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승의 학습과학 특강(32) – “학습의 원리 – 증거는 무엇을 말하는가” (Revised)

by gyobasaNPO | 2026-04-15 14:54

교사가 믿어온 학습 전략이 틀렸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가르치는 일에도 근거가 필요함을 주장합니다. 학습과학이 그 근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교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당신이 하고 있는 교육적 처방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우리는 교수법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을 것이다. 교과 내용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전략들—개별화 수업, 소규모 학급, 탐구학습, 형광펜 긋기, 학습 스타일에 맞춘 수업—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체계적으로 검증한 적이 있는가.

 

그동안 교육은 경험과 직관에 너무 많이 의존해 왔다. 그 결과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관행들이 교실에서 반복되고 있다.

 

 

증거는 명확하다

 

존 해티(John Hattie)는 『가시적 학습』에서 800개 이상의 메타분석을 종합하여 교육 개입의 효과를 비교했다. 이 연구는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것들과 실제 데이터 사이의 간극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효과 크기 0.40 이상을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봤을 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 개별화 수업 (0.23): 기대보다 훨씬 낮은 효과

• 소규모 학급 (0.21): 거의 효과 없음

• 일부 형태의 탐구학습 (0.31): 여전히 기준 미달

 

반면 일관되게 높은 효과를 보인 것들:

 

• 교사 기대 (1.44): 학생의 성과 예측에 가장 강력한 영향

• 학생의 자기 기대 (1.33): 학생 본인의 신념이 성과를 결정

• 형성평가 (0.68): 지속적인 피드백의 힘

• 명시적 교수 (0.60): 직접 설명과 시범의 효과

• 피드백 (0.70): 실시간 수정의 중요성

• 교사-학생 관계 (0.52): 신뢰와 연결의 영향

 

겉으로는 덜 화려해 보이지만 이들이 일관되게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믿어온 신화들

 

야나 와인스타인(Yana Weinstein)과 동료들은 교사와 학생 모두가 공유하는 학습에 대한 많은 믿음이 연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습 스타일 신화다. 시각형·청각형·운동형 학습자가 있고, 그에 맞게 가르쳐야 한다는 믿음이 교실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그러나 해롤드 패슐러(Harold Pashler) 팀이 『심리과학』에 발표한 연구 결과는 명확하다: 이 가설을 지지하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학습 스타일에 맞춘 수업이 성취를 높인다는 실험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효과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효과 있는 전략, 효과 없는 전략

 

존 던로스키(John Dunlosky)와 동료들이 수십 개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반복 읽기는 단기적 친숙함만 만들 뿐 장기기억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형광펜 긋기도 마찬가지다.

 

그 대신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은 일관되게 높은 학습 효과를 보였다. 책을 덮고 아무것도 없는 종이 앞에 앉아 기억나는 내용을 쓰는 행위—불편하고 어렵지만 장기기억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간격을 두고 반복하는 것(한 번에 몰아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며칠 간격을 두고 다시 꺼내는 것)이 일관되게 높은 학습 효과를 보인다.

 

 

직관이 틀리는 이유

 

우리의 학습에 대한 직관이 자주 틀리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가 학습의 결과를 즉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업 중 학생이 고개를 끄덕이고 “알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은 실제 이해의 증거가 아닐 수 있다. 며칠 뒤에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이것을 피터 브라운과 동료들은 “학습과 수행의 분리”라고 설명한다. 수업 중 잘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수행)과 나중에 실제로 기억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것(학습)은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의 직관은 수행을 보고 학습을 판단하는 오류를 반복한다. 쉽고 유창하게 진행된 수업이 좋은 수업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연구는 그 반대를 가리킬 때가 많다. 약간의 어려움과 노력이 수반될 때 배움이 더 깊이 새겨진다.

 

또 다른 이유는 전문가의 맹점이다. 수잔 앰브로스와 동료들이 지적했듯이, 이미 자동화된 자신의 사고 과정을 의식하지 못한 채 초보자가 어디서 어려움을 겪는지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교사는 자신이 이미 잘 알기 때문에, 학생이 아직 모른다는 사실을 실제보다 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가르치는 일에도 근거가 필요하다

 

직관이 틀리고, 잘못된 전략이 반복되는 것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학습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교사 교육과 수업 설계의 출발점이 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다.

 

의학은 오래전에 이 문제를 직면했다. 의사의 임상 경험과 직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 치료의 효과는 통제된 연구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 증거 기반 의학의 출발점이었다.

 

교육도 같은 전환을 요청받고 있다. 다니엘 윌링햄(Daniel Willingham)은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들이 교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수업 설계에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물론 연구 결과를 교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학급마다, 학생마다, 맥락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반론은 일부 타당하다. 그러나 연구가 일관되게 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전략을 계속 사용하는 것, 반대로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전략을 모른 채 가르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맺으며: 근거에 기초한 가르침으로

 

학습과학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단순하다. 효과 없는 노력과 효과 있는 노력은 따로 있다.

 

교사는 대부분 열심히 한다.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을 걱정하고, 더 잘 가르치려 애쓴다. 문제는 열정이 아니라 정보다. 열정이 정확한 정보와 만날 때 비로소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해진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정말 효과가 있는가.”

 

이 불편한 질문에 답하려는 태도가 결국 더 잘 가르치는 교사를 만든다.

 

 

♣ 교실 적용 팁

 

1. 학습 스타일 신화에서 벗어나기

 

“이 아이는 시각형이니까 그림으로만 가르쳐야 한다”는 접근은 연구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같은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는 것은 좋지만, 학생을 특정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에 맞춰 수업을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학습의 기회를 줄인다. 모든 학생에게 다양한 감각 채널을 활용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2. “잘 가르쳤다”와 “잘 배웠다”를 구분하기

 

수업이 매끄럽게 진행되고 학생들이 잘 따라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학습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며칠 뒤 같은 내용을 다시 물어봤을 때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교사의 설명이 훌륭했지만 학생의 장기기억에는 저장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수업 중 학생의 반응보다 며칠 뒤의 기억 유지를 더 중요한 성과 지표로 삼아야 한다.

 

3. 효과 있는 전략에 우선순위 주기

 

Hattie의 메타분석 결과를 교실에 적용해 보자. 교사 기대(1.44)와 학생의 자기 기대(1.33)가 가장 효과가 크다는 것은, 학생에 대한 우리의 신념과 격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형성평가(0.68)와 피드백(0.70)도 일관되게 높은 효과를 보이므로, 이들을 수업의 핵심 요소로 설계하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전략(예: 소규모 학급만이 답)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4. 전문가의 맹점을 의심하는 습관 기르기

 

내가 쉽게 설명했다고 느껴질 때, 학생 입장에서는 아직 어디서 막히는지 모를 수 있다. 설명 후 “어디가 헷갈리는지 말해줘”보다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네 말로 설명해 봐”라고 요청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학생이 직접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설명의 빈틈이 드러난다. 또한 학생의 질문이나 오류를 ‘부족함’이 아니라 ‘아직 배우는 과정’으로 해석하면, 학생과 교사 모두 더 나은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다.

 

5. 증거를 바탕으로 한 수업 설계 검토하기

 

학기 초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교수 전략들을 나열하고, 각각에 대해 물어보자. “이 전략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나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 증거는 무엇인가?” 높은 효과 크기(0.40 이상)를 보인 전략들—명시적 교수, 형성평가, 피드백, 교사·학생 관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검증되지 않은 관행들은 과감히 정리하자. 이것이 증거 기반 교육의 첫걸음이다.

 

 

참고 문헌

 

• Ambrose, S. A., Bridges, M. W., DiPietro, M., Lovett, M. C., & Norman, M. K. (2010). How Learning Works: Seven Research-Based Principles for Smart Teaching. Jossey-Bass.

• Brown, P. C., Roediger III, H. L., & McDaniel, M. A. (2014). Make It Stick: The Science of Successful Learning. Harvard University Press.

• Dunlosky, J., Rawson, K. A., Marsh, E. J., Nathan, M. J., & Willingham, D. T. (2013). “Improving Students’ Learning with Effective Learning Techniques.”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14(1), 4-58.

• Hattie, J. (2009). Visible Learning: A Synthesis of over 800 Meta-Analyses Relating to Achievement. Routledge.

• Pashler, H., McDaniel, M., Rohrer, D., & Bjork, R. (2008). “Learning Styles: Concepts and Evidence.”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9(3), 105-119.

• Willingham, D. T. (2009). Why Don’t Students Like School? A Cognitive Scientist Answers Questions About How the Mind Works and What It Means for the Classroom. Jossey-B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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