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5-12-16 14:46
| 2022년 강원도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학생 사망 사고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최근 있었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교육계 전반에는 어떤 파장이 생길지 면밀히 살펴봅니다. |
1. 들어가며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의 한 테마파크에서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가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14일 춘천지법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선고유예란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는 제도로,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 판결에 대해 인천교사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교사는 교육 전문가일 뿐, 모든 안전사고를 100%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전적인 책임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 1명이 수십 명의 학생과 함께 복잡한 외부 공간을 이동하는 상황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구조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이 학교나 교육청 시스템이 아닌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이와 같은 판결이 반복될 경우 “학교 밖 교육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교육과정상 의무가 아닌 체험학습을 사실상 교사에게 강제하는 관행의 개선과 함께 교사의 형사·민사 책임 범위 재정립을 촉구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역시 “이번 사고는 교사의 주의의무가 아닌 운전자의 부주의로 발생한 예측 불가능한 불가항력적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더불어 “학교 안전사고의 예방과 대응, 사후 지원의 책임 주체는 교사 개인이 아니라 학교·교육청·교육부가 되어야 한다”며, 교사가 예측할 수 없는 사고까지 떠안지 않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교사가 매뉴얼을 준수하고 주의를 기울여도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현행 학교안전법이 체험학습 인솔 교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여전히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어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법원이 주로 1·2심의 법 적용과 절차의 적법성을 검토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 12월 2일 해당 교사의 상고 취하로 사건은 2심의 결과로 종결되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이번 판결이 교육계 전반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현장체험학습의 현황과 이를 보는 시각
현장체험학습은 학교 정규수업 시간에 교사와 학생이 특정 장소를 방문해 학습 활동을 수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통칭한다. 학부모 세대에게는 ‘현장체험학습’이라는 용어보다 소풍, 수학여행, 극기훈련 등이 더 익숙하겠지만, 이 모든 활동이 현장체험학습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 활동은 숙박형과 당일형으로 구분되지만, 최근 몇 년간 숙박형은 급격히 줄었다. 코로나19, 세월호 참사, 그리고 수학여행 중 반복된 사건·사고가 그 배경이다. 한때 ‘군사정권의 잔재’라는 비판을 받던 극기훈련도 해병대 체험 등의 형태로 이어지려 했지만, 2013년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발생한 고등학생 사망 사고 이후 사실상 폐지되었다.
숙박형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당일형 체험은 비교적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강원도 사고와 그에 대한 형사 책임 판결로 인해, 당일형 체험마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일부 학교가 ‘찾아오는 체험학습’으로 대체하려 하지만, 학생들의 교육적 만족도를 충족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올해 3월 한국교총이 전국 유·초·중·고 교원 6,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응답자의 44.6%는 “학생 안전과 교원 보호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고, 37.2%는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해 중단·폐지 의견이 81.8%에 달했다. 반면 “안전조치를 강화해 계속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18.2%에 그쳤다. 교사들 사이에서 현장체험학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대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심 금고형 판결 이후 현장체험학습 운영은 여러 학교에서 위축되거나 축소되기 시작했다. 일부는 2심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있었으나, 이번 선고유예 판결 이후에는 “내년엔 아예 실시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교원단체들은 이미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2심 판결 이후 교사들 사이에서는 “언제 직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확산되며, 현재의 구조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책임지고 나가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있다. 교육적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사 개인에게 과도한 형사·민사 책임을 지우는 한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20~30명에 달하는 미성년 학생을 복잡한 외부 공간에서 통제한다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실도 지적된다. 일부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은 국가가 가난하던 시절 학교가 대신 수행하던 역할에 가깝고, 이제는 가정이 맡아야 할 영역”이라는 근본적 문제 제기도 하고 있다.
반면 학부모단체는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으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학부모들은 현장체험학습이 교육적 가치가 높고, 사회·문화적 경험이 제한된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일부에서는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하나인 현장체험학습을 집단적으로 중단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공무원으로서 직무유기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3. 법·제도적인 지원과 쟁점
강원도 현장체험학습 사고 이후 교원단체들은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교원의 민·형사상 면책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에 정부는 관련 법령을 일부 개정했고,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안전법’)도 개정되어 2025년 6월 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안에는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 밖 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보조인력까지 면책 범위에 포함하는 내용과 함께 면책 요건을 일부 완화하는 조항이 담겼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크다. 개정된 면책 조항이 ‘학교안전사고 관리 지침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 관리 지침이 주로 사고 발생 이후의 신고·응급처치 등 사후 조치 중심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다시 말해 사전 예방조치에 대한 기준이 부족해, 사고를 완전히 예측할 수 없는 교사의 현실적 한계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안전법이 교직원이 부담해야 할 안전조치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예측 불가능한 사고까지 교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 역시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조인력의 자격 요건·역할·책임 범위가 시·도 조례마다 다르고 일부는 학교 재량에 맡겨진 점도 혼란을 키운다. 결국 학교 밖 활동에서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사고 발생 시 책임 공방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여전히 하나로 모인다. 학생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면책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교원단체들은 보다 실효적인 면책 규정과 명확한 책임 범위 설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입법적 논의는 아직 충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강원도 사고에서 해당 교사는 2심에서 금고형 선고유예를 받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선고유예가 일정 기간 경과 후 효력이 사라져 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실제 절차는 더 복잡하다. 2심 판결이 확정 통보되면 사건이 교육청에 통보되어 별도의 징계 절차가 진행된다. 공무원은 품위유지 의무가 있어 형사책임과는 별개로 징계위원회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이중 부담’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원칙적으로 파면 대상이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후 형의 효력은 사라지지만, 금고형이 선고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징계사유가 된다. 징계위원회는 법률 전문가, 학부모, 시민단체 등 외부 위원이 다수 참여하는 구조라 결과를 단정할 수 없으며, 최종 판단까지는 추가적인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4. 사건의 내용에서의 쟁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원단체는 교사의 주의의무 위반이 아니라, 운전자의 부주의로 발생한 예측 불가능한 불가항력적 사고라고 보고 있다. 사고 당시 교사는 버스에서 내려 학생 인원을 점검한 뒤 선두에서 인솔하는 데 약 20여 초를 사용했을 뿐이며, 그 짧은 시간 동안 버스가 후진하면서 학생을 덮쳤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교사가 뒤를 한 번 돌아본 점과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점을 들어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고, 반면 보조교사는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물론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에 구체적 유·무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장체험학습을 인솔해 본 교사로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유사한 상황에서 사고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누구든 체험학습 중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아찔한 경험을 하게 마련이고, 특히 저학년일수록 통제가 어려워 위험 요소는 늘 존재한다.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숙박형 활동에서는 예외가 없다. 실제로 최근에도 숙박형 수학여행 중에 고등학생이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과거에도 사고는 있었지만, 형사소송으로 교사에게 직접 책임을 묻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은 학교나 교사가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금전적 지원을 하거나, 일부 민사소송이 진행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사회 분위기는 빠르게 변했고,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가 최종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경향이 강해졌다.
강원도 사건의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언론 보도만으로 보더라도 해당 상황에서 어떤 교사라도 사고를 막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보조교사가 여러 명 있었더라도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교통사고처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사에게 징계와 직위 상실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운전을 아무리 잘해도 상대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면 사고가 나는 것처럼, 사고 이후 자료를 놓고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다’는 말은 쉽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이 구조적 문제는 교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공무원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군인, 경찰, 소방, 일반직 공무원 모두 예측 불가능한 사건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현장체험학습은 법적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업무가 아니라 선택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교사들 사이에서는 현장체험학습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학교 시스템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거나, 공무원 신분상 직무유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교사의 본질적 업무는 수업이며, 기타 업무는 부수적이다. 어떤 교육법령에도 현장체험학습을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그럼에도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이 형사·민사 책임뿐 아니라 징계와 명예 손상까지 감수해야 하는 현재 구조는 교사들의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
강원도 사건 이후 법 개정과 여론의 변화로 선고유예가 내려졌지만, 교사가 감당해야 할 짐은 여전히 무겁다. 선고유예는 ‘죄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죄는 있으나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유예한다’는 의미다. 결국 교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전제로 한 결과다. 민사상 책임, 명예 문제 등 남아 있는 부담도 크다.
어떤 교사가 현장체험학습을 나가 학생의 사고나 사망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경험하고 싶겠는가? 이는 안전 문제를 넘어 인간적·심리적 고통의 문제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상황을 희망할 교사는 없다. 그런데도 사고에 ‘가담했다’거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감당해야 한다면, 이는 참담한 일이다. 물론 유가족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현장의 교사 역시 그 충격과 상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5. 나가며
개인적으로 이번 강원도 현장체험학습 인솔교사 유죄 판결은 현장체험학습의 사실상 종말을 예고하는 신호처럼 보인다. 교사들은 이미 충분히 기다려 왔다. 학생과 학부모는 당연히 현장체험학습을 원할 것이고, 보조인력을 대폭 확충하라는 요구도 잇따를 것이다. 교육청과 관리자는 교육적 효과를 근거로 교사들을 설득하려 할 것이며, 일부 학교에서는 형식적이거나 반강제적인 방식으로 현장체험학습이 추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교사들의 집단적 불안과 심리적 거부감은 간단히 해소되기 어렵다. 정부와 교육부는 지역 경제와 운수업계 등 이해관계자를 의식해 지속적 운영을 언급하겠지만, 이것만으로 현장의 인식을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다.
학교가 경제적 효과를 이유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공포심을 한 번에 없앨 만한 ‘결정적 해결책’이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현장체험학습은 앞으로 급격히 축소되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부는 이를 두고 교사들의 이기심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렵게 얻은 직업을 단 한 번의 사고로 잃을 위험을 감수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학생을 사랑하니 위험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학생을 사랑하기 때문에 무모한 위험을 감당하지 않으려는 교사의 태도 또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앞으로 어떤 정책이 나오더라도 현장체험학습을 과거 수준으로 되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사건은 3년을 끌었고, 이미 1·2심 판결만으로도 교사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필자는 현장체험학습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기류를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그 수순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것이다.
과거 관행적으로 추진되던 업무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학교는 본질적으로 교육을 수행하는 곳이지, 서비스 기관이 아니다. 상담원을 보호하기 위해 체계적 장치를 마련하는 기업처럼 교사도 충분히 보호받고 있는가? 아니면 각자의 책임을 스스로 감당하라고 방치되고 있는가? 외부에서 바라보는 학교와 내부에서 교사들이 체감하는 학교의 온도 차는 매우 크다. 교사에게 무한 책임을 요구한다면, 그 결과는 오히려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관과 회피로 나타날 수 있다.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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