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4-03-20 11:32
| “교육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돌아보며 교육정책과 공약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현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 총선의 교육공약(정책)들이 한층 더 발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2023년 6월 26일, 교육부는 진보 정권 5년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50.9%나 폭증했다는 비판을 앞세우며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들이 관리하는데 실패했던 사교육 시장에 고삐를 매기란 윤석열 정부라고 해서 수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14일, 통계청과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2023년 우리나라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27조 원을 넘어선 약 27조 1천억 원으로 전년도 약 26조 원에 비해 약 1조 2천억 원(4.5%)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급별 총액은 초등학교가 12조 4천억 원, 중학교가 7조 2천억 원, 고등학교가 7조 5천억 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4.3%, 1.0%, 8.2%가 증가하였다.
[그림 1] 2023년 사교육비 총액 및 참여율 현황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중 일부)

교육부는 사교육비 증가 추세가 다소 꺾였다는 점에 위안을 얻는 듯하다. 하지만 전년도에 비해 학생 수 자체가 줄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자기 위로는 궁색함으로 비춰진다. 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약 521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7만 명(-1.3%)이 감소했으나 오히려 사교육비는 모든 학교급에서 증가했다. 한 교원단체의 분석에 따르면, 사교육비 상승률(6%)이 2023년 물가상승률(3.9%)보다 높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심각한 결과는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월등히 많았다는 지표에서 드러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월평균 사교육비로 70만원 이상을 지출한 학생 비중이 전년 대비 2.9% 증가한 것에 반해, 아버지 외벌이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 9천원, 어머니 외벌이 가구는 28만 8천원에 그치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가구가 월평균 소득 300만원 미만인 가구에 비해 사교육비 지출액을 더 늘었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그림2], [그림3] 그래프 참조)
[그림2] 가구 소득수준별 전체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및 참여율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중 일부)

[그림3] 부모의 경제활동 상태별 전체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및 참여율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중 일부)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가 사교육비를 잡지 못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아니었던가. 교육부가 야심차게 내놓고 추진해 온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두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라고 쓰고 사교육을 권장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지난해에 내놓은 사교육 경감 1호 대책은 ‘대입 수능 킬러 문항 배제’였다. 2024학년도 대입 수능일을 불과 5개월도 남겨 두지 않은 시점이었고 수능 원서 작성을 90일도 남겨 놓지 않았을 때이기도 했다. ‘킬러 문항 배제’라는 MSG는 당시 대입에 대한 대통령의 실언을 덮는 데에는 충분했지만, 개념도 실체도 불분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발표된 킬러 문항 예시와 9월 모의평가 문제들을 분석해 본 결과, 현장의 교원들과 학생들은 물론 사교육 기관들도 ‘킬러 문항’이란 게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정부의 대입 수능 킬러 문항 출제 배제 방침은 오히려 사교육 시장에는 호재가 되었다. 사교육은 대입 수능의 난이도가 아닌 수험생의 ‘불안감’과 정책의 ‘불확실성’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사교육’이라는 단어가 ‘시장’이라는 말과 찰떡 궁합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대통령과 교육부가 수면 위로 소환한 ‘킬러 문항’과 ‘사교육 카르텔’이라는 자극적인 표현들은 지난 1년 간 ‘담론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당해 연도 수능뿐만 아니라 30년 넘게 이어져 온 수능의 신뢰도를 한 순간에 땅에 떨어뜨린 것과 동시에 향후 수년 간 치러질 대입 수능의 불확실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셈이 되었다.
교육부가 내놓은 주요 교육정책들이 곧 사교육비 급증의 주범이다.
2023년 10월 10일 교육부는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안’을 내놓았다. 교육부는 고심 끝에 내놓은 개편안에서 현재 수능 중심의 대입 체제를 유지한 채 수능과 고교 내신 모두 상대평가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1년 앞둔 상황에서 모든 과목(탐구 교과의 융합 선택과목 제외)의 석차 등급을 산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서울의 상위 16개 대학이 대입 정시에서 40% 이상을 선발하고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 반영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제도 개편안은 내신과 수능 경쟁을 심화시키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자사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이전 정부의 고교 체제 개혁안을 전면 백지화한 것도 사교육비 최대치 경신의 일등 공신이다. 2023년 6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자사고와 특목고를 존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율형 공립고 2.0’ 사업을 통해 자사고에 준하는 공립고를 시도별로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교육계와 언론에서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을 해 왔다. 하지만 이주호 장관은 자사고·국제고·외고의 존치와 자율형 공립고 추가 설립 등이 사교육을 추가적으로 유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수치가 나왔다. 통계에 따르면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등·중학생의 사교육비는 66만 3,000원으로 전년 대비 8%나 증가했으며 외고와 국제고 준비생은 전년 대비 각각 6.1%, 7.7%가 증가한 사교육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자율형 공립고를 준비한 학생에게도 동일했다. 특히 자사고에 진학하려는 초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일반고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에 비해 1.6배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표1> 참조). 그런데 교육부와 통계청에서는 매년 발표되던 진학 고등학교 유형별 사교육비 지출 현황 통계를 보도자료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아니, 공개하고 싶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표1>은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공시된 원 데이터에서 찾은 내용이다.
<표1> 진학희망 고등학교 유형별 학생 1인당 사교육비 및 사교육 참여율
(KOSIS 국가통계포털-국내 통계-교육·훈련-초중고사교육비조사 중 일부 내용 갈무리)
| 학교급 | 2023년도 | |||||||||||
| 일반고
(자율형공립고포함) |
자율형 사립고 | 과학고, 영재학교 | 외고, 국제고 | |||||||||
| 원데이터 | 전년 대비
증감 |
증감률 | 원데이터 | 전년
대비 증감 |
증감률 | 원데이터 | 전년
대비 증감 |
증감률 | 원데이터 | 전년
대비 증감 |
증감률 | |
| 사교육비(만원) | 38.1 | 2.1 | 5.7 | 66.3 | 4.9 | 8.0 | 60.3 | 4.4 | 7.8 | 59.2 | 3.3 | 6.0 |
| – 초등학생 | 35.8 | 2.5 | 7.4 | 62.1 | 4.5 | 7.8 | 57.2 | 5.0 | 9.6 | 57.1 | 4.1 | 7.8 |
| – 중학생 | 42.7 | 1.2 | 3.0 | 74.8 | 5.1 | 7.4 | 70.0 | 3.0 | 4.5 | 64.6 | 0.4 | 0.7 |
| 참여율(%) | 82.0 | 0.2 | 0.3 | 90.8 | 0.8 | 0.9 | 90.2 | 1.2 | 1.4 | 91.4 | 2.4 | 2.7 |
| – 초등학생 | 85.2 | 0.8 | 0.9 | 92.8 | 0.8 | 0.8 | 92.3 | 1.5 | 1.6 | 92.9 | 3.2 | 3.6 |
| – 중학생 | 75.8 | -0.8 | -1.0 | 86.7 | 1.1 | 1.3 | 83.8 | 0.2 | 0.2 | 87.4 | 0.5 | 0.6 |
지금도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가 2023년 12월 13일에 발표한 ‘2024.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 시행 계획’에서는 2024년부터 평가 대상을 초등학교 6학년에서 3,5,6학년으로, 중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1,3학년으로, 고등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1,2학년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계획서에서는 향후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평가 대상을 전체로 확대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책임교육 학년으로 지정하고 해당 학년의 전체 학생이 평가에 참여하도록 시도 교육청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 광주, 대구, 충남, 제주 등 5개 교육청은 학급 단위로 원하는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치르게 되어 있는 맞춤형 학업 성취도 평가를 학년 전체가 응시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려 보냈으며 다른 시도 교육청도 학교들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단일한 평가 도구로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르는 일제고사화가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맞춤형’ 성취도 평가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모든 학생에게 강요될 경우 개인별, 학급별 성취도가 공개되고 학교 간 비교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개인 및 학교 간 성적 서열화로 인한 학력 경쟁 심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것이 사교육 경쟁 과열의 불쏘시개로 이어져 수많은 아동과 청소년들을 성적 스트레스 속의 불행한 삶을 살게 했던 경험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의대 정원을 2,000명 이상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사교육 시장 활성화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어 버렸다. 지난 몇 년 간의 순차적인 의대 정원 확대가 N수생과 고등학교 자퇴 검정고시생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이 ‘2,000’이라는 숫자만 각인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초등학교 교사와 대기업 회사원이 사표를 내고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 종합반을 다니고자 결심하는 데 톡톡히 기여하는 꼴이 되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의대 진학 입시반’까지 생겼다. 의약학 계열은 지역 인재 전형이나 학교장 추천 전형 대상자가 될 경우 합격률이 높아지는데, 이때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될 공산이 크다. 결국 수험생들은 치열한 내신 경쟁에서 승리해도 까다로운 수준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 충족을 위해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교육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사교육비 급증 사태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교육부가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데 실패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교육부가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정책은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나아가 교육부와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공염불로 전락하도록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지난 1년간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사교육 경쟁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 같은 말과 정책들을 줄줄이 내놓음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만 증폭시켰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부의 사교육비 경감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사교육비 경감 정책을 재구성할 수 있다.
또한 지금이라도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사교육 지출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학교급, 학년에 맞는 사교육 유발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현재 추진 중인 자사고·외고·국제고 유지 방침과 자율고 2.0 설립 정책, 맞춤형 학업 성취도 평가 확대 방향을 전면 수정하거나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시 위주의 대입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를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안착, 일반 고등학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이번 총선의 교육공약과 앞으로의 교육정책들이 한층 더 발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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