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시험문제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by gyobasaNPO | 2024-06-05 11:06

“본 칼럼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시험문제의 저작권 귀속 주체를 출제 교사가 아닌 법인으로 규정한 점에 대해 문제점이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본문 발췌)                                                                         

 

 

중·고등학교는 학생들의 학업 수행 정도의 측정 및 내신성적을 산출하기 위해 보통 1학기당 2회의 지필고사를 치르며 소속 교사들이 시험문제를 출제한다. 그런데 올해부터 교육부와 교육청은 시험문제에 대한 저작권이 법인인 소속 학교에 있다고 하면서 시험문제 표지 상단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명기하도록 했다. 즉 교사가 시험문제를 출제했어도 국공립학교는 교육청에, 사립학교는 교사가 소속된 사학법인에 저작권이 있다는 뜻이다.

 

이 시험문제의 저작권은 ○○고등학교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으로 전제・복제, 전자출판 등은 금지되며, 위반 시 저작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본 칼럼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시험문제의 저작권 귀속 주체를 출제 교사가 아닌 법인으로 규정한 점에 대해 문제점이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1. 저작권은 무엇인가?

 

저작권은 창작물을 만든 사람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고 만든 사람, 즉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만든 법적 권리로서 저작 인격권과 저작 재산권으로 나눠지는데 저작 인격권은 저작물을 공중에 공개할 것인지 결정할 권리(공표권), 저작물에 이름을 표기할 권리(성명표시권), 저작물의 내용이나 형식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동일성 유지권)가 포함된다. 저작 재산권은 저작물을 재산처럼 사용하는 권리로 복제권, 전시권, 배포권 등이 속하는 중요한 권리이다. 저작 인격권은 상속 및 다른 사람에게 양도되지 않지만, 저작 재산권은 상속 및 양도가 가능하며, 저작자가 생존하는 동안과 사망 후 70년간 존속된다.

 

 

2. 교육부와 교육청의 입장

 

교육부는 전국 시도 교육청에 시험문제 표지 상단에 위의 문구를 명기하라고 지시했고, 교육청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채로 수용하였으므로 교육부와 교육청의 입장은 동일하다. 교육부가 이처럼 하라고 한 까닭은 저작권법 제9조에 나온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상의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를 적용하여 시험문제에 대한 저작권이 교육청이나 사학법인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기 위해서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사가 시험문제를 출제하였어도 저작권법 제2조 제9호를 적용하여 이를 ‘업무상 저작물’로 본다. 즉 시험문제는 교육청이나 사학재단의 기획하에 작성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저작권이 소속학교에 있음을 명시하라고 했던 것이다.

 

 

3. 교육부 및 교육청 입장의 문제점

 

교육부나 교육청의 입장처럼 시험문제가 업무상 저작물이 되려면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 조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교육부가 교사가 출제한 시험문제를 업무상 저작물로 해석하고 분류하였다면 헌법이 교사에게 부여한 시장경제에서의 사적 소유권뿐 아니라 학문과 사상의 자유까지도 침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저작권법에서 업무상 저작물을 인정한 것에는 그 취지가 있다. 저작권은 원래 저작권법 제2조 제2호에 의해 창작자인 개인(자연인)에게 주어지는 것이며 예외적으로 민법에 따라 법인이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저작권법 제9조는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권자를 법인으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저작물을 업무상 저작물로 보고 저작권 귀속 주체를 법인으로 두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된다는 뜻이며 그래서 저작물을 업무상 저작물로 판단하려면 더욱 엄격하고 명확한 조건을 갖추도록 규정한 것이다.

 

저작물이 업무상 저작물이 되기 위한 구체적 조건은 다음과 같고 이 모든 조건을 갖출 때만이 저작물은 업무상 저작물이 된다.

 

첫째, 저작물의 작성자가 반드시 법인에 근무하는 자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법인의 피용자인 직원이어야 한다.
둘째, 직원이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이어야 한다.
셋째, 직원이 계약 또는 근무 규칙에서 저작물에 대해 다른 정함이 없어야 한다.
넷째, 법인 등의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에서 기획해야 한다.
다섯째, 저작물이 법인 명의로 공표되어야 한다.

 

‘법인 등의 기획’이 갖는 의미는 사법 해석인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판례에 나와 있다.

 

법인 등의 기획은 법인 등이 일정한 의도에 기초하여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이하 ‘프로그램’이라 한다)의 작성을 구상하고, 그 구체적인 제작을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게 명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명시적은 물론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묵시적인 기획이 있었다고 하기 위하여는 위 법규정이 실제로 프로그램을 창작한 자를 프로그램 저작자로 하는 같은 법 제2조 제2호의 예외 규정인 만큼 법인 등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현출된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의사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7다 61168 판결)

 

법인 등의 기획’이라 함은 법인 등이 일정한 의도에 기초하여 저작물의 작성을 구상하고 그 구체적인 제작을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게 명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다236111 판결 참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16. 선고 2021가합547434 판결)

 

시험문제의 저작권 귀속 주체에 대해 업무상 저작물이 되기 위한 조건과 관련해 해석하면, 교사는 학교에 근무하는 직원이고, 시험문제는 업무상 작성하였으며, 교사로서 계약 및 근무 규칙에서 시험문제에 대해 다른 정함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인 등의 기획이나 법인 명의로 공표되어야 한다는 조건은 세세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법인 등의 기획이 무슨 의미인가?” 에 대해서는 상기한 판례 이외에도 모든 판례는 저작권이 원래 자연인에게 있으나, 법인에게 귀속되려면 업무상 저작물이어야 하고, 이 경우가 예외적이므로 법인 등이 저작물을 고안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저작하라는 지시가 구체적이고 분명해야 하거나 그런 지시가 없었더라도 그런 지시라고 했다고 볼만한 충분한 상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지침은 선후관계와 인과관계의 오류에 빠져있다. 선후관계란, 어떤 사건 A가 일어난 뒤에 사건 B가 관측되는 관계이다. 인과관계란, 어떤 사건 A가 일어난 것이 사건 B의 발생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는 관계이다. 즉 저작물이 법인 명의로 공표되어야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는데도 즉, 선결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일방적으로 학교명으로 공표하라고 지시하고 있으며, 특히 넷째 조건인 “법인 등의 사용자가 저작물의 작성에서 기획해야 한다”라는 것에 대해서도 성급하게 판단하고 있다.

 

 

4. 교육부 및 교육청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근거

 

교육부와 교육청은 국가교육과정과 지역교육과정(교육청교육과정)에 의거하여 ‘성적관리지침’을 통해 교사에게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를 치르도록 하고 성취 기준과 성취 수준 및 성적 반영 비율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등 평가의 일반적 방향을 제시하며, 학교는 학교교육과정에 의거하여 성적관리위원회를 통해 시험 기간, 시험 과목을 정하고 편재하며, 문제지 편집과 출제계획서를 작성해 교사, 교무부장, 교감, 교장 순으로 내부결제를 받게 하는 등 시험을 치르기 위한 제반 형식에 관여하므로 시험문제와 관련된 기획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기획으로 저작권법 제2조 제9호에서 정한 업무상 저작물, 그리고 제9조에 따라 “교육청이나 사학법인이 귀속 주체가 될 수 있다.”라고 보기에는 미진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저작권을 교사가 아닌 교육청이나 사학법인이 갖는 경우는 예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귀속 주체를 그들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시험문제에 대한 구상 등 세부적으로 시험문제 출제에 개입해야 한다. 즉 법인이 기획한다는 것은 단지 시험을 보기 위한 일정과 방법 등 시험 절차를 세우는 것을 넘어서 시험문제를 낼 때 시험문제에서 쓰는 개념, 표, 그림, 선택지의 배치 등에 대해 깊이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교사는 시험문제를 출제할 때 1번, 2번, 3번 순으로 국가교육과정에서 정한 성취기준에 따라 문제를 출제하지만 시험범위에 속한 각 단원의 성취기준에 따른 핵심 개념을 평가할 때 교사 독창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는 바, 교육청이나 사학법인이 그 과정에 적극 참여했다고 볼 정도가 되어야만 그 시험문제의 귀속 주체가 법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영업 비밀을 침해하였는가를 다룬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7다 61168 판결’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법인 등 사용자의 기획은 법인 등 사용자가 일정한 의도에 기초하여 저작물의 작성을 구상하고, 구체적인 제작을 피용자에게 명하거나, 각 제작과정을 검토, 점검하여 제작 과정에 구체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법인이나 단체인 경우 법인이나 단체 스스로의 기획이란 실제로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법인의 의사결정 기관인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 집행기관인 대표이사 등이 기획하는 경우는 물론 피용자에 대하여 지휘, 감독권을 갖는 상사의 기획이나 동료들 사이의 의견 교환의 결과 확정된 기획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나, 이러한 경우의 기획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용자의 의사가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정도로 이러한 의사가 명백하게 추단할 수 있어야 한다.

 

돌이켜 이 사건에 대하여 보건대, 원고회사는 보안장비 및 소프트웨어의 개발, 판매를 업으로 하는 회사라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이러한 회사로서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회사의 시장 경쟁에 있어서 사활이 걸린 문제이고, 동영상 압축 코덱의 기술발전으로 보아 제 1항의 엠펙4 코덱에서 제 2하의 H.264 코덱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원고회사로서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상응 기술개발에 대한 기획을 하고 이를 지시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고 회사는 제 2의 가 항 프로그램 기획과 관련한 어떠한 내부 문서뿐만 아니라 제작과정에 참여한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어 업무상 저작물에 있어서 사용자인 법인이 명시적 의사가 현출되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7다 61168 판결

 

이로 보듯 시험문제의 저작권이 법인에 있다면 중고등학교에서도 저작물 기획에 대하여 법인 등의 의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그 의사가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없으며, 현실적으로 드러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학교를 대표하는 교장이 미술 교사였다면 그는 시험문제의 출제 형식 등 기본 방향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의사를 제시할 수 있지만, 국어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를 세부적으로 기획할 수 없다. 즉 국어과에서 수업한 내용과 관련된 문제를 출제할 수 없으며, 내부 결제 형식으로 올라온 국어 문제에 대하여 국가교육과정 및 지역교육과정에 따라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시험문제에 대해 결제했어도 시험문제의 외적 형식에 대하여 결제한 것이지 국어 문제에서 평가해야 할 학업성취도와 관련된 지식, 기능 태도, 가치 등을 판단할 수 없다. 결국 국어 문제를 고안하고 그 고안이 오류인가 아닌가에 대해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문제를 출제한 국어 교사이다. 요컨대 학교를 대표하는 교장은 시험문제로 출제된 표, 그림, 비교·대조 관련된 사례를 디자인할 수 없고 이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교장을 대신하여 “동 교과 교사로 조직된 교과 협의회를 통해 출제 교사가 문제를 협의하며 출제하게 되면 기획했다.”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동 교과 교사 협의회는 임의적 단체에 불과하며, 시험문제 내용에 있어서 학교의 대표자인 교장의 의사가 개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동 교과 교사가 검토한다고 하더라도 각 교사는 교육과정 및 직무 분장에 따라 교육활동으로 해야 할 수업이 구분되어 있으므로 동 교과 교사 협의회가 세부적으로 구상하는 등 기획했다고 볼 수 없다. 즉 동 교과 교사 협의회는 시험문제를 심의하는 법적 위원회는 아닐 뿐더러 설령 그에 참여하는 교사라고 해도 출제 문제를 치르는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 교사는 시험문제와 관련해 세부적으로 교육내용을 고안하거나 편집할 수 없고, 출제된 시험문제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동교과 교사 협의회가 기획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초등학교 교장은 초등교육과정에서 가르쳐야 할 모든 과목을 가르쳐본 교사들이 교장이 되므로 교장은 교사가 지필고사 형태로 시험문제를 내는 과정에 일일이 개입할 수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며, 시험문제에 어떤 표를 사용하거나, 그림을 삽입하는 것이 성취기준에 이르게 하는데 효과적인가를 지시하고 감독할 수 있으므로 시험문제의 전 과정을 기획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초등학교에서 출제된 시험문제는 업무상 저작물로 볼 수 있으며 시험문제에 대한 귀속 주체도 저작권법 제9조에 의해 법인인 학교가 저작권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다르게 판단되어야 하는가? 또한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출제한 시험문제의 저작권이 법인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을까? 그것은 교사들이 출제한 시험문제에 대해 판단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즉 왜 법원은 시험문제에 대한 저작권 귀속주체를 시험지에 출제 교사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가, 없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했냐는 것이다.

다음의 판례를 보자. 다음의 판례는 원심으로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된 판례로서 공립고등학교 교사들이 출제한 교내 중간, 기말고사 시험문제는 당해 고등학교 명의로 공표된 단체명의저작물로서 저작권법 제9조에 의하여 그 저작권이 법인에 있으며, 사립고등학교 교사들이 출제한 교내 중간, 기말고사 시험문제에 대한 저작권이 저작권법 제9조에 따른 법인에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출제 교사에게 있다고 판시한 내용이다.

 

 

시험문제가 저작권법상의 저작물에 해당된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출제한 시험문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요구되는 역사적인 사실이나 문학작품 등의 인문·사회학적 지식과 이해의 정도, 자연과학적인 원리나 컴퓨터 등에 대한 지식과 이해의 정도, 외국어의 해독 능력 등을 묻는 것으로서, 비록 시험문제 중 일부가 교과서, 참고서, 타 학교 기출 시험문제 등의 일정한 부분을 발췌하거나 변형하여 구성되었고, 시험문제가 현행 교과과정에 따른 교육내용을 전달하기 위하여 그 교육과정에서 요구되는 정형화된 내용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위 교사들이 자신들의 교육이념에 따라 소속 학교 학생들의 학업수행 정도의 측정 및 내신성적을 산출하기 위하여 정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지 아니하고 출제한 시험문제의 질문의 표현이나 제시된 답안의 표현에 최소한도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
(중략)

 

2) 이 사건 시험문제 중 ○○고등학교 시험문제(이하 ‘이 사건 ○○고 시험문제’라 한다)의 저작권자 판단

 

갑 제3,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고등학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서울에 위치한 공립고등학교인 ○○고등학교의 학업성적관리규정에 따라서 교과 협의회에서 결정된 시험 범위 및 각 교사별 출제 내용 및 문항수에 따라서 해당 교사들이 이 사건 경기고 시험문제를 출제한 사실, ② 출제자들의 출제 문제들에 대한 문항검토회의를 거쳐서 최종 시험문제가 결정되면 대표 출제 교사가 문제지 편집과 출제계획서를 작성해 교무부 교사계, 교무부장, 교감, 교장의 순으로 내부 결재를 받은 사실, ③ 이 사건 ○○고 시험문제는 시험지 우측 하단에 ‘○○고등학교’라고 한글 또는 한자로 표시되어 있으나 출제자의 표시는 되어 있지 않은 사실, ④ 이 사건 ○○고 시험문제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해당 중간·기말 고사 시험평가를 위하여 배포되고 회수되지는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고등학교의 실질적 지휘·감독하에 있는 ○○고 교사인 원고들의 업무에는 소속 학생들의 내신 성적 등의 평가를 위하여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업무가 통상적인 업무로서 포함된다고 할 것이며, 시험문제지 우측 하단에 ‘○○고등학교’라고 명기되고 출제자 표시는 되어 있지 않은 이 사건 ○○고 시험문제가 특정 다수인인 ○○고등학교 해당 학년 학생들에게 시험 평가를 위하여 배포되고 회수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고 시험문제는 ○○고등학교 명의로 공표되었다고 할 것인바, ○○고등학교의 기획하에 그 업무에 종사하는 ○○고등학교 교사들이 업무상 작성한 이 사건 ○○고 시험문제가 ○○고등학교의 명의로 일반공중인 소속 학생들에게 공표되었으므로, 단체명의저작물인 이 사건 ○○고 시험문제의 저작권은 저작권법 제9조에 의하여 ○○고등학교의 설립·경영주체인 서울특별시에 귀속된다 할 것이다.
(중략)

 

(3) 이 사건 시험문제 중 △△고등학교 및 □□여자고등학교 시험문제 부분(이하 위 △△고등학교 시험문제를 ‘이 사건 △△고 시험문제’라 하고, 위 □□여자고등학교 시험문제를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라 하며, 이 사건 △△고 시험문제와 □□여고 시험문제를 합쳐서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라 한다)의 저작권자 판단

 

저작자가 아닌 법인 등에게 저작권법 제9조에 따라서 저작권이 귀속되기 위한 요건 중 먼저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가 해당 학교의 명의로 공표되었는지 여부 및 저작자의 기명저작물에 해당하지 아니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고, □□여고 교사인 원고들이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를 단독 혹은 공동으로 출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4, 6,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고등학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위 원고들이 담당과목의 시험문제를 공동으로 출제한 경우 공동으로 문항 검토 및 수정 절차를 거친 사실, ② △△고등학교, □□여자고등학교는 각 사립학교인 사실, ③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가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해당 중간·기말 고사에서 교부되고 회수되지 않은 사실, ④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는 시험지 첫장 상단에 출제자인 교사들의 성명이 ‘출제자’ 또는 ‘출제’란에 표시되고 출제자의 인장이 날인된 상태로 학생들에게 교부된 사실, ⑤ 이 사건 △△고 시험문제의 시험지 첫장 상단에는 학년, 학기, 과목, 시험의 종류(중간 또는 기말고사)가 표시(이하 ‘시험지 표제문구’라 한다)되어 있는데, 이 사건 △△고 시험문제 중 일부(별지2 목록 제 51, 64항 기재 각 시험문제)에는 출제자가 임의적으로 시험지 표제문구에 ‘△△고’를 부가해 ‘△△고 1학년 영어 1학기 중간고사’, ‘△△고 1학년 영어 1학기 기말고사’라고 표시한 사실, ⑥ 이 사건 △△고 시험문제의 시험지 첫장 우상단에 연구부장, 교감, 교장의 내부결재를 거치면서 각 날인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이 사건 △△고 시험문제의 학교 명의 공표 여부

 

위 (가)항 인정 사실 및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고 시험문제의 시험지 중 일부에 해당 시험을 특정하는 시험지 표제문구로 사용된 ‘△△고 1학년 영어 1학기 중간고사’, ‘△△고 1학년 영어 1학기 기말고사’ 표기 중 ‘△△고’ 부분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수식하는 문구에 불과하고, 출제자가 임의적으로 해당 시험을 특정하는 문구로서 ‘△△고’라 표시한 것이므로 저작권 귀속주체로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시험문제지에 내부결재권자인 연구부장, 교감, 교장의 날인이 된 것만으로는 제3자가 △△고등학교의 시험문제지라고 인식할 수 있는 표장의 표시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고 시험문제는 △△고등학교의 명의로 공표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의 학교 명의 공표 여부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가 □□여자고등학교의 명의로 공표되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가 학교 명의의 표시 없이 출제자의 성명만 시험지에 명기된 상태로 소속 학교 학생들에게 배포되었으므로 □□여자고등학교의 명의가 아니라 출제자의 명의로 공표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출제자의 기명저작물성 여부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로 함이 원칙이고(제2조 제2호), 단체명의저작물의 저작권에 관한 저작권법 제9조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위 규정이 예외규정인 만큼 이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대법원 1992. 12. 24. 선고 92다31309 판결 참조), 이 사건 △△고 시험문제에 출제자의 기명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위 기명이 단순한 업무 분담의 표시에 그친다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는 출제자의 기명저작물이라 할 것이다.

 

(마) 따라서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는 저작권법 제9조의 단체명의저작물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고, □□여고 교사인 원고들이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의 저작권자 또는 공동저작권자라 할 것이며, 공동출제한 시험문제에 대한 공동출제자 각자의 지분은 서로 균등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4) 소결론

 

(가) ○○고, △△고, □□여고 교사인 원고들은 각 소속 고등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면서 이 사건 전체 시험문제를 출제한 자로서 이 사건 전체 시험문제의 저작권자인바, 피고가 원고들의 허락 없이 이 사건 전체 시험문제를 유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여 반포·판매함으로써 교사인 원고들의 저작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피고는 위 원고들에게 손해금의 일부로서 50,000,1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바, 이 사건 ○○고 시험문제의 저작권이 저작권법 제9조에 의하여 ○○고등학교의 설립·경영의 주체인 서울특별시에 귀속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고 시험문제의 저작권자임을 전제로 한 ○○고 교사인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고, △△고, □□여고 교사인 원고들이 이 사건 △△·□□여고 시험문제의 단독 혹은 공동출제자로서 그 저작권이 인정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하 피고의 △△고, □□여고 교사인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의무에 대하여 살펴본다.

 

(나) 원고 ○○학원은, △△고 교사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고 시험문제의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예비적으로 저작권법 제9조에 의하여 원고 ○○학원이 그 저작권자라 할 것인바, 피고가 원고 ○○학원의 허락 없이 이 사건 △△고 시험문제를 유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여 반포·판매함으로써 원고 ○○학원의 저작권을 침해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 ○○학원에게 손해의 일부로 20,000,1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고 시험문제의 저작권이 출제자인 △△고 교사인 원고들에게 귀속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손해배상(지)[서울중앙지법 2006. 10. 18. 선고 2005가합73377 판결)

 

이 판례를 보면 교내 시험문제를 저작권 대상으로 본 것은 “교사들이 자신들의 교육이념에 따라 소속 학교 학생들의 학업수행 정도의 측정 및 내신성적을 산출하기 위하여 정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지 아니하고 질문이 표현되거나 제시된 답안의 표현”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두 케이스에서 공립학교 교사가 출제한 시험문제의 저작권은 법인에게 있다고 하고 사립학교 교사가 출제한 시험문제의 저작권은 출제 교사에게 있다고 한 것은 출제 문제지에 출제자의 기명 유무에 따라 달라졌다.

 

이를 종합하면 교내 시험문제가 창작권을 인정받아 저작권법상의 저작물이 된 것은 교사들이 업무상 시험문제를 출제하였고 소속 학교와 다른 조건으로 계약을 맺지 않았으며, 소속 학교의 직원인 것은 분명하지만, 교사의 정신적인 노력에 의해 저작물인 시험문제가 산출되었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명이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된 것은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로 함이 원칙이고, 저작권법 제9조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예외규정인 만큼 이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으며 기명이 단순한 업무 분담의 표시에 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출제교사를 시험문제의 저작권자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부와 교육청이 출제 교사의 이름을 시험문제지에서 삭제하고, “저작권 귀속 주체를 학교 법인으로 한다”라는 표제어를 시험문제 상단에 명시하도록 한 것은 저작권법에 대한 일방적인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교육부의 유권해석마저 ‘행정절차를 위반한 자의적 판단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든다.

 

국내에서 저작권에 대한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로 저작권국 저작권정책과가 사무처리를 한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의 저작권 귀속주체에 대한 판단은 교육부와 달랐다. 다음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유권해석, 즉 행정해석이다. 여기에서는 교사가 출제한 교내 시험문제의 저작권이 법인인 학교에 일방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 저작권정책과)

 

처리기관 접수번호
2AA-2405-0274247
접수일시
2024-05-09 09:35:54
답변일시
2024-05-14 17:54:15

 

처리결과
(답변내용)

 

안녕하십니까?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과입니다.
귀하께서는 교사가 출제한 학교 시험문제가 저작권법상 업무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문의하셨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답변드립니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로 정의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업무상 작성한 저작물에 대해서는 일정 요건(①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가 기획할 것, ②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 의하여 작성될 것, ③ 업무상 작성할 것, ④ 법인명의로 공표되는 것, ⑤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을 것)을 모두 충족할 경우 그 법인·단체 등이 저작자가 됩니다. 따라서 교사가 출제하는 시험문제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곤란하며, 해당 사안별로 위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5. 제언

 

중고등학교에서 출제된 교내 시험문제를 업무상 저작물로 보고 귀속주체를 법인인 학교, 교육청, 사학법인에 두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시험문제에 대한 저작권이 학교에 있다고 시험문제지에 표시하더라도 출제한 교사의 이름을 병기하는 것이 출제한 교사의 창작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본다. 또한 교육부가 저작권을 학교에 있다고 교육청에 훈령을 내리려면 행정해석이 아니라 이 사안에 대해 효력이 있는 사법적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 그래서 명료하게 저작권 귀속주체를 확인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사는 교육권은 말할 것도 없고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으며, 기간제 교사는 근로계약을 할 때 통상 시험문제에 대한 귀속에 대하여 별도의 계약을 하지 않으므로 그들의 계약이 만료되어 사교육 시장에서 직업을 갖거나 자영업을 할 때는 자신이 문제를 소속되었던 학교의 동의없이 쓰지 못하는 탓에 헌법에 규정된 시장경제의 원칙(헌법 제119조 제1항)에 위배되며 재산권은 더욱 침해될 수밖에 없다. 또한 헌법 제22조 제1항에서 정한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게 될 우려 또한 다분하다. 요컨대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 사안을 가볍게 보지 않고 법원에 사법적 판단을 구해야 한다고 본다. 즉 교내 시험문제는 학교가 존재하는 한 교사에 의해 지속 출제되는 평가 방식이므로 교육부는 유권해석인 행정해석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법적 판단을 통해 저작권 귀속 주체가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규정해 줘야 하며, 최소한 유권해석을 받더라도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2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