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5-09-03 16:16
| 최근 한국은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핀란드도 정치적 변화와 함께 이제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국가교육위원회의 폐지안이 제기된 상황입니다. |
들어가는 말
지난 8월 6일, 핀란드 재무장관 리이까 뿌라(Riikka Purra, 핀란드인당·PS)는 여름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무려 9억 유로(약 1조 4,5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긴축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1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채를 줄이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이번 제안은 교육·복지·이민 정책 전반을 뒤흔드는 충격파로 다가왔습니다.
예산안의 주요 내용은 파격적입니다. 2027년에 국가교육위원회(Opetushallitus, 이하 국교위) 폐지, 대학 보조금 및 지방정부 지원금 축소, 개발도상국 협력 예산 1억 유로 삭감, 난민 할당제(연간 약 500명 수용)2와 정착 지원 보조금 전면 폐지 등이 포함됐습니다. 연구개발(R&D) 예산 증가 목표 시점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합니다. 반면 국방비는 2029년까지 GDP 대비 3% 수준으로 늘리겠다며 군 장비 구매에만 30억 유로(기존의 6배)를 배정했습니다. 소득세 감면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정부 지출이 부족하다면서 세금을 줄이는 모순된 조치라는 비판도 뒤따랐습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된 것은 이 예산안이 연정 내부 협의 없이 발표되었다는 점입니다. 중도우파 국민연합당(NCP)의 마르띠넨 노동부 장관은 뿌라의 행보를 두고 이렇게 꼬집었습니다.3
“저는 내각에서 네 번째 일하고 있지만, 정부가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재무장관이 이렇게 강한 정치적 색채를 예산안에 담아 발표하는 경우는 오랫동안 본 적이 없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여당들이 함께 모든 핵심 결정을 논의하고, 이후 예산안을 정부의 예산회의에서 공개해왔습니다.”
교육문화부 장관이자 스웨덴인당(RKP) 대표인 아들레르크로이츠(Anders Adlercreutz)는 특히 국교위 폐지 제안을 “트럼프주의(trumpism)”라 비판했습니다.
“핀란드 교육체계의 핵심 원칙은 교육을 정치화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정치적 결정권은 교육의 실질적 운영과 구분되었고, 그 역할을 국가교육위원회가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를 무너뜨리고 정치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극도로 잘못된 방향입니다. 핀란드는 결코 그 길로 가서는 안 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핀란드 국교위 폐지를 내세운 재무장관의 예산안이 불러온 파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국가 재정 적자 해결이라는 표면적 근거 이면에, 극우 정당의 약진과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 나아가 국교위 존폐 논란을 통해 핀란드 교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어떻게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정치적 논란의 배경: 극우 정당의 약진
이번 논란은 핀란드인당(Perussuomalaiset, PS) 대표인 재무장관이 당의 주요 정책들을 급진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핀란드인당은 학계에서 우파 포퓰리즘 또는 급진 우파로 분류되며, 국제 언론에서 극우(far right)로도 자주 언급됩니다.4
이 정당의 기조는 분명합니다. ▲강경 반이민(난민 수용 축소, 가족 재결합 제한, 비유럽권 이민 억제) ▲유럽연합 회의주의(EU 권한 축소, 국가 주권 강화) ▲기후·환경 정책 완화(탄소중립 목표 속도 조정, 산업 경쟁력 우선) ▲재정 보수주의(국가 부채 감축, 복지·교육 지출 억제) 등입니다.
사실 현 연립정부의 중심은 지난 2023년 6월에 출범한 오르뽀(Petteri Orpo) 내각의 국민연합당(Kokoomus)입니다. 핀란드는 단원제의 의회민주주의와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단독 과반을 확보하는 정당이 없기 때문에 연정(coalition government) 구성은 늘 필수적입니다. 내각은 총리가 주도하되,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 제한적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복지국가 핀란드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이 연정의 한 축이 되고, 그 대표가 재무부 장관까지 맡게 되었을까요?
국가 안보의 불안감을 파고들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핀란드 국민의 안보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5 오랜 중립국 지위를 내려놓고 신속히 나토(NATO)에 가입하였으며, 국방비 증액은 정치의 핵심 의제가 되었습니다. 전쟁 직후 핀란드는 약 5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였고, 동시에 중동·아프리카 난민 유입도 늘어나면서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복지·주거·고용 자원 부족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1939~1940년 겨울전쟁에서 소련에 일부 영토를 빼앗긴 경험은, 핀란드 사회가 우크라이나인에게 더 큰 동정심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와 에너지 가격 급등,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국가 재정 압박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이때 핀란드인당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핀란드 우선주의” 정책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총선에서 핀란드인당은 제2당으로 도약하였고, 연정 협상에서 재무부와 내무부라는 핵심 부처를 확보하면서 예산과 이민정책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습니다. 2024년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드러났습니다. 국회의장이자 당 의장이었던 유씨 할라아호(Jussi Halla-aho)가 출마해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하며 일정한 대중적 지지 기반을 확인한 것입니다. 비록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극우 세력이 대통령 선거 무대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반복되는 극단주의 논란
그러나 당 지도부 인물들의 과거와 발언은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유씨 할라아호는 블로그에서 “이슬람은 소아성애를 정당화한다”거나 소말리아인을 “국가 비용으로 살아가는 도둑의 문화적·유전적 집단”이라고 묘사하여, 2012년 핀란드 대법원으로부터 종교 모독 및 인종 선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후 당의 급진적 색채를 강화하며 2017년 당 대표로 선출되었고, 그 결과 중도 성향 인사들이 이탈하는 등 정당 체제에 큰 지각 변동을 일으켰습니다.6
2023년 7월에는 재무장관이자 당 대표인 리이까 뿌라가 2008년경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온라인 글로 곤욕을 치렀습니다. ‘riikka’라는 사용자명으로 남긴 글에는 핀란드어판 N워드(흑인 비하어), 인종차별적 수사, 반이민적 표현, 폭력적 뉘앙스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뿌라는 “15년 전 어리석은 댓글로 상처를 드려 죄송하다. 나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고 실수한 적이 있다”고 사과하였으나, 사퇴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7
핀란드인당 지도부의 잇따른 극단주의 논란은 당의 정당성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번 뿌라 재무장관의 기습적인 예산안 발표 역시 연정의 신뢰와 결속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부처 장관의 제안이 아니라, 극우 정당이 연정을 통해 국가 핵심 정책을 주도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 활동에 대한 비판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Opetushallitus)를 둘러싼 논쟁의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지적됩니다. 지속적인 학업 성취도 하락, 성별·정체성 다양성 교육 확대, 그리고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의 실효성 문제입니다.
먼저, 국제 학업성취도 조사에서 핀란드 학생들의 수학·읽기 성적은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일부 교육자들은 이를 “국가적 위기”라고까지 표현하며, 현상 기반 학습(phenomenon-based learning), 디지털 전환, 자기주도 학습 강화 등 국교위가 주도한 새로운 교수·학습법이 오히려 성취도 저하를 부추겼다고 비판합니다.
둘째, 국교위는 다양성과 평등을 강조하며 성교육 자료와 성별·정체성 다양성 교육을 확대해왔습니다. 그러나 일부 교재8에서 “남성도 출산할 수 있다”는 식의 표현이 등장하면서, 보수층과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9 최근에는 이슬람 종교 시험을 대학 입학시험에 포함하자는 제안까지 나오며, “전통적 가치”와의 충돌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셋째, 통합교육은 모든 학생을 동일한 교실에서 가르친다는 이상을 내세우지만, 현장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헬싱키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교사의 약 5분의 1만이 통합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고, 특히 행동장애 학생의 통합에는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수교사 양성이 진행 중이지만 속도가 더디고, 지원 체계도 부족합니다. 연구자들은 이상적 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교사 지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일부 연구는 통합교육이 평등성에 치우친 나머지 우수 학생들이 역차별을 경험하고, 이는 국제 학업성취도 하락과도 연결된다고 주장합니다(Tirri, 2023).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에 정치권, 특히 극우 성향의 핀란드인당은 적극적으로 편승해 왔습니다. 당은 공개석상에서 국교위가 ‘워크(woke) 이데올로기’에 물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10 원래 ‘워크’라는 단어는 인종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뜻했으나, 미국에서는 ‘과도한 진보적 정치 올바름’을 비꼬는 표현으로 변질되었습니다. 핀란드인당 소속 교육문화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6월 공동 성명을 통해, 국교위가 “교차성(intersectionality), 반인종주의(antiracism), 마이크로어그레션(microaggressions), 백인 규범성(white normativity), 시스 규범성(cisnormativity)” 같은 “유행하는 허튼소리(modish nonsense)”를 퍼뜨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11
핀란드인당 부대표 요아킴 비겔리우스(Joakim Vigelius)는 YLE 라디오 프로그램 ‘Ykköaamu’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핀란드의 교사들은 광범위한 자율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국교위에서 나온 규제와 지침이 개별 교사의 수업 방식을 제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나 지침을 의미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락한 PISA 성적, 벽이 없는 교실(오픈 플랜), 휴대폰 사용 증가 등을 문제 사례로 거론하며 국교위의 교육 개발 방향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배경 설명: 핀란드 교육 시스템
그러나 이러한 비판과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핀란드 교육 시스템 속에서 국교위가 어떤 지위를 갖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핀란드 교육 시스템은 ‘의회-정부-교육문화부-국가교육위원회-지방자치단체’로 이어지는 다층 구조를 가집니다.
• 의회(Parliament): 교육 관련 법률, 자금 조달, 정책 방향을 결정합니다.
• 정부(Government): 교육문화부와 함께 정책을 집행하고 법안을 마련합니다.
• 교육문화부(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 세 명의 장관으로 구성됩니다.
– 교육장관(Minister of Education): 유아교육보육, 초·중등교육, 직업교육, 종교 관련
– 과학문화장관(Minister of Science and Culture): 고등교육·과학정책, 예술·문화정책 관련
– 청소년스포츠·체육활동 장관(Minister of Youth, Sport and Physical Activity): 청소년·스포츠 정책, 학생 재정 지원 관련
• 국가교육위원회(EDUFI/OPH): 정책 실행의 중추로서 교육과정 수립, 교재 개발, 교원 연수, 국제 협력 등 전문적·비정치적 기능을 담당합니다.
– 산하기관으로 지속적 학습고용서비스센터, 국가교육평가센터(KARVI), 대학입학시험위원회가 있습니다.
– 이사회는 정부가 임명하며, 2023~2027년 임기에는 여야 국회의원(국민연합당, 사민당, 녹색당, 중도당, 좌파연합, 스웨덴인당, 핀란드인당 등)과 노사 단체, 지방정부, 교원노조(OAJ), 학생단체, 학계 대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지역국가행정기관(AVI): 학생과 학습자의 법적 권리 보호, 민원 처리, 평가 정정 요청을 담당합니다.
• 지역위원회: 지방자치단체 권한 아래에서 지역 차원의 기획과 개발 사업을 수행합니다.
• 지방자치단체(Municipalities): 모든 아동에게 기초교육을 제공할 책임을 지며, 필요에 따라 상급학교(일반고·직업학교)도 운영합니다.
• 교육 제공자(Providers): 법률과 국가 교육과정 목표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운영을 결정합니다.
• 대학·응용과학대학: 교육문화부의 관할 하에 운영되며, 연구는 핀란드학술원(Academy of Finland)이 감독합니다. 대학입학시험은 국교위가 주관하지만, 대학 운영 책임은 교육문화부가 맡습니다.
특히 국교위는 교육과정과 교재, 교원 연수, 교육 연구·개발을 포괄하는 독립적 기관으로서, 교육정책을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분리해온 장치였습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국가교육위원회법」 개정안12에 따라, 현재 교육문화부 소속 11개 행정기관은 5개로 통합·재편될 예정입니다. 국교위는 국립언어원(Kotus)을 흡수하여 언어정책까지 포괄하게 되며, 이미 정부 차원에서 행정 효율화를 추진 중입니다.
교육문화부 예산안과의 대비13
흥미로운 점은, 같은 정부 내에서도 부처별 시각 차이가 뚜렷하다는 사실입니다. 교육문화부는 지난 8월 8일 발표한 2026년도 예산안 초안에서 오히려 교육·연구·복지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총 89억 유로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면서, 기초학력 강화를 위한 초·중등교육 지원(+6,790만 유로 증액), 대학 정원 확대 및 국제화(+1억 440만 유로 증액), 핀란드학술원 연구비(+4,400만 유로 증액),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투자(+2,500만 유로 증액), 학생 지원 확대(+2억 940만 유로 증액) 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아동·청소년 무상 방과후 활동(“Harrastamisen Suomen malli”)도 전년보다 증액했습니다.
즉, 재무부의 긴축 기조(국교위 폐지, 대학 보조금 삭감, 난민 정착 보조금 폐지 등)와 교육문화부의 투자 기조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국교위 폐지안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정부 내부에서도 교육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철학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 폐지 우려
따라서 국교위 폐지안은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닙니다. 교육의 중립성과 안정성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먼저, 국교위는 이미 수십 개 법률에 의해 역할이 부여된 국가 교육 행정의 중추입니다. 교육과정 수립, 교재 개발, 교원 연수, 외국 학위 인정, 국가 공통 디지털 서비스(예: Studyinfo) 운영 등은 지방정부나 개별 학교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또한 EU 기금을 통한 국제 교류(Erasmus+)와 우크라이나 교육 지원 등은 국가 차원의 신뢰성을 바탕으로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을 폐지하고 교육문화부에 흡수된다면, 행정적 혼란뿐 아니라 교육이 정치 논리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국교위 내부에서도 강한 반발이 나왔습니다. 국교위 행정 책임자 미카엘 만틸라(Mikael Mantila)는 “재무부가 내세운 1,500만 유로 절감 효과는 어떠한 근거 자료도 없는 추산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2026년부터 시행될 ‘Sivistyshallinto 2030(교육·문화행정 통합 개혁)’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특히 “입법과 정책 집행을 동시에 교육문화부가 맡게 되면, 매 선거 주기마다 교육 방향이 바뀌는 정치화의 위험”을 우려했습니다.14
현장에서도 우려는 큽니다. 뿌라 장관이 교육과 복지를 “국가의 2차적 지출”로 규정한 데 대해, 지방정부 단체인 쿤탈리또(Kuntaliitto)는 “이는 모든 핀란드인의 기본적 권리와 국가 성장의 기반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15 실제로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서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포함한 기초교육 보조금을 1억 5천만 유로 삭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교실 현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교원노조 OAJ 역시 학문·연구·교수학습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국제 학문 자유 지수(Academic Freedom Index)에서 핀란드는 2023년 9위에서 2025년 47위로 추락했는데, 이는 정치적 개입과 연구자·교사의 표현 자유 위축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OAJ는 “정치적 압력과 예산 삭감이 학문 자유를 훼손한다면, 이는 결국 교육의 질과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16
종합하면, 이번 폐지안은 단순히 “행정기관을 줄여 예산을 아끼자”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교육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지켜온 장치를 해체하고, 교육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예속시키는 결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핀란드 사회 각계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맺으며
현재 각 부처별 예산안이 정부에 제출되었습니다. 9~10월 예산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지만, 성급한 폐지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미 2025년 6월 교육문화부 산하 행정기관들을 11개에서 5개로 통합하는 대규모 개편이 의회에서 의결되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국교위를 뿌리째 흔드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보수 여당인 국민연합당(Kokoomus)과 연정 파트너들의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교육·복지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 폐지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는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은 핀란드 교육정책의 핵심 원칙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동안 핀란드 교육은 정당 간 합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왔습니다. 교육과정 편성과 교원 연수, 국가 시험 관리 등 민감한 사안들은 국교위라는 독립적 전문기관에 맡김으로써, 교육이 정권의 성향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교육도 더 이상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교육의 완전한 정치적 독립은 이상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집권당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방향이 극단적으로 뒤바뀌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육을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교사, 학부모, 학생, 지방정부, 연구자—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담아낼 수 있는 합의의 장치, 그리고 정권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 교육 기관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육은 단순한 예산 항목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공적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 Finnish National Agency for Education.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홈페이지. https://www.oph.fi/
• Tiiri. (2023). Identifying and supporting giftedness and talent in schoolsIntroduction to a special collection of research. Educ. Sci.13 (12), 1205; https://doi.org/10.3390/educsci13121205
• Vairimaa. (2021.11.25). How should we implement inclusive education?. University of Helsinki.
• Resettlement of quota refugees. 핀란드 이민국.
• Quota Refugee selections. 핀란드 이민국.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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