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 구성주의 관점에서 수업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by gyobasaNPO | 2024-01-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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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교과교육은 급진적 구성주의와 일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교사교육과정과 학교교육과정이 잘 연계된 수업 설계가 이루어지면 급진적 구성주의 입장에서 수업과 평가는 잘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문 발췌)

 

 

교과서나 참고서에는 현무암 풍화토의 색을 흑갈색으로 명시한다. 하지만 교사가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현무암 풍화토의 색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검은색, 진갈색, 흑갈색 등의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또한 이처럼 다양한 답변이 나오는 이유는 바로 개인의 경험에 따른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식은 무엇일까? 지식의 사전적 개념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배우거나 실천을 통하여 알게 된 명확한 앎”이다. 즉 진리라고 받아들여지는 인식이다. 그러면 진리는 무엇일까? 진리는 어떻게 규정될까? 진리를 보는 두 입장이 있다. 첫째, 진리를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보편적,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앎’으로 보는 관점이다. 이것을 우리는 표상주의라고 한다. 그러므로 표상주의 관점에서 학습은 객관적 지식을 배우는 과정으로 학습자의 주관적인 경험은 진리로서 충분하지 않다. 즉 학습자의 경험을 진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둘째, 구성주의가 있다. 구성주의에 따르면 지식은 개인적 경험으로 형성되며 학습자는 배움에서 능동적 주체이다. 따라서 학습자의 경험을 진리라고 볼 수 있다. 지식과 진리에 대한 구성주의적 입장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중점 사항 중 하나인 학생의 삶과 연계한 깊이 있는 학습을 위한 교과 교육과정 개발 방향 제시와 관련성이 높다. 요컨대 지식의 객관성을 부정하고 학습자의 경험, 즉 삶 속에서 나타나는 주관적 경험을 지식의 본질로 보고 있으며 이는 구성주의와 맥락을 같이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급진적 구성주의를 반영하고 있어

 

구성주의는 실재하는 세계를 실증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각자 경험에 따라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지식이 성립한다고 본다. 구성주의는 지식 생성의 관점에서 사회적 구성주의와 급진적 구성주의로 나눌 수 있다. 사회적 구성주의와 급진적 구성주의는 ‘지식은 구성된다.’라는 측면에서 같지만, 차이는 명백하다. 사회적 구성주의에서 언어의 역할은 중요하다. 각자는 대상에 대한 경험에 언어를 통해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지식의 객관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므로 객관적 지식은 성립하는 데 성원 간의 언어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즉 사회적 구성주의자인 비고츠키(Vygotsky)에 따르면 지식은 사회 성원들이 경험한 것들에 대해 각자 의미를 부여하고 언어를 통해 공유하고 동화되는 과정을 통해 생성된 의식이다. 하지만 급진적 구성주의에서 언어는 각자의 경험에 대한 의미를 부여할 때 유용하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즉 “지식은 객관화될 수 없으며 객관적 지식은 언어로써 의사소통하여 생성될 수 없다”라고 본다. 급진적 구성주의는 피아제(Piaget)와 마투라나(Maturana)를 거쳐 글라스펠트(Glaserfelt)에 이르러 완성되었는데 글라스펠트는 마투라나의 이론과 피아제의 동화와 조절 개념을 접목하여 개별적 경험의 세계를 인정하였다.

 

『비코(Vico)와 피아제(Piager) 그리고 마투라나(Maturana)를 지적 배경으로 하는 급진적 구성주의는 지식의 객관성을 절대적으로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므로 지식의 개인적 구성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구성주의 인식론의 기본 전제인 ‘지식은 구성된다.’라는 명제에서 구성의 주체와 구성의 맥락을 개인으로 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인식론은 비코에서 출발하여 피아제와 마투라나를 거쳐 글라스펠트(Glaserfelt)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존재론적 구성주의와 지리교육, p23)

 

급진적 구성주의에서 지식은 한 인간이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구성된 결과물일 뿐이다. 그러므로 지식은 언어를 통해 상대에게 전달될 수 없고 개인적 경험으로만 한정될 뿐이다. 그러므로 급진적 구성주의에서 학습자는 각자가 고유한 방식으로 지식을 구성하고, 교사는 학생 개개인이 그처럼 지식을 구성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춰볼 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과 교육은 급진적 구성주의와 일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깊이 있는 학습은 학생의 삶과 연계되어야 하고 학생 스스로 학습 과정을 설계하도록 하는 등 학습자 개인의 능동적 참여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역량 함양을 위한 교과 교육의 강조점>

(출처 :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 개발의 방향과 기준)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교수·학습 및 평가의 방향에서도 학습자 개인의 역할을 강조한다. 학습자는 개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학습에 참여하여 이후 평가를 통해 스스로 성찰하면서 지식을 구조화하는 등으로 지식을 지속하여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개인의 역량이 성장되도록 해야 한다.

 

< 2022 개정 교육과정 교수·학습의 방향 >

 

< 2022 개정 교육과정 평가의 방향 >


(출처 :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 개발의 방향과 기준)

 

 

지식의 차이를 인정하고 지식을 융합해야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교사 교육과정은 학생의 삶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이다. 즉 국가, 지역, 학교 수준의 교육과정을 공동체성에 기반하여 교사가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도록 편성·운영하는 교육과정이다.

 

『학생 주도성 기반 교사 교육과정 설계에서 유의할 점은 무엇일까요? 학생 주도성 기반 교사 교육과정은 학생의 삶과 연계되어 설계되어야 합니다. 미래사회는 주어진 틀 속에서 정해진 답을 잘 찾는 사람이 아니라 기존의 한계를 넘어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의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지식의 생산자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교육이 지식과 정보의 전달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며, 교과 지식을 학생의 삶과 연계시켜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하고 자기 주도적 문제해결력을 함양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학생의 삶과 연계된 교수학습 설계를 위해서 교사는 성취기준 및 성취 수준을 고려하여 수업과 평가를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의 개별성뿐 아니라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고 학생들의 삶에서 이 배움이 왜 필요한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업과 평가가 실행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학습과 삶의 연계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기 위해 지속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동기가 발생하고 지속 학습에 몰두하며 학습에 대한 주도성을 발현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삶 속에서 학생 주도성이 실천될 때, 내면화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학생들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프로젝트 학습을 활성화하고, 도전을 통한 앎과 삶의 일체화를 위한 지역과 학교의 특색을 담은 자율적 교육과정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교사 교육과정 설계하기, 경기도 교육청, 2022)

 

이로 보면 급진적 구성주의는 학습은 학습자의 삶 속에서의 각자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지고 교사가 이를 극대화하도록 도와주는 관점이므로 교사 교육과정의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나 급진적 구성주의를 받아들일 때 교육과정에서 갖게 되는 한계는 필연적이다. 학습자가 지식을 구성할 때 학교는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지식을 구성하기 위한 충분한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없다. 또한 각자 경험으로 발생하는 지식의 개인차는 차별적이지 않고 다를 뿐이지만 사회적으로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 까닭은 분명하다. 인간의 삶은 개별적이지 않다. 개인은 사회에서 타자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만 살아갈 수 있으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지식은 사회적 지위나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으며, 지배계급이 특정한 지식을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정당화할 때 지식은 현실에서 차이를 넘어 차별적 도구로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급진적 구성주의의 관점에서 수업과 평가가 이루어지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점에서 교사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과정의 연계는 좋은 대안으로 볼 수 있다. 즉 교사 교육과정을 통해 개인적 경험으로 발생하는 지식의 차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교과 수업이 이루어지고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지식을 융합함으로써 학생 각자에게 사회적으로 지위와 권력을 얻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즉 교과 수업을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지식을 구성하도록 하고 창의적 체험 활동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동학습 및 교사와 학생 간의 토론과 토의 등을 통해 지식을 폭넓게 구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리과 수업을 예로 들면, 성취기준을 토대로 교사가 수업을 통해 학습자들에게 교과 내용을 전달하고 학습자들은 각자 삶 속에서 중요한 공간인 학교 주변을 답사함으로써 지식을 구성하고, 이 경험을 토대로 창체 활동에서 토의, 토론, 협동 학습 등을 통해 새롭게 지식을 구성해 나가며, 교사는 이 과정을 수행 평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사례 >

 

가. 교육과정 읽기(교육과정 성취기준 분석)

교육과정 내용 성취기준 성취수준
한지1246. 도시 재개발의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고, 도시 재개발이 도시 경관 변화와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수 있다. 한지1246. 도시 재개발의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고, 도시 재개발이 도시 경관 변화와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수 있다. 상 도시 재개발의 원인과 과정 및 이에 따른 도시 경관의 변화를 탐구하고, 도시 재개발이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사례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중 도시 재개발의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고, 도시 재개발이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수 있다.
하 도시 재개발의 원인과 과정을 진술할 수 있다.

 

학교 주변 답사 진행(개인의 경험)

 

나. 교육과정 읽기(교육과정 재구성)

시기(월) 평가요소 재구성

(교과간, 교과내 융합 또는 통합 재구성)

9월

답사를 통합 자연지리, 인문지리, 지역성 관찰하여 답사 보고서 작성하기

* 지식: 자연지리, 인문지리, 지역성에 대한 이해(보고서/피드백)

* 기능: 학교 주변 특성을 파악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보고서를 작성하기

*태도: 적극적으로 관찰하며 답사하기

교과 간의 재구성(정보, 건축, 미술, 수학)

*정보: 학교 주변 지도를 GIS로 표현

*건축: 도시 재개발 유형을 파악하며 재개발 시 도시 내부 구조 모형 설계하기

*미술: 학교 주변 관광자원 리플릿 제작

*수학: 구별 성비, 인구부양비, 노령화지수, 점이지역을 수학적 개념으로 분석

 

다.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연결하기

시기(월) 평가요소 창의적 체험활동
9월 답사를 통합 자연지리, 인문지리, 지역성 관찰하여 답사 보고서 작성하기

* 지식: 자연지리, 인문지리, 지역성에 대한 이해(보고서/피드백)

* 기능: 학교 주변 특성을 파악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보고서를 작성하기

*태도: 적극적으로 관찰하며 답사하기

*토론수업: 철거재개발의 장단점

*토의수업: 쇠퇴하는 상권을 살리기 위한 방안

*프로젝트 수업: 나만의 지도 제작하기

*독서 수업: 우리 고장을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 읽어보기

 

이처럼 교사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과정이 잘 연계되는 수업 설계가 이루어지면 급진적 구성주의 입장에서 수업과 평가는 잘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단원별 성취기준 및 학습 내용 등을 보면 교과 융합이 가능하므로 각 교과 프로그램의 내용들을 지식, 탐구, 태도 등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각 영역을 고루 나눠 학교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지필 고사 및 수행 평가를 치르면 학생의 상대적인 경험 등을 인지적 지식으로 구성하여 배움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교사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과정의 연계를 위한 제언

 

교사 교육과정 및 학교 교육과정은 학교 전체의 행사 및 수업과 연계되어 있다. 그러므로 교사들이 수업 방식 및 수업내용 등 교육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 자주 토의나 토론을 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개인적 경험을 끌어내고 협동학습을 하려면 교사의 수업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예컨대 다양한 수업 사례를 찾아봐야 한다. 최근 EBS 온라인 클래스의 수업 우수 사례나 지식 샘터(EDUNET)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학생 참여 수업을 볼 수 있는 플랫폼들이 있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교사들도 있다. 이러한 사이트를 이용하여 자신의 수업 방법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창의적 체험활동, 공동교육과정 등이 지역사회와 연계되려면 학교 문턱은 낮아져야 한다. 학생들의 삶과 경험은 지역사회의 영향을 받으므로 삶과 연계된 교육은 지역사회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다수 학교 관리자들은 “교육과정을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으로만 인식하므로 학교 관리자의 인식 전환 또한 뒤따라와야 한다. 요컨대 교사 교육과정이 학교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인적, 물적 인프라가 갖춰지면 급진적 구성주의와 밀접하게 관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 ‘학생의 삶과 연계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능동적인 역량을 지닌 미래 세대를 키워내는 교육’, 즉 모든 학생이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교육을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