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박사의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⑧] 줌(Zoom) 수업과 사회적 뇌 : 학습을 위한 새로운 통찰

by gyobasaNPO | 2024-12-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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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학은 뇌가 학습하는 원리에 관한 기존의 인지·신경과학 연구를 교수학습 실천과 연결합니다.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에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 교육계에서 학습과학을 실제 수업에 적용한 사례 및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그 첫 시리즈로 쉽고 재밌는 ‘켈리 박사의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줌 수업 : 새로운 도전과 발견

 

일본 대학생들에게 비즈니스 영어를 가르치던 2020년 봄, 전 세계가 그랬듯 나 또한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했다. 다행히도 나는 당시에 이미 줌(Zoom)에 익숙해서 화면 공유, 소모둠 토론방(breakout rooms), 채팅창 같은 기능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심지어 수업 중 마이크를 음소거하지 않은 학생의 배경에서 개가 짖을 때, 입력 레벨이 깜박이는 마이크 아이콘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교육 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자 하버드대학교 트레이시 토쿠하마-에스피노사(Tracey Tokuhama-Espinosa)의 온라인 강좌 <학습 신경과학(neuroscience of learning)>에서 수업 펠로우(teaching fellow)로 활동하며 줌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수업을 줌으로 옮기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교실에서 사용하던 몇 가지 수업 방법은 줌에서도 잘 작동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룹 토론이나 동영상 활용은 온라인에서도 효과적이었지만, 퀴즈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발표 수업은 큰 문제였다. 학생들이 대면으로 발표할 때도 알아듣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인터넷 연결 상태가 좋지 않은 온라인 환경에서는 그 어려움이 배가되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립그리드(FlipGrid)라는 훌륭한 도구를 발견했다. 이 간단한 사이트는 특히 언어 수업에 적합했다.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사이트에 바로 게시할 수 있었고, 서로 댓글을 달며 소통도 가능해졌다. 네트워크 상태가 나쁠 때는 MP4 동영상(영상 스트리밍이 끊기거나 재생이 원활하지 않을 때 MP4 파일로 영상을 올리면 학생이 해당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재생할 수 있음)으로 업로드할 수도 있었다. 덕분에 발표 수업도 한결 수월해졌다.

 

 

줌 수업이 가져온 고민과 질문

 

시간이 지나면서 줌 수업은 어느새 익숙한 일상처럼 되었지만 더 깊은 고민들이 생겼다. ‘학습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활동인데, 기술적 문제로 연결이 끊겨 수업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는 학생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그들이 느낄 소외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런 상황을 겪는 학생들은 매우 큰 좌절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어떤 교사들은 카메라를 켜지 않는 학생을 결석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좀 번거롭더라도 전화나 메일, 문자 등을 보내 어떻게든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켜야 하지 않을까?

 

줌 수업을 하면서 또 다른 질문들도 이어졌다. ‘접근성과 보안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까?’ ‘실시간 수업과 비실시간 수업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카메라를 반드시 켜야 할까?’ ‘소규모 토론방과 채팅창을 활용하면서도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의문인데 ‘왜 줌 수업은 대면 수업보다 더 피곤한 것일까?’

 

 

사회적 뇌와 학습 : 신경과학의 통찰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신경과학이었다.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사회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포유류와 달리 인간은 더 복잡하고 큰 집단에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사회적 존재가 되기 위해 인간의 뇌는 특별한 신경망이 필요하며, 이는 타인의 생각, 감정, 의도, 태도를 파악하는 데 특화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복잡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능해졌다.

 

신경과학자 매튜 리버만(Matthew Lieberman)은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성자기공명영상) 연구를 통해 ‘정신화 네트워크(mentalizing network)’라는 신경망을 밝혀냈다. 이는 계산이나 분석을 할 때 사용하는 작업기억 네트워크(working memory network)와는 별개의 시스템으로, 두 네트워크는 일종의 시소처럼 작동한다. 즉, 한쪽이 활성화되면 다른 쪽은 비활성화되며 배경으로 물러선다. 하지만 정신화 네트워크가 더 강력하다. 정신화 네트워크는 분석적인 작업기억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을 때면 자동으로 활성화되며, 다른 사람의 생각, 관심사, 사회적 상호작용(리버만, 2013b), 심지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까지도 고려할 수 있게 한다.

 

리버만은 사회적 처리를 담당하는 뇌의 이 부분을 ‘슈퍼파워(super power)’라고 부른다. 하지만 전통적인 학교교육 시스템이 ‘크립토나이트(Kryptonite, 슈퍼맨의 힘을 무력화하는 가상의 광물)’ 같은 역할을 하며 이를 억제한다고 지적한다. 학교 시스템은 학습을 개인적인 것으로 보고 작업기억 네트워크를 사용해 지식을 주입하려고만 하며, 교실에서의 사회적 욕구는 방해 요소로 여긴다. 많은 학생들이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경과학 연구는 오히려 정신화 네트워크가 학습을 촉진하며, 작업기억 네트워크보다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어느 실험 연구에서 두 그룹의 학생들에게 같은 글을 읽게 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시험을 볼 거라 말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다른 사람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리버만, 2013a). 두 그룹 모두 시험을 봤는데 어느 그룹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까? 당연히 두 번째 그룹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이 엄청난 잠재력을 간과하고 있다. 리버만은 인간은 사회적 욕구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욕구단계설(hierarchy of needs, 1단계(생리적 욕구) 2단계(안전의 욕구) 3단계(소속과 애정의 욕구) 4단계(존경의 욕구) 5단계(자아실현의 욕구))을 수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사회적 욕구는 첫 단계, 즉 욕구 피라미드의 맨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또래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가 매우 강렬하기 때문이다(2013a).

 

 

줌 피로의 원인과 해결책

 

그렇다면 이것이 줌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무얼까? 무엇보다도 우리가 줌 수업 후 왜 그렇게 피곤한지를 알려준다. 줌 수업에서 우리는 사회적 뇌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쉽게 피로를 느낀다. 줄리아 스클라(Julia Sklar, MIT Technology Review의 소셜미디어 편집자)는 이를 ‘줌 피로(zoom fatigue)’라고 부른다(2020). 수업 내내 화면에 나오는 여러 얼굴을 주시하는 한편, 머릿속에서는 망설임, 어조, 눈동자 움직임의 변화 등 타인의 상태를 읽기 위한 모든 신호를 항상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신호가 픽셀화(pixelated, 이미지의 해상도가 낮아져서 화면이 깨져 보이는 상태)되고, 시간차(delay)가 발생하며, 모호해지기 때문에 디코딩(decoding, 해독) 작업은 훨씬 더 어렵고 피곤해진다.

 

줌 피로를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은 카메라를 끄는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를 끄면 주의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학습 효과 역시 감소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리버만의 말에 동의한다면, 우리의 ‘슈퍼파워’가 제공하는 엄청난 학습 잠재력을 굳이 무효화할 이유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카메라를 켜고, 채팅창을 열고, 수업 중 최소 두 번은 소그룹 토론방을 활용한다. 이것은 특히 사회적 상호작용의 욕구가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고립으로 인해 억눌린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Kelly & Murphey, 2020).

 

리버만의 조언(2012)에 따르면, 정신화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과제를 주고, 그 과제를 서로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리버만은 또래 튜터링(peer tutoring)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 가능성을 지적한다. 일반적으로는 실력이 우월한 학생이 약한 학생을 가르치도록 하지만, 어쩌면 그 반대로 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2013a). 만약 튜터링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소한 학생들을 소그룹 토론방에 배치하여 그날 배운 것들을 토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다.

 

 

줌 수업을 풍부하게 만드는 팁

 

그동안 줌 수업을 하면서 각자 터득한 요령이나 비법이 있을 것이다. 다음은 줌 수업에서 내가 자주 활용하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 강의할 때 몇몇 학생의 마이크를 켠 상태로 두어 적막감 대신 자연스러운 배경 소음을 추가한다.
• 점심시간 직전이나 하루의 마지막 수업인 경우, 수업을 소그룹 토론방에서 끝내고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그곳에 머물게 한다. 학생들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토론방에 계속 남아 두 시간 이상 토론하는 그룹을 본 적도 있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그저 학생들에게 웃으라고 지시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마법 같은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2024년 현재, 온라인 교육은 이미 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팬데믹이 끝났더라도 우리는 이미 물리적 거리에서 해방된 학습의 가능성을 경험했다. 앞으로의 교육은 대면과 비대면의 장점을 융합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최대화하면서도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이 칼럼은 코리아테솔(Korea TESOL)의 ELT 잡지 <The English Connection>(Autumn 2020 Volume 24, Issue 3)에 영문으로 실린 커티스 켈리(Curtis Kelly) 박사의 글을 약간 수정한 것입니다. 원본은 https://koreatesol.org/content/english-connection-tec에서, 더 긴 버전은 <MindBrainEd Think Tanks>(mindbrained.org)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Reference>

 

• Kelly, C. & Murphey, T. (2020, June). The need to socialize while social isolating: Group surfing on virtual waves. MindBrainEd Think Tank: Cultural Diversity in the Language Classroom, 6(6), 9-17.
• Sklar, J. (2020). ‘Zoom Fatigue’ is taxing the brain. Here’s why that happens. National Geographic Society.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science/2020/04/coronavirus-Zoom-fatigue-is taxing-the-brain-here-is-why-that-happens.
• Lieberman, M. D. (2012). Education and the social brain. Trends in Neuroscience and Education, 1(1), 3-9.
• Lieberman, M. D. (2013, November 13). Making ‘social’ a superpower in the classroom.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h6sR1Tku3cs
• Lieberman, M. D. (2013). Social: Why our brains are wired to connect.OUPOxford.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4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