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권 보호의 첫 단추, ‘생애 첫 학교’ 유치원에서부터 제대로 끼워야

by gyobasaNPO | 2026-05-0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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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은 공교육의 출발점이지만 여전히 ‘학교’와 ‘교원’으로서 온전한 법적·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유치원이 교권 보호의 사각지대로 소외되고 있는 구조적 실태를 짚어봅니다.                                    

 

 

최근 유치원 교사의 일상을 풍자한 한 개그우먼의 유튜브 영상이 큰 화제가 되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과중한 업무와 일부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하는 유치원 교사의 모습에 온라인에서는 “충격적이다”, “극한 직업이다”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 영상조차 ‘순한 맛’에 불과하다는 유치원 교사들의 씁쓸한 증언이 이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짧은 영상 하나가 실제 유치원 교사의 삶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 속에는 감정 노동과 육체적 고충, 그리고 전문가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서글픈 유치원 교사의 현실이 분명히 담겨 있다.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각성은 2023년 서이초 사건을 비롯해 감당하기 힘든 고통 끝에 생을 마감한 동료 교사들의 비극이 알려지면서 그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 수많은 교사가 거리에 나와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은 배우고 싶다’라고 외칠 때 그 뜨거운 현장에는 유치원 교사들도 늘 함께였다. 이후 교육 당국과 국회는 수많은 법안과 제도를 쏟아내며 교육 현장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유치원의 교권 보호 현실은 여전히 크게 뒤처져 있다. 제45주년 스승의 날을 맞이한 오늘날에도 유치원은 공교육의 출발점이지만 ‘학교’와 ‘교원’으로서 온전한 법적·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유치원이 교권 보호의 사각지대로 소외되고 있는 구조적 실태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고 정서·행동 위기 유아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 기반이 부재하다. 최근 유치원 현장에는 불안과 충동성, 공격성 등 정서·행동 위기를 겪는 유아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해당 유아의 발달권은 물론 함께 생활하는 또래 유아들의 학습권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현행 「유아교육법」은 위기 상황에서 교사가 취할 수 있는 정당한 교육적 조치와 정서·행동 위기 유아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 체계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감정 조절 능력이 발달 중인 유아가 정서 상태를 격렬한 울음이나 신체 동작으로 표현하는 경우, 그 과정에서 주변 집기에 부딪히거나 친구와 충돌하여 다칠 위험이 크다. 이때 교사가 스스로 진정하기 어려워하는 유아를 신체적으로 밀착하여 위험으로부터 분리하고 안정을 돕는 행위는 유아의 발달을 고려한 필수적인 교육적 조치이다. 그러나 「유아교육법」은 긴급 상황에서의 방어와 보호를 위한 제지와 분리 지도를 정당한 교육 활동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아동학대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조차 없다. 반면 초·중·고등학교 현장은 2025년 3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교사의 상담 및 치료 권고권은 물론 긴급 상황 시 방어와 보호를 위한 제지 및 분리 지도를 ‘정당한 교육 활동’으로 명문화하였다. 또한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위한 상담과 학습 지원 조항을 법적 근거로 구체화함으로써 학생을 실질적으로 돕는 탄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였다. 특히 이러한 교육적 조치가 아동학대로 간주되지 않도록 면책 근거까지 상세히 규정함으로써 교사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할 장치를 두텁게 하였다. 결국 공교육의 출발점에서부터 작동해야 할 지원과 보호 체계가 유독 유치원에서만 단절돼 있는 것이다. 정서·행동 위기 유아를 지원하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2026년 3월 드디어 발의되었으나 언제 통과되어 현장에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유치원 교사는 아이를 보호하려는 선의마저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채 아동학대라는 가혹한 사법적 잣대 앞에 홀로 서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에 처해 있다.

 

둘째, 유치원 교사를 악성 민원으로부터 분리·보호할 법적 근거와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가 부재하다. 2024년 11월, 민원 대응의 주체를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와 교육청으로 전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후 초·중·고등학교에는 민원 대응 체계가 도입되었고, 법 취지에 맞게 이를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유치원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유아교육법」 내에 민원 대응 체계 도입을 뒷받침할 근거 조항이 전혀 없다 보니 유치원 교사들은 악성 민원 앞에서도 아무런 제도적 보호막 없이 고립되어 있다. 물론 시스템 도입이 능사는 아니다. 최근 교육부가 개발한 학부모 소통 서비스 ‘이어드림’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는 오히려 악성 민원의 또 다른 경로가 될 것을 우려하였다. 2025년 교사노조연맹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교사의 절반에 가까운 46.76%가 최근 1년 사이 악성 민원으로 인한 교육 활동 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악성 민원의 주요 경로로 전체 응답자의 84%가 ‘교사 개인 휴대전화 및 온라인 소통 앱’을 1순위로 꼽았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민원 처리가 학교(원)장의 책임하에 이루어진다고 느끼는 교사는 24.12%에 불과했다. 단순한 온라인 창구 증설은 교사에게 보호막이 아닌 독이 될 뿐이다. 따라서 유치원에 도입될 민원 대응 체계는 상급학교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교사 개인 응대 금지’와 ‘창구 일원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교사의 개인 연락처 공개를 제한하고 모든 민원을 유치원 대표 전화와 공식 시스템으로 집결시켜 교사를 민원 최전선에서 즉각 분리해야 한다. 또한 민원 대응의 책임을 업무분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교사에게 전가하는 관행을 끊어내고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권 보호 인프라가 동반되어야 한다. 원장이 민원 대응의 최종 책임자가 되어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관리자 평가 기준에 필수적으로 반영하는 등 책무성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지침이 필요하다. 유치원이 법적으로 엄연한 ‘학교’임에도 민원 대응 체계는 공백인 모순된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단단한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실질적인 행·재정적 지원에서도 유치원은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2023년 ‘교권 보호 5법’ 개정 이전까지 유치원은 교권보호위원회 설치조차 의무가 아니었다. 법 개정으로 유치원도 교권보호위원회 설치 의무화와 교육청 이관이 시행되었으나 현장 유치원 교사들에게 이는 여전히 허울처럼 느껴진다. 교사노조연맹에서 실시한 2025년 상반기 교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 활동 침해를 경험한 유치원 교사 중 무려 80.6%가 ‘개인적으로 참고 넘어갔다’라고 답했다. 지역 교권보호위원회에 사건을 제출해 심의받은 비율은 단 3.4%에 불과하다. 교권 침해 사안이 발생해도 유치원 교사 10명 중 9명 이상이 제도의 울타리 밖에서 홀로 고통을 견디고 있다. 또한 응답자의 61.5%가 지역 교권보호위원회, 교원 보호 공제 사업 등 교권 보호 제도에 대한 충분한 안내나 연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사실은 그간 교육 당국이 유치원 교권 보호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복잡한 절차와 안내 부족은 유치원 교사들로 하여금 제도 활용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며 깊은 고립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행·재정적 지원의 미비로 인한 유치원 현장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립유치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병설유치원은 전담 행정 인력이 없어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할 업무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지 오래다. 소수의 담임교사가 수업 연구와 생활지도라는 본연의 업무는 물론 기관 운영을 위한 행정업무 전반, 나아가 유아 학비 정산, 시설 및 인력 관리, 심지어 통학버스 노선 계획 등 교육 외적인 행정 업무 전반까지 오롯이 도맡으며 심각한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전담 교사 없이 모든 유치원 교사가 담임을 맡는 구조 탓에 보결 수업이나 긴급 상황에 대응할 대체 인력이 사실상 전혀 없다. 이는 고스란히 수업 결손과 유아 안전의 위협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유아가 안전사고로 급히 병원에 가야 하는 비상시에도 교실을 지킬 대체 인력이 없어 위험천만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다행히 2025년 「유아교육법」 개정으로 유치원에도 전담 교사 배치가 시작되고 있으나, 충분한 교원 정원 확보라는 실질적인 행정적 뒷받침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현장의 해묵은 난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한 학급당 30명에 육박하는 과도한 유아 수 배치 기준, 유치원 교사에게만 지급되지 않는 복식수업 수당 등은 유치원이 여전히 행·재정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방증한다. 현장 교사들의 절박한 요구가 번번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현실은 유치원을 법적 위상을 갖춘 학교로 존중하지 않는 교육 당국의 무책임함을 보여준다. 교사가 행정업무의 늪에 빠져 아이들과 눈을 맞출 시간조차 없다면 그 어떤 교권 보호 정책도 현장에서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제도적 변화와 그에 발맞춘 실질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만 교권을 회복하고 교육 활동의 질을 높이는 견고한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정책적 논의가 거듭될 때마다 확인되는 서글픈 사실은 유치원이 교육 전반의 주요 의제에서는 물론 교권 보호라는 시급한 논의에서도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치원은 법이 규정하는 학교이며 유치원 교사 역시 법이 인정하는 교원임에도 불구하고 타 학교급과 동등한 수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기이한 현실에 놓여 있다. 교권 보호라는 보편적 가치 앞에 학교급별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 체계의 형평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교사 처우의 문제를 넘어 유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안전과 학습권의 침해이자 교육 환경의 질적 차별이다. 유치원은 아이들에게는 생애 첫 학교이며 학부모에게는 생애 첫 학부모가 되는 중요하고도 상징적인 공간이다. 이 출발점에서부터 교권 보호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상급학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유치원 시기부터 무분별한 민원과 과도한 서비스 요구를 당연하게 여겨온 학부모가 초등학교 진학 후 갑자기 태도를 바꿀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유치원의 교권 침해는 공교육 전반의 교권 붕괴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교육 당국과 국회는 직시해야 한다. 생애 첫 학교인 유치원에서부터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탄탄히 하고 상호 존중의 문화가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선생님들이 더 이상 홀로 눈물짓지 않도록 교육 당국은 깊이 성찰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유치원에서 교권 보호의 사각지대를 허무는 일이야말로 공교육의 토대를 다지고 교육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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