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6-10-14 13:49
| 경기도교육청의 ‘폰 프리’ 정책을 사회정서교육의 관점에서 읽으며, 스마트폰을 걷는 일보다 그렇게 생긴 시간을 학생이 스스로 고른 활동과 친구 관계로 채우도록 돕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9월부터 10월 초에 걸쳐 학생이 주도하는 폰 프리 실천 의지를 함께 나누고 이를 학교와 가정으로 확산하기 위해 ‘폰 프리 스쿨 학생 공동 선언식’을 개최했다. 2026년 ‘폰 프리 스쿨’ 실천학교로는 총 1,246교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00교는 폰 프리 선도학교로 지정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학생 개인이 참여하는 ‘폰 프리 100일의 기적’에 약 1만 8천 명의 학생이 함께하고 있다는 점이다(9월 21일 기준).
스마트폰은 이미 학생들의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친구와 연락하고, 정보를 찾고, 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고,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단순히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의 문제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스마트폰 사용을 자신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돕는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폰 프리 정책은 단순한 스마트폰 제한을 넘어 사회정서교육과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된다.
100일의 실천 의지와 자율성, 그리고 책임감
‘폰 프리 100일의 기적’은 학생이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돌아보고 생활 속 실천 목표를 직접 정해 100일 동안 이어가는 학생 주도 프로젝트다. 실천 과정과 자기성찰을 기록하며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는 힘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목표를 세우며,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자기조절과 책임감이다. 이는 사회정서교육에서 강조하는 핵심 역량과도 맞닿아 있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행동의 결과를 예상하고, 스스로 선택한 약속을 실천하는 경험은 학생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배움이다.
학생들은 ‘폰 프리 공동 선언’을 하고 ‘폰 프리 100일의 기적’에 참여하며 각자의 목표를 세웠다. 한 공업고등학교 학생은 100일 동안 책을 읽고 문화 활동을 하며 보낸 경험을 두고 “스마트폰을 끄니 친구가 보였다”고 말했다.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지 않는 순간 우리는 주변의 다른 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옆에 앉은 친구의 얼굴이 보이고, 운동장이 보이고, 교실의 소리가 들린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도 조금 더 잘 보이게 된다. 물론 학교 밖으로 나가면 학생들의 손에는 다시 스마트폰이 들려 있을 것이다. 길을 걸으면서도,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학교에서의 폰 프리 시간이 의미를 가진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았다고 해서 마음에서도 스마트폰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자가 왔을까?’, ‘단체 채팅방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게임 이벤트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SNS에 올린 글에 반응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폰 프리의 진정한 교육적 목표는 휴대전화를 물리적으로 학생에게서 떨어뜨려 놓는 데 있지 않을 것이다. 학생이 자신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은 욕구를 스스로 조절하며, 그 시간을 자신의 선택으로 채우는 데까지 나아갈 때 비로소 폰 프리가 교육이 된다.
황금 같은 10분의 가능성
학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폰 프리를 실천하고 있다. 몇몇 학교에서는 1교시 수업 전에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한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도 생긴다. 학생이 집에 두고 쓰지 않던 ‘공기계’를 제출하고 실제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따로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교사는 이를 알면서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장면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단순한 ‘단속의 시간’으로만 남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아침의 10분은 학교에서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출석을 확인하고, 하루의 일정을 안내하고, 학생들의 표정을 살피기에 귀한 시간이기도 하다. 때로는 이 짧은 시간 동안 학생 한 명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친구 관계의 변화를 발견하기도 한다. 사회정서교육의 눈으로 보면 이 10분은 더 큰 가능성을 가진다. 스마트폰을 걷는 시간을 단순히 기기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사용하는 대신 ‘마음 조절’, ‘자기관리’, ‘친구 더 보기’의 시간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스마트폰을 제출하는 행동에 “지금부터 잠시 내 관심을 다른 곳으로 옮겨보겠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같은 행동이라도 어떤 의미를 붙이느냐에 따라 학생의 경험은 달라진다.
“스마트폰 없이 10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런 짧은 질문 하나로도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친구와 생각을 나눌 수도 있다. 사회정서교육이 늘 별도의 교재와 수업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의 말 한마디로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교실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제 잠시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과 친구들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폰 프리 타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폰 프리의 성패는 스마트폰을 얼마나 잘 걷었는가에 있지 않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이 없는 시간을 어떻게 경험했는가가 더 중요하다. 스마트폰이 없어서 불편했던 시간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고, 심심했던 시간이 책 한 권을 펼쳐보는 시간이 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시간이 운동장을 한 바퀴 걷는 시간이 된다면 폰 프리는 단순한 사용 제한을 넘어 하나의 사회정서교육 경험이 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스마트폰이 없는 시간을 채우는 방법으로 RAS, 즉 독서(Reading)·예술(Arts)·스포츠(Sports)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재미있는 책을 읽고, 예술 활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몸을 움직이며 땀을 흘리는 활동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알려준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나는 이 시간을 이렇게 보내기로 했다”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이 경험이 자기결정성을 높인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시간을 또 다른 의무나 교육 활동으로 가득 채운다면 학생에게는 ‘스마트폰 대신 다른 것을 시키는 시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자신이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디자인해 보는 연습이 된다.
친구와 한바탕 웃고, 좋아하는 책 몇 쪽을 읽고, 운동장에 나가 공을 한 번 차고, 아무 이유 없이 친구와 복도를 걸어보는 것은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경험이야말로 사회정서교육이 지향하는 관계 맺기와 공동체의 유대감을 길러준다. 스마트폰을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생각보다 큰 변화다. 그렇기에 폰 프리가 ‘빼앗기는 경험’으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회정서교육은 완벽하게 행동하는 학생을 만드는 교육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알아차리고, 선택의 결과를 돌아보며, 필요한 경우 다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듣고, 공동체의 필요를 고려하며, 함께 결정한 약속에 책임지는 법을 배운다.
앞으로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보다 더 많은 디지털 기기와 인공지능, 온라인 콘텐츠로 채워질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가 학생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능력은 폰 프리처럼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며 견디는 힘만이 아니라, 필요할 때 사용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는 힘일 것이다. 학교에서 경험하는 폰 프리는 그 연습의 시작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학생이 스스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지금 무엇에 집중할지 선택하는 교실, 스마트폰이 없어진 자리에 친구와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교실이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친구에게 말을 걸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생각하는 시간이 된다면 어떨까.
“스마트폰이 생각날 때 내 마음이 어떤지 한번 알아차려 보기.”
사회정서교육은 작은 경험이 쌓일 때 학생의 삶에 자리 잡는다. “스마트폰을 끄니 친구가 보였다”는 한 학생의 말은 폰 프리가 향해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학교는 단순히 휴대전화가 보이지 않는 학교가 아닐 것이다.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았을 때 자신이 보이고, 친구가 보이고, 함께 살아가는 교실이 더 잘 보이는 학교. 폰 프리와 사회정서교육의 만남이 그런 학교를 만드는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 자료
• 경기도교육청 보도자료.
https://www.goe.go.kr/goe/na/ntt/selectNttInfo.do?nttSn=2375754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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