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owalk | 2014-11-19 20:08
최근 초·중·고 ‘9시 등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1월 3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내년 3월부터 관내 모든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자율적으로 9시까지 늦출 수 있도록 학교 구성원들 간의 토론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만 되면 내년부터는 서울에서도 9시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게 될 것 같다. ‘9시등교제’는 이미 경기와 전북에서 이번 2학기부터 실시 중이고, 인천, 강원, 광주, 제주 등에서도 시행을 예고했거나 검토 중이다. ‘9시등교제’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실시하기로 발표한 이후 이에 대한 찬반논란이 있어 왔다. 등교시간을 좀 늦추자는 것이지만, 이전 등교시간에 맞춰진 뿌리 깊은 사회적 관성이 있는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한편 같은 날 교육부는,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에서 ‘봄·가을 단기방학’ 등 다양하고 유연한 학사운영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발표대로 ‘봄·가을 단기방학’이 허용된다면, 전통적인 ‘2학기제’에서 벗어나 일명 ‘사계절학기제’가 가능하게 된다. ‘사계절학기제’는 이미 일부 혁신학교 중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교가 있는데, 교육부의 이번 발표를 계기로 전국적인 확산이 예상된다. 이 역시 찬반논란이 진행 중이다.
우리 교육에 ‘시계’가 있다면, ‘9시등교제’와 ‘4계절학기제’는 모두 이 ‘시계’의 기본 구조를 바꾸는 정책이다. 우리 교육의 관성적 측면을 본다면 그야말로 혁신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대학입시’라는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돌진하기만 했던 우리 교육에서, ‘시계’라고 한다면 ‘4당5락’이라는 ‘쳇바퀴시계’만이 존재했었다. ‘4시간 자면 합격, 5시간 자면 불합격’이라는 ‘4당5락’의 신화는 늘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시간’ 관념을 지배해왔다. 이것은 잠자는 시간 외엔 모두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이쯤 되면 공부한다는 것은 ‘잠시간’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9시등교를 운운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정상이 아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9시등교제’ 실시는, 그동안 ‘쳇바퀴시계’에 따라 숨 가쁘게 ‘뺑뺑이’ 돌아야 했던 우리 아이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참에 ‘9시등교’를 넘어 우리 아이들도 ‘잠’도 좀 자고 ‘숨’도 좀 돌리도록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에서 ‘쉼’이란 공부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왠지 ‘예외’적인 일이고, 왠지 ‘불안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 교육과정 역시 ‘공부시간’을 쥐어짜내는 쪽으로 설계됐고, ‘쉬는시간’을 따로 설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쉬는시간’은 아무것도 안 하는 ‘무용한’ 시간일 뿐이었다. 그래서 ‘쉬는시간’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0교시수업’, ‘보충수업’, ‘방과후학교’, ‘야간자율학습’, ‘방학특강’ 등 공부시간으로 계속 채웠다. 그러다 보니 ‘몰아서’ 쉬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조차도 공부를 ‘놓고(放)’ 쉬는 그런 시간이 아니라, 몰아서 ‘공부(學)’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로 인식됐다. 우리 교육은 늘 이런 식이다. 우리 교육은 쉬어야 할 때 ‘제대로’ 쉬는 것을 생각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은 늘 지쳐있다. 변화가 필요했다. 이러한 점에서 5월과 10월 중간고사 후에 잠시 쉬는 ‘봄·가을 단기방학제’는 기존의 ‘방학’ 개념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젠 우리 아이들에게 ‘쉼’을 돌려줘야 한다. 배움과 쉼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단지 ‘재충전’을 위한 ‘쉼’만이 아니다. ‘쉼’ 자체가 ‘삶’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다. ‘쉼’이 없으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이젠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돌아보지 않으면 ‘끌려 다니게’ 된다. 돌아보지 않으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이젠 우리 아이들에게 배움과 쉼의 선순환적 삶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을 배움과 쉼의 선순환구조로 바꿔야 한다. 자그마한 제안 하나를 한다면, 학교 점심시간을 70분, 또는 80분으로 하는 것은 어떤가? 물론 찬반논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관철되든 안 되든 이 논란 속에서 최소한 우리 아이들의 ‘쉼’에 관해서 한번쯤은 사회적으로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는 되리라 본다.
이젠 기존의 관성을 깨고 발상을 바꿔서 학교 교육과정에 ‘쉼’을 기획해야 한다. 이번에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9시등교제’와 ‘봄·가을 단기방학제’는, 각각의 정책에 대한 시시비비를 떠나 우리 아이들의 ‘삶’에 과연 ‘쉼’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 ‘쉼’은 ‘배움’과 함께 어떻게 조화롭게 설계돼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근본적인 성찰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우리 아이들의 삶에 ‘피’가 돌게 하자. 공부에 찌들려 하얗게 질려있는 우리 아이들의 삶에 ‘살아있는’ 피가 돌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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