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논설]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려면?

by gyobasaNPO | 2026-11-05 10:36

뉴욕타임스의 교육 기사를 소재로 교육정책의 경향을 되짚어 봅니다. 미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계속 내리막인 사태를 반전시킬 대안을 찾으려고 기획한 기사입니다. 미국에서 시도되는 정책 방안들과 그것들에 대한 교육 전문가들의 평가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어떤 시사를 얻을 수 있을지 정리합니다.

 

 

한 달여 전, 뉴욕타임스는 학교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검토해 ‘업샷(The Upshot)’ 사이트에 올렸다. 미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지난 10년여 동안 꾸준히 하락해 온 사태를 반전시킬 현실적인 방안이 어떤 것일지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검토된 아이디어들은 꽤 실제적이다. 교육 정책결정자나 연구자들에게 자문하고 또 여러 지역의 정책 사례들도 참고해서 30개 대안을 추리고, 각각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를 구했다. 표준 시험에서 학생들이 점수를 높이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염두에 두고, 비용(cost)과 효과(effectiveness) 두 측면에서 7점 척도로 평정하도록 했다. 기사1는 전문가(대부분 대학교수) 37명의 평가를 분석해 정리하고 있다.

 

기사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엄격하게 과학적으로 이루어진 조사 결과는 아니다. 학업 성취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관련 정책 대안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는 자료이다. 미세하게 대안들의 순위를 읽기보다는 뚜렷하게 의견이 모아지는 경향에 주목하여 보면 유용한 시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 유념할 점은, ‘시험 점수를 높일 수 있느냐’는 측면에 한정해서 대안들을 평가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교육의 성과를 ‘점수’에 국한하여 고려했다. 기사 내용은 그만큼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기사에서 좋다 나쁘다 거론하는 대안들을 일반적인 의미에서 교육에 대한 것으로 과대 해석하지는 말아야 하겠다. 학생들의 점수를 높여줄 대안이면 곧 ‘교육적인’ 정책 방안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높이 평가되는 방안들이 과연 궁극적으로도 교육적이고 바람직한지는 따로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소집단 학습지도와 실질적인 읽기 지도가 유력한 대안

 

기사는 먼저 학업성취도를 올리는 데 효과가 있으리라는 대안들을 소개한다. 소집단 학습지도(small group tutoring)와 과학적인 읽기 수업(science of reading)이 부각되어 있다. 효과 측면의 7점 척도에서 각각 평균 6.0점과 5.3점을 얻고 있다.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이상 학생들을 3~4명 정도 집단으로 나누어 가르치는” 방안, 그리고 “바른(영어의 경우, phonics-based) 교육과정과 검증된 방법으로 읽기를 제대로 가르치는” 방안이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수긍이 가는 결과이다. 다인수(多人數)의 이질적인 학급에서 수업이 획일적이고 예정된 진도를 밟는 데 급급할 때 준비 안 된 학생들은 방기되기 마련이다. 읽기의 기초가 없다면 지식은 더욱이 쌓여 갈 수 없다. 소집단 지도나 실질적인 읽기 지도는 성적 향상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두 방안은 우리 교육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효용이 클 것이다. 성취가 부진한 학생들에게 특히 필요한 대책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맞춤형’ 지도나 ‘기초학력’이란 정책 관용어들에서 볼 수 있듯이, 비슷한 취지의 대안들을 우리나라에서도 실지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맞춤 지도’는 AI에 의존하려고 하고, 기초학력 문제에 대응해서도 표준적인 검사 진단과 방과 후 보충 정도로 때우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접근을 미국 전문가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건 아니다. 그들의 평가는 방안 자체와 그 집행이 견고하고 철저해야 한다고 전제하였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그들이 높이 평가한 대안들은 일반 교실 수업에서 소외되고 있는 학생들에게 특히 긴요하리라는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 수업에서 처지는 학생들에게는 추가적인 배려가 필요하고 개인 조건에 맞춰진 도움이 절실하다. 교육과정의 획일적인 시행을 강요하는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출발선’에서부터 처져 있던 학생들이 ‘진도’를 따라잡게 될 가능성은 없다. 소집단 지도나 문해력 보장은 그들에게 가능하면 이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처방되어야 할 조치이다.

 

두 개의 대안 외에, 기사에서는 충실한 학령 전 교육(universal pre-K)을 셋째로 꼽고 있다. “3~5세 모든 어린이에게 질 높은 교육 기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안이다. ‘출발선 격차’를 고려할 때, 교육 개입이 이를수록 낫다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미국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대안들을 모두 불리한 배경의 아동과 학생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들이라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이다.

 

 

가성비 좋은 방안을 찾는다면

 

기사는 또한 ‘가성비’ 높은(cost-effective) 방안들도 꼽아 정리하고 있다. 시행하는 데 비용은 덜 들면서 성취도 향상에는 효과가 있으리라는 방안들이다. 위에서 이미 얘기한 ‘과학적인 읽기 수업’이 첫째로 올려져 있고, 둘째와 셋째로는 학교 책무성 강화(school accountability)와 양질의 교육과정(high-quality curriculum)이 뽑혀 있다. “학생들의 성적을 토대로 학교를 평가하고 처지는 학교에 대해서는 개선을 촉구”하고, 학교나 교사 재량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당국이 인증하는 교육과정을 채택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이 비용을 아끼면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평가이다.

 

한국의 상황을 대입하고 보면 의아하게 느낄 수 있는 결과이다. 우리에게는 학교나 교사에 대한 ‘당근과 채찍’의 정책들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고, 국가교육과정 체제의 한계를 체감하면서 학교나 교사 재량의 ‘교육과정 자율화’를 모색해 오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우리 정책 경험으로는 동의하기 어려운 의견을 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의 교육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교육 재정이 기본적으로 교육구의 재산세 규모로 좌우된다. 빈곤 지역에는 기본적인 교육 기능마저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없는 학교들, 이를테면 자격을 제대로 갖춘 교사를 고용할 수도 없는 처지의 학교들이 적지 않다. 미국 전문가들은 말하자면 이런 학교들이 미국의 PISA 성적을 깎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셈이다. 그들의 평가는 학교들이 적어도 ‘기본’을 해내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가로 잡도리해야 할 만큼 무책임한 학교나 교사는 거의 없으며, 교육과정의 질은 국가 수준에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물론 예외가 있고, 국가가 나선다고 늘 제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하한 기준’ 이상의 교육 기능은 유지된다고 하겠다.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균등한 우리 교육 환경에서는 미국과 다른 방향의 정책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의 차이는, ‘선진국’ 사례라면 무턱대고 환영하며 특정 정책을 정당화하려고 드는 한국 정책결정자들의 타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실패한 정책이 미국에선 괜찮다?

 

한편, 책무성 강화나 국가표준 교육과정 등의 방안을 문자 그대로 읽으면 우리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겠지만, 미국의 맥락을 고려해서 그 시사점을 달리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그 대안들이 공통으로 뜻하는 바는 특정한 제도나 절차 도입이 중요하다는 게 아니다. 그런 대안들은 학생들에게 교육상 엄격한 성취 표준을 들이대라는(학생들 수준/형편에 맞춘다는 명분으로 교육에 ‘물 타지 말라’는)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어떻게든 교실에 잡아두고 학사력 따라 절차를 견디게만 하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교육’을 말끔히 씻어 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우리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지적이다.

 

미국의 학교 격차 현실을 냉소할 수 없다. 우리는 좋은 여건에 있지만 교육을 가벼이 취급하고 있다. 정책에서 공식적으로 ‘최소성취수준 보장’의 약속을 버리기도 한다. 최근의 ‘고교학점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제도 도입에 대한 교사들의 원성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과정 이수를 성취 수준이 아닌 출석만으로 ‘보장’하자고 타협했다. 교사들의 자격이 충실하고 교육과정이 체계적이라고 해서 교육이 저절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 교육은 겉의 환경과 제도로만 격을 갖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방안은?

 

기사에서 특별히 지목해 다루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교육정책 경향에 비추어 볼 때 흥미로운 시사를 던지는 대안이 두 개 있다. “에듀테크를 이용해 맞춤 학습을 하게 하는” 방안(use tech for personalized learning)과 “AI의 활용을 허용하는” 방안(allow A.I. use)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적극(긍정)적으로 고려하는 정책 대안들이다. 특히 전자는 ‘AI 디지털교과서’와 같은 정책으로 강력히 밀어붙여지기도 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두 안을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특히 후자에 대해서는 ‘최악’으로 평가했다. 에듀테크 유행 따라서 교육정책이 ‘생각 없이’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경계하라는 시사로 받아들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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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기사 출처: 30 Ideas for Fixing U.S. Schools, Ranked by Experts (뉴욕타임스, 2026.09.28) ; 관련 내용을 재게재한  기사 소개: https://dnyuz.com/2026/09/28/30-ideas-for-fixing-u-s-schools-ranked-by-experts/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8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