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5-01-21 17:45
250123판에는 용어 네 개(대학수학능력시험, 맞춤교육, 상대평가, 학점)가 새롭게 추가되었고, ‘학교 폭력’에 대한 기존 풀이가 수정됐습니다. ‘학점’을 등재하고 ‘학교 폭력’의 풀이를 수정한 것은 독자(pphl)의 제안과 지적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참여 고맙습니다. (아래의 용어를 ‘클릭’하면 해당 용어로 바로 이동합니다.)
| ‘대학수학능력시험’ | ‘맞춤교육’ | ‘상대평가’ | ‘학점’ |
|
<사전 만드는 취지와 참여 안내>
교육의 현실은 그것을 이야기하는 말에 달린 듯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우리 상식을 반영하고, 그것이 여론이 되고 정책을 끌어내는 듯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교육 용어들을 새삼 살펴보는 일이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교육 실제를 성찰하고 정책과 제도를 바루려면 궁극적으로 우리의 언어를 살펴보아야 하리라 여기게 됩니다.
새해 새로운 기획으로 우리의 현실 교육 언어를 짚어보는 난을 만들고자 합니다. 일종의 용어 사전을 독자들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길 바랍니다. 교육에 관련된 우리 일상에 묻어 있는 정의(定義)를 모아 정리하려는 사전이고, 거듭 개정해 가는 사전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표제어 뜻풀이를 풍요롭게 키우고 사전을 두텁게 만들어 가는 과정은 유쾌하기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용어 정의를 제안하면서 교육의 제도 현실을 냉철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때로는 교육을 뒤틀고 있는 ‘관제’ 용어를 통쾌하게 풍자하며 새로운 관심을 환기할 수도 있길 바랍니다.
사전을 만들어 가기 위한 실마리로, 편집실에서 몇 개의 표제어에 대해 예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예들에 구애됨이 없이, 교육에 관련된 어떤 단어나 구절이든, 사전에 등재될 만하다 여겨지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표제어로 삼아 나름의 정의를 제안해 주십시오. 이미 등록된 표제어에 새로운 정의를 추가하거나 수정 보완해 주셔도 좋습니다. 간단한 댓글이나 조언도 환영합니다.
채택되는 ‘기고’에 대해서는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의 방식으로 성의껏 사례하겠습니다. 모두 함께 교육을 이야기하며 사전을 꾸준히 증보해 갈 수 있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댓글이나 조언 그리고 표제어와 정의 등은 편집실에서 모두 모아 정리해서 기존 버전에 반영한 후, 새로운 버전의 사전은 격주마다 발행하는 저널에 업데이트하여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새로워진 사전의 ‘현재본’은 항상 ‘교육을바꾸는사람들’ 홈페이지 상단에 올려두겠습니다. 언제든 들여다보시며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여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
* 아래에서는 표제어의 의미를 감안해서 배열했습니다마는, 사전이 두터워져 가면 목차를 두고 가나다순으로 정리하겠습니다.
* 이번에 새롭게 등재한 용어 및 수정보완된 용어는 청색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 ‘교육’ |
교육¹
사다리 타기 게임이다. 어떤 출발 지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종점에서 얻는 이익이 달라진다. 그러나 사실 출발점 선택을 스스로 할 수는 없다. 어디에서 어떤 가정에 태어나 자랐느냐에 따라 올라가는 경로가 달라진다. 올라가는 중간에, 돈이나 권력 같은 게 있다면, 알음알음으로 경로를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올라가는 능력에 따라 길을 달리 잡게 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승패는 일찍이 결정되어 있는, 게임 아닌 게임이다.
교육²
꼰대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다. 대체로 지루하지만, 잘 기억해야 한다. 들은 것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시험에서 보여주지 못하면 머저리 취급받게 된다. 부모가 많은 재산을 물려주거나 스스로 떼돈을 벌면 그런 취급에서 면제될 수는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 수준까지는 들어야 사람 취급받으며 살 수 있다. 그러했다는 증서는 취업이나 결혼에도 요긴하다.
교육³
학교 교육과 비슷한 말로, 학교 제도를 바탕으로, 국가가 국민을 통솔하고 국가 경쟁력의 재료인 ‘인적자원’을 개발하려는 과업이다. “저출산 시대에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는 흔히 듣는 말에 그런 뜻이 담겨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 개개인을 ‘일당백’으로 ‘교육’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이 ‘평생학습’이란 용어에 복속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은 이제 국민 스스로 평생 인적자원으로서 값을 유지하려고 애써야 하는 과제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 ‘교사’ |
학교에서 교육의 일을 맡는 사람이다. 스승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도 쓰였었지만 그런 뜻은 거의 죽었다. 교사들 스스로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 청원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특히 정책적으로는, ‘교육 공급자’라고 불린다. 공급자로서 그들은 교육 수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단계가 올라 갈수록 그들의 직무는 학생들의 진학 경쟁력을 키우는 일로 귀결한다. 정부나 학부모의 수요가 그렇기 때문이다. 문제 풀이 수업의 수요가 매우 강해서 이에 부응하는 것이 주된 사명이 된다.
| ‘교과서’ |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자세하게 풀어 정리한 교육자료이다. 학생들이 그 내용을 얼마나 습득하게 되건, 학기별로 처음부터 끝까지 수업 진도는 완결되어야 한다. 적지 않은 학생이 배움에서 처지고 결국 포기하게 되지만 진도는 나간다. 교육정책은 교과서에 포함하면 내용은 가르쳐진다고 전제한다.
| ‘교육평가’ |
본디 교육의 시작 전부터 마무리까지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점검 행위를 가리켰다. 어느 수준에서 시작할지, 과정은 제대로 흐르고 있는지 그리고 의도한 성과는 얼마나 거두었는지 알아보려는 활동이었다. 그러나 이런 뜻은 증발해 버렸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점수(‘라벨’)를 붙이며 변별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절대평가’ 점수대별로 다른 등급을 매기는 방식의 평가이다. 시험을 쉽게 또는 어렵게 출제함으로써 수험생이 받는 등급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 말하자면 ‘고무줄 잣대’의 평가이다.
한 집단에 속하는 학생들 사이의 순위를 기준으로 점수(등급)를 매기는 평가이다. ‘나’의 실력보다 같이 평가받는 다른 학생의 실력이 내 점수를 좌우하는 이상한 평가 방식이다.
| ‘입시’ |
본디 상급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치는 시험을 일컬었지만, 학생 선발에 이제는 시험 외에 다른 여러 방법이 사용되므로 그 모든 과정이나 절차를 뜻하기도 한다. 진학 경쟁이 사실상 대학으로 올라가는 단계에 몰린 현실에서는 종종 대학입시와 같은 말인 듯이 쓰인다. 입시 논란이 주로 ‘인서울’ 또는 ‘스카이’ 수준에서 일어나므로, 그 개혁은 사실상 ‘상위권’ 진학 희망자들만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이나 일반계 고등학교의 하위권 학생들은 입시 이야기에서 대체로 ‘투명 인간’ 취급된다.
| ‘수포자’ |
‘수학을 포기한 자’의 준말이다. 흔히 수학 공부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작정한 학생을 가리킨다. 그러나 학생들은 수학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서 포기하기도 하지만, 수험 과목으로 수학을 선택하지 않기로 입시 전략을 세우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포기한다’고 해서 수학의 능력이나 흥미가 없다는 뜻이 되지는 않는다. 입시 제도와 문제 풀이 위주 수학 교육 때문에 생겨나는 ‘포기자’인 셈이다. 따라서 ‘잘못된 수학 교육으로 생기는 부수적인 희생자’(‘수부자’)라고 해야 더 적확할 것이다. 수능에서 수학을 선택해 만점 받는 수준의 학생도 수학을 싫어해 더 이상 공부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수포자’라고 부르지 않고 오히려 ‘능력자’ 취급한다. 기묘한 일이다.
| ‘학교 폭력(학폭)’ |
낱말의 뜻으로만 보면 학교가 행사하는 폭력을 가리키는 용어인 듯하지만, 정책 용어로서는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만을 가리킨다. 학교 자체가 폭력적인 현실이나 교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가리키는 용어는 따로 없다.
| ‘맞춤교육’ |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처럼 학생마다 맞춰 제공하겠다는 교육을 뜻한다. 정보 기술(IT)이니 인공지능(AI) 기술이니 하며 ‘에듀테크’가 유행하면서 교육부가 정책 구호로 채택해 적극 퍼뜨리고 있는 용어이다. 최근에는 ‘AI 디지털교과서’가 ‘대전환’ 맞춤 도구라며 채택하겠다고 열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교과서’ 자체가 이미 맞춤이 아니라 모두에게 강제하는(똑같은) 기성복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어떻게 맞춤의 도구가 된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맞춤교육은 결국, 유니폼을 학생 개인 치수에 맞게 만들어주는 것과 같은 식으로, ‘똑같지만 모두에게 똑같지는 않은’ 교육이다.
| ‘학점’ |
일반적으로는 대학에서 받는 점수를 일컬었었는데 ‘고교학점제’라는 제도가 들어오면서 고등학교에서도 쓰이게 되었다. 그렇지만 뜻은 다르다. 대학생에게는 이수한 과목에서 얻은 성적을 나타내지만, 고등학생에게는 이수한 과목의 주당 시간 수를 가리킨다. 졸업하기 위해 정해진 수준 이상으로 채워야 한다는 점에서나, 창의적이기보다 순종적이어야 탈 없이 나온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실력의 척도로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어디에서도 크게 인정받지 못한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4449/
Copyright ©2026 교육을바꾸는사람들 unless otherwise no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