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과 사교육비 대책,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의 동반 개혁’

by gyobasaNPO | 2024-11-06 12:25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의 동반 개혁’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사교육 문제 해결책이다. 우리에게 의지만 있다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회피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우스갯소리로 의사에게 모든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아픈 사람과 아플 사람으로. 사교육 경험으로 보자면 어쩌면 우리는 사교육비를 내거나 냈던 사람과 낼 사람으로 나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 대부분은 사교육비로 인해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거나 고통을 받고 있고, 우리 세대의 딸과 아들도 조만간 다시 고통을 받을 예정이다. 부자가 아니라면 고통을 피하지 못한다. 우리 세대는 불안한 미래에 내 아이가 밥 먹고 살려면 좋은 대학 혹은 돈 잘 버는 학과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면, 아니 미래가 덜 불안하다면, 가용 자산을 사교육비에 넣지 않고 현재를 즐기거나 노후를 대비할 텐데, 국민 대부분이 느끼는 현실은 불안하다. 더구나 미래는 더 불안해서 자식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부모는 기꺼이 희생을 감수한다. 이렇게 불안은 고통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불안을 줄여야 고통도 줄어들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하지만 국민이 아무리 고통스러워해도 대통령, 장관, 교육감,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고통에 눈을 감아 버린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아무도 사교육과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사교육과 사교육비 문제를 포기하거나 회피하고 싶어 한다.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여 지레 포기한다. 사교육 대책을 공약이나 정책으로 내놓으면 오히려 표가 떨어진다며 회피한다. 지금까지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였으므로 무대책이 차라리 대책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진짜 대책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관료조차 실효가 없다고 생각하며 만든 면피용 대책만을 정부가 내놓았을 뿐이다.

 

지금까지 모든 정부는 비록 실효가 없을지라도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는 성의라도 보였다. 말로나마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민심에 공명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정책 의제에도 올리지 않았고, 대신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만 키운다. 수능 “킬러문항”을 의제에 올려서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모 학원의 시장 장악력만 높여 주었다. 의대에 가고 싶으면 그 학원에 가서 그 학원이 만든 문제를 풀라고 정부가 학원 홍보를 해준 셈이다. 수능 “킬러문항”은 수능 “준 킬러문항”으로 단지 단어만 바뀌었고, 학부모는 두세 개 “킬러문항” 대신 네댓 개 “준 킬러문항”에 대비하기 위해 여전히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 과도한 변별력을 낮추지 못하고 변별력에만 집착하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부 정책이 실행된다. 더구나 의대 증원까지 정책 세트로 붙여놓았으니, “초등 의대반”이라는 사교육 시장이 크게 만들어졌다. 의대에 가려는 N수생이 급증하여 학원에는 더 많은 대학생이 유입되었다. 사교육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정부 정책이다. 마치 정부가 사교육과 합심하여 사교육비를 더 키우겠다고 작정한 듯한 모양새이다. 이런 결과가 생길지 모르고 실행했다면 세상 물정 모르는 결정이고, 알고도 그렇게 했다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정책의 원인, 과정, 결과는 하나의 세트로 움직이는데, 비전문가의 단편적인 인식이 이런 결정으로 이어진 듯하다.

 

교육부가 작년 10월에 시안을 발표하고 연말에 확정한 2028 대입안도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키운다. 그 첫째 이유는 내신 상대평가로 퇴보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가 발표했던 내신 체계(1학년 공통과목 상대평가 9등급 + 2-3학년 선택과목 절대평가 5등급)는 현 정부가 들어온 후 2023년 6월까지 유지되었으나 2023년 10월에 거의 모든 과목이 상대평가 5등급으로 느닷없이 바뀌었다. 교육부는 상대평가 9등급이 5등급으로 바뀌어 학생 부담이 완화되었다고 견강부회했으나 이는 1학년 공통과목에만 해당하고, 교과목의 2/3는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전환되어 부담이 늘어났다. 상대평가는 경쟁을 키우기 때문에 학생이 느끼는 부담감은 훨씬 더 커진다. 특히 상위권 대학과 의약 계열 수시모집에서는 사실상 전 과목 내신 1등급이 필요하다. 한 과목이라도 2등급을 받으면 수시모집에서 합격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그렇다면 정시를 노려야 하는데, 정시는 이미 N수생이 장악하고 있어서 재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붙기란 쉽지 않다. 그러면 이제 N수생이 될지 원하는 대학/학과를 포기할지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내신에서 한 과목이라도 2등급을 받으면 곧장 재수 경로로 들어서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의 내신 상대평가 전환 결정은 경쟁을 심화시켜 사교육비를 늘리게 된다. 현 정부는 정책을 결정할 때 사교육비를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게다가 상대평가는 2022 교육과정과 필연적으로 충돌한다. 교육과정은 학생이 선택할 과목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없다. 과목당 이수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목당 인원이 줄어들면 “나눠 먹기”로 인해 전국적으로 비교하는 내신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내신 불이익은 재수로 이어진다. 예를 들면 올해 교육과정에서 과학2는 4개 과목이지만, 내년부터 적용되는 2022 교육과정에서는 8개 과목으로 쪼개진다. 4개 과목에서 8개 과목으로 바뀌면 여러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을 인원도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상대평가 내신에서 학생은 원하는 과목이 아니라 많은 학생이 듣는 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선택형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작동하지 않게 된다. 학교가 대입 성과를 높이려면 선택형 교육과정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단일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두 번째 이유는 새로 설정된 수능 응시 영역, 특히 사탐/과탐 영역 때문이다. 수능은 3학년 2학기 말에 치르는데, 수능 응시 영역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대부분 2학년에 마치게 된다. 한국사는 1학년에 끝난다. 사탐/과탐은 1학년 공통과목에서 낸다고 교육부가 언급했고, 교육부 발표를 믿는다면 2~3학년에 이수하는 선택과목은 수능과 무관해진다. 하지만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사탐/과탐 예시 문항을 보면 적어도 2학년 과목까지는 “모두” 이수해야 할 듯하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학생은 학교에서 모든 사회와 과학 과목을 이수하지 못한다. 그래서 모두 이수하려면 학교 밖 어딘가에서 배워야 한다. 학생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3학년 과목은 수능 응시 영역이 아니다. 학교에서는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의 진도를 나가고 상대평가를 하지만, 학생은 수능에 나오는 과목에 대비해야 한다. 이런 괴리 때문에 입시 부담은 줄지 않고 학생은 사교육에 의존하여 복습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는 2022 교육과정과 2028 대학입시처럼 대학입시와 교육과정이 따로 움직일 때 늘어나는데, 1994학년도에 수능이 도입된 이후 대학입시는 학교 교육과정과 일체화된 적이 없다. 학교 교육으로 대비할 수 있던, 학교 교육으로 대비할 수 없던, 학생은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불안 때문이다. 그리고 불안은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사교육비의 범위는 초•중•고 학생이 학교 정규 교육과정 이외에 사적인 필요에 따라 학교 밖에서 받는 보충 학습을 위해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27.1조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사교육 참여율은 78.5%였다. 그동안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은 왜 효과가 없었을까. 정부의 전통적인 사교육비 대책은 학원 세무조사와 회계 부정, 학원 영업시간 규제 등 학원 영업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이었다. 암 환자에게 물파스를 처방하듯, 잘못된 문제 인식에 따라 잘못된 대책을 내놓았다. 현 정부도 이렇게 대응했으므로 사교육비가 줄지 않는다. 정부의 다른 사교육비 대책은, 학원을 통제하듯, 대학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면접과 논술 문항을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고, 이를 교사들에게 확인받아서 보고서를 제출하면, 정부가 별도로 다시 심사하는 방식이다. 대학이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하면 한시적 정원 감축이라는 처벌을 한다. 박근혜 정부 이후 유지하고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학 통제는 상징적인 조치일 뿐 사교육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정부는 수능과 내신을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한다고 말하지만, 사교육비는 수능과 내신을 대비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정부의 대책 없음을 보여준다. 사실상 정부의 마지막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학교 교육 강화”이다. 주로 보충 수업을 지원한다. 하지만 학교가 일부에게 보충 수업을 해준다고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는다. 성냥불로 바다를 데울 수는 없는 법이다.

 

지역 격차, 교육 환경의 격차, 부모의 경제적 지위, 공정성, 형평성 등 온갖 사회 문제가 사교육비 이슈에 개입되어 있어서 원인과 결과가 서로 혼동되고 대책도 중구난방이다. 사교육비 대책을 찾기에 앞서 먼저 문제를 정의해 보자. 사교육은 인간의 본성과 욕망의 발현이고, 생존 경쟁이 존재하는 한 더 우월한 지위를 얻으려는 욕망을 인위적으로 없애지 못한다. 다만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안정적인 복지 국가를 만들면 개인의 욕망을 줄이거나 통제할 수는 있다. 사회적으로 불안을 줄이는 정책은 사교육비 대책이 될 수 있지만, 사교육을 없애는 정책은 대책이 될 수 없다. 개인의 욕망을 원동력으로 삼는 사교육은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는 대학입시에서 발현된다. 우리 사회에 대학이 하나만 있고 모두가 입학할 수 있다고 해도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는다. 의대처럼 특정 학과에 따른 사회적 선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이지만 만약 모든 대학을 직업과 무관한 단일 학과로 만들고 모두를 입학시켜도 사교육은 다른 영역으로 옮겨갈 뿐 사라지지 않는다. 서울대를 열 개 만들어도 열 개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은 여전히 성업하며, 어쩌면 새로운 대학이 대학 서열의 정점에 올라온다면 사교육은 훨씬 더 광범위하게 늘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대학 체제 개편은 다른 사회적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어도 사교육비 대책은 되지 못한다. 또한 사교육과 사교육비는 일부 상위권 대학과 의대를 비롯한 일부 학과의 문제로 보이지만, 그곳에 가려는 욕망은 거의 모든 학부모와 학생이 갖고 있으므로 특정 대학과 학과에 적용되는 사교육비 대책은 현실적으로 효과가 없다. 대학을 통제하는 방식의 사교육비 대책도 효과가 없다. 결국 문제를 간추리면 이렇게 정리된다. 사교육은 대학입시 최적화를 지향하므로 사교육비 대책은 대입제도와 직결되어 있다. 학교 교육은 느리게 변화하고 사교육은 정부마다 달라지는 대입제도에 발 빠르게 대응하므로, 대학입시는 학교 교육에 초점을 맞춰 결정되어야 하고 바꾸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사교육비 대책은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의 동반 개혁”이다.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의 동반 개혁”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사교육 문제 해결책이다.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의 동반 개혁”은 정부가 몇 가지만 고치면 사교육비가 확 줄어드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대입제도와 학교 교육을 둘러싼 사람들의 인식과 감정에 맞춰 느리게 움직이고 시나브로 결과가 나타나도록 설계해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의 동반 개혁”은 미래 사회를 위한 총체적인 교육 개혁의 다른 이름이다. 필자는 대학입시 개혁의 출발점으로서 9월 수시모집을 폐지하고, 내신은 절대평가로 전환하며, 수능 응시 영역은 두세 개로 축소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동반 개혁을 시작하려면 학교 교육에서도 개혁의 출발점이 필요하다.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의 동반 개혁”의 성패는 학교 교육에서 무엇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는지의 문제에 달려 있다. 사범대 개혁과 같은 교원양성체제, 임용, 재교육, 평가, 관리자 발령 방식처럼 교원 이슈를 앞세울까. 수업 혁신과 서울형 평가처럼 수업과 평가를 출발점으로 할까. 공유학교와 온라인학교처럼 학교 체제로 개혁을 시작할까. 사교육비 대책은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의 동반 개혁”의 출발점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그래야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지로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을 전체적으로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의 동반 개혁”을 논의하지 않는다. 국가교육위원회, 국회, 교육청도 하지 않는다. 왜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의지만 있다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회피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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