 학습에 매몰되도록 만들고 있다. 그럼으로써 교육을 파괴하고 미래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로막고 있다.

 

고교교육과 대학교육 간 미스매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영수 위주 대입제도, 수능EBS연계정책을 혁파해야 한다. 2015통합형 교육과정과 함께 추진되는 국영수, 통합사회, 통합과학 등 필수교과 중심의 대입제도는 이런 불일치 문제를 풀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정부가 내세워 온 학생들의 진로와 작성, 강점, 꿈과 끼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말살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하게 국영수 위주의 대입제도를 혁파하고, 정부의 대입제도와 각 대학의 대입전형을 진로맞춤형 대입제도, 진로맞춤형 대입전형으로 전면 수정해야 한다. 학생부전형은 물론이고, 수능전형과 논술전형까지 전공진로를 고려하여 반영과목을 달리하고, 논술유형을 달리하는 등 진로맞춤형 수능과 논술로 변경·개선되어야 한다. 수능EBS연계정책을 폐지하고 창의형 수능, 창의형 공동논술을 도입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고등학교에서 창의적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창의인재로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입제도 개선은 고교교육과 대학교육, 사회수요 간 미스매치 극복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다. 대입제도 개선과 대학교육 혁신이 함께 이루어져 고교와 대학 교육을 통해, 현재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창의인재가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특정 자사고, 특정 혁신학교, 특정 우수대학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고등학교, 모든 대학의 교육이 혁신됨으로써, 모든 학생이 그 혜택을 공평하게 받으며, 각자 자신의 강점을 살려 행복한 창의인재로 성장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모든 학부모, 국민들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의롭지 못한 교육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비판해야 한다. 정부나 시·도교육청으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는 특정 학교유형(혁신학교 포함), 시범학교 중심의 개혁은 진정한 교육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모두를 위한 교육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소수의 학생과 위정자 자신을 위한 선전용, 홍보용, 치적 쌓기용 전시성 사업에 불과하다. 절대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모든 학부모, 국민들은 정부와 교육청에 모든 학생, 학부모, 국민을 위한 교육개혁, 교육혁신을 요구해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