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owalk | 2015-06-18 11:44
1. 상위법에 위배되는 시행령도 유효한가
법규범에는 엄연히 계급이 있다. 그래서 상·하위 법규범 간에는 계급장 떼고 논쟁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주지하다시피 법규범은 헌법-법률-대통령령-부령-조례의 순서로 계급이 나뉜다. 헌법이 최고법이다. 헌법과 법률, 법률과 대통령령, 대통령령과 부령 사이에선 각각 전자가 상위법규범이다. 헌법과 상위법규범에 근거가 없거나 위배되는 하위법규범은 위법해서 효력이 없다. 동급의 법규범 간에는 특별법우선의 원칙과 신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우선순위가 정해진다.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걸러내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사제도라면 법률에 위배되는 대통령령을 걸러내는 장치는 대법원의 위헌명령심사제도다. 헌법재판소도 대법원도 문제의 법률이나 대통령령이 재판의 전제가 되었을 때만 판단하기 때문에 부당하고 위법한 하위법령이 만들어져 상당기간동안 법으로 행세할 가능성은 늘 남는다.
굳이 이런 상식적인 얘기부터 꺼내는 이유는 근자에 법규범 간에 상하질서가 빈번히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선 법률에 근거가 없거나 법률을 무력화하는 대통령령이 부쩍 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과 총2조1500억 규모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정부담을 교육감들에게 뒤집어씌운 영유아보육법시행령이 대표적인 예다. 대통령의 일방적 명령인 대통령령이 법으로 떠받들어지려면 법률에서 특별히 위임된 사항에 한해서 헌법과 법률에 부합한 내용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통령이 법률에 명확한 위임과 근거가 없는 대통령령을 제정할 경우 입헌법치주의, 특히 권력분립원칙은 작동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제멋대로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하여 법률에 근거가 없는 시행령 기타 대통령령을 발하면 탄핵사유가 된다. 이 경우 법률 위에 대통령령을 세우고 법 위에 대통령을 세우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부담주체와 관련하여 작년 9월 이래 논란이 되고 있는 영유아보육법시행령을 살펴보자.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서둘러 영유아보육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한 조항을 신설한다. 그 내용인즉 영유법보육법상의 어린이집이 3,4,5세 아동용 보육·교육 통합과정(이른바 누리과정)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예산 전액을 교육감이 교육청예산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 교육감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공약도 아닌 대통령의 공약 때문에, 그것도 본인들에겐 감독권조차 없는 어린이집을 위해 유초중등교육예산의 상당액을 쏟아 부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2. 엄연히 구분되는 보육과 교육
우리나라에서는 보육은 어린이집이 맡고 유아교육은 유치원이 맡는 방식으로 보육과 교육이 이원화돼 왔다. 관련법도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으로 제각기 제정된 상태다. 영유아보육법상 보육은 사회복지서비스의 하나로 성격이 규정되어 보건복지부 소관이나 그 권한이 시도지사에게 위임된 까닭에 어린이집은 현재 시도지사의 관할과 감독을 받는다. 반면 유아교육법을 적용받는 유치원은 교육기관의 하나로 성격이 규정돼 처음부터 소관부처를 교육부로 정했다. 다만 교육부장관이 유아교육기관 운영책임을 교육감에게 위임한 까닭에 유치원은 현재 교육감의 관할이자 감독아래 있다. 요컨대 우리 법체계의 대원칙은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준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지금까지 어린이집보육 지원예산은 시도지사의 몫이었고 유치원교육 지원예산은 교육감의 몫이었다. 그런데 3세에서 5세 아이들에게 전면적으로 무상 누리과정 확대를 공약한 박근혜 정부가 돌연 어린이집 누리과정 소요재정을 전액 교육감 소관의 지방교육재정에서 충당한다는 영유아보육법시행령을 만들면서 법체계상 일대 혼란이 발생한다.
교육감과 시도의회가 자율적으로 편성권을 갖는 지방교육재정은 지방교육재정법에 따라 “교육기관과 교육행정기관의 설치와 운영”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유아교육법시행령을 일방적으로 고치면서 누리교육 유아교육기관에 어린이집을 슬그머니 집어넣었지만 어린이집이 교육관계법상의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점도 법체계상 너무나 명백해서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다.
교육감들은 작년10월만 해도 일치단결하여 시행령의 신설조항이 영유아보육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집 보육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정부의 밀어붙이기와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반발에 직면한 교육감들은 그 후에 각자 지역사정을 내세우며 지방채발행 등을 통해 관련 예산을 편성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타협의 길을 걷는다. 현재로서는 김승환 전북교육감만이 법률에 근거가 없는 위법한 대통령령을 따를 수 없다는 법적 이유와 어린이집 누리과정 재정부담의 전가는 그 자체로 부당할 뿐 아니라 직선교육감 죽이기의 일환으로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현실적 이유로 관련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다.
3. 누리과정의 정상적 법적 해결책은?
3-5세 누리과정 무상 실시라는 대통령 공약 및 국책사업에 필요한 재정부담 주체를 법률로 정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이 옳은가는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률로 정하는 것이 백번 옳다. 특히 누리과정은 3-5세 아동을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보육과 유아교육 사이의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하는 이질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기존법체계를 그대로 둔 채 소화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당연히 국회가 기존의 법체계를 치밀하게 정비하고 보완하는 체계적인 입법활동을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마디로 누리과정은 그 고유한 성격상 국회가 일련의 교육관련법과 보육관련법을 일제히 손봐서 새 체계를 잡아주어야 추진가능하다. 이처럼 새롭고 복합적 성격의 누리과정을 기존의 법체계를 그대로 둔 채 대통령이 시행령 한두 개를 손봐서 시행하려고 한 결과 빚어진 것이 작금의 누리과정 논란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법치주의의 요청과 상위법 체계의 무게,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현실구조의 힘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그런 것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대통령령을 발할 경우 그것은 법이 아니라 편법과 위법이 될 수밖에 없다.
누리과정 소요예산의 부담주체를 둘러싼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해소해야 법적, 정치적으로 타당할까? 무엇보다 법률로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가 중심이 돼 중앙정부와 시도지사, 교육감은 물론 시도의회, 교육계인사, 일반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교육청 포함)간 재정분담원칙, 시도재정/지방교육재정 현황, 기존법체계와 현실의 영유아보육·교육시스템 등을 두루 감안하여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대화와 토론, 타협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보다 더 빠른 길은 교육감들이 집단적으로 영유아보육법시행령의 관계조항의 위법부당성을 사법적으로 다투고 이에 대해 법원이 최우선적으로 시행령의 법률위반여부를 판단해주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방법을 쓰면 현재의 대법원은 마냥 시간을 끌 우려가 있다. 교육감의 손을 들어주는 바에야 마냥 사건을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국회와 여야정당, 특히 야당이 국회의 입법권 수호와 대통령의 월권 중단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마침 국회가 권력남용의 산물인 ‘안하무법’ 시행령 제·개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국회법개정안을 통과시킨 상황이다. 대통령의 거부권행사가 점쳐지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국회의 시행령 수정요구권을 일부 약화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타협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야당의 주도로 영유아보육법시행령 문제가 전면에서 다시 공론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계기로 시행령의 문제조항 대신 본격적인 관련법 정비 및 보완작업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
4. 현실적 해법, 시도지사와 교육감 연대
당장은 시도지사, 특히 야당출신 시도지사가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어린이집은 시도지사의 소관인 것이 분명한 만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은 시행령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재정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시도지사가 자발적으로 전액 또는 상당부분을 부담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상호 긴밀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런 방식의 합의를 이뤄낸 후 시도지사와 시도교육감이 대국회 입법투쟁에서 공동전선을 펼 수 있다면 더 바람직할 게 없겠다. 여기까지 미치지 못하더라도 시도지사가 대통령령에 의한 재정전가문제에 문제의식을 같이하고 공동전선을 펴면 막무가내 박근혜 정부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시행령문제에서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럴수록 국회가 관련 법률들을 법치주의와 권력분립, 그리고 재정분담의 원칙에 맞게 정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정치적 책임의 주체는 전국의 17개 시도 교육감들이다. 대통령령에 의한 누리과정 예산전가 문제는 교육지방자치와 지방교육재정을 지키는 문제이기 때문에 13인의 진보교육감들뿐 아니라 4인의 보수교육감들도 얼마든지 의견일치를 보고 함께 할 수 있는 사안이다. 병을 준 중앙정부가 외상으로 약을 준 데 지나지 않는 지방채 발행권한을 통해서라도 지금 당장의 발등의 불을 끌지 말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임 있는 교육감이라면 경제양극화와 부자감세로 지속적인 교육재정악화가 불 보듯 명확한 상황에서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 후에도 지방교육재정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예산을 전액 지원하라는 박근혜 정부의 찍어 누르기에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인의 보수교육감이 근시안적인 정치적 계산으로 함께 하기를 거부한다면 진보교육감 13인만이라도 직선교육감 목조르기 시행령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한목소리로 규탄하며 민주주의와 유초중등교육의 이름으로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하는 대국민, 대국회 설득작업과 대정부투쟁에 주저 없이 가장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하게 발언하고 여론을 환기하며 대정부, 대의회 투쟁과 교섭에 나서야 한다. 만약 이것을 하지 않는 것은 유초중고 아이들에 대한 배신이자 현 시기의 교육감이 짊어져야 할 가장 중요한 정치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방교육재정은 현재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 처해있다. 지방교육재정은 내국세의 법정비율을 재원으로 삼기 때문에 성장률과 담세율의 증감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했던 부자감세정책을 박근혜 정부가 이어받고 있는데다 성장률이 더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 이래 악화일로를 걸어온 지방교육재정은 2015년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더욱이 2014년에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등장하자 박근혜 정부는 눈엣가시 같은 진보교육감 목조르기의 일환으로 지방교육재정의 축소를 노골적으로 추진 중이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함께 부담했던 어린이집 누리과정 운영예산을 2015년부터 전액 교육감에게로 전가했을 뿐 아니라 2014년 지방교육재정결손금 전액을 2015년 한해의 지방교육재정에서 삭감하도록 조치함으로써 2015년은 물론 그 이후 절대다수 진보교육감의 재량성 사업예산을 최대한 축소하여 손발을 묶어두려는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고 관철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등 수도권교육감들이 다시 지방채발행거부를 결의하고 그에 따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추가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채 추경예산안을 편성하여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것은 고무적인 변화의 조짐이다. 분명한 것은 진보교육감이 함께 결의하고 함께 움직이면 정치지형에 유의미한 변화가 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으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관되게 중앙정부와 어린이집관계자들의 누리과정예산 편성요구를 물리쳐 오며 고군분투해온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용감한 행보가 주목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5. 헌법원칙과 교육자치 수호에 나선 김승환 교육감
다들 인정하듯이 김승환 교육감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편성을 고집스럽게 거부해온 이유는 사리사욕이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 결코 아니다. 직선교육감 죽이기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률 위에 군림하며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대통령의 폭거에 대항해서 민주주의와 헌법, 법치주의와 교육지방자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다. 김승환이라고 유혹이 없겠으며 김승환이라고 꽃길을 모르겠는가. 전북의 어린이집운영자들이 수십 일째 교육청 로비를 점거농성하며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위협해도, 전북의 국회의원과 시도의원들이 제발 현실적 고려를 해달라고 다그쳐도, 전북도의회가 어린이집누리과정 예산이 빠진 추경예산안을 부결처리해도 김승환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 법치주의를 위해 원칙을 고수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보통 배짱과 뚝심이 아니다. 그는 진실로 선출직 공직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헌법과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충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나는 김승환이야말로 헌법애국주의의 감동적 전형을 보여주는 애국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정치가라고 생각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내가 오랫동안 알아온 김승환 교육감은 대책 없는 강성 인간이나 책상물림형 학자와는 애당초 거리가 먼 사람이다. 멀리서 소문으로만 그를 접하고 강성 책상물림으로 지레 짐작하던 사람들이 가까이서 그를 만나고 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알정부남’, 알고 보면 정말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김승환은 번득이는 유머로 언제나 좌중을 유쾌하게 만들고 학부모들 앞에서 애송시 낭독을 즐기며 소탈하기 그지없는 자세로 아랫사람들을 대하는 다정다감한 성품의 소유자다. 톱다운 방식의 일률적이고 강제적인 관료주의행정을 질색하며 언제나 스밈과 배어듦의 행정철학을 설파하고 실천하는 부드러운 교육행정가다. 그가 배짱 좋은 강성 인물로 변신하는 경우는 교육감이 지켜야할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와 원칙에 국한된다. 모름지기 훌륭한 선출직 공직자는 시대정신과 헌법정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데 강성이어야 한다. 훌륭한 교육감은 여기에 더해 홍익인간/민주시민 교육이념과 교육지방자치를 지키는 데 강성이어야 한다. 김승환 교육감이 놀라운 용기를 발휘하며 강성으로 변신하는 때는 이런 때뿐이다.
이럴 때 김승환 교육감은 헌법과 법원칙에 대한 충성과 확신으로 움직인다. 본인이 치밀한 분석과 평가를 거쳐 옳다고 믿으면 중앙정부와 검찰로부터 고발당하고 제소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법치주의자로서 소송을 통해서라도 시비를 가릴 기회가 와서 좋다고 생각한다. 남들 같으면 귀찮아서라도 한발 물러날 일에도 법원칙이 걸려있는 사안에선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다. 그 결과 교육감 중 가장 많은 고발과 제소를 당한 독보적인 기록보유자다. 그가 이런 고초를 감내하는 이유는 법학교수 출신, 그것도 헌법교수 출신으로 헌법과 법치주의에 대한 충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6. 김승환교육감의 건승을 빌며
우리는 여기서 하나의 딜레마에 봉착한다. 진보교육감이건 보수교육감이건 박근혜 정권의 누리과정 재정 떠넘기기가 위법, 부당한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교육감들도 정부의 강공드라이브에 짐짓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어린이집 운영자와 보육교사, 그리고 직원들의 사기와 처지를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과 교육감, 법률과 대통령령 사이의 고래싸움에서 어린이집 관계자들과 3-5세 어린이들의 새우등이 터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고뇌어린 결단의 결과였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누리과정 사태를 보는 기본 관점이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교육감들, 특히 진보교육감들은 만난에도 불구하고 우직하리만큼 대의를 고수하며 대통령의 폭거에 온몸으로 저항해온 김승환 교육감을 강력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믿는다. 만약 진보교육감들을 위시해서 야당지도자들과 야당국회의원들, 야당시도지사들과 야당시도의원들이 영유아보육법시행령의 문제점에 대해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대안마련을 위해 정치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그리하여 누리과정의 재정부담 주체 문제에서 법적, 재정적으로 합리적인 해결 가능성이 열린다면, 그리하여 동생들 보육비를 위한 형·누나들의 교육비 양보와 희생이 다만 금년 한해로 그친다는 뚜렷한 전망이 보인다면, 김승환 교육감도 얼마든지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제 끝맺자면, 국회의 법률이 아닌 대통령의 명령으로 어린이집누리과정 재정소요를 법적 관할권도 없는 교육감에게 전액 부담지운 박근혜 정권의 영유아보육법등 시행령 개정은 엄밀히 볼 때 법률에 따른 적법한 조치가 아니라 상위법을 위반한 헌정문란행위가 아닐 수 없다. 관련 대통령령 역시 법의 명령보다는 강도의 명령에 가까운 권력의 전횡과 폭거로 이해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여기에는 진보교육감 손발 묶기라는 정치적 동기가 숨어있을 뿐 재정합리성이나 교육적 고려는 약에 쓸래도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위에서 살펴본 법체계적인 판단과 ‘벌거벗은 임금님’만 모르는 상식적인 판단이 맞는다면 김승환 교육감은 현 국면에서 한국입헌주의, 특히 교육헌법과 교육법치주의, 교육지방자치의 가장 용맹한 호위무사이자 수호천사가 아닐 수 없다. 작은 거인, 김승환을 위해 변론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의 고군분투에 감사하며 건승을 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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