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5-04-30 16:56
| 한국 교육의 현실에 맞는 사회정서교육이 활동 속에서 삶을 닮은 교육을 실천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을 위한 활동을 제안합니다. |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를 떠올린다면 아마도 ‘사회정서교육’일 것이다. 마음을 다루는 힘! 자기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고, 필요한 때에 조절하고 관리하면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공동체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더욱 필요하며, 삶을 살아가는 중에 힘들어진 마음을 돌보고 건강하게 지키는 역량까지 갖춘다면 세상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러한 중요한 능력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로 인해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타인과 어울리기 어려워하며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몰라 답답해하는 학생들을 돕는 데에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코로나 이후 더욱 힘들어하는 학생들과 가족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중요해진 ‘마음건강’은 전 국민에게 강조되고 있으며, 현재 학교에서는 ‘보편적 마음교육’이라는 취지 아래 모든 학교,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사회정서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교육의 현실에 맞는 사회정서교육의 필요성
사회정서교육은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 타인을 공감하고 협력하는 능력,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길러주는 체계적인 교육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사회정서교육이 정규 교육과정으로 시행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서구 사회와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를 강조하는 공동체와 가족의 긴밀한 관계망에서 비롯된, 다름을 포용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문화가 그렇다. 그로 인해 친구들과 조금만 다른 것 같아도 소외감을 느끼고, 나와 다른 친구를 배척하기 쉬워진다. 또 다른 하나는 경쟁 중심의 교육이다. 언젠가부터 성적 중심, 능력 중심의 학교 교육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고 한다. 교육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가르치는 일조차 평가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 되어, 학생들은 지치고 더욱 힘들어 하고 있다. 이제야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며,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의 수업을 만들어 가고 있지만, 오히려 어색해하는 학생들이 많아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을 고민한 결과로, 한국 아이들의 정서 발달 특성을 반영하고, 우리의 교육 환경과 문화를 담은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프로그램 안에는 자기, 타인, 공동체 그리고 마음건강을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단계별로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각 6차시씩 사회정서교육을 받음으로써 총 24차시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정서역량이 체화될 수 있도록 ‘활동’ 중심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감정은 단순히 배워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익혀야 한다.
사회정서교육, 활동으로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하자!
사회정서교육을 교과서로 배운다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모순적인 것 같다. 감정은 이론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 체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도 관계도 연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진정성 있는 감정을 배우고, 관계를 맺고, 건강한 마음을 갖고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배워서 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사회정서교육은 놀이와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감정 카드 게임을 통해 자신과 친구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인식하고 이름 붙이는 놀이를 할 수 있다. 친구 사랑의 날에는 따뜻한 손편지 쓰기 활동을 통해 관심을 표현하고, 공감하는 감정을 키울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협력 미션을 수행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하고, 함께 목표를 이루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 중·고등학생들은 역할극을 통해 갈등 상황을 재현하고 해결책을 찾는 연습을 하거나, 윤리적 문제 해결 상황에 대한 토론 대회를 여는 것도 사회정서교육의 중요한 활동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활동들이 반복될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며, 건강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워갈 수 있다. 놀이처럼 즐겁게 배우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근육이 자라나고, 마음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을 이렇게 펼쳐가 보자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을 위한 활동은 자기, 관계, 공동체, 마음건강 네 개의 큰 영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해 보고자 한다.
첫째, 자기이해 활동이다. 자기를 표현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연습은 사회정서교육의 출발점과 같다. 많은 사회정서교육에서 하는 활동으로는 감정 일기를 쓰며 하루 동안 느낀 감정을 기록하거나, 자기소개 포스터 또는 신문을 만들어 자신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소개 포스터와 신문 등의 결과물을 전시할 수 있다. 반 전체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되며, 친구의 작품을 관람하면서 나와 다른 친구를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자기이해 주제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탐색하는 과정이며, 이는 자아존중감과 효능감 및 정체성 발달의 기초가 된다.
둘째, 관계 맺기 활동이다. 이 활동은 신체를 활용한 게임을 통해 더욱 신나는 체험이 될 수 있어 체육시간이나 음악시간 등에 융합하기 좋다. 예를 들면, 경청 릴레이, 감정 맞추기 퀴즈,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같은 집단상담 활동들을 통해 친구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힘을 기르도록 한다. 신체 활동들은 단순한 친구 관계 형성을 넘어, 건강한 관계 맺기와 경계 지키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율하는 연습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
셋째, 공동체 의식 활동이다. 협력 프로젝트를 활용하기 좋은 주제로, 함께 우리 동네 만들기를 하거나, 공동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는 협력 게임을 통해 ‘우리’라는 감각을 키울 수 있다. 또한, 중고등학생의 경우 우리 학교 내 질서를 세우기 위한 규칙 만들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캠페인 벌이기, 학교 행사와 동아리 활동을 제안하기 위한 회의 주최 등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책임감과 배려를 배워나간다.
넷째, 마음건강 돌봄 활동이다. 이미 마음챙김 동아리 활동으로 많은 학생들이 익숙해져 있기도 한 활동으로, 호흡 명상, 긍정 저널 쓰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신체 활동 등을 통해 감정 조절과 회복 탄력성을 키울 수 있다. 내 마음의 주인은 ‘나’라는 주체 의식을 갖고 마음건강을 돌보는 일이 체력을 키우는 일만큼 중요한 것임을 아는 것이 본 활동의 목표이다. 또한, 나의 마음이 건강한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도 건강할 수 있도록 서로가 관심을 갖고 돌보는 데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정서교육은 삶을 체험하는 교육이다
사회정서교육은 단순한 프로그램이나 교과가 아니다. 교육과정 속에 녹여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일반 교과처럼 평가 기준을 세우는 형식의 교육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해 왔던 어울림 교육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자율적으로 했던 프로그램과도 차별적으로 다르게 운영되어야 한다.
사회정서교육은 삶 자체를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교실 안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의 놀이 속에서 표현되고, 갈등을 풀어가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정서교육은 잘하고, 못하고, 성과를 보이고, 성과에 못 미치는 등의 기준 평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연습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고 같은 방향과 마음으로 아이들의 교육을 이끌어가야 한다.
체험하며 배우는 사회정서교육이야말로 아이들의 마음 성장을 위한 이상적인 교육 방향이 될 것이다. 사회정서교육이 활동 속에서 삶을 닮은 교육을 실천해 나갈 수 있을 때, 우리가 원하는 보편적 마음교육이 이루어져 모두의 미래를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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