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루는 교실

by slowalk | 2014-04-14 15:28

여러분은 학교에서 우리의 감정에 대해 배우거나 토론해 해 본 기억을 갖고 있나요? 있다면, 그것은 언제였나요?
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체력과 지적인 능력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잘 가꾸고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인성과 지성과 체력을 균형 있게 갖춘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게 돕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본질이니까요. 지식을 가르치고 인성을 강조하기에 앞서, 아이들의 정서적인 안정을 유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잘 가꾸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감정이 관리되지 않고 우울하거나 분노에 가득 차 있는 위험 수위에 있을 때에는 학습에 대한 의욕은 물론, 남을 배려하고 친절을 베푸는 것들에 대한 의욕도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과 감정을 연구하는 학자와 전문 가들은, 인간의 감정은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Brackett, M & Kremenitzer; Greenberg, Kushce & Riggs, 2004). 현대의 많은 병의 원인이 스트레스라는 사실과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개인적으로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우리 모두는 감정이 보내는 신호를 잘 알아채고 이를 잘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에 소홀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자기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할 것일 뿐 아니라 학업 성취에도 영향을 주는 능력이기에, 특히,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감정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고, 조절하며 관리하는 것에 대해 가르치고 연습할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며,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타인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도와 주어야 할 것입니다. 학교에서 육체적 건강을 위해 체육시간을 할애하듯, 학생들의 정신적 건강을 위해 감정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 반드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고 표현하는 것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이를 학교에서 실행하는 데 있어,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들을 제안해 보려고 합니다.

 

감정 표시판
“룰러” 교육법(The RULER Approach)이라는 미국의 감성교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예일 대학의 브래킷 (Brackett)박사와 연구진은 감정의 두 요소인 기분과 에너지(氣)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프인 감정표시판(Mood Meter)을 고안했습니다.

이 그래프의 가로축은 불쾌 또는 유쾌한 기분을 표현하고, 세로축은 우리 몸의 에너지(기운)의 높고 낮음을 표현합니다. 신체의 에너지가 높으면서 불쾌한 감정인 상태는 빨강색으로 표현하고 있고, 신체에너지가 높으면서 유쾌한 상태는 노랑, 에너지 수위가 낮으면서 불쾌한 경우는 파랑으로, 또한 에너지가 낮으면서 유쾌한 경우는 초록색으로 각각 표시하고 있습니다. 감정상태가 빨강색 그룹에 속하거나, 파랑색에 해당하는 경우는, 특히 주의를 요하는 상태이므로, 이 상태에서는 어떻게 감정조절을 하고 자신을 관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이 표의 어느 위치에 속할 지를 대강 표시했다면, 이제 표시한 그 자리에 자신의 감정상태를 표현하는 적절한 단어를 생각해 써 보게 합니다. “기쁨,” “화남”과 같은 명사도 좋고 “억울한,” “슬픈”과 같은 형용사형의 단어도 좋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슬픈, 기쁜, 화난, 놀란”등의 기본 감정 표현 단어들을 써 보도록 할 수 있지만, 고학년의 아이들이라면, 좀 더 구체적인 감정표현 단어들을 적을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감정표현 단어 목록
처음에 학생들에게 기분이 어떠한지를 묘사하는 단어를 생각해서 적어보라고 하면, 적절한 단어로 표현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교사나 부모인 어른들 조차도 일상 대화 속에서 우리의 감정을 깊이 있게 구체적으로 말하고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아이들이 막막해 할 때, 교사가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단어들로 만든 감정표현 단어 목록(아래의 표 참고)을 미리 준비해, 그 목록에서 적절한 단어를 고르게 하면, 학생들이 더 다양한 단어로 자신의 감정을 구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어를 골라 감정표시판에 써 보는 활동을 학생들에게 소개한 뒤, 매일 학급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시할 수 있도록 감정표시판이 그려져 있는 활동지를 나누어 주고, 자신의 감정상태를 표시해 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매일 조회시간과 종례시간에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상태를 점검해 보고 표시해 보게 하면 모든 학생에게 교사가 일일이 감정을 다 물어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학생들이 표시해 놓은 시각적인 그래프를 보면서 빨리 아이들의 감정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감정일지를 만들어 매일 감정을 체크하게 한다면, 아이들 스스로 뿐 아니라, 교사가 아이들의 감정상태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좋은 도구가 될 것입니다.

 

감정의 응급조치와 감정관리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았다면,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 빨강색이나 파란색에 속해 있을 경우, 빨리 그 부정적인 기분을 긍정적인 기분으로 끌어올리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감정이 에너지 수위가 낮고 불쾌한 파란색 그룹에 있다면, 신체의 에너지를 올려줄 수 있도록, 맛있는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을 해 주고, 밝고 경쾌한 음악을 듣는 활동을 하는 등의 방법을 시도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반면, 에너지 수위가 높고 불쾌한 상황이라면, 먼저 깊은 심호흡을 하거나 찬 물을 마셔 흥분을 진정시킨 다음,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그 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하게 하는 등의 활동을 학생들에게 알려 주도록 합니다.

 

심호흡을 할 때는, 공기가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가 퍼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코로 숨을 깊이들이 마십니다. 그리고, 들이마신 숨을 입으로 천천히 내뱉습니다. 이 때도 공기가 몸 속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숨을 내어 뱉습니다. 이러한 심호흡법은 평소에 꾸준히 연습을 해 놓을 경우, 감정을 진정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응급처치법이 될 것입니다.

 

감정을 진정시키거나 불쾌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강한 부정적인 감정의 경우, 화난 상태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하거나, 우울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강한 감정을 진정시키고 난 후에라야, 이성적으로 그 해결방법을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수업과 교과수업과의 연계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채고,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에 대해 배우고, 타인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감정을 다루는 수업을 따로 한 뒤에는, 충분한 연습을 할 기회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이를 익숙하게 여기고 습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서 소개한 방법을 조회시간과 종례시간에 소개할 뿐 아니라, 교과수업과도 접목시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어나 영어 교과 시간이라면, 책을 읽을 때,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느꼈을 감정에 집중해서 읽으면서, 나라면 어떠한 감정이 들었을지, 어떻게 행동했을 지를 생각해 보고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역사나 사회 과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역사 속의 사건에 대해 배울 때, 사건의 배경과 인물의 어떠한 결정 배후에 있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이 느꼈을 감정을 유추하고 공감해 보고, 어떠한 행동을 한 배경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정수업의 효과
이렇게 우리의 감정에 관심을 가지고 감정을 느끼고, 관리하는 것을 배우고 연습하는 것은 모든 학년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독립적인 감정수업도 필요할 뿐 아니라 교과수업과의 연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매일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 또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이야기 등을 간과하지 않고, 이에 대해 느끼는 아이들의 감정을 말로 글로 나누며 표현하게 하는 활동들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감정수업의 소재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연습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하며 배려하는 아이들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사회성〮감성교육에 대한 연구들이 입증해 주듯이 (Greenberg & Kusche, 2004), 교사가 학생들의 감정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배움과 연습의 기회를 제공할 때, 이를 통해 길러진 아이들의 감정조절 및 관리 능력은 결국 교사와 학생뿐 아니라, 학생과 학생의 관계의 질을 향상 시키고, 나아가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고 학교생활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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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Brackett, M & Kremenitzer, J. (2011). Creating emotionally literate classrooms: An Introduction to the RULER Approach to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Port Chester, NY: Dude Publishing.
● Greenberg, M. Kusche, C. & Riggs, N. (2004). The PATHS curriculum: Theory and research on neurocognitive development and school success, In J. E. Zins, R. Weissberg, M Wang & H. Walberg (Eds.) Building academic success on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What does the research say? (pp. 170-188). New York, NY: Teachers College Press.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