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owalk | 2014-04-29 23:28
올해의 미국 교육학회 AERA(American Educational Research Association)는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이 발표된 유서 깊은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4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간 개최되었다. 한국보다 봄이 늦어 거리의 가로수는 아직 앙상한 모습이었지만 학회가 열리는 컨벤션 홀 주변은 학회 참가자들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AERA는 매년 15,000-20,000명 정도가 참가하는 대형 학회다. 5일이란 학회 기간 중 약 2,400개의 세션이 열린다. 같은 시간대에 100여개의 세션이 동시에 열리기 때문에 자신이 듣고 싶은 강좌를 선택하여 찾아다니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AERA는 그 명칭은 미국의 교육학회이지만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와서 발표를 하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참가하므로 실제적으로는 세계적 교육학회다. 북유럽, 호주, 한국 등등. 그리고 AERA는 다른 학회와 마찬가지로 그 해의 주제가 있다. 올해는 그 주제가 『The Power of Education Research for Innovation in Practice and Policy』였다. 금년의 주제를 이렇게 ‘혁신을 위한 교육 리서치의 힘’으로 잡은 것은 미국의 교육계가 현재 안고 있는 각종의 도전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 혁신이 절박했고, 이런 혁신을 이루는 데는 리서치의 힘과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컸기 때문일 것이다. 매년 주제는 다르지만 기본 메뉴는 <학습, 교수방법과 원리(pedagogy), 평가, 학교 시스템, 고등교육, 교육 불평등, 격차의 완화> 등으로 구성된다. 올해는 주공통성취기준(CCSS: Common Core States Standards)의 도입을 앞두고 있어서 이와 연계된 평가에 관한 것,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그리고 교사를 위한 사회성 감성 역량의 강조도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미국의 PISA 2012의 성적 순위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자 이에 대한 세션도 비중 있게 구성하고 있었다. 게다가 학회 속의 작은 학회라 할 수 있는 SIG(Special Interest Group)가 30개 이상 구성되어 특정 영역의 발표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었다. 교육과 관련된 각종 관심이 이런 SIG를 통해 잘 반영되고 있었다.
필자는 참가의 목적이 주로 한국의 교육현안 해결에 시사점을 얻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공교육의 개혁 방향, 새로운 평가의 내용, 교육 불평등 완화, 융합교육, 사회성감성 교육 등에 관한 세션을 주로 들었다. 이번 참관기(1)에서는 사회성, 감성교육에 대해 몇 가지 인상 깊었던 점들을 소개한다.
1. 예비교사를 위한 사회성, 감성 교육
사회성, 감성 교육의 중요성은 일찍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AERA 학회에서는 이에 관한 발표가 부쩍 늘었다. 그것도 종전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성, 감성 교육(SEL: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이 주를 이루었다면 올해는 교사의 사회성, 감성 역량 갖추기가 크게 강조되고 있었다. 이는 교사의 마음상태가 편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교실의 편안하고 의욕이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어렵고, 나아가 학습 목표 달성도 가능하지 않다는 깨달음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먼저 학회 첫날 있었던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in Teacher Preparation: Emerging Policy, Research, and Programs’에 관한 발표 내용을 소개한다.
미국의 경우, 예비교사에게 사회성·감성 교육을 필수화하는 것이 하나의 운동(movement)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생활지도를 위해, 나아가 교사의 생존을 위해 ‘교사를 위한 SEL 교육’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미국 교육계가 깨닫고 이를 반영해 온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강조점은 다르지만 다수의 주들이 교사 자격증에 SEL 역량을 포함시키고 있다. 교사를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언급되어 왔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주들이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에게 사회적, 감성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처하기 위한 교사의 전문성 외에 교사 자신의 감정 조절과 통제 기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관점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한국 교육에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 이런 접근을 ‘교수학습의 사회적-정의적 차원(SEDTL: Social and Emotional Dimensions of Teaching and Learning)’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교사를 양성할 때 교사를 위한 SEL과 학생을 위한 SEL 두 가지를 다 다루어야 하며, 기존의 교육과정에 추가적으로 SEL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육과정 자체에 이를 녹여서 상시적으로 SEL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SETDL의 핵심목표는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정리된다.
• 교사가 자신의 SEL 역량(지식, 스킬, 마음 습관)을 갖춘다.
• 교사가 교실의 사회적-감성적 환경을 관리하는 능력을 갖춘다.
• 교사가 학생의 SEL 스킬을 키우고 ‘마음습관’을 강화하는 능력을 갖춘다.
[주] 마음습관이란 코스타와 캘리크란 학자가 소개한 개념으로서 ‘지적인 사람들이 해답을 즉각적으로 알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보이는 특성’을 말하여 아래와 같이 16가지가 있다.
• 끈기 있게 임하기(Persisting)
• 명확하고 정확히 생각하고 소통하기(Thinking and communicating with clarity and precision)
• 충동성의 관리(Managing impulsivity)
• 모든 감각기관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기(Gathering data through all senses)
• 이해와 공감으로 경청하기(Listening with understanding and empathy)
• 창조하기, 상상하기, 혁신하기(Creating, imagining, innovating)
• 유연하게 사고하기(Thinking flexibly)
• 놀라움, 경외심을 보이면서 반응하기(Responding with wonderment and awe)
•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기(상위인지능력)(Thinking about thinking (metacognition))
• 불확실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Taking responsible risks)
• 정확성을 위해 노력하기(Striving for accuracy)
•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기(Finding humor)
• 질문 및 문제를 제기하기(Questioning and posing problems)
• 독립적으로 생각하기(Thinking interdependently)
• 과거에 배운 지식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기(Applying past knowledge to new situations)
• 열린 평생학습(Remaining open to continuous learning)
(http://www.grrec.ky.gov/Thoughtfuled_files/Cadre2/Habits_of_Mind1.pdf)
2. 교사를 위한 마음챙김(mindfulness) 연수
학회 제2일째 예정된 세션 중 필자는 ‘Mindfulness-Based Approaches for Supporting Teachers’ Social and Emotional Skills and Dispositions’에 관심이 많이 갔다. 평소 교사의 신체와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좋은 수업이 안 되는 것은 물론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경청, 존중 등을 실천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Mindfulness는 ‘현재 이 순간의 마음상태나 상황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바라보며 놓아주기(let go); 마음챙김’이란 뜻이다. 이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을 경험할 때 우리가 자청한 것이 아니므로 이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으며, 그냥 바라보며 지나가도록 놓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경험,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챙김(mindfulness; awareness)을 중심으로 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은 교사의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의 부정적 감정들을 줄임으로써 정서적 웰빙은 물론 교사를 위한 사회성-감성 역량을 키우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교사가 정서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이것이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아래 도표처럼 마음챙김을 통해 외부 자극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사적 대응을 하지 않고 매우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출처: http://www.mindfulschools.org/about-mindfulness/mindfulness/
아동, 청소년을 지도하고 아동과 관계를 맺는 일이 과거보다 훨씬 더 힘든 세상이 되었다. 정신 건강이나 행동문제가 심각한 상태로 학교에 오는 아동들이 이전보다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사는 이런 학생들과 항상 정서적, 사회적 교감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가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사려 깊고 센스 있게 행동하는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한다. 교사의 이런 정서나 사회적 행동이 제대로 조절되고 관리되지 못하면 이것이 학습 분위기를 망치게 된다(Marzano, Marzano & Pickering, 2003).
가. 마음챙김의 5가지 요소
마음챙김 훈련은 아래 5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 관찰(observation)
• 묘사하기(describing)
• 알아차리기(awareness)
• 판단하지 않기(non-judgment)
• 반응하지 않기(non-reactive)
아래 도표는 교사의 사회성·감성 역량 및 정서적 웰빙이 어떻게 학생들의 사회성·감성 역량 및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끼치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
http://www.garrisoninstitute.org/component/docman/doc_view/692-jennings-2011-promoting-teachers-social-and-emotional-competencies?Itemid=1203
나. CARE 프로그램
지금까지 학생을 변화의 주요 대상으로 보고 학생을 위한 개입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교사를 위한 개입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은 패러다임의 큰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개입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것이 CARE 프로그램이다. 이는 ‘마음챙김 역량 및 회복력 함양하기(CARE: Cultivating Awareness and Resilience in Education)’라고 번역할 수 있고, 감성적 역량을 키우기; 마음챙기기; 스트레스 완화연습; 경청 및 공감 능력 향상 연습 등으로 구성되며 더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것들이 연수 내용이다.
CARE 연수 프로그램은 아래의 요소들로 구성된다.
• 심호흡 3회 하기
• 호흡에 마음 집중하기
• 걷기에 마음 집중하기
• 타인에 대한 배려 연습하기
• 신체 각 부위를 훑으며 이완하기
• 먹는 것에 마음챙기기
• 감성과 정서 일지 기록하기
교사를 위한 사회성·감성 개입 프로그램으로는 ‘마음챙기기 훈련의 종합적 접근(CALM: Comprehensive Approach to Learning Mindfulness)’, ‘(교실에서의) 정서적 균형 유지하기(CEB: Cultivating Emotional Balance 혹은 CEBC: Cultivating Emotional Balance in the Classroom)’ 등도 있다. 또 PEACE(the Program on Empathy Awareness and Compassion in Education)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는 연민과 공감 능력 향상을 통해 아동, 청소년, 가정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이와 같은 교사 개입 프로그램은 교사의 학습 경영, 학급 문화, 학생의 문제행동 나아가 학업성취도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3. 인지적 성과와 사회적, 정의적 성과의 통합적 추구
정부, 교육. 기업 관련 분야 호주의 한 컨설팅 회사가 발표한 “학교 성과의 이해: 학업성적과 사회적, 정의적 성과를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모델(Understanding school effectiveness: an integrated model of academic and socio-emotional outcomes)”이란 발표 내용이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가정배경을 포함하여 교사와의 관계나 동료와의 관계와 같은 사회적-정서적 요인과 학업 성과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내용으로 비인지적 요소의 중요성을 리서치를 통해 밝힌 연구다.
“학습이 뇌 속에서 어떻게 일어나는가?; 어떤 학습 전략이나 어떤 학습 환경이 뇌의 학습에 최적인가?”에 대해 공부하고 강의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매우 관심이 가는 소중한 발표내용이었다. 미국의 많은 학교들은 학업 성적을 높이기 위해 사회성·감성 교육을 선행하는 경우가 많다. 뇌과학적 연구에 의하면 감성의 뇌가 인지적 학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의적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연구를 집중적으로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동이 학습에 동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일차적 조건으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근심, 고민,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이 심할 때 또 자존감이 낮을 때 학습의 뇌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정서적 뇌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 학습의 뇌가 학습에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학습부진을 줄이기 위해 아이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붙들어 놓고 예상문제를 반복해서 풀게 하는 일들은 소용이 없는 일이다. 학습을 담당하는 인지적 작용은 원만한 관계를 바탕으로 정서적 웰빙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은 일찍이 밝혀진 사실이다.
위의 연구가 시사하는 바대로 인지적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과 통합을 통해 아래와 같은 5가지 질 높은 사회성·감성 역량 교육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출처: http://casel.org/why-it-matters/what-is-sel
이 분야의 연구와 실행 프로그램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CASEL(Collaborative for Academic,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한국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싱가포르 등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이를 참고하고 있다.
4. 맺음말
미국의 경우, 사회성·감성 교육의 역사가 매우 오래 되었다. 관련 학회들의 역사도 20년이 넘는다. 한국에는 아직 그런 학회 하나 없을 뿐더러 학교가 아동, 청소년의 생활지도, 학습지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근년에 와서야 ‘창의 인성 교육’이란 담론을 통해 인성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인성교육에 관한 연구서들을 보면 가장 바람직한 인성교육은 가정, 학교, 사회 등에서 어른들이 훌륭한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에서 어른들이 좋은 인성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진정한 인성교육이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또 인성교육에 있어서 교사를 제외하고 학생만 변화의 대상으로 잡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앞에서 소개한 미국의 최근 접근은 교사를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SEL)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을 먼저 실시할 때 아동, 청소년을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도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교사가 잠자리에 들면서 “나는 오늘 얼마나 아이들에게 공감해 주었는가?; 나는 오늘 아이들을 얼마나 존중해주었는가?”라는 성찰이 교사를 위한 SEL의 출발이라고 생각된다. 교사를 위한 SEL 역량 향상이 교사의 정서적 웰빙에 있어 핵심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연수 계획이 마련되면 좋을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에서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것을 교육의 제1목표로 삼는 풍토를 단기적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학업에만 초점을 맞추는 접근은 재고되어야 한다. 학습부진을 겪는 아동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들은 자존감 향상과 같은 정의적 영역이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사회성·감성 교육이 선행해서 잘 이루어질 때 지각도 줄고 학교 중퇴도 줄며, 학업성취도도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그간 꾸준히 나왔었다. 한국의 경우 지금부터라도 각 단위학교 안에서 교사 및 학생을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된다.
한국도 교사 양성기관에서 또 교사 연수기관에서 혹은 단위학교에서 교사들 스스로의 정서적 웰빙을 위한 사회성감성 교육과 마음챙기기 훈련이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예고] 다음 『교육을 바꾸는 목소리』 뉴스레터에서는 역량평가(PISA2015)와 미국의 차세대 평가(SBACC, PARC 컨소시엄이 개발)를 소개하고 그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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