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5-06-04 14:58
|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어울림 프로그램, 생명존중교육, 인성교육과 어떤 접점과 차별점을 지니는지 살펴봅니다. 이를 통해 사회정서교육이 이들의 교육 목표를 모두 아우르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사회정서교육을 왜 시행해야만 하는지 그 필요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 아직까지 실시하지 않는 학교들도 있다. 사회정서교육을 실시하는 대신 어울림 프로그램, 생명존중교육 또는 인성교육으로 이수 시간을 대체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각 프로그램이 유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학교 내에서는 수업 시간 내 배정을 하지 못해 교사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어울림 프로그램, 생명존중교육, 인성교육과 어떤 접점과 차별점을 지니는지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교육은 오랜 시간 전인적 성장을 위한 목표를 갖고, 시대와 정책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교육 방향을 세워왔다. 최근 몇 년간 교육부는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위한 심리정서적 안정과 마음돌봄에 집중하며 사회정서교육을 강조해왔고, 실천과 적용을 위해 선도 교사들을 선발하여 연수도 실시하였다. 이렇게 공을 들인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새로운 교육 담론으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이미 실시되고 있는 어울림 프로그램, 생명존중교육, 인성교육과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실정에 있다. 또한 교사들은 각 프로그램을 교과 과정과 연계하여 실시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사회정서교육을 위한 수업을 새로 마련해야 하는 업무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을 위한 수업 차수를 따로 마련하면서까지 굳이 실시해야 할 만큼, 이 교육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그램들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서는 각 프로그램의 목표, 초점, 실행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각 프로그램이 한국형 사회정서교육과 어떻게 연결되고 구분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어울림 프로그램의 목적과 이해
어울림 프로그램은 초·중·고 학생들의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국가 수준의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다. 학생들의 학교폭력 예방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대상별 역량 또는 문제 유형에 따라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 본 프로그램의 대상은 일반 학생과 학교폭력의 가해 및 피해가 우려되는 학생으로, 기본과 심화 과정으로 구분된다. 또한 현재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교과목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공감, 의사소통, 감정 조절, 자기존중감, 갈등해결, 학교폭력 인식 및 대처의 6대 역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그램의 대상과 내용에 따라 학교 급별로 3차시, 2차시 또는 1~5차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모듈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들어 사이버 폭력이 증가하면서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도 개발되었다. 프로그램은 사이버 공감, 사이버 의사소통, 사이버 감정 조절, 사이버 상의 갈등 관리 및 문제 해결, 사이버 폭력 인식 및 대처, 사이버 자기 조절, 인터넷 윤리의식 및 활용 등 8대 역량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이미 많은 효과성 연구가 진행되어 있어 근거 기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많은 교사들이 교육과정 내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활용하기 좋은 다양한 자료들이 학교폭력예방센터 홈페이지에 업로드되어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월별로 구성되어 있어 학사 일정과 연계한 활동으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어울림 프로그램은 학교폭력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또래 간 관계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갈등과 문제 해결 및 회복적 관계 형성을 위한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생명존중교육의 이해와 중요성
생명존중교육은 학생들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책임감을 함양하고, 자살 예방 및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교육부가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이다. 생명존중교육의 목표는 자신과 타인의 생명에 대한 존중감 함양, 자살 예방 및 위기 상황 대처 능력 강화, 정신건강 증진과 긍정적인 자아 형성, 공감과 배려를 통한 건강한 인간관계 형성에 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생명존중 교육주간’을 운영하여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 교육, 캠페인, 공모전 등을 실시하고 있다.
2025년부터 생명존중교육의 내용 안에 ‘마음건강 관리’를 위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을 포함하여 운영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감정과 정신건강 상태를 이해하고 관리하며,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을 때 적절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보편적 예방 교육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또한,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기반이 되는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을 전국적으로 도입·확산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특히, 마음건강 관리는 학생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인식하고, 조절하고, 회복하며, 필요한 경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돕는 정서적 자기돌봄(Self-care)과 심리적 회복력(Psychological resilience)을 기르는 교육적 접근이다. 이 교육은 도덕 및 보건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등과 연계하여 실시되고 있다.
인성교육의 일환으로서의 사회정서교육
사회정서교육이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을 당시, 학교 현장에서는 이를 인성교육과 접목하여 운영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졌다. 인성교육은 2015년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라 반드시 실시하도록 의무화되었고, 이를 평가하기 위한 인증제까지 마련되었던 교육이다. 현재는 사회 변화와 학생들의 발달적 특성을 반영하여 제도가 개정되었으며, 인증제는 폐지되었지만 각 학교의 상황에 맞게 학생들에게 필요한 인성교육이 개발되어 실시되고 있다.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와 덕목은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으로,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된다. 또한, 인성교육의 핵심 역량은 이러한 가치와 덕목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실천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공감, 의사소통 능력, 갈등해결 능력 등이 통합된 형태로 구성된다. 전인적 발달을 돕기 위한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인성교육은 다른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사회정서교육과 많은 부분에서 그 내용이 겹치고 있다.
통합적 접근으로서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
지금까지 살펴본 어울림 프로그램, 생명존중교육, 인성교육의 내용들은 사회정서교육이 지향하는 핵심 역량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공통점을 찾기보다는 같은 맥락의 교육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미국의 사회정서학습(CASEL)을 토대로, 한국 교육의 실정을 반영해 수정한 접근으로, 자기, 관계, 공동체, 마음건강을 핵심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정서, 사회성, 공동체 의식의 통합적 발달과 마음건강에 중점을 두며, 자기이해, 감정 인식과 표현, 공감, 경청, 협력, 책임 있는 선택 등 전인적 사회정서 역량 발달을 돕기 위한 총체적인 접근이 곧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정서교육이 지향하는 전인적 발달을 돕기 위해, 관계 영역 내에서 다루고 있는 공감, 관계 기술 그리고 공동체 역량은 어울림 프로그램의 의사소통 및 갈등해결 역량과 유사하다. 이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의 중요도와 필요성에 따라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또래 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 방안을 세우려는 노력들이 대인관계 기술 습득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학교폭력 예방으로 연결된다.
생명존중교육은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마음건강 영역을 대체하여 실시할 수 있으며, 그 내용으로 정신건강 이해, 마음돌봄과 자살 및 자해 예방의 목표에 부합하여 활동을 연계한 교육이 가능하다. 생명존중교육은 자살 및 자해 등 위기 상황에 대한 예방적 접근을 핵심 목적으로 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점검하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도록 돕는다. 마음이 힘들다고 느낄 경우, 언제든 wee 클래스나 담임교사를 찾아가 상담을 요청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는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미국의 사회정서학습과 구분되는 차별적인 핵심 요소로,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지키고, 삶의 회복을 도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목표와 맞닿아 있다.
끝으로, 인성교육에서 강조하는 덕목과 사회정서교육의 역량은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성의 기본 태도와 가치관 습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인성은 사람됨의 기초로서 안정감 있는 정체성 형성을 돕고, 타인과 협력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를 맺도록 하여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킨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시민성과 리더십이 발휘되고, 자신과 타인의 삶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목표를 갖도록 돕는다.
사회정서교육은 어울림 프로그램, 생명존중교육, 인성교육이 담고 있는 교육 목표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즉, 정체성 발달과 정서적 안정감, 사회적 인식과 기술의 습득 및 활용, 공동체 의식 함양, 감정 인식과 조절, 마음건강 관리와 돌봄, 회복탄력성, 대인관계 확장 등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전인적 발달을 위한 생태학적 접근이다. 코로나 이전의 교육이 ‘갈등 없는 좋은 사람 만들기’였다면, 이제는 ‘어려움 속에서도 잘 이겨내고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을 기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이러한 전환을 가능케 할 잠재력을 가진 교육 패러다임으로, 총체적이고 전인적인 발달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이다. 따라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어울림 프로그램, 생명존중교육, 인성교육과 상호보완적으로 통합·운영되어야 하며, 각 교육과정 안에 그 목적과 취지가 충분히 스며들어, 단 한 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는 실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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