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서·논술형 평가는 가능한가?

by gyobasaNPO | 2026-05-04 16:37

서·논술형 문항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것과 연동된 다른 사안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서·논술형 문항 도입은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의 정치 지형은 이른바 보수와 진보로 구분된다. 개념과 현실의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선거에서는 진보·보수의 구도가 형성되므로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을 우선하고 사람이나 정책은 그 이후에 판단한다. 후보 개인의 성향은 대개 진영의 정체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정책은 진영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교육 영역에서 그렇다. 어떤 교육정책이 보수적이고 어떤 교육정책이 진보적일까? 무상 교육 확대 및 교육과 보육의 국가책임제는 진보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정시 확대는 진보적인 정책일까?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문재인 정부가 결정하고 실행했으나 이를 진보적인 정책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같은 정부가 도입한 고교학점제는 진보적일까? 여기에는 정책의 의도와 효과를 두고 이견이 있어서 진보·보수의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보수로 분류되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정책은 보수적인 정책일까. 보수적인 정책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모호하다. 입학사정관제는 보수적인가 아니면 진보적인가. 이 역시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진보적 가치를 의도했으나 보수적인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처럼 교육정책에서 정책과 진보·보수의 구분은 모호하게 보이고, 그래서 정책의 본질이 아니라 누가 정책을 결정했는지에 따라 진영이 덧입혀진다.

 

그런데 창의적 인재 육성, 공교육 정상화, 학교 교육력 제고, 사교육비 축소와 같은 당위적 가치는 진보·보수로 구분되지 않는다. 진보 정부와 보수 정부 모두 이 당위적 가치를 추구했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정부는 당위적 가치를 문서에 담기는 했으나 이를 정말로 실현하려고 나서지 않았다. 계획을 세워 집행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가치를 실현하려면 대입제도와 학교 교육을 동시에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나선 정부가 없었다. 현재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내신과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도 당위적 가치에 해당한다. 서·논술형 문항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것과 연동된 다른 사안 때문이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서·논술형 문항 도입은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까. 이 글은 이 문제를 다룬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25년 7월 2일 대한민국 교육감협의회는 국정기획위원회를 방문해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문항 도입’, ‘수시·정시 통합’이 포함된 4대 교육 과제를 전달했다. 4대 교육 과제는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교육청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 교원 정원 관리 권한 이관과 교권 보호 체계 확립, 고교-대학 연계 대입제도 개편이다. 2025년 12월 12일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의 신년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은 “공정성에 대한 의심 때문에 객관식 평가를 하는 것 아닌가. 객관식은 주관적 사고를 하는 게 아니라 제시된 데에서 고르는 역량을 강요하는 꼴이다”, “질문,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이 진짜 능력”이라며 대입 추첨제까지 거론했다. 선다형 문항보다 서·논술형 문항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더 적합하다는 대통령의 판단에는 대입 경쟁 완화도 포함되어 있다고 사람들은 받아들였다. 그 이후 교육부 장관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내신과 수능 절대평가 및 서·논술형 문항 도입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지금은 외워서 오지선다형으로 점수를 매기고 그걸로 경쟁시키는 시대는 아니라는 데에는 상당히 합의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가교육위원장도 서·논술형 평가의 객관성과 교사들의 업무 부담 등의 문제는 AI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작년에 공개된 서울시 교육청과 경기도 교육청의 대입 연구보고서도 수능과 내신 전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 그리고 서·논술형 문항 도입과 수시·정시 통합을 제안했다. 적어도 지금은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도 선다형 문항으로는 학생이 사고력을 키우지 못하므로 서·논술형 수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 1기 국가교육위원회는 2024년 12월 13일 제39차 회의에서 내신의 신뢰성과 선다형 수능의 한계를 거론하며 수능 서·논술형 도입을 포함하는 대입·내신 개편안 논의를 본격화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주요 과제였다. 특히 일본 사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우리나라에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그리고 2018년에 발표된 교육부의 중장기 미래정책보고서에서도 수시·정시 통합과 함께 서·논술형 문항 도입은 대입 개혁의 핵심 과제로 제안되었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정부가 서·논술형 문항 도입을 공식화한 첫 문건은 이명박 정부의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이다. 2011년 12월 13일 발표된 이 문건의 부제(副題)는 “고교 석차 9등급제 평가를 성취평가제로 전환”이었다. 석차 9등급과 성취평가제의 “병기”(倂記)가 아니라 절대평가 등급제인 성취평가제로 “전환”이다. 이 문건에는 2012~2013학년도 시범운영 등 충분한 준비를 거쳐 2014학년도 1학년부터 성취평가제를 도입한다는 일정이 제시되어 있고, 시범 실시 기간에는 석차 9등급제와 성취평가제를 병기한다고 밝혔다. 이 문건의 핵심은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구성하고 이를 표현함으로써 창의성, 문제해결력 등을 신장시키기 위해 서술형 평가와 수행평가의 질을 제고”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은 먼저 상대평가의 문제점을 아래와 같이 지적한다.

 

◦ 상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고등학교 석차 9등급제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 우선, 학년 단위로 교과목별로 석차를 매겨 9등급을 부여하는 현재의 평가제도는 학생들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급우들 간 배타적 경쟁심을 조장하여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협동학습을 저해하고 있다.

 

– 또한, 석차 9등급제는 교사가 학생이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일정한 학업성취 수준을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평가하기보다는 등수에 의해 일률적으로 학생을 상대평가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학생의 적성과 소질, 진로에 따른 다양한 교과목 선택을 제약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과정에서 정한 성취 및 평가 기준에 따라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평가하는 성취평가제의 도입 취지를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게 학생 중심의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 학년 내의 석차에 의한 상대적 서열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며,

 

– 학생들 간 지나친 경쟁의식을 지양하고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을 최대한 발휘시켜 창의·인성교육이 구현되는 교실 수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

 

2010학년도 시‧도별 고교 서술형 평가 반영 비율의 평균은 21.2%이었다. 정부는 2013학년도까지 시‧도별, 교과별 특성 등을 고려하여 일정 수준(20~40%) 이상으로 서술형 평가를 확대하도록 권장했다.

 

<2010학년도 지역별 서술형 평가 반영 비율(단위: %)>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
40 30 17 29 12 16 30 23 14 15 19 19 16 15 28 16

 

서울의 서술형 평가 반영 비율은 이미 2010년에 40%였다. 수치가 이상하다. 어쩌면 당시 정부는 수행평가와 서술형 평가를 같은 개념으로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울러, 정부는 수업과 연계한 수행평가의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우수 사례를 발굴하여 에듀넷 등을 통해 수업 지도안, 수업 동영상, 평가 방법 등을 공유하며, 재이수제는 2013학년도에 고등학교(100교)와 중학교(40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다고 했다. 특히 “성취평가제 성패가 공정하고 신뢰성 높은 학업성적관리에 있다고 보고, 학업성적관리 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성적 부풀리기가 의심되는 학교에 대해서는 감사 등을 통해 부실 관리한 교직원과 학교에 인사상·행정상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취 및 평가 기준 개발 및 연수, 교원의 평가 전문성 제고, 공정하고 신뢰성 높은 학업성적관리 체제 구축 등을 약속하였다. 평가는 교과에 따라 P/F, 3등급(F가 추가되면 4등급), 5등급(F가 추가되면 6등급)으로 이루어진다.

 

2011년에 발표된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은 2013학년도부터 서술형 평가 비중을 40% 이상으로 할 것을 권장하고 있고, 2014학년도부터 서술형 평가에 근거하여 성취평가제라는 절대평가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정부 계획은 현재까지도 실행되지 않고 있다. 2013년에 종료되어야 했던 시범 실시 기간은 현재까지도 연장되고 있으며, 언제 종료되어 서·논술형 평가에 기반한 절대평가로 전환될지 기약이 없다. 아마도 시범 실시 기간은 정처 없이 연장될 듯하다. 만약 정부가 2035~40년에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운다면 우리 사회는 이 계획을 믿어줄까. 우리의 경험칙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다음 정부 혹은 다음 정부의 다음 정부가 흔들 수도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정부 계획이 무산되고 틀어져서 과거를 고수하는 사례가 단지 내신 성취평가제 전환만은 아니다.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서·논술형 평가를 기반으로 내신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정책은 계속 거론되고 있지만, 모든 정부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병기로 끝맺었고 그 결과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기 위한 학교 현장의 준비도 없었다.

 

정부가 갈피를 못 잡고 허송세월하는 사이, 최근에는 경기도와 서울시 교육청이 AI를 활용한 서·논술형 문항 평가 보조도구를 개발하며 서・논술형 평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정기시험과 수행평가의 비율, 서・논술형 문항 출제 비율 등 평가의 세부적인 사항은 시도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에 따라 학교의 ‘학업성적관리규정’으로 결정되므로 교육청이 주도하는 현 상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서술형 문항 40% 권장은 이미 2013학년도에 달성됐어야 했다. 수행평가를 완전히 서・논술형 평가로만 운영한다면 올해 수행평가를 40% 이상 반영하라고 지침을 내렸으니 서·논술형 평가는 40% 이상 반영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일정 수치를 하한으로 정해두고 있을 뿐이다. 내신 평가에서 서·논술형 문항 반영 비율은 서울 40% 이상(고등학교 3학년 제외), 경기도와 광주는 30% 이상, 다른 시도는 대개 20% 이상이다.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에 명시된 2010년 상황과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병기되는 2012~13년 시범 실시 기간이 지금까지도 연장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는 진로 선택과목 등에 성취평가제를 적용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선택과목 전체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으나, 윤석열 정부는 이를 다시 전 교과 상대평가 5등급제 병기로 퇴행했다. 두 정부 모두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병기를 결정했다. 그동안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을까. 지난 15년간 우리 교육은 어떤 진보를 이루었는지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서·논술형 평가는 왜 그렇게 실행하기 어려울까. 그 부분적인 답은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에 나와 있지만, 이 사안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 속에 있다. 서·논술형 평가는 성취도 기반 절대평가이다. 서·논술형 답안을 상대평가 방식으로 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이미 ‘성적 부풀리기’를 경험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요구한다. 그래서 내신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 이슈가 제기된다. ‘성적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일정 비율 이하로 강제 조정하는 방안 외에 어떤 방법이 더 있을까. 정부가 찾아야 할 과제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며, 대책을 마련하려면 먼저 정부가 이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의 의지를 확신할 수 없다. 학교 교육을 향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면서 뒤로 빠지는 해법은 정부가 내놓을 답이 아니다.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답을 내놓고 실행해야 그 결과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다.

 

내신 서·논술형 평가가 작동하려면 환골탈태 수준의 새로운 역량 함양이 요구되므로 교사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정책은 교사가 그런 전문성과 신뢰성을 갖출 수 있는 역량과 의지가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시도해 볼 수 있다. 교사는 그럴 의지를 갖고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듯하다. 그런 현실에서 교사에게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려면 정부는 사실상 거의 모든 교사에게 부가된 행정업무를 줄여주는 정도가 아니라 없애는 수준의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대책은 우리 현실에서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부와 교육청은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관을 만들고 평가 및 재심 절차를 확립하며 AI를 활용한 보조적 평가도구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 평가도구를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려면 평가도구를 고도화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고, 데이터를 만들고 모으고 선별하여 정돈하는 시스템도 없다. 교육과정에 기반한 서·논술형 문항도 온전히 모든 교사가 각자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 교사를 도와줄 플랫폼이나 적어도 문항을 만들 수 있는 AI 도구도 없다. 언제쯤이면 준비가 가능할까. 소버린 AI가 만들어지면 할 수 있을까. 정권마다 교육정책이 뒤바뀌는 우리 현실에서 우리는 그때를 가늠할 수 있을까. 어느 정치인이 불가능해 보이는 이슈에 몸을 던지려고 할까. 우리 사회 일반의 인식과 가치관을 바꾸자고 국민을 설득하는 위정자를 본 적이 없다.

 

내신 서·논술형 평가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더 큰 난관은 내신 절대평가가 대학 입시를 원점에서 재설계해야 하는 교육 개혁의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대비하는 사회 개혁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이다. 대입 개혁만 하더라도 전문가 한두 사람이 나서서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관료만으로는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사실상 대입 정책은 이미 정무의 영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신 서·논술형 문항 도입과 절대평가는 필연적으로 수능 개편을 동반한다. 수능 개편이란 낮아진 내신 변별력만큼 수능도 변별력을 대폭 낮춰야 하고, 그러려면 응시영역과 문항 수를 줄여야 한다. 또한 수능 문항과 내신 문항을 일치시키고 절대평가 등급제를 내신과 수능에 동시에 적용해야 한다.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면 대입 공정성이 훼손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수능 영향력을 줄이면 N수생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내신 절대평가가 적용되면 특목·자사고와 경제적 배경이 좋은 학군지 학생에게 상대평가에 따른 내신 불이익이 사실상 없어지므로 대입에서 유리해진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특목·자사고와 학군지에 대한 선호를 높여 사회적 격차가 더 확대된다. 사실상 특목·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방법도 마땅치 않고, 법률과 시행령을 개정하여 영재고를 제외한 모든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해도 일반고 내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 더구나 새로운 내신과 수능 서·논술형 문항이 사교육 시장을 자극하여 사교육비 지출을 키울 개연성도 크다.

 

그러므로 아마도 그동안 지난 정부들은 내신과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선결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선결 조건이었을 것이다.

 

① 교사의 수업 및 평가 전문성 부재 ⇒ 사회적 신뢰 부재
② 고교 유형 체제 개편 및 사회적 격차 해소
③ 수능 변별력 약화 및 응시영역 통합 축소
④ 수시·정시 통합 및 대학 체제 전면 개편

 

이 조건들을 지난 정부들도 알고 있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거나 찾기를 포기하여 전면적인 대입 개혁과 서·논술형 평가 전환을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 정부도 그러하다면, 서·논술형 평가는 지난 두 정부처럼 중장기 과제로 그치고 말 것이다.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연수를 시작하고 AI를 활용한 평가도구를 계속 만들겠지만, 대입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서 선결 조건을 해결해 내지 못한다면 학교 현장에는 아무 변화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약 서·논술형 평가를 시작으로 대학 입시와 학교 교육을 동반 개혁할 의지를 대통령이 갖고 있다면 이 선결 조건들을 해결할 긴 실행 로드맵을 만들 수도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시작할 때도 없었고 끝날 때도 없게 된다. 느리고 느리지만 미래 대한민국 사회를 위한 변화를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오늘만 대충 수습하면서 살 것인지는 위정자가 결정할 몫인가, 국민의 몫인가. 지금은 위정자의 몫이다. 선결 과제들을 해결할 방법이 정말로 없을까, 아니면 정말로 해결할 의지가 없어서 대안을 찾지 않는가. 필자의 눈에는 후자로 보인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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