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6-09-01 15:46
| 현 정부가 초·중등교육 분야에서는 새로운 정책 없이 표류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내신·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서·논술형 평가 도입 여부가 이재명 정부의 교육 분야 최대 업적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
25년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다. 집권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고, 30년 6월까지 3년 9개월의 임기가 남아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선거는 28년 4월 총선뿐이므로, 이제 정부는 성과 창출에 매진할 시간이다. 그래서 하나의 질문을 던질 시점이 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무슨 일을 하였고, 앞으로 무슨 업적을 남길 수 있을까? 교육 분야에는 별다른 이슈가 없다가 최근 내신과 수능 서·논술형 평가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입법예고라는 초대형 교육 논제가 느닷없이 등장하였으므로 특히 이 질문은 의미가 있다.
두 논제는 10여 년 전부터 논의되었으나 지난 대선 공약, 국정기획위 보고서, 취임 후 교육부 업무 보고, 올해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대선 과정부터 올해 교육부 업무 보고를 관통하는 핵심 정책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였다. 교육부 정책의 대부분이 기존 정책의 연장과 변용이듯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위해 교육부가 내놓은 「성장엔진 연계 지역 인재 양성방안」도 기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지역 성장 인재 양성 체계(앵커 ANCHOR)’로 개편한 것이다. 이 사업은 국가 균형성장을 위한 ‘국토 공간 대전환 프로젝트’의 핵심으로서, 지역 국립대를 중심축으로 ‘지역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 인재 양성’이 정주 환경 조성과 일자리 유치로 이어지도록 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올해 국고 예산은 총 2조 1,403억 원이다. 지난 4월 교육부가 발표한 「성장엔진 연계 지역 인재 양성방안」에는 3개 거점 국립대학을 대상으로 브랜드 단과대학, 인공지능(AI) 거점대학 등의 사업을 지원해 교육과 연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 담겼고, 이들 3개 거점 국립대학에는 학교당 1,0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23년부터 시작된 ‘지역교육 혁신을 통한 지역 인재 양성’ 사업에서도 지방의 9개 국립/사립대학을 ‘특성화 지방대학’으로 추가 지정하여 7개 혁신 모델을 새로 만들어 내고자 한다. 게다가 8월 5일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는 내년부터 지방 국립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지역 균형 장학금’ 도입이 발표되었다. 이 정책의 목적은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에서 대학에 다닌 청년이 지역 기업에 취업해 지역에 정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모든 정책은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맥락에 있다. 또한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 약 20조 이상에 달하는 유·초·중등 예산을 떼어내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등에 쓰기 위함이다. 이렇게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은 지역대학 특히 지역 국립대 지원으로 귀결된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이 정책의 성과는 현 정부 임기 내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실행 방법에 따라 성과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예산만 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면 돈만 쓰고 말 수도 있다. 예산만 주고 규제를 풀지 않으면 아무 변화도 없을 수 있다.
영유아 교육에서는 작년에 5세만 지원했던 무상교육·보육 지원 대상이 올해부터 4~5세로 확대되었고, 내년에는 3~5세에 적용될 예정이다. 0~2세 대상 영아 무상보육 시범사업까지 실시된다면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체제가 완비되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국가 책임형 유아교육·보육을 실현하고 학부모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 사업은 2025년 7월부터 5세 유아 약 27.8만 명을 대상으로 시작하였다. 그 결과 정부는 2025년 12월 기준 5세 학부모가 유치원에 내던 추가 부담금이 2024년 12월 대비 26.6% 감소했다고 말한다. 유보통합은 기관 통합보다는 어느 기관을 선택하든 양질의 교육·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비록 새로운 정책은 아니지만, 영유아 분야에서도 정부의 성과가 눈에 띈다.
이처럼 고등교육과 영유아 분야에서 정부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하지만 초·중등학교 정책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다.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파악되지 않는다. 새로운 정책이 없고, 추진한다는 사업은 과거에 시작된 진행형이라서 맺음과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선도교사 양성과 시범사업은 늘 겪어왔던 레퍼토리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해 온 대로 해서는 어느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교 현장은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아래는 교육부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올해 업무 계획이다. 더 좋은 학교 교육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없고 새로운 정책도 없다.
정책 목표에 명시되었듯이 올해 교육부 정책의 키워드는 지역이다. 고등교육 분야 정책 방향이 전체적으로 확장된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이라는 키워드를 제외하면,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기후와 환경, 학생 맞춤형 교육과 정서 지원, 민주시민교육이 열거되어 있다. 세부 사항에는 “모든 학생이 AI를 주도적, 비판적으로 활용하도록 교육하고, AI 시대에 필요한 질문하는 힘, 비판적 사고력을 학생들이 함양할 수 있도록, 질문 중심 수업과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선도 교원을 양성하고 질문하는 학교도 늘리며 서·논술형 평가 AI 학습데이터 구축도 올해 착수하여 2029년에 완료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하지만 교육부는 서‧논술형 평가 확대에 미온적이다. 2015 교육과정에 이어 현행 2022 교육과정도 서·논술형 평가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서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할 뿐 정책 추진 의지를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새로운 정책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 개선 및 지원 방안을 두 번(25년 9월 26일, 26년 1월 29일) 발표했으나 학교 현장에서 학점제는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서울과 지방 간 지역에 따른 선택과목의 양적/질적 차이, 온라인학교와 공동교육과정의 형식적 운영, 수능 출제과목과 교육과정의 충돌로 인한 교육과정의 파행, 교사의 다과목 수업 부담과 행정업무 부담, 교사 부족, 과목 선택을 막는 5등급 상대평가 등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소 성취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은 여전히 교실에 많지만, 문서상으로 거의 사라지는 마법도 일어난다. 기초학력 전담 교사제가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지표는 어디에도 없고 수포자와 영포자에 이어 국포자란 단어도 등장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고등학생은 중학교의 문제일까 아니면 초등학교의 문제일까. 개인의 문제일까? 가족의 문제일까? 학교의 문제일까?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정의하지 않으니 대책도 전부터 해왔던 것을 반복한다. 올해 교육부의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 강화’ 방안도 그러하다.
| ㅇ학생 개인별 성취기준, 정의적 특성, 사회·정서 역량 등 학습결손 원인을 종합적으로 진단(국가기초학력지원포털, ’25.12 개통)
* ① 기초학력 수준 및 심리정서 진단, ② 학생의 학습 이력 연계, ③ 보정학습 자료 제공 등 ㅇ진단 결과에 따라 개인 맞춤형 학습콘텐츠(e-book, 학습지, 동영상) 제공, 1교실 2교(강)사제*, 방과후 1:1 멘토링(’26년~, 6만 명) 등 학습 지원 * ’25년 4,481교(전체 학교의 37%) → ’27년 7,200교(전체 학교의 60%) ㅇ기초학력 전담교원과 기초학력지원센터*를 통한 기초학력 지원체계 강화 및 학습종합클리닉센터(188개)를 통한 특수요인(경계선지능, 심리‧정서) 지원 * (교원) ’26년 525명 확충, 지속 증원 / (센터) ‘25년 5개 → ’26년 전체 17개 시도 |
대입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8월 28일에 고1에게 적용되는 「2029학년도 대입기본계획」이 발표되었으나 예상대로 아무 변화가 없다. 교육부는 문제를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달라진 점은 학교 여건에 따른 과목 수강 노력 고려 권장, 원서접수 중 전산오류 발생 시 구제방안 신설,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거주 요건 개정, 합격자 등록·등록 포기 절차 안내 강화 등 기술적인 사항과 굳이 하지 않아도 대학이 알아서 하는 권고뿐이다. 교육부는 대입 정책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고 문제가 있어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현상을 유지한다. 대학들이 정시 40% 규정을 없애달라고 해도, 학생부 블라인드 평가가 일반고에 불리한 결과를 만든다고 해도, 학생부 기재 사항이 부족하다고 해도, 학생부를 사실상 학생과 AI가 쓴다고 해도, 수시모집이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을 망가트린다고 해도, 내신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원상 복귀해 달라고 요구해도 반응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5일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의 대통령 업무 보고 이후 두 가지 커다란 논제가 대두되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입법예고, 내신과 수능 서·논술형 평가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두고 교육계는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으나, 학교 밖 사회의 여론은 개정안을 수긍하는 듯하다. 만약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지역 교육청은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 결과 교육부의 「교육혁신 선도지역」 사업과 맞물려 무엇보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학생 복지 축소는 물론 교사를 위한 지원과 미래 교육을 위한 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예산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는 고등교육과 보육에 대한 지원은 늘리고, 초·중등교육 예산을 줄였다. 이를 균형과 조정으로 볼지 아니면 학교 교육에 대한 무관심으로 볼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하겠지만, 내신과 수능 서·논술형 평가 전환 여부가 이재명 정부의 교육 분야 업적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내신과 수능 서·논술형 평가 전환은 학교 수업, 평가, 대학입시의 총체적 대전환을 의미하며, 상대평가가 사라지고 절대평가가 도입되는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지역 국립대를 지원한 정부, 보육 예산을 늘린 정부, 교육 예산을 줄인 정부, 내신과 수능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한 정부, 이 가운데 가장 큰 업적이 무엇일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대통령이 했던 발언은 내신과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 필요하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 이후 언론 보도 역시 내신과 수능 서·논술형 평가의 도입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인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없으면 도입하지 말라는 뜻이다. 누구나 필요하다고는 말하지만, 현실적 반대를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내신과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서·논술형 평가 도입 논의는 2011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3년에도 있었다. 지난 논의에서도 같은 상황이었고, 다음을 기약하자며 도입을 결정하지 않았다. 그때 제기되었던 문제점도 지금과 같았다. 문제점은 크게 채점의 공정성, 교사의 전문성, 사교육비이다. 과거에 결정을 미루었던 정부는 그 후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다. 실행 계획도 없는데 누가 준비하겠는가. 그래서 논의할 때마다 늘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지금도 그렇다. 우리는 실행을 결정해야 준비한다. 내신과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서·논술형 평가를 실행한다고 결정해야 교육부와 교육청이 준비한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가 결정해야 실행 계획을 만들겠다고 입장을 정한 듯하다.
3년 9개월 후 이재명 대통령은 어떻게 기억될까? 역사에 남을 성과를 하나 남길 수 있을까?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 어쩌면 우리는 거대한 전환점의 초입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거대한 연극을 하고 있거나.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 필자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기존의 PDF 파일을 제공하던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대신 아래의 ‘인쇄(Print)하기’ 클릭한 후, ‘Ctrl + P’를 누르시면 칼럼 내용을 인쇄할 수 있습니다. |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8360/
Copyright ©2026 교육을바꾸는사람들 unless otherwise no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