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owalk | 2015-02-04 15:15
1. 시작말
한국의 학교교육은 여러 측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학교폭력 문제, 충동성 문제, 이기적인 인성 문제,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사회성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과 이런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초등 4학년~고등 2학년 재학생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학교폭력에 가담하는 원인이 아래와 같다.
[그림1] 학교폭력의 가해 이유

학교폭력의 가해 이유를 보면 1위가 ‘장난으로’, 2위가 ‘마음에 안 들어서’, 3위가 ‘먼저 괴롭혀서’다. 이 셋을 합치면 약 70%가 된다. 이런 분석은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상의 이유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원인을 아직 이성의 뇌 미발달, 사회성 부족(특히 공감능력 부족), 문제해결능력 부족 등으로 보고 싶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칼럼에서는 뇌에서 사회성을 담당하는 ‘사회적 뇌(social brain)’의 운영시스템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서 학교폭력 예방과 인성교육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이런 현상이 아동의 사회성‧감성 지능이 아직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것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사회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참고가 될 만한 정의 하나를 소개한다.
▷ 사회성(社會性)
사회성은 인간의 능력과 표현의 형식이 사회화(socialization)되고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생각되지만, 무엇이 사회화되고 있는가에 따라서 다음 세 가지 개념을 생각할 수 있다.
① 사고(思考) 및 판단에 있어서의 사회성-사고판단을 할 때 자기중심의 형식, 즉 자기만의 입장에서 사물을 사고하는 단계에서 제3자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판단하게 되는 것으로, 사고와 판단의 형식이 이 단계에 이르게 되면 그 사람의 사고 판단은 사회화하여 사회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겠다.
② 사교성(社交性)으로서의 사회성-사교성은 상대에 대한 행동의 한 양식이며, 이 경우 상대에 대해 개인 또는 집단을 이룬 행동이 사회적 행동이라 불리며, 이런 행동이 많아질수록 사회성이 발달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처음에 혼자만 놀며 곁에 타인이 있어도 의식하지 않던 아이가 곁에 있는 사람을 의식하고, 그와 접촉하면서 같이 놀고 싶어한다. 이처럼 상대방에 대한 행동, 상대방에 대한 흥미를 갖는 행동의 발달을 사회성의 발달이라고 한다. 행동에 있어서의 사회성이란 구체적으로는 협동 동작이라든가 놀이의 규칙을 지킨다든가 통솔한다든가 또는 짝패를 짓는다든가 하는 것으로, 자기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고 타인과 연결된 행동, 타인과 함께 하는 행동인 이상 그것은 사회적 행동이며, 이런 사회적 행동을 행할 수 있는 성질을 사회성이라고 할 수 있다. 행동의 사회성이란 사고를 그 배경으로 하지만, 사고와 행동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일단 구별된다.
③ 사회적 가치로서의 사회성-사회적 사상과 행동이란 바람직한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 또 다른 면에서의 사회성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짝패를 지어 싸움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과 집단을 인식한 것이고, 이에 대한 행동이므로 이것도 역시 사회성을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는 반사회적인 것이다.
(출처: 체육학대사전, 이태신, 2000., 민중서관)
2. 사회적 뇌의 운영시스템 이해
사회성을 담당하는 뇌의 시스템이 ‘사회적 뇌(social brain)’이다. 학교폭력 문제, 충동성 문제, 이기적인 인성 문제 등은 결국 사회적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깊다. 우리사회는 이런 위기를 맞아 인성교육진흥법까지 마련했지만 인성교육을 한다는 것은 교육뇌과학적으로 보면 결국 아동‧청소년 사회적 뇌의 사회적 사고, 사회적 행동 체계를 담당하는 뇌의 회로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사회적 뇌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뇌가 바람직하게 작동한다는 것은 아래 [그림2]에서 보듯이 ‘사회적 신호인지 → 사회적 신호 평가 후 적절한 보상적 반응’까지의 과정이 긍정적이고 친사회적인 것을 말한다.
[그림2] 사회적 뇌의 운영시스템(Jensen, 2011)

위 그림에서 보듯이 사회적 뇌는 6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각 요소의 의미와 강화방안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1) 사회적 신호인지(Sensory Awareness)
상대방의 사회적 신호를 정확히 지각하고 정확히 처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정상적이지 못하면 정상적인 관계 맺기가 불가능해진다. 상대방의 표정, 목소리, 몸동작, 상대방의 말 등을 보거나 듣고 상대방의 의도, 기분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사회적 뇌가 담당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할이다.
▷ 강화방안
역할극, 강의 후 관련 내용에 대해 토론하기, DVD를 시청한 후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다르게 행동할 수는 없었는지 등의 논의를 통해 특정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 방식이 무엇인지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스킬을 연마한다.
2) 타인의 입장을 고려한 의사결정능력(Social Reasoning)
이는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이는 또 소속된 집단 안에서 인정받고 또래 압력을 관리하는 역량과 관련된다.
▷ 강화방안
– 협동학습의 한 과정으로 경청 기술을 가르친다.
– 잘 설계된 협력학습 활동을 통해 사회적 행동의 영향과 결과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 타인의 입장을 고려한 의사결정능력 향상 기술을 익힌다.
3) 마음상태와 행동 간의 관계 이해 체계(Theory of Mind)
마음이란 ‘안다, 생각한다, 느낀다, 바란다’ 등의 언어로 표현되는 마음의 상태들로 정의 된다. 한편 마음이론(theory of mind)은 경험적, 내재적 마음상태와 행동과의 관계를 이해하는 아동의 사고체계를 말한다. 즉, 남의 입장에 서서 타인의 생각, 기분 등을 읽고, 예측하고, 공감하는 능력 체계를 말한다.
▷ 강화방안
마음이론에 따르는 하위 기술들은 다음과 같이 익힐 수 있다.
– 언어수업 시간에 예측활동을 한다.
– 가설‧가정(assumption)을 요구하는 모둠활동을 한다.
–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학생들의 행동 시나리오를 연구한다.
4) 유대감과 공감능력(Affiliation and Empathy)
사회성 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타인(가족, 교사, 친구 등)과의 유대감과 공감능력이 필수적이다. 이 영역과 관련해 장애가 있는 학생은 자랄 때 불안하고 적대적인 애착관계를 경험한 경우가 많다.
▷ 강화방안
협동학습과 팀워크, 긴밀한 그룹 활동을 통해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팀의 규범을 지키고 피드백을 받고 교사와 또래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에서 이러한 역량이 향상된다. 교사는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친구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야 한다.
5) 감정상태 통제 및 영향을 미치는 능력(Emotional States)
사회성의 핵심은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량이다. 마음의 상태가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게 되므로 자신과 상대방의 마음상태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능력은 가장 높은 수준의 사회성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 강화방안
– 학생의 흥미를 끌고 다양한 대응방식을 보여줄 기회를 주는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늘리면 이러한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 드라마, 연극부 활동, 역할극, 사람들의 삶에 관한 글쓰기 등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영향을 끼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 나아가 스포츠 활동을 통해 승리와 패배에 따른 감정을 다스리고, 스포츠 정신까지 배울 수 있다.
6) 사회적 신호 평가 후 적절한 화답(Reward Evaluation)
사회적 사고나 행동은 최종적으로 상대방의 감정에 적절히 화답하는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 보통이다. 학생들이 평소에 악수, 포옹 같은 사회적 행동뿐만 아니라 “부탁해”, “고마워” 등과 같은 긍정적인 화답 기술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 강화방안
평소 학생들에게 다양한 사회적 신호에 대해 건강하고 적절한 화답과 반응을 보이는 훈련을 시키고 교사 스스로 바람직한 모델이 되어 준다. 어떻게 하라고 가르치지 말고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런 역량은 가정에서 충실히 갖추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가정에서 이런 것을 배울 수 없었던 아동들에게는 수업활동을 통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밖에 없다. 감사편지, 사과편지 등을 쓰는 활동도 도움이 된다.
3. 문제해결책의 모색
학교폭력 문제, 충동성 문제, 이기적인 인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뇌의 사회적 시스템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뇌는 6개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는 사회성‧감성 교육(Social and Emotional Learning)을 통해 사회성‧감성 지능을 높이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회성‧감성 교육의 핵심 요소는 아래와 같다.
[그림3] 사회성‧감성 교육의 핵심 요소5

출처:http://www.casel.org/social-and-emotional-learning/core-competencies/
정부는 현재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성교육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인성교육보다는 위 도표 내용을 보더라도 사회성‧감성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이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회성‧감성 교육을 하면 아동청소년들의 부적절하고 잘못된 행동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업성취도도 향상된다. 뇌에서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시스템은 학습으로 가는 온오프 스위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어떤 내용에 주의를 줄지 말지를 결정한다. 사회성‧감성 교육이 어떤 효과를 가져 오는지 보자.
[그림4] 사회성‧감성 교육의 효과

4. 맺음말
학교폭력 문제이든 학습부진 문제이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핵심은 사회적 사고와 행동체계를 담당하는 뇌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를 구성하는 6가지 요소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아직 제대로 발달되지도 않은 이성의 뇌(thinking brain)에 바로 호소할 것이 아니라 감정의 뇌(emotional brain), 나아가 원초적인 욕망을 담당하는 생존의 뇌(survival brain)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면 이성의 뇌의 기능은 저절로 좋아지는 부분이 많다.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는 이성의 뇌로 가는 회로의 온오프 스위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IQ도 EQ 시스템 위에서 작동한다고 한다. 사회적 뇌는 이성의 뇌와 감정의 뇌에 걸쳐 있어 둘 다로부터 영향을 받지만 감정의 뇌가 초기방향을 결정하므로 사회성‧감성 교육의 강화가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이런 훈련으로 해결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자폐증 아동을 예로 든다면 이런 아동은 사회적 신호를 읽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사회적 신호를 잘 읽기 위해서는 좌뇌와 우뇌의 협업이 잘 이루어져야 하나 자폐증 아동의 경우 대개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腦梁 corpus callosum)의 크기가 정상적인 아동들에 비해 매우 작다. 정부나 학교는 학교폭력 문제를 이젠 교육뇌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문제행동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 그런 행동을 만들어내는 뇌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많이 공감해주고 저하된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뇌는 새로운 경험과 학습으로 일생동안 변한다. 이는 큰 희망이다.
아울러 학교생활에서 겪는 각종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회성‧감성 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하면 쉽게 폭력에 의존하게 된다. 다행히 요즘 또래조정, 비폭력 대화법 등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런 효과가 검증된 방법은 특정 소수의 학교에서만 할 것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모든 학교가 이런 방법으로 학교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 머릿속의 비밀(한국뇌기반교육연구소, 2013)
• Different Brains, Different Learners: How to Reach the Hard to Reach(한국뇌기반교육연구소 금년도 번역출판예정)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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