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기반교육에서 길을 찾다!(6) -자기체계 편-

by slowalk | 2015-01-13 18:17

21세기의 아동,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학교 선생님들은 요즘 매우 힘들다. 교실에는 2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같은 학년이라도 아동들 간의 능력차이가 매우 크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특별지도나 관리가 필요한 아동 수도 급증했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동이 20-30%는 보통이다. 중고교로 올라오면 사교육에 지친 아이들에게 학교 수업시간은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휴식의 시간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통적인 수업방식, 소통방식, 인간관계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아동의 몰입을 이끌어 낼 ‘새로운 대안’과 ‘새로운 학습환경’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제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야 할 시점에 왔다. ‘교사가 잘 가르치면 아이들은 배울 것’이란 가정은 잘못된 것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제 교육뇌과학(neuroeducation)의 연구 결과로부터 도움을 청해야 한다. 해결책은 “학습자의 뇌는 언제, 어떤 조건 속에서 수업에 집중/몰입하는가?”란 질문의 답부터 알아보는 일이다. 이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 ‘자기체계(self-system)와 상위인지(metacognition)’이다.

 

자기체계는 교육뇌과학적 교육목표 분류표 속에서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지금까지는 아래 ‘블룸의 6단계 교육목표 분류표’가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었다.

출처: http://edorigami.wikispaces.com/Bloom’s+and+ICT+tools

 

이상의 분류표를 보면 한국의 학교교육은 단순 사고능력을 요구하는 ‘지식의 습득(기억하기, 이해하기)’에 머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면 학생은 기억하고, 이해할 것이라고 믿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교육뇌과학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새로운 교육목표 분류표가 나왔다. 마자노(Marzano, 2000)의 교육목표 분류표가 바로 그것이다.

출처: http://www.vaniercollege.qc.ca/pdo/2013/04/teaching-tip-learning-with-marzano/

 

위의 도표를 보면 인지체계(지식의 인출, 이해, 분석, 활용)는 블룸의 목표분류표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자기체계(self-system)’와 ‘상위인지체계(metacognitive system)’가 있다는 것이 크게 다르다.

 

자기체계란 무엇인가? 자기체계는 세상을 이해하고 어떤 목적을 추구할까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상호 연결된 개인의 신념 체계(an interconnected network of beliefs that helps a person to make sense of the world and decide what goals and tasks to pursue)다. 이는 한 개인의 자신에 대한 지각의 총화(individual’s collection of self-perceptions)를 말한다. 어떤 특정 현안 과제를 마주하면 자기체계가 작동하게 된다. 그 과제가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고, 달성 가능한 것이라면 그 과제를 수행하려는, 즉 목표를 달성하려는 동기가 유발된다. 반대로 그 과제가 자신에게 의미가 없고 달성이 가능하지도 않으면 그 과제를 수행할 동기는 유발되지 않는다. “지금 선생님이 설명하는 것은 앞으로 배울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잘 들어.”와 같은 말을 할 경우, 학습자는 ‘선생님의 설명에 주의를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에게 더 중요하고 흥미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일 것인가’를 선택하게 된다. 이런 선택은 자기체계에 의해 이루어진다.

 

현안 과제가 자기체계를 통과하여 인지적 학습을 하는 쪽으로 선택하였다면 그 다음은 상위인지체계가 작동한다. 이를테면 계획세우기, 스케줄 정하기, 자원 배정하기 등을 하게 된다. 이렇게 상위인지체계를 통과하게 되면 그 다음은 인지체계로 넘어가 학습을 위한 각종 정보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자기체계, 상위인지체계, 인지체계를 하나의 표로 간단히 나타내면 아래와 같이 된다.

출처: 10 Best Teaching Practices, Donna Walker, 2011, P6

 

학습에 있어서 자기체계는 문지기(자물쇠) 역할을 하는 것이고, 상위인지체계는 목표달성을 위한 각종 계획을 세우고 이의 집행을 담당하는 사령탑이다. 그리고 인지체계는 인지적 학습, 즉 영어 글감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산수나 수학문제를 푸는 과정을 담당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렇게 얻어지는 지식은 서술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으로 나뉜다.

 

이상의 3가지 체계를 좀 더 자세하게 표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이 된다.

자기체계(Self-system)

학습과제에 대한

태도/중요성 인식

(나는 배우고 싶고

배울 필요가 있는가?)

달성가능성에 대안 믿음

(자기 유능감-

나도 배울 수 있을까?)

학습과제와 연계된 감정

(과제에 대한 나의 기분은 부정적인가, 긍정적인가?)

상위인지체계(Metacognitive system)

학습목표 설정과

각종 의사결정

학습과정 주시 명확성 주시 정확성 주시

인지체계(Cognitive system)

① 지식의 인출 ② 이해 ③ 분석 ④ 활용
지식 불러오기

 

기억해둘 중요사항

/무시해도 좋을 것

확인 및 분류

(예: 그래픽 오거나이저)

 

연결/분석 등을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개발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용 방안 고안

의사결정/문제해결

등에 지식 활용하기

지식 영역(Knowledge domain)

정보(예: 사실, 개념, 원칙)

 

What

정신적 활동인

절차적 지식(예: 글쓰기)

How-to

행동을 수반하는

절차적 지식(예: 테니스치기)

How-to

 

위 표에서 보듯이 자기체계는 아래와 같이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  학습과제에 대한 태도/중요성 인식
“나는 배우고 싶고 배울 필요가 있는가?”
•  달성가능성에 대한 믿음
“자기 유능감 – 나도 배울 수 있을까?”
•  학습과제와 연계된 감정
“과제에 대한 나의 기분(감정과 정서)은 부정적인가, 긍정적인가?”

 

이제 다시 ‘교사가 잘 가르치면 아이들은 배울 것’이란 가정은 잘못된 것인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몰입을 위한 해결책으로 “학습자의 뇌는 언제, 어떤 조건 속에서 동기가 유발되고 수업에 집중/몰입하는가?”란 질문의 답을 찾아보자.

 

첫째, 어떻게 하면 학습자로 하여금 배우고 싶고 배울 필요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학습동기가 유발되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내용이 학습자 입장에서 배울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고 흥미가 느껴져야 한다. 배울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개인의 목표(personal goal)와 수업에서 제시하는 학습목표(academic goal)가 일치하는가에 달렸다. 현재 한국의 경우,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서 정해진 학습목표를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수업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일치하기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력한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학습자로 하여금 배우는 내용, 배우는 방법, 배운 것을 표현하는 방법 등에 있어서 선택(choice)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단원을 수준별, 내용별로 잘게 쪼개서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층위별 교육과정(layered curriculum)이나 보편적 학습설계(UDL)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흥미를 끄는 일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가장 유력한 방법은 게임처럼 재미있게 수업을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울 내용에 대해 학습자가 다양한 질문을 만들게 하고, 그 질문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학습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는 체험이나 시각적 자료가 풍부한 수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기존의 수업에 대한 인식과 방식을 대폭 바꾸고 정부는 이런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학습자의 자기체계를 통해 학습동기가 유발되기 위해서는 “나도 배울 수 있을까?”란 질문에 대해 “그렇다”란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이는 자기유능감(self-efficacy)을 말한다. 과거 늘 학습목표 달성에 실패만 했다면 “나는 안 돼. 나는 할 수 없어.”란 비관주의가 지배하게 될 것이다. 자기유능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미래를 밝게 보도록 해야 한다. “나는 미래에 잘 될 수 있을 거야.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와 같은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와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또 ‘능력의 섬’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능력의 섬이란 아이가 자존감의 닻을 내릴 수 있는 작은 거점을 말한다. 그것이 농구이든 기타 연주이든 당구치기든 어떤 분야든 상관없다.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자존감,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성공의 경험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와 부모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통계이지만 아동이 고교를 마칠 때까지 12년 동안 교사로부터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회수가 15,000회나 된다고 한다. 교사들은 유전요인, 환경요인 등의 이유로 아동의 학습 잠재력이 낮다고 믿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모든 아동은 배울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노력한 분야의 지능도 향상된다.”란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아동은 인정해주고, 기대를 낮추지 않으면 해낸다. 아동은 자신에 대한 주위의 기대에 따라 반응한다. 그리고 가르쳐도 못 배울 거란 생각에 대충 가르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피드백을 줄 때는 잘못된 것을 먼저 보지 말고 향상된 것부터 찾아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학습자의 자기체계를 통해 학습동기가 유발되기 위해서는 “과제에 대한 나의 기분(감정과 정서)이 부정적인가, 긍정적인가?”란 질문의 답이 긍정적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교사가 정서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교사가 자기감정을 잘 통제하고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 교사가 부정적인 학생의 감정과 정서를 긍정적으로 돌려놓을 수는 없다. 그리고 배우는 내용, 가르치는 방식이 재미있고 맛과 향이 묻어 있어 아이들도 덩달아 신나게 수업에 몰입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 교사와 학생 관계의 질이 학생의 학교생활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교사들 중에는 아동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관계가 좋다고 답하는 경우에도 실제 아동이 느끼는 관계는 그리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학생이 실제 어떻게 느끼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교사로부터의 인정과 수용, 그리고 차별받지 않는 것이 학습과제에 임하는 학습자의 감정과 정서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요즘 들어 무기력하고 동기와 의욕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하지만 교육뇌과학에서는 동기가 유발되지 않는 아동은 없다고 말한다. 단지 학습 이외의 것에 동기가 유발되어 있을 뿐이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한다면 그 아동은 그런 쪽으로 동기가 유발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학교 교실이 왜 무너졌는지, 열심히 가르치는 데도 아이들은 왜 그렇게 야속하게 수업에 주의 집중해 주지 않는지 그 원인부터 과학적으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결정하는 자기인식체계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음 회 칼럼에서는 자기체계가 인지적 학습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상위인지체계는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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