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lowalk | 2012-09-20 03:48
칼럼의 구성
• 서남표 총장식 개혁과 미셸 리식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 사회성, 감성을 키워주는 학교 교육의 현장
• 사회성, 감성 교육이 교육 개혁에 주는 함의
• 다음 칼럼 예고: 사회성 감성 교육과 인식의 전환
최근 우리 사회를 큰 충격과 아픔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연이은 카이스트 대학생들의 자살 소식은, 성적에 따른 징벌적 등록금 부과의 방식으로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무한 경쟁을 유도했던 서남표 총장식 교육개혁의 문제점뿐 아니라,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한국 교육 현실과 개선 방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한국에서는 서남표 총장의 개혁이 비난을 받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워싱턴 DC의 교육감으로 임명되어 우수교사 발굴과 무능 교사와 교장 퇴출이라는 정책기조 아래 과감한 공교육 개혁 방식으로 오바마 정부의 큰 기대와 찬사를 한몸에 받았던 한국계 미국인 미셸 리 (Michelle Rhee) 교육감의 교육 개혁이 그녀가 사퇴한 이후에도 교육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시험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의 교사와 성적이 부진한 학교의 교장을 가차없이 해고하는 이 정책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시험 성적 올리기에만 치중하게 만들고, 평가에 포함되지 않는 과목들은 서서히 학교에서 설자리를 잃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본 칼럼에서는,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두 교육 개혁 방식의 공통점 및 문제점을 짚어보는 한편, 그 개선방향을 미국의 성공적인 학교 사례를 보며 사회성, 감성 교육의 바탕위에서 모색해 보고자 한다.
서남표 총장식 개혁과 미셸 리식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서남표 총장의 개혁의 배경에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공부하는 카이스트 대생들이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하여 사회에 기여함으로 보답하게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미셸 리 교육감의 개혁 배경에는, 나태하고 무능한 교사와 교장을 해고 시키고 실력과 열정을 가진 교사와 교장을 발굴해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있었다. 이러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왜 이들의 개혁 방식은 이렇듯 많은 이들의 비난을 받고 있으며, 학생과 교사들을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들어 자살로 까지 몰고 가는 것일까?
이들의 개혁 방식에는 몇 가지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첫째, 서남표 총장이 사용한 방식은 학생들에게, 미셸리의 방식은 교육자들에게 각각 징벌의 방법을 사용해 동기 부여와 경쟁심을 불러 일으키려 했다는 점이다. 지나친 경쟁은 교육 현장에서 조화와 협동이 사라지게 하고, 창의성을 키우도록 도와야 할 학교에서 창의성을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의 교육자 알피 콘 (Alfie Kohn)은 그의 저서 “Punished by Rewards” 에서 여러 연구를 근거로, 인센티브나 상을 받을 목적으로 경쟁하며 작업이나 창작활동을 한 경우, 사람들의 창의성이 인센티브나 상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한 경우보다 훨씬 떨어짐을 주장한다. 동기를 유발하기 위해 징벌을 사용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둘째, 이 두 개혁 방식은 배움의 과정은 고려하지 않고, 학생들의 성적이라는 유일한 결과물로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의 능력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정에 대한 평가는 전혀 없이 단편적 결과물인 성적으로만 교육의 가치와 효율성을 평가하는 것은 깊이 있고 폭 넓은 배움의 기회를 앗아갈 뿐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의 창의성 또한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나머지 공통점은, 이 두 개혁 방식은 개혁의 대상을 각각 학생, 교사와 교장으로 보았으며 이들을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으로 간주해, 징벌이라는 수단을 사용해 타율적으로 변화를 강요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세가지의 공통점이자 문제점은 이들의 개혁을 실패로 이끄는 치명적인 역할을 하고 말았다.
사회성, 감성을 키워주는 학교 교육의 현장
과연 학교에서 상이나 벌을 이용한 동기부여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학생과 교사에게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학교는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는 미국의 한 사립학교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뉴욕시의 법원들이 위치한 지역에 소재한 세인트 앤스 스쿨(St. Ann’s School) 은, 내가 미국에서 관찰해 보았거나 일했던 많은 학교들 중, 학생들과 교사가 가장 행복해 보였던 학교로 꼽는 학교인데, 이 학교는 내가 대학원 수업을 듣는 중에, 모범 학교로 추천 받아 관찰을 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그 후 1년간 1학년반의 교사로 일하게 된 학교이기도 하다.
세인트 앤스 스쿨은 낮은 한 명의 교사당 학생수의 비율을 자랑한다. 한 학급의 정원은 20명이며, 정교사 한명과 보조교사 한명이 짝을 이루어 한 학급을 담당한다. 이 학교를 처음 방문했던 날, 나를 사로잡은 것은 이 학교의 모든 이들의 친절함과 밝은 학교 분위기였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밝은 표정과 서로간의 친밀함은, 내가 이 학교를 처음 방문한 순간부터 그 ‘비밀’이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결국 나를 그 학교에서 일하고 싶도록 만들었다. 그 학교를 처음 방문하고 이 학교에 매료되어 교사로 지원해 일년 동안을 이 학교에서 일하면서, 결국 나는 그 비밀을 찾아내고 말았다. 그 비밀은 바로, 신뢰와 존중, 그리고 배려를 바탕으로 하고 경쟁을 지양하고 교사 학부모 학교간의 협력을 지향하는 학교 문화와 학생들의 학업 능력과 정서발달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학교의 철학이었다.
이 학교에서는, 교직원들과 학생과 학부모가 서로를 친구를 대하듯 퍼스트 네임 – 미국의 학교에서는 통상 교사를 부를 때 성 앞에 미스, 미스터 등의 호칭을 붙여 부른다 – 으로 부르고,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을 부를 때 조차도 퍼스트 네임을 부르며 편하게 다가갔다. 학교의 행정실 – 미국에는 한국의 교무실이 없다 – 의 한 테이블에는 교직원들을 위해 항상 따듯한 커피와 차, 빵 과자등이 준비되어 있고, 휴식시간에는 이 행정실이 교사와 교직원들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이 되곤 했다.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항상 모든 교사들을 친구처럼 대하면서도, 동시에 사랑으로 돌봄을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이 분은 예전에 교장이 되기 전, 같은 학교에서 교사로 오랫동안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 학교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고 교사들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배려하며, 가끔씩 학급을 방문해 학생과 교사를 관찰할 때에도, 교사들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이가 아니라 교사들과 학생들의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어 도와주기 위한 도우미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교장은 학생 모두의 이름을 알고 있었으며, 아이들과 복도에서 만나거나, 학급 방문시에 언제나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며, 교사회의 때에도, 교장은 각 아이들의 특이사항이나 학업 능력, 집안 배경까지도 다 꽤 뚫고 있어, 교사들은 교장에게 서두의 설명 필요 없이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이 학교에서는 어떻게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교장 선생님이 그 많은 아이들의 이름 뿐 아니라, 집안 배경, 학업 능력 등까지 알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모든 교사가 한 학기에 한번씩 자세히 써내야 하는 각 학생에 대한 ‘발달 상황 보고서’ 때문이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지 않는다. 대학 입학시 필요한 SAT 를 준비해야 하는 고등학생을 제외하곤 이 학교 학생들에겐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다. 교사들은 매 학기 한번 씩 제출하는 보고서를 위해,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만든 작품이나, 글 등을 모아 놓은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서, 이 포트폴리오와 수시로 기록해 놓은 메모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학부모와 학교장에게 제출한다. 이러한 보고서는 학부모와 교장 뿐 아니라 다음 해에 담임을 맡게되는 교사에게 학생의 발달 상황과 관심분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며, 이는 교직원들 모두가 학생을 더 잘 이해하고 친밀감을 느끼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또 하나의 이 학교 고유의 특징은, 매 학년이 끝날 무렵, 학급 전원이 참여하여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을 통해 배운 내용을 토대로 준비한 연극이나 뮤지컬을 학부모와 타 학급 학생들에게 선보임으로써 한 학년을 마무리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 공연을 위해 대본을 교사와 함께 만들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연기하고, 의상과 소품, 무대 준비를 함께 준비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음악, 미술, 연기, 무용등의 다양한 능력을 개발하게 되며, 또한 학급 전원이 참여하여 준비하는 과정에서 협동심을 기르게 되고, 연기를 통해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며 사회성을 기르게 될 뿐 아니라, 창의력을 개발하게 되는 등, 총체적인 사회성 감성 발달의 효과를 얻게 한다. 뿐만 아니라, 이 행사는, 준비와 공연에 참가하는 모든 학생들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장을 마련해 줄 뿐 아니라, 관람을 하는 학부모, 교직원, 타 학급 학생들로 부터 그동안의 배운 것들과 그것을 통해 길러진 능력들에 대한 평가의 도구가 된다는 데 더욱 큰 의의가 있다.
사회성 – 감성 교육이 교육 개혁에 주는 함의
세인트 앤스 스쿨의 학교 문화와 교육 방식이 서남표 총장식 개혁과 미셸리 방식의 개혁 뿐 아니라 학교 교육에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첫째, 교사나 학생들의 학습 의욕과 성취 동기를 상승 시키기 위해 우리는 외적 동기 부여 (Extrinsic Motivation) 방식이 아닌, 내적 동기부여 (Intrinsic Motivation)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징벌을 사용해 어떠한 행동을 유도해 내는 방법은, 결국 실패하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고, 상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또한, 창의성의 시각으로 볼 때 효율적이지 못함을 여러 연구들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내적 동기 부여를 하는 하나의 방법은, 신뢰와 존중, 배려와 관심을 바탕으로한 친밀한 관계 형성을 도모하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철학자 넬 나딩스(Nell Noddings)는 ‘관계의 힘’을 강조하며, 관계를 위해 학교 교육에서 ‘배려의 윤리’를 가르치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학생과 교직원들 사이에, 그리고 교직원들간과 학생들간에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때 모두는 소속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타율이 아닌 자율적인 의욕 상승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학생들의 시험 성적이라는 한 가지 결과물로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에서의 배움에 대한 개인평가가, 결과보다는 배움의 과정을 더욱 중요시하는 평가 방법으로 바뀌어야 하고, 평가의 목적이 순위를 매기는 목적이 아닌, 학생을 더 잘 이해하고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세인트 앤스 스쿨에서 사용하고 있는 학생 발달 상황 보고서는 새로운 학습 평가 방법과 함께 우리 한국 교육에도 도입되어야 하며, 포트폴리오와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은 학생들이 가진 다양한 능력을 평가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다.
셋째, 개혁을 이끌거나 학교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카리스마적 리더쉽이 아닌 섬김의 리더쉽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장은 교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감시하며 평가하는 존재가 아니라, 대화와 접촉을 통해 학생들과 교사들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 애쓰며, 그들을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교사와 교장이 각각 학생들과 교사들의 필요를 학교 내부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바탕 위에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할 때, 모두가 개혁의 주체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서로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여 손잡고 나아갈 때 한국의 교육 현장의 모습은 변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본 칼럼에서는 두 가지 교육개혁 방법의 공통점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학생들의 사회성 감성을 키워주고 있는 미국의 한 학교의 성공 사례에 비추어 그 개선 방안을 제안해 보았다. 어느 사회에서든 개혁은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특히, 지금의 한국의 교육 현장의 모습과 교육 정책에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상적인 개혁은,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상과 벌이라는 외부적인 강화수단을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적인 동기 부여를 통해 학생, 교사, 교장, 학부모, 지역 사회가 모두 변화의 주체가 되어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 갈 때 진정한 개혁이 일어날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효과적인 개혁을 위해 요구되는 능력도, 관계를 형성하는 기술이다. 한국 교육의 개혁도 사회성-감성 교육이 추구하는 존중과 배려,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한 ‘관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 Kohn, A. (1999). Punished by rewards. New York: Houghton Mifflin Co.
• Noddings, N. (1992). The challenge to care in schools: An alternative approach to education. New York: Teachers College Press.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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