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과정 개정의 방향 탐색: 역량중심이 아닌 역량통합 교육과정으로

by slowalk | 2014-03-04 15:11

KEY POINT
1. 용어의 통일: ‘역량통합교육과정’이 적절하다.
2. 역량통합교육과정은 교육과정(curriculum)의 전면개정이 아니라 교수법(pedagogy)의 다양화를 의미한다.


 

최근 국가교육과정 총론 및 교과교육과정 개정을 준비하는 움직임 속에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오랫동안 지배해 온 지식전달중심의 교과기반학습(subject-based learning)에서 탈피하여 역량(competencies)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국외 역량 모델의 한국적 적용과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글들이 논의되고 있으나(소경희, 2012; 소경희, 강지영, 한지희, 2013; 이효성, 이요환, 2011; 홍원표, 이근호, 2011) 역량을 교육과정의 핵심에 두느냐, 혹은 역량을 범교과(cross-curricular) 혹은 교과 특수(subject-specific)의 범주에 두느냐에 대한 의견통합을 이루지 못한 상태이다. 용어 사용에도 모호성을 보이는데 21세기 역량, 핵심역량, 역량중심 교육과정, 역량기반 교육과정 등으로 구분 없이 사용되며 개념 확립과 방향성에 있어 적지 않은 혼란이 보이고 있다.

 

토마스 쿤(1970)은 그의 대표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기본적인 개념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선택하느냐에 따라 학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따라서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최근의 거대담론인 ‘역량’ 혹은 ‘역량 모델’의 도입 및 적용에 앞서 상호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용어 사용에 대한 통일이 우선시된다고 하겠다.

 

역량 모델의 한국교육 도입에 대한 당위성을 논의하는 글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되었으므로 이 글에서는 생략하고자 한다. 이 글의 논점은 한국의 국가교육과정 개정에서 ‘역량’을 도입할 때 ‘역량 중심’ 혹은 ‘역량 기반’이 아니라 ‘역량통합교육과정’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1997년도부터 수행된 OECD의 DeSeCo 프로젝트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핵심역량(key competency)’에서도 기존의 역량 개념에서 인지적 측면만이 강조되던 것을 넘어 비인지적 개념을 포함하고자 하였다(OECE, 2005). 다시 말해, 지식위주의 학습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영역과 함께 정의적 영역을 학교에서 학습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1세기 역량에 대한 개념적 프레임워크를 제안한 대표적인 기관인 미국의 The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2006)에서는 핵심교과(Core subjects)와 함께 핵심역량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핵심교과에는 영어, 국어, 수학, 과학, 외국어, 경제, 역사, 지리, 정치와 사회교과가 포함되어 있고 핵심 역량 속에 학습능력과 사고력, ICT 리터러시, 삶을 살아가는 데 요구되는 능력 등이 녹아져있다. 파트너쉽 역량 프레임워크에서 역량의 당위성을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As much as students need to learn academic content, they also need to know how to keep learning through their lives. Learning and thinking skills are comprised of critical thinking and problem-solving skills, communication skills, creativity and innovation skills, collaboration skills, contextual learning skills, and information and media literacy skills. (Dede, 2010, p.57)


 

역량에 대한 소개에 앞서 핵심교과(Core subjects)를 통해 지식학습(academic content)이 선행되어야 함이 먼저 제시되고 있다. 즉, 교과지식과 역량학습을 고르게 분배하자는 주장임을 알 수 있다.

 

21세기 역량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Marzano와 Heflebower(2012)의 『Teaching & Assessing 21st Century Skills』에서도 핵심 역량을 인지적 역량과 정의적 역량으로 구분하여 포함시키고 있다. 이들은 30년 이상 교육과정론을 지배해온 Bloom(1956)의 taxonomy를 넘어 인지적 역량에 대한 논의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제안하며 사실적 지식(factual knowledge),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과 함께 절차적 지식(procedural knowledge)과 상위인지적 지식(metacognitive knowledge)에 대한 학습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인지적 역량이 교육과정에서 지배적 역할을 해야 함을 제시한 아래의 문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역량에 대한 국외 논의는 전반적으로 볼 때 역량을 핵심으로 놓고 교육과정을 개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식중심의 교과기반 수업에 역량을 통합시키고자 하는 노력임을 알 수 있다.

 


What is new to the 21st century is the idea that cognitive skills should take a dominant role in the curriculum. The same might be said of conative skills. (Marzano & Heflebower, 2012, p.10)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 교과지식을 통한 교육과 마치 상충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데에는 ‘역량’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일부 기인된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에서는 skills와 competencies가 모두 역량으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두 용어는 차이가 있다. 특정 과제를 수행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기술(skills)에 가깝고 일이나 공부에 있어서 자신이 학습한 것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은 역량(competencies)이라고 볼 수 있다(Cedefop, 2008). 역량은 기술을 넘어 지식과 가치 및 태도를 포함한다. 『한국 공교육 미래방향 제안』(이찬승, 허경철, 조난심, 이연선, 이승엽, 김태균, 2013, p.141)에서 제시한 21세기 역량개념 도식을 살펴보면 가치(values)를 핵심으로 하고 기본교과를 통해 지식(knowledge)을 학습하여 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skills)을 기르는 것을 역량으로 폭넓게 제안한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논의된 바를 토대로 ‘역량통합 교육과정’이라는 용어의 통합적 사용을 제안하며 끝으로, 역량통합 교육과정으로의 개정은 교육과정 전면개정이 아닌 교수방법론의 다양화로 점철되어야 함을 제언한다. 주장의 근거로 이연선, 이승엽(2013)의 글을 요약·정리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역량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공교육에 대한 세계적 위기에 대한 자각과 함께 지식기반경제와 디지털 사회로 접어들면서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을 새롭게 인정받기 시작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교과중심의 지식 및 개념이해와 암기를 추구해 왔다면, 21세기 역량을 교육과정과에 통합하는 교수법에서는 교과의 경계를 허물고 교과서를 중심으로 진행해 온 수업에서 다소 벗어나 삶에서 필요한 활용능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둘째, 역량중심 수업은 종종 지식이 아닌 스킬만을 기르는 활동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고등사고능력을 증진시킬 수 없다(Schmoker, 2011). 비판적 혹은 분석적 사고는 특정 사건이나 지식에 대한 정확한 내용과 개념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지식에 대해 더 정확히, 더 많이 알수록 더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 환경문제 중, 원자력 에너지 사용에 대해 비판/분석/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물리과학의 기본 지식뿐만 아니라 원자력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경제·정치적 맥락 등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역량기반 수업은 정보와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낮은 차원의 인지능력(low-order thinking skills)을 기르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정확하게 수집하고 분석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독창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따라서 학습이 훨씬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역량은 교육과정 개혁이 아닌 올바른 교수법을 통해서만 실현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수법에 대한 논의가 대단히 중요하다.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함께 교과중심 교육과정의 해체가 아니라 지식을 강의식으로 소개하는 20세기형 교수법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소경희 (2012). 역량중심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설계 방안으로서 “과정-탐구”모형 활용의 가능성과 의미탐색, 교육과정연구, 30(1), 59-79.
소경희, 강지영, 한지희 (2013). 교과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역량 모델의 가능성 탐색-영국, 독일, 캐나다 교육과정 고찰을 중심으로. 비교교육연구 23(3),  153-175.
이연선, 이승엽 (2013). 미래학교에서의 교수방법, 이찬승, 허경철, 조난심, 이연선, 이승엽, 김태균, 한국 공교육 미래방향 제안 (pp.226-257). 서울: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부설 21세기교육연구소.
이찬승, 허경철, 조난심, 이연선, 이승엽, 김태균(2013). 한국 공교육 미래방향 제안. 서울: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부설 21세기교육연구소.
이효성, 이요환 (2011). 국내외 역량기반 교육과정 사례 분석 및 시사점. 교육연구, 34, 17-35.
홍원표, 이근호 (2011). 역량기반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 방안 연구: 캐나다 퀘백의 사 례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연구, 29(1), 67-86.
Bloom, B. (1956). 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s. Boston: Ally &Bacon
Cedefop (2008). Terminology of European Education and Training policy: A selection of 100 key terms, Luxembourg: Office for Official   Publications of the European Communities
Dede, C. (2010). Comparing frameworks for 21st century skills. In J. Bellanca & R. Brandt (Eds.), 21st Century skills: Rethinking how  students learn. pp. 51-75. Bloomington, IA: Solution Tree Press.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2005). The 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ies: Executive summary. Paris: Author.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 (2006, July). A state leaders action guide to 21st century skills: A new vision for education. Tucson, AZ: Author.
Schmoker, M. (2011). Focus: elevating the essentials to radically improve student learning. Alexandria, Virgina: ASCD.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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