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로 배우는 학습과학(7) – “세상을 이해하는 마음속의 지도, 인지모형(Mental Model)”

by gyobasaNPO | 2025-11-05 17:33

인지모형이 중요한 이유와 주요 기능 및 형태를 살펴보며, 교사가 수업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인지적 원리와 실제 교실에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교수 전략을 제시합니다.                                                                           

 

 

같은 지식을 외우고 있어도,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있다.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지식이 머릿속에서 ‘어떤 형태’로 존재하느냐다. 우리의 뇌는 지식을 단순히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형(모델)’으로 구조화할 때 비로소 그것을 사고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2 + 1/3 = ?”이라는 문제를 봤을 때, 어떤 학생은 “분모를 통분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학생은 “1/2은 0.5고 1/3은 0.33쯤이니까… 대략 0.8 정도?”라고 추정한다. 같은 문제지만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다. 이것이 바로 인지모형의 차이이다.

 

 

인지모형이란?

 

인지모형(mental model)은 ‘어떤 것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우리 머릿속의 실행 가능한 지식 시스템이다. 단순히 정보를 아는 것을 넘어서, 그 지식으로 예측하고,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적 도구를 의미한다. 인지모형은 우리의 경험, 학습, 문화적 배경을 통해 형성되며, 우리가 새로운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불완전한 정보로도 판단을 내리고,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하여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아이가 전등 스위치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스위치를 켜면 불이 켜진다”는 사실만 외운다. 그러나 교사가 전류가 스위치를 통해 전구로 흐른다는 원리를 설명해 주면, 아이는 “전기가 통하면 불이 켜지고, 끊기면 꺼지는구나”라고 이해한다.

 

나중에 형광등이 깜빡일 때, 아이는 머릿속에서 전기의 흐름을 떠올리며 ‘스위치 문제일까, 전구 문제일까?’ 하고 스스로 추론할 수 있다.

 

이렇게 사실을 넘어 원리와 관계를 이해할 때 비로소 ‘전기 회로’에 대한 인지모형이 형성된 것이다.

 

 

왜 인지모형이 중요한가?

 

수업의 목표는 학생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닌, ‘깊이 이해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해는 머릿속에서 지식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구조로 자리 잡을 때 이루어진다.

 

이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인지모형이다. 인지모형은 학생이 배운 지식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고 스스로 사고를 확장하도록 하는 학습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다음은 인지모형이 교육에서 중요한 이유를 다섯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 것이다.

 

1) 지식의 구조를 만든다

 

사람이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문제를 잘 해결하거나 깊이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그 정보가 머릿속에서 어떤 구조로 연결되어 있는가, 즉 인지모형의 질이다.

 

인지모형은 사실적 지식(무엇을 아는가)과 절차적 지식(어떻게 하는가)을 연결해 ‘이해의 지도’를 만들어 준다. 이 지도가 있어야 새로운 상황에서도 적용과 전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과학 시간에 ‘기압이 낮으면 공기가 위로 올라간다’를 단순히 외운 학생보다, ‘공기의 밀도 차 때문에 대류가 일어난다’는 인지모형을 가진 학생이 새로운 현상(태풍, 상승기류 등)을 훨씬 잘 설명한다.

 

2) 문제 해결과 추론의 기반이다

 

인간은 새로운 문제를 마주할 때 기존의 인지모형을 불러와 가설을 세우고 판단한다. 인지모형은 사고의 틀이며, 예측과 판단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인지모형이 잘못되어 있으면 학습자나 전문가 모두 왜곡된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올바른 인지모형은 합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의 토대이다.

 

3) 비판적 사고력의 전제이다

 

비판적 사고는 단순히 남의 생각을 의심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인지모형을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잘못된 인지모형을 고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관점이 들어올 여지가 생긴다.

 

따라서 교실에서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려면, 학생들이 배운 개념들을 서로 연결해 전체 맥락 속에서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여러 단편 지식을 조각조각 아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지식의 구조를 명확히 갖추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지속 가능한 학습과 전이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다

 

단편적 암기는 시간이 지나면 쉽게 사라지지만, 인지모형을 통해 구조화된 지식은 새로운 맥락에서도 쉽게 재활용된다. 즉, 인지모형은 학습 내용을 다른 상황이나 과목으로 전이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이것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배움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면, ‘에너지는 형태만 바뀔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원리를 단순히 외운 학생보다, 이를 “스마트폰을 충전할 때 전기에너지가 화학에너지로 변하는 것처럼” 실제 생활 속 사례로 이해한 학생이 이 개념을 다양한 현상에 더 잘 적용할 수 있다.

 

5) 효과적인 교수 설계의 기준이다

 

교사는 학생이 단순히 개념을 암기했는가가 아니라, 그 개념을 어떤 인지모형 속에 위치시키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교수의 목표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머릿속에 정확하고 실행 가능한 인지모형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지모형 중심의 수업 설계는 지식의 이해, 전이, 문제 해결 능력을 동시에 높인다.

 

 

일상 속 인지모형의 예

 

인지모형은 우리 일상 곳곳에 존재한다. 다음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인지모형의 예들이다.

 

“자전거는 균형이다”

자전거를 탈 때 우리는 복잡한 물리학 공식을 계산하지 않는다. 대신 머릿속에 ‘속도를 내면 균형이 잡히고, 멈추면 넘어진다’는 단순한 모형이 있다. 이 모형으로 충분히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친절하면 친절이 돌아온다”

누군가에게 먼저 웃으면, 상대방도 웃어준다. 이것이 ‘상호성’이라는 인지모형이다. 세상은 내가 주는 만큼 되돌려준다는 단순한 원리로, 복잡한 인간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여유를 두면 안전하다”

시험공부를 할 때 “하루 전에 끝내면 돼”가 아니라 “일주일 전에 시작하자”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여유 두기’라는 인지모형이다. 항상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니까 여유를 둔다는 단순한 원칙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보인다”

친구와 싸웠을 때, 내 입장에서만 보면 친구가 잘못한 것 같다. 하지만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 친구가 그래서 화났구나”가 보인다. 이것이 ‘관점 바꾸기’라는 인지모형이다.

 

“운전대를 돌리면 차가 움직인다”

운전대를 돌리면 차가 방향을 바꾼다. 우리는 조향장치, 타이어 각도, 차축의 복잡한 기계 구조를 몰라도 운전할 수 있다. 이것이 자동차 운전의 인지모형이다.

 

“카드를 넣으면 돈이 나온다”

ATM에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누르면 돈을 찾을 수 있다. 은행의 복잡한 전산 시스템, 보안 프로토콜, 네트워크 통신을 몰라도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은행 시스템의 인지모형이다.

 

“먹구름이 끼면 비가 온다”

먹구름이 끼면 비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는 기압, 습도, 대기 순환 같은 기상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일상적인 날씨 예측이 가능하다. 이것이 날씨에 대한 인지모형이다.

 

이런 단순한 원리들이 쌓이면,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나만의 렌즈가 생긴다. 좋은 사고력을 갖추려면, 한 분야에만 머물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핵심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과학에서 하나, 수학에서 하나, 역사에서 하나씩 중요한 생각만 모아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인지모형의 주요 기능

 

인지모형이 머릿속에 형성되면, 우리의 사고는 한 단계 도약한다. 그때부터 우리는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측하고 검증하고 전략을 선택하는 존재로 바뀐다.

 

인지모형은 우리의 경험, 학습, 문화적 배경을 통해 형성되며, 일단 형성되고 나면 다음과 같은 강력한 역할을 한다:

 

기능 설명 예시
예측(Prediction) “만약 ~라면 어떻게 될까?”를 미리 내다보기 과학 수업에서 “이 실험을 더 오래 하면 기포가 더 생길까?”라고 예측하기
추정(Estimation) 일부 정보로 전체를 판단 수학에서 “1/3+1/4는 대략 0.5쯤 되겠네”라고 대략적으로 감 잡기
검증(Verification) 답을 여러 방법으로 확인 “7/12를 소수로 바꾸면 0.58… 우리 추정과 비슷하네!”
전략 선택

(Strategic choice)

상황에 맞는 해결 방식 선택 독해 문제에서 “이건 중심 문장 찾기 문제니까 먼저 첫 문단을 살펴보자”

 

 

인지모형의 다섯 가지 형태

 

인지모형은 한 가지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사고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코세라(Coursera)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사고는 크게 다섯 가지 유형의 인지모형으로 작동한다. 같은 개념을 배우더라도, 어떤 학생은 그림으로 이해하고, 어떤 학생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이해하며, 또 어떤 학생은 다른 것에 비유해서 이해한다.

 

학생이 이 다섯 가지 모형을 다양하게 활용할수록, 학습은 깊어지고 사고는 유연해진다. 하나씩 살펴보자.

 

1) 개념적 모형 (Conceptual Model)

 

개념 간 관계를 연결해 이해하는 모형이다. 예를 들어, ‘교통 신호 체계’를 단순히 “빨간불엔 멈추고 초록불엔 간다”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방향의 차량이 동시에 움직이지 않도록 신호를 시간차로 조정한다”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즉, 개념적 모형은 규칙이 만들어진 이유와 구조를 함께 이해하는 사고 방식이다.

 

2) 인과적 모형 (Causal Model)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모형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기체 압력이 높아진다”를 단순히 외우는 게 아니라, “분자들이 더 빠르게 움직여서 벽에 부딪히는 횟수가 늘어나니까 압력이 올라가는구나”라고 인과의 연쇄를 이해하는 것이다.

 

3) 심상적 모형 (Mental Imagery Model)

 

마음속에서 장면이나 과정을 시각화하는 모형이다. “물을 끓이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머릿속에서 물분자들이 점점 빨리 움직이다가 수증기로 날아가는 장면을 영화처럼 재생할 수 있는 것이다.

 

4) 유추적 모형 (Analogical Model)

 

다른 영역의 지식을 빌려 설명하는 모형이다. 전기회로를 “전류는 물이 흐르는 것과 같아. 전압은 물탱크의 높이고, 저항은 파이프의 좁기야”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5) 영역특수적 모형 (Domain-specific Model)

 

전문 분야의 경험으로 형성된 모형이다. 수학자는 문제를 보면 “이건 방정식 유형이네”라고 즉각 판단하고, 의사는 증상을 듣자마자 머릿속에서 여러 진단을 동시에 검토한다.

 

 

같은 세상, 다른 렌즈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인지모형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같은 해변을 걸어도 사람마다 보는 세계가 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 생물학자는 바닷새의 생태를 관찰한다
• 환경운동가는 해안 침식의 흔적을 본다
• 사업가는 관광 개발 가능성을 탐색한다
• 화가는 빛과 색의 구도를 포착한다

 

같은 장면이지만, 각자의 인지모형이 다르기 때문에 보이는 세계도 다르다.

 

 

인지모형의 형성 과정: 자전거 타기의 비유

 

인지모형은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단편적 지식에서 시작해 점차 구조화되고, 마침내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사고 시스템이 된다. 이 과정을 자전거 타기를 통해 이해해 보자.

 

• 1단계: 단편적 지식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간다”, “핸들을 돌리면 방향이 바뀐다” – 개별적인 사실들을 안다.

 

• 2단계: 지식의 구조화 (스키마 형성)
“속도·균형·도로 조건이 연결되어 이해된다” –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한다.

 

• 3단계: 인지모형 형성
머릿속에서 “이 속도로 돌면 넘어질까?”를 즉각 판단한다 –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할 수 있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생각하면서’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지식이 몸에 배어, 상황을 보는 순간 자동으로 판단한다.

 

수학도 마찬가지이다. 초보자는 “공식이 뭐였더라?” 하며 한 문제씩 계산한다. 하지만 숙련자는 문제를 보는 순간 이렇게 생각한다.

 

“이건 일차함수와 비례식이 섞인 유형이네.”

 

그는 공식을 외운 게 아니다.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는 인지모형을 가진 것이다. 이 차이가 바로 ‘지식을 아는 사람’과 ‘지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차이이다.

 

 

인지모형 중심 수업 설계와 교수 전략

 

수업의 성패는 교사가 무엇을 얼마나 가르치느냐보다, 학생의 머릿속에서 지식이 어떻게 구조화되는가, 즉 인지모형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달려 있다. 인지모형 중심 수업 설계는 학생이 개념 간 관계를 스스로 이해하고 재구성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둔다. 이 글은 교사가 수업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인지적 원리와, 실제 교실에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교수 전략을 함께 제시한다.

 

1) 왜 인지모형 중심의 수업인가

 

인지모형 중심 수업은 학생의 머릿속에 ‘지식의 구조’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개념 간 관계를 이해하고 스스로 사고의 지도를 구축하도록 돕는 수업이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을 ‘주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인지모형을 스스로 구성하고 정교화하도록 안내하는 설계자가 되는 것이다.

 

2) 설계의 기본 원리 (거시적 관점)

 

인지모형 중심 수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의 머릿속에서 지식이 어떻게 구조화되고 작동하는지에 대한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수업의 효과는 교사가 어떤 활동을 하느냐보다, 학생이 그 활동 속에서 어떤 인지적 과정을 경험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음의 다섯 가지 원리는 인지모형을 기반으로 한 수업 설계의 핵심 뼈대를 이룬다.

 

① 핵심 개념과 그 관계를 중심에 둔다

교사는 단원을 시작할 때, 전체 개념의 ‘지도’를 먼저 보여준다. 예를 들어 ‘물의 상태 변화’ 단원에서는 얼음–물–수증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개념도를 제시하고, 온도 변화에 따른 분자 운동을 화살표로 연결해 설명한다.

• 디자인 포인트: 학생이 ‘배우는 내용이 전체 속에서 어디에 있는가’를 시각적으로 파악하게 한다.

 

② 학생의 기존 인지모형(사전지식)을 진단한다

수업 전, 교사는 간단한 질문이나 짧은 활동으로 학생의 생각을 드러나게 한다. 예를 들어 “얼음이 녹으면 무게가 변할까?”, “물이 끓으면 왜 김이 날까?” 같은 질문을 통해 학생이 이미 가진 개념이나 오개념을 파악한다.

• 디자인 포인트: 새 지식을 얹기 전에 학생의 사고 틀을 먼저 확인한다.

 

③ 지식을 ‘맥락 속에서’ 제시한다

공식보다 실제 현상을 먼저 경험하게 한다. 예를 들어 ‘밀도’를 배울 때 ‘질량 ÷ 부피’를 외우기보다, 얼음이 물에 뜨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며 “왜 떠 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 디자인 포인트: 학생이 개념을 상황 속에서 이해하도록, 실제 사례나 시각 자료를 적극 활용한다.

 

④ 비교·대조·설명 활동으로 구조를 강화한다

교사는 “이 두 개념은 어떻게 다를까?” 같은 질문으로 사고를 자극한다. 예를 들어, ‘기체’와 ‘액체’를 배울 때 입자 모형을 그리며 차이점을 설명하게 하면, 개념 간 관계가 머릿속에서 선명해진다.

• 디자인 포인트: 학생 스스로 설명하고 비교할 기회를 자주 준다.

 

⑤ 전이와 재구성을 위한 적용 과제를 제공한다

배운 개념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새로운 상황에 적용시키는 과제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냉장고 문을 열면 왜 김이 생길까?”를 배운 원리로 설명하게 한다.

• 디자인 포인트: 학생이 ‘배운 지식으로 생각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

 

3) 구체적 교수 전략 (미시적 관점)

 

위의 설계 원리가 수업의 큰 틀을 제시한다면, 이제부터는 교사가 실제 교실에서 학생의 인지모형을 길러줄 수 있는 구체적인 교수 전략을 살펴보자. 이 전략들은 학습자가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사고의 지도를 확장하도록 돕는 실천적 방법들이다.

 

① 여러 방식으로 보여주기

하나의 개념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동시에 제시하라.

 

• 예시: “식물의 잎은 양분을 만든다”를 가르칠 때:

– 말로 설명하고 (개념적 이해)
– 그림으로 광합성 과정을 도식화하고 (시각적 이해)
– 역할극으로 학생들이 잎, 물, 햇빛 역할을 하며 (신체적 경험)
– “잎은 작은 공장 같아”라는 비유를 더한다 (유추적 이해)

 

같은 개념을 말, 그림, 동작, 비유로 경험하면, 학생의 머릿속에서 개념·절차·감각이 하나로 엮인다. 이렇게 다양한 통로로 들어온 지식은 더 깊고 견고하게 자리 잡는다.

 

② 자기설명 유도하기

학생에게 “왜?”, “어떻게?”를 묻게 하라. 단순히 답을 찾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학생이 자신의 언어로 원리를 설명하도록 유도한다.

 

• 예시 1: 학습과학 수업에서 “왜 인출 연습이 기억 강화를 돕나요?”란 질문을 던지면 학생이 직접 설명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개념이 재구성된다.
• 예시 2: 수학 수업에서 문제를 풀고 나서 “왜 이렇게 풀었어?”라고 묻는다. 학생은 “음… 분모가 달라서 통분을 먼저 해야 하잖아요.”처럼 자기 언어로 설명한다.

 

학생이 자신의 사고 과정을 말로 표현하는 순간, 단순 암기가 아닌 진짜 이해가 일어난다. 자기설명은 학생 스스로 지식의 구조를 점검하고 정교화하게 만든다.

 

③ 인지적 틈 만들기

일부만 알려주어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학생에게 모든 것을 다 설명해 주지 말고, 의도적으로 ‘빈칸’을 만들어라. 학생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의 긴장감을 느끼고, 그 간극을 메우려는 욕구가 생긴다. 이때 진짜 탐구가 시작된다.

 

• 예시: 과학 실험 시간. 전부 설명하지 말고, 이렇게 물어본다.

– “이 실험에서 산소가 빠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 “물의 온도를 10도 더 올리면 어떻게 될 것 같아?”

 

학생은 자신이 아는 지식을 동원해 예측하고, 실험으로 확인하며, 스스로 원리를 발견한다. 교사가 답을 주는 것보다 학생이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훨씬 강력한 학습이 된다.

 

④ 추정-계산-검증 사고 루틴

추정(Estimate) → 계산(Compute) → 검증(Check). 이 3단계 사고 습관은 수학, 과학, 글쓰기 어디서든 적용 가능하다.

 

• 예시: 수학 시간 “347 × 8 = ?”을 풀기 전에,

a. 추정: “350 × 8이면 2800쯤 되겠네”
b. 계산: 실제로 계산해 보니 2776
c. 검증: “우리 추정과 비슷하네! 맞는 것 같아”

 

이 루틴을 반복하면 학생은 자연스럽게 ‘사고 과정’을 내면화한다. 답을 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답이 합리적인지 판단하는 습관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수학적 사고력이다.

 

⑤ 유추와 전이

낯선 개념을 익숙한 개념과 연결하라.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연결하면 이해가 훨씬 빨라진다.

 

• 예시: 전기회로 수업. 전기회로를 처음 배우는 학생에게:
“전압은 물탱크의 수압과 같아.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전류도 전압 차이 때문에 흐르는 거야. 전선은 파이프이고, 저항은 파이프의 좁은 부분이야.”

 

학생은 낯선 전기를 익숙한 물에 연결하며 이해한다. 이것이 유추의 힘이다. 한 영역에서 배운 원리를 다른 영역으로 옮겨 적용하는 능력, 이것이 전이(transfer)이다.

 

 

인지모형의 한계와 디버깅

 

인지모형은 때로 불완전하거나 잘못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파일 캐비닛”처럼 이해하는 사람은 실제 컴퓨터의 작동 방식과 다른 인지모형을 가진 것이다. 이런 잘못된 모형은 오류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인지모형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완전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학생의 인지모형에는 빈틈도 있고, 오류도 있다.

 

인지모형 디버깅 4단계

 

① 인식하기: “내가 이 문제를 이렇게 푸는 이유는 무엇일까?”
② 편향 점검: 확증 편향, 고정관념, 첫인상 오류 등을 의식적으로 탐지
③ 다양한 관점 탐색: 친구의 풀이, 다른 자료, 반대 입장도 검토
④ 실험과 검증: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 보고 결과를 비교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사고를 점검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메타인지가 자란다.

 

 

마무리

 

진정한 배움은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인지모형의 형성이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이 머릿속에 작동 가능한 인지모형을 구축하도록 돕는 것이며, 학생이 스스로 “이건 이렇게 흘러가겠군”을 상상할 수 있을 때, 그는 이미 세상을 이해하는 자신만의 인지모형을 가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생각하는 학습자’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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