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대한민국 교사를 이토록 힘들게 했는가? – 국제 교사 비교 자료TALIS 2024를 중심으로

by gyobasaNPO | 2026-07-14 14:36

한국 교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은 업무량이 아니라 학부모 민원과 학생 폭언 같은 관계적 스트레스였으며, 교사를 지켜 주는 힘은 수업 역량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 동기와 교직에 대한 인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2023년 여름, 한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이 한국 사회를 멈춰 세웠습니다. 수만 명의 교사가 거리로 나와 교육 활동을 보호해 달라고 외쳤고, 국회는 그해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교육부도 민원의 학교 단위 이관과 분리 조치, 법률 지원을 담은 종합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우리는 교사가 아프다는 사실을 분명히 목격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교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정확히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것은 다른 나라 교사들도 똑같이 겪는 보편적인 일일까요, 아니면 한국에 유독 심한 것일까요? 이 물음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닙니다. 교사의 고통이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처방은 근무 여건을 두루 개선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한국 고유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바로 그 구조를 겨냥한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국내 연구들은 교사 소진의 원인으로 민원과 교권 침해를 꾸준히 지목해 왔지만(장일영, 기영화, 2020; 인효연, 김지연, 2024), 대부분 소규모 표본이나 질적 자료에 근거해 “한국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예외적인가”라는 물음에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교사가 겪는 어려움과 고통은 교직 이탈을 초래하고 교사의 이탈은 한 교실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학교의 인력난은 새로운 공급의 부족보다 이미 자리 잡은 교사가 떠나는 ‘회전문’에 의해 주도되고(Ingersoll, 2001), 교사의 잦은 이동은 학생의 학업 성취에도 해를 끼칩니다(Ronfeldt, Loeb, & Wyckoff, 2013). 세계적으로 교사 부족이 심화되는 국면에서(UNESCO, 2024) 이미 교단에 선 교사를 지키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교사를 떠나게 만드는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 공백을 메울 자료가 2024년에 수집됐습니다. OECD 각국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수·학습 국제조사를 실시한 ‘TALIS 2024’입니다. 교권 사태 직후에 실시된 이 조사는 세계 55개국의 교사들이 똑같은 문항에 응답했고, 초등과 중등 교사 모두 조사에 참여했으며, 교사의 스트레스 원인을 묻는 문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OECD, 2025). 필자는 이 자료로 한국 초등 교사 3,124명과 중학교 교사 3,098명의 응답을 분석해, 한국의 교사들이 겪고 있는 이 고통이 어떤 구조를 갖는지, 무엇이 교사를 힘들게 하고 있으며 무엇이 교사를 지키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데이터가 지목한 1순위, 학부모 민원

 

결과부터 말하면, 한국 교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학부모 민원 응대’였습니다. 15가지 스트레스 원인 가운데 민원은 초등(3.07)과 중학교(2.75) 모두에서 1위였습니다. 4점 척도에서 3점을 넘어선 초등의 수치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2위인 생활지도(2.80)와도 뚜렷한 격차를 보였습니다.

 

스트레스의 지형을 조금 더 넓게 보면 한국 교직의 특징이 선명해집니다. 초등에서는 민원(3.07)과 생활지도(2.80)에 이어 당국의 잦은 요구 변화에 대한 대응(2.55), 행정업무 과다(2.51)가 뒤를 이었고, 중학교에서는 민원(2.75) 다음으로 행정업무(2.58)와 생활지도(2.52)가 자리했습니다. 업무와 관련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두 학교급 모두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스트레스였습니다.

 

주목할 것은 이 수치의 국제적 위치입니다. 민원 스트레스는 초등 16개 참여국 중 1위, 중학교 55개국 중에서도 1위였습니다. 더 결정적인 사실은, 중학교 기준 15개 스트레스 원인 가운데 ‘학부모 민원’이 1위인 나라가 55개국 중 한국이 유일했다는 점입니다. 다른 모든 나라에서 교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행정업무나 수업 관련 부담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 교직의 스트레스 구조는 세계 표준형인 ‘과업 중심’이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관계 중심’이었습니다.

 

지표(1~4점) 한국 초등(국제평균) 한국 중학교(국제평균) 국제 내 위치
학부모 민원 응대 스트레스 3.07 (2.45) 2.75 (2.29) 초·중 모두 1위
학생 폭언·위협 스트레스 2.20 (1.56) 2.08 (1.66) 초등 1위·중등 3위
교직 선택 후회 2.27 (1.64) 1.94 (1.67) 초·중 모두 1위

주) 국가별 가중 평균. 국제평균은 한국을 제외한 값(초등 16개국, 중학교 55개국 기준). 자료: TALIS 2024.

 

[그림] 한국 교사와 국제 평균 비교 – 학부모 민원·학생 폭언·교직 후회(TALIS 2024, 1~4점). 세 항목 모두에서 한국은 국제 평균을 크게 웃돈다.

 

관계에서 오는 고통은 민원만이 아니었습니다. 학생의 폭언·위협 스트레스도 초등에서 1위(2.20), 중학교에서 3위(2.08)로 최상위권이었는데, 한국을 제외한 국제평균(초등1.56, 중학교1.66)과 견주면 그 격차가 큽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의 끝에서, 교직 선택을 후회한다고 답한 것도 역시 초등(2.27)과 중학교(1.94) 모두 참여국 중 1위였습니다(한국 제외 평균1.64, 1.67). 불과 직전 주기인 TALIS 2018에서 한국 중학교 교사의 교직 가치 인식이 오히려 국제 상위권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OECD, 2020), 이 지표들은 교권 사태를 전후한 교직 심리의 급격한 악화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국제 교사 비교 연구: TALIS

 

본격적인 해석에 앞서 TALIS 자료가 무엇인지 소개하겠습니다. TALIS는 OECD가 여러 나라의 교사와 학교장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교수·학습 국제조사로, 2024년 주기에는 중학교 기준 55개, 초등 기준 16개 교육체제가 참여했습니다. 한국은 두 학교급에 모두 참여했고, 초등 교사 3,124명과 중학교 교사 3,098명, 합해서 6,222명이 응답했습니다. 각국 표본은 학교를 먼저 뽑고 그 학교 안에서 교사를 뽑는 2단계 설계로, 교사 전체를 대표하도록 구성됩니다. 국제 비교가 가능한 것은 바로 이 대표성 덕분입니다.

 

분석은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교직 스트레스는 15개 원인을 각각 4점 척도로 물었고, 그 가운데 학부모 민원 응대와 학생 폭언·위협을 하나로 묶어 ‘관계적 스트레스’로, 업무량을 ‘과업 요구’로, 잦은 개혁에 대한 피로를 ‘변화 요구’로 나누었습니다. 교직 후회는 ‘교사가 되기로 한 결정을 후회한다’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로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학교급·연령·경력의 영향을 걷어낸 뒤, 이 세 가지 스트레스와 세 가지 보호요인(교수 효능감, 교직 가치 인식, 사회적 기여 동기)이 교직 후회를 각각 얼마나 끌어올리거나 낮추는지를 함께 추정했습니다. 국제 대규모 조사 자료를 다루는 표준 절차에 따라 교사 가중치와 100개의 반복가중치를 적용해, 복잡한 표본 설계에서 오는 오차까지 반영했습니다(Rutkowski et al., 2010).

 

 

한국의 교사를 힘들게 한 것은 일의 양이 아니라 관계였다

 

스트레스가 높다는 사실과, 그 스트레스가 실제로 교사를 교단에서 떠나게 만든다는 사실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교직을 후회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앞서 설명한 대로 배경 요인을 통제한 뒤 세 갈래의 스트레스를 함께 넣어 비교했습니다.

 

답은 분명했습니다. 교직 후회를 가장 강하게 예측한 것은 업무량이 아니라 ‘관계적 스트레스’였습니다. 관계적 스트레스의 회귀계수는 .26으로, 업무량 스트레스(.05)의 약 다섯 배에 달했습니다. 교사를 교직 후회로 이끈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니 민원과 폭언이 업무 부담을 압도한 것입니다. 그동안 교사 이탈을 주로 업무 부담과 근무 여건의 문제로 설명해 온 국제 문헌(Borman & Dowling, 2008)이 한국 교사의 심리적 이탈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왜 관계적 스트레스가 이토록 치명적일까요? 직무요구-자원 이론은 직무의 ‘요구’가 ‘자원’을 압도할 때 소진과 이탈이 생긴다고 봅니다(Bakker & Demerouti, 2007). 그런데 이 분석이 보여 준 것은 요구의 ‘양’이 아니라 ‘종류’가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업무량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시키지만, 그 자체가 교사의 전문성이나 인격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민원과 폭언은 교사의 판단과 존엄을 직접 겨냥하는 정서적 요구입니다. 정서적 요구는 과업 요구와 구분되는 고유한 소진의 경로를 지닌다는 것이 그동안의 연구가 보여 온 바입니다(Hakanen, Bakker, & Schaufeli, 2006; Chang, 2009).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본래 교사가 자기 일의 보람을 길어 올리는 가장 깊은 원천인데(Spilt, Koomen, & Thijs, 2011), 바로 그 관계가 공격의 통로가 될 때 상처는 가장 깊은 곳에 남습니다. 교사를 향한 위협과 공격이 이직 의도와 곧바로 연결된다는 국제 연구들(McMahon et al., 2014; Espelage et al., 2013)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이러한 관계적 고통은 한국 교직에서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 온 것이기도 합니다. 일찍이 국내 연구는 교직을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끊임없이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감정노동으로 규정했고(손준종, 2011), 학부모의 고소를 경험한 교사의 기록은 신고와 소송의 위험이 교사의 존엄과 교육적 관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생생히 보여 주었습니다(김기홍, 2019). 교권 사태 이후의 연구는 초등교사들이 더 이상 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침해에 대응하기 시작한 인식의 전환을 포착하기도 했습니다(김재윤, 2024). TALIS 2024의 수치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가 특정 사례의 예외가 아니라 전국 규모의 구조였음을,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형태였음을 확인해 줍니다.

 

 

반면, 교사를 지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럼, 교사를 지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분석은 세 가지 보호요인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수업을 잘 해낼 수 있다는 교수 효능감, 교직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게 여겨진다는 인식, 그리고 사회에 기여하려고 교직을 택했다는 소명적 동기입니다.

 

결과는 선명하게 갈렸습니다. 사회적 기여 동기(계수-.09)와 교직 가치 인식(-.03)은 교직 후회를 유의하게 낮추는 보호요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수 효능감은 후회를 낮추지 못했습니다(계수.00, p=.882). 수업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교실 밖에서 개인을 향해 날아드는 민원과 폭언 앞에서는 교사를 지켜 주지 못한 것입니다.

 

이 발견은 그동안 교수 효능감을 거의 만능 자원처럼 여겨 온 통념(Zee & Koomen, 2016)에 중요한 단서를 답니다. 자원은 자신이 겨냥하는 요구에 대해서만 완충력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수업 수행에 대한 자신감은 수업·과업의 부담은 덜어 줄 수 있어도, 교실과 수업 밖으로부터 오는 관계적 공격에는 정합하지 않습니다. 관계적 공격이 훼손하는 것은 ‘내가 수업을 잘하는가’가 아니라 ‘이 직업이 존중받는가, 이 일에 의미가 있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관계적 스트레스가 클 때 교직 가치 인식이 후회를 다소 눌러 주는 완충의 경향이 경계선 수준에서 관찰된 반면, 교수 효능감에서는 그러한 완충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지키는 자원도 역량이 아니라 인정과 소명이었습니다.

 

왜 하필 소명과 인정이었을까요? 교직 선택 동기를 설명하는 이론(FIT-Choice)은 다음 세대와 사회에 기여하려는 소명적 동기가 교직에 대한 헌신을 오래 지속시킨다고 봅니다(Watt & Richardson, 2007). 교직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다는 인식과 소속감이 이직 의도를 낮춘다는 증거도 오랜 기간 축적되어 왔습니다(Skaalvik & Skaalvik, 2011). 이런 자원들은 ‘내가 잘하는가’가 아니라 ‘이 일이 존중받고 의미 있는가’를 지켜 주기 때문에, 바로 그 존엄을 겨냥하는 관계적 공격 앞에서 방패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교사 지원의 형태가 ‘역량 강화’에서 ‘인정과 존중의 회복’으로 옮겨 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Viac & Fraser, 2020).

 

이 구도는 실제 이탈로 향하는 길목에서도 확인됩니다. 50세 미만이면서 앞으로 5년 이하만 교직에 머물고 싶다고 답한 ‘조기이탈 위험군’을 따로 분석했을 때에도, 사회적 기여 동기는 일관된 보호요인이었습니다. 교직 후회가 지금 이 순간의 심리적 반응이라면, 실제로 교단을 떠나려는 이탈 계획은 이직 대안과 생계 조건의 제약을 받는 행동입니다. 관계적 스트레스의 타격이 우선 ‘심리적 이탈’인 후회에서 먼저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유이며, 소진이 이직 의도에 앞선다는 국제 메타분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Madigan & Kim, 2021).

 

 

왜 초등교사가 더 취약했나?

 

이 분석에는 또 하나의 일관된 신호가 있었습니다. 초등 교사의 취약성입니다. 모든 스트레스원과 보호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초등 교사의 후회는 중학교보다 유의하게 높았습니다(계수 .29). 관계적 스트레스가 후회로 번지는 민감도 역시 초등(.30)이 중학교(.19)의 약 1.6배였습니다. 관계적 스트레스의 수준, 그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민감도, 보호요인이 무너졌을 때의 낙차, 이 세 가지 모두가 초등을 가리켰습니다.

 

이는 구조적으로 설명됩니다. 저연령 학급일수록 담임과 학부모의 접촉은 밀접해지고, 담임 교사가 민원의 최전선에 홀로 노출되는 구조가 초등에서 더 뚜렷합니다. 여기에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법적 불안이 겹칩니다. 2023년 교권 담론의 중심에 초등이 섰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 데이터가 확인해 주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위기의 한국 교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결과는 교원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그리게 합니다. 무엇보다, 교사 이탈을 막는 첫 번째 과제는 업무 경감이 아니라 민원 대응의 구조적 분리입니다. 교사 개인이 민원의 최전선에 홀로 서는 구조를, 학교와 교육지원청 단위의 공적 처리 체계로 바꾸어 관계적 요구를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 흡수하게 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민원의 접수와 분류, 이력 관리를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떠맡는 공적 민원 관리 체계, 그리고 관계적 스트레스와 교직 후회, 가치 인식 같은 지표로 교원의 마음 건강을 주기적으로 살피는 교육청 단위의 조기경보 체계가 그 구체적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2023년 이후 도입된 민원 대응팀과 분리 조치가 실제로 교사의 부담을 얼마나 덜었는지는 바로 이 지표들로 점검할 수 있으며, 다가올 TALIS 차기 주기는 그 자연스러운 평가 시점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업무량을 줄이는 접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업무 부담의 영향이 실재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작았고, 행정업무를 줄인다고 해서 민원과 폭언이 남긴 상처가 치유되지는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수업 역량을 키우는 연수만으로는 이탈을 막을 수 없습니다. 교직 선택의 후회를 낮춘 자원은 교사 역량이 아니라 교직에 대한 소명과 인정이었으므로, 교사가 자기 일의 의미와 존중받는 경험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 곧 동료 공동체와 멘토링, 그리고 무엇보다 교직의 공적 위신을 훼손하는 제도와 담론을 바로잡는 일 자체가 이탈 방지 정책으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초등의 밀접한 학부모 접촉과 생활지도-신고 위험의 중첩이라는 초등 고유의 조건을 겨냥한, 초등에 특화된 민원 중개와 법률 지원의 상시화 같은 별도의 보호 설계가 필요합니다. 데이터가 가장 아픈 자리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는데도 처방이 학교급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가장 취약한 곳이 가장 나중에 보호받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결과를 읽을 때 몇 가지는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이 자료는 한 시점을 찍은 단면 조사입니다. 민원 스트레스가 후회를 높였다고 해석했지만, 후회가 큰 교사가 민원을 더 힘들게 느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인과의 방향을 확정하려면 같은 교사를 시간에 걸쳐 추적하는 종단 연구가 필요합니다. 둘째, 교직 후회는 실제 이직이 아니라 그에 앞서는 심리적 신호이므로, 실제 이탈로 이어졌는지는 인사 자료와 연결해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국제 비교는 국가 평균끼리의 비교이기 때문에, 나라마다 설문에 답하는 문화적 습관의 차이가 개입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교권 사태 이후 한국 교사의 고통을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대표 자료로 계량화하고 그 구조가 과업이 아니라 관계에 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 결과가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다시, 무엇이 교사를 힘들게 했는가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무엇이 대한민국 교사를 이토록 힘들게 했는가? 데이터의 답은 명확합니다. 교사를 힘들게 한 것은 일의 양이 아니라 관계에서 받은 상처였고, 그 정점에는 학부모 민원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조사된 나라 가운데 학부모 민원이 교사 스트레스 1위인 유일한 나라이며, 교직을 후회하는 정도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회를 심화시킨 요인은 업무량의 몇 배에 달하는 관계적 스트레스였습니다.

 

이 결과들은 하나의 구조를 가리킵니다. 한국 교직의 위기는 노동 강도의 위기가 아니라 직업 존엄의 위기라는 것입니다. 교사를 지키는 것은 교사에게 더 적은 일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홀로 감당해 온 관계의 무게를 사회와 제도가 함께 나누어 지고, 그 일의 의미와 존엄을 되돌려 주는 데서 시작됩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많은 교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가상의 드라마가 아니라 교사를 위한 실질적인 ‘참정책’이 교사를 보호하기를 희망합니다. 오늘도 교육 일선에서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한민국의 교사를 응원합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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