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1기의 실패와 2기의 과제

by gyobasaNPO | 2025-09-17 16:24

지난 국가교육위원회의 실패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국교위의 개혁과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일은 시급합니다. 최근 새롭게 취임한 제2대 국가교육위원장이 취임식에서 밝힌 것처럼 국교위가 정상화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1. 들어가며

 

1기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뚜렷한 성과 없이 오명만 남긴 채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국교위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 7월 제정되었으나, 임기 말이라는 한계로 인해 실제 위원 임명과 출범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루어졌다.

 

국교위 도입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그 주요 배경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급변해 학생·학부모가 겪는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출범 과정에서부터 국교위가 우리 현실에 적합한지, 교육부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등 근본적 쟁점이 해결되지 못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 말기에 정치적 상황 속에서 급히 추진되었는데, 이는 교육적 필요보다는 특정 정치인의 자녀 입시 논란이나 2030세대의 공정성 요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무리하게 진행되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 결과 국교위는 국가교육의 미래 비전보다는 입시제도 대안 모색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고, 실질적 집행 권한조차 없어 “교육부도 못하는 일을 국교위가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처음부터 제기되었다.

 

법률상 국교위의 역할은 교육비전과 중장기 정책 수립, 학제·교원정책, 대학입학제도 개선 등이었으나, 교육부·시도교육청과의 관계 설정이나 위상 정립, 대국민 홍보가 뒷받침되지 않아 기능이 자리 잡지 못했다. 출범 초기부터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국교위가 교육 문제에 대한 정치권·교육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국교위는 2022년 9월 공식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배용 위원장을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했으나, 이후 3년 동안 뚜렷한 성과 없이 논란만 키운 채 2025년 9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퇴했다. 혈세 약 300억 원을 소모했음에도 결과는 초라했다. 더 큰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국교위의 성격을 교육적 대안 기구가 아닌 정치적 도구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극우 이념 확대, 친일 역사관 강화, 진보진영 견제 등이 국교위의 주요 목적이 되면서, 국교위는 본래 취지와 더욱 멀어져 갔다.

 

위원들의 임기도 대부분 3년이어서 올해 9월 1기 활동이 끝난다. 그러나 이미 이배용 위원장의 불명예 사퇴, 매관매직 의혹으로 인한 특검 수사 등으로 그 신뢰는 무너졌다. 이에 반발한 진보 성향 위원 6명은 전원 사퇴 의사를 밝히며 책임을 지려 했지만, 나머지 위원들은 자리를 지키겠다는 태세로 버티고 있다. 일부 위원은 극우 성향 교육 프로그램인 ‘리박스쿨’과 깊이 연루된 사실까지 드러나 국교위의 위상은 더욱 추락했다. 결국 특검의 압수수색으로까지 이어지며, 국교위의 존속 필요성 자체에 회의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교위가 실패한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국교위의 개혁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일은 시급하다.

 

 

2. 그간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논란들

 

국교위가 출범하기 이전, 문재인 정부는 국가교육회의를 운영하며 제도 도입을 준비했다. 그러나 특정 교원단체 출신 인사가 단장을 연임하며 회의를 이끌었던 전례는 향후 정권 교체 시 이념 갈등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국교위가 정치적 성향을 떠나 미래 교육의제를 마련하는 장기적 기구라는 설립 취지를 고려하면, 초기부터 균형을 상실한 출발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교육계와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극우 논란이 있었던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을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하며 강행 돌파를 택했다. 이는 단순한 인선 문제를 넘어 국교위 전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출발점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후 3년 내내 갈등과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

 

국교위는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9명은 국회 추천, 5명은 대통령 지명 몫이며, 교육부 차관, 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 교원단체 추천 인사 등이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위원장은 장관급, 상임위원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이러한 구조만 보더라도 국교위가 정부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법률이 급히 제정되면서 대통령 지명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졌고, 그 결과 정치 성향에 따라 위원회의 방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고착되었다. ‘정치 중립’과 ‘백년지대계’라는 설립 목적은 법률 문구에만 존재했을 뿐,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철저히 무력화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 구조적 문제는 현실로 드러났다. 위원 다수가 보수 성향으로 임명되면서 합의보다는 대립이 지속되었고, 결국 국교위는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2023년에는 진보 성향 전문위원 8명이 집단 사퇴하면서 국교위 존립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국교위의 핵심 과제였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은 네 차례나 발표가 연기되었고, 임기 종료를 앞둔 지금까지도 확정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정대화 상임위원이 “우파 숙원사업의 밀실 합의가 드러나면서 중장기 계획이 무산됐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사실은 당시 내부 상황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진보 교육계의 강한 반발로 결국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위원장이 기관의 성격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의제를 설정한 결과이며, 동시에 국교위의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운영 전반에서는 극우화와 친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위원장은 과거 국정교과서 추진을 주도하고 친일 인사를 옹호한 전력이 있었으며, 일부 회의에서는 극우적 발언이 공공연히 오가 진보 성향 위원들과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심지어 특정 위원이 극우 성향 교육 프로그램인 ‘리박스쿨’과 관련되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더 나아가 국교위가 주관한 한 행사에서는 1박 숙박비로 50만 원을 지출하고, 이틀 동안 총 5,400만 원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은 기존 자료를 짜깁기한 한 장짜리 보고서에 불과했다. 이는 국민 세금이 어떻게 낭비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교육 정책 논의 기구로서 국교위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성과나 상징성 측면에서도 국교위는 사실상 존재감이 전무했다. 수능 이원화나 절대평가 도입 등이 논의 과정에서 잠깐 거론되었지만 이는 이미 학계와 교육계에서 오래 논의되던 주제를 단순히 언급한 수준에 그쳤다. 구체적인 정책안도 실행 전략도 제시하지 못했다. 중장기 교육계획조차 착수하지 못했으며, 일부 초기 버전은 전문성 부족과 현실과의 괴리로 오히려 실망감을 주었다. 이런 상황은 국교위 위원들이 사실상 직무를 방기한 것과 다름없어, 그동안 지급된 수당을 환수하거나 일부 책임자를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구조적 한계도 분명했다. 국교위는 본질적으로 심의·의결 기구일 뿐 실행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았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과 기능이 겹치면서 실질적 힘은 없고, 오히려 교육부의 ‘거수기’나 ‘이중대’ 역할에 머물렀다. 회의 과정에서도 생산적인 논의보다는 소모적 갈등이 반복되었고, 내부에서도 “국교위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회의론이 거세게 제기되었다. 교육계에서는 국교위를 ‘교육부 하청기관’ 혹은 ‘고위직 인사를 위한 자리 만들기용 기구’라고 조롱할 정도였다.

 

전문성 부족 문제도 심각했다. 국교위 위원과 전문위원 가운데 현장 경험을 갖춘 교육 전문가나 연구 역량을 갖춘 인력은 거의 없었다. 교육 전문직 출신이나 박사 학위를 가진 교원들은 소수에 불과했으며, 다수는 교육 현장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나 정치 인사들이었다. 그 결과 국교위는 의미 있는 연구나 정책 제안을 내놓지 못했고, 형식적인 보고서 작성에만 몰두하는 관료주의적 조직으로 변질되었다. 실제 연구는 국책연구기관 파견 인력이 담당했는데, 이들조차 내부에서 ‘하청업체’ 취급을 받으며 충분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다. 위원들은 스스로 성과를 내지 않으면서 파견 인력에게 형식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이는 우리 행정기관 전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료주의 병폐와 다르지 않았다.

 

결국 1기 국교위는 교육의 미래를 열어가기보다 ‘교육적 재앙’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그간의 행태를 볼 때, 국교위가 단순한 무능을 넘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조속히 2기 체제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나, 지금처럼 제도적 기반과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는 재출발이 쉽지 않다. 국교위가 존속하려면 무엇보다도 법률적 보완과 제도 개혁, 현장 전문가의 대폭 참여가 선행되어야 한다. 위상 정립과 시스템 개편 없이 세부 과제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렇지 않다면 국교위는 교육부와의 중복 속에서 다시 ‘불필요한 기구’라는 오명만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3. 나가며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교위의 역할을 재구조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명된 2기 위원장은 교육 전문가라 보기 어려워, 향후 난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와 함께 현장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의가 절실하다. 국교위가 다시 설 자리를 찾으려면 무엇보다 역량 있는 교육전문직원과 박사급 교원 등 현장 기반의 전문가 영입과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단순히 학생·학부모·외부위원을 섭외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치밀한 기획과 전략 수립이 가능한 인력이 있어야 한다. 통계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정책 기획이 가능할 때만 언론과 여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1기처럼 구호와 수사만 난무하다가 존재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성과 없는 2기가 반복된다면, 국교위는 폐지 수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국교위의 기능이 교육적 목적보다 특정 정치 이념 고착이나 입시정책을 통한 부의 세습 강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일부 학부모들의 욕망과 이해관계에 기댄 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국교위를 사실상 정치도구로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만약 국교위가 그 역할에 머무른다면, 차라리 교육부 중심으로 기능을 통합하는 편이 낫다. 교육정책을 여론조사에만 의존할 것이라면, 교육부가 아니라 통계청 산하에 교육 부서를 두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국가교육은 본래 유·초·중·고 교육과 고등교육 전반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 국교위 위원 다수는 과거 본인의 경험이나 수십 년 전 자녀 입시 기준에 머물러 정책을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급격히 변하는 교육 현실을 따라잡으려면 현장 교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입시제도의 흐름과 그 교육적 의미를 가장 잘 아는 집단은 교사들이다. 그러나 특정 지역 학부모 집단이 여론을 주도하고, 이를 보수언론이 증폭시키면서 수능 정시 확대가 당연시되었다. 그 결과는 지역 소멸, 지역 대학 기피, 교육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국교위가 이런 정책의 ‘거수기’ 역할에 머문다면 존재 이유는 없다. 차라리 교육부나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예산과 권한을 이관하고 국교위를 정리하는 편이 낫다.

 

최근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국교위 재편 문제가 언급되었다. 최 후보자는 임명된다면 국교위 위원장과 직접 만나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교육부도 국교위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문직원 파견, 현장 교원 참여 지원 등 실질적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국교위와 교육부 간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두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 있을 수는 없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수많은 기관이 각종 사업을 벌이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교육과 정책은 사라지고, 개인적 욕망과 공공기관의 일자리 창출만 남았다는 냉소적 평가가 나온다. 결국 지금 대한민국 교육을 움직이는 단어는 ‘입시’와 ‘욕망’뿐이라는 현실이 뼈아프다. 학생들의 미래, 교사들의 전문성, 공교육의 가치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각자도생만을 모색해야 하는 현실, 그리고 공교육의 붕괴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슬픈 자화상일지 모른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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