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3-12-05 11:29
| “이번 칼럼에서는 총괄평가와 형성평가를 이처럼 설명하는 방식이 왜 잘못되었고, 형성평가만으로 실제의 학습이 이루어지게 하는데 충분하지 않으며 교육활동에서 왜 총괄평가를 꼭 해야 하며 이것이 갖는 의미를 밝힌다.” (본문 발췌) |
총괄평가는 나쁜 평가인가?
흔히 교육 평가를 그 목적이나 기능에 따라 진단평가, 총괄평가, 형성평가(과정중심평가)로 구분한다. 총괄평가는 학습 결과에 대해 성적을 부여할 목적으로 상위학교 진급 시에 학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평가로, 과정중심평가(형성평가)는 교수학습상황에서 학생의 학습을 돕기 위해 실행하는 (유일한) 평가로 회자(膾炙)된다.
하지만 총괄평가와 형성평가에 대한 이런 구분과 설명은 교수자의 교수나 학습자의 학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학교 현장에서 교사나 교사단체 간에 갈등을 유발하고, 심지어 교육 문외한들이나 관료들은 자신들의 교육 권력을 얻거나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특히 총괄평가를 ‘학습 결과에 의한 평가(assessment of learning)’, 형성평가를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로 번역한 탓에 ‘형성평가는 학습자에게 도움이 되고 총괄평가는 학습의 수준을 서열화하는 평가인듯한 뉘앙스’마저 준다. 즉 베이컨이 인간 인식의 오류를 일으키는 우상 중에서 언어의 오남용이 ‘시장의 우상’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듯이, 이런 번역과 통용은 평가에 대한 잘못된 믿음인 편견(미신)을 생겨나게 했다. 이 문제를 다르게 말할 수도 있다. 감각주의자 로크가 말했듯이 실재하는 황금과 산을 본 후에 황금과 산에 대한 관념이 생기게 되었는데 두 언어가 합성된 황금산이라는 관념을 떠올리면서 황금산이 실제로 존재하다고 믿는 것과 같다. 그러나 황금산은 실재하지 않는다.
이번 칼럼에서는 총괄평가와 형성평가를 이처럼 설명하는 방식이 왜 잘못되었으며, 형성평가만으로 실제의 학습이 이루어지게 하는데 충분하지 않으며 교육활동에서 왜 총괄평가를 꼭 해야 하며 이것이 갖는 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평가의 다른 한 축인 진단평가에 대한 설명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으며 진단평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교육평가는 교육목표를 의도적으로 설정하고 교육내용을 선정하고 조직하여 교수학습을 한 후에 설정된 목표가 달성되었는지를 확인하며 교수학습을 개선하고 학생의 학습에 도움을 주는 과정이다. 교육평가는 평가 기능에 따라 진단평가, 형성평가, 총괄평가로 구분된다.
<표1> 진단평가, 형성평가, 총괄평가
| 구분 | 진단평가 | 형성평가 | 총괄평가 |
| 개념 | ◾ 교수활동의 시작 단계에서 교수전략의 기초 자료를 획득하고 교수 및 학습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학습자의 기초능력 진단 | ◾ 교수학습 활동에서 학습자에게 환류(feedback)
효과를 주고 교수자에게 교육과정 및 수업 방법 개선 |
◾ 학업성취의 차이를 종합적이고 총괄적으로 평가하고 등급 부여 성적표를 제공하기 위한 평가 |
| 실시 시기 | ◾ 수업 실시 전 | ◾ 수업 실시 중 | ◾ 수업 실시 후
◾ 단원의 끝, 학기말 |
| 평가 방법 | ◾ 비형식적, 형식적 평가 | ◾ 수시 평가(수행평가)
◾ 비형식적, 형식적 평가 |
◾ 형식적 평가(지필평가) |
| 평가 기준 | ◾ 준거 참조 평가
(절대 평가) |
◾ 준거 참조 평가
(절대 평가) |
◾ 규준, 준거 참조 평가
(절대, 상대 평가) |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 총괄평가 미신을 확대 재생산하다
형성평가는 필요하다. 교수와 학습을 위한 필수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교사(교수자)는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학습자)이 자기의 학습 상태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수업 활동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상태를 알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얻어진 정보를 분석함으로써 의도한 교육목표와 학생의 현재 수준 간 차이를 줄일 수 있는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즉 피드백이라는 교사와 학생 간 상호 작용을 통해 학생이 학습(교육) 목표를 성취하게 해야 하므로 형성평가를 해야 한다. 그러나 피드백은 형성평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총괄평가에서의 피드백 또한 형성평가에서의 피드백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으며, 다만 학생의 학습 성취도를 파악하는 정보의 범위가 단원의 끝이나 학기 또는 학년이 될 뿐이다. 즉 평가 시기와 평가 범위가 달라질 뿐이다. 요컨대 총괄평가는 “학생이 최종적으로 알아야 하거나,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을 하게 되었는가?”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평가이다.
형성평가(과정중심평가)만 의미 있는 것처럼 잘못 받아들여진 배경에는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를 ‘교육 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라는 틀로 재구성하려는 시류(時流)가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이명섭의 글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일체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학생 개인의 성장이다. 이것 대신에 그동안 우리가 중요시했던 진학 위주의 선발을 위한 성적이 들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그것이 목표가 될 경우 우리 아이들은 다시금 성장을 유보해야 하고, 다시 극심한 경쟁에 시달려야 한다. 평가 역시 중요하다. 그것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피드백이어야 한다. 성장에 얼마만큼 도달했는가를 측정하고 그것을 다시 환류하는 기능이어야 한다. 평가가 변별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부차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교육 활동의 상당한 시간을 평가하는데 투자하며 그 목적을 선발 위주의 성적 산출, 변별력을 위한 등수 나누기, 이의 제기를 받지 않기 위한 기준 만들기 등에 허비하고 있다. 최근 수업에서 과정중심평가에 관심을 많이 두는데, 이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평가를 뚝 떼어 내어서 적용 수단으로 인식하는 한 과정중심평가(형성평가)라는 말 자체도 의미가 없다. 그에 앞서 그동안 잘못된 선발 중심의 평가관을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을 위한 교육 과정을 디자인하고, 이를 수업에 적용하고, 그 수업 활동 자체를 평가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일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명섭 외 6인 공저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실천편, 40∼41쪽)
얕은 이해란 무엇인가?
이명섭은 과정중심평가를 바람직한 평가로 지향한다. 또한 평가는 “수업 중에만 평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과정상 융통성을 두어야 한다.”라고(이명섭, 위의 책 55쪽)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강화한다. 나아가 암묵적으로 수업 후에 이루어지는 총괄평가는 학생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변별의 도구이고 극심한 경쟁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평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총괄평가는 형성평가만큼 중요하다. 총괄평가를 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교육목표로 정한 성취 수준에 도달하는 실제의 학습을 이루어지게 할 수 없다. ‘학습이 무엇이고’, ‘학습 과학에 근거하여 어떻게 학습이 일어나는가’를 알게 되면 형성평가만으로는 충분한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된다.
학습은 뇌의 메커니즘이 바뀌는 과정으로 정보의 패턴을 확인하고 정보를 자주 활용하는 자동화를 의미한다. 이 말을 교육용어로 바꾸어 말하면 “앎(얕은 이해), 실천(할 수 있음), 전이(깊은 이해) 과정”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사실적 지식과 특수한 실천적 지식을 넘어 생활에 고도화된 개념적 지식을 적용하는 과정이다.
교사가 학습을 이해하려면 먼저 뇌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뇌는 지방과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게는 1.4 킬로그램 정도로, 섭취하는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기관이다. 뇌는 생존을 유일한 과제로 두고 있으며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작동한다. 첫째, 뇌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다시 말하면 주어진 문제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해결하려고 한다. 둘째, 뇌는 진화적으로 패턴을 찾는 능력이 있으며, 정보를 패턴으로 수용하거나 처리한다. 교사가 좋은 교수자가 되려면 반드시 이 두 원칙을 잊지 않고서 수업을 설계하고 학습을 이해해야 한다. 그 까닭은 교사가 가르친다고 학생에게 배움이 일어나지 않으며, 오직 뇌가 정보를 수용하고 처리할 때만이 학생들에게 실제 학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학생에게 이론적 지식이든 실천적 지식이든 습득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교사가 칠판에 글을 쓰든, 말로 설명을 하든지 간에 새로운 정보가 학습되려면 학습자(학생)의 작업기억으로 정보가 들어가야 한다. 작업기억은 특정한 기관이 아니다. 작업기억은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정보를 일시적으로 유지하고 처리하는 인지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요 기관은 전두엽의 전전두엽과 측두엽에 있는 해마(기억의 생성 및 임시 저장)와 편도체이다. 전전두엽과 해마, 편도체의 상호 연결고리라고 해도 좋다. 또한 학습에서 작업기억의 역할이 중요한 까닭은 정보를 최초로 이해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이해했다’는 뜻은 “작업기억에서 정보가 처리되었다”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보 처리가 완결된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정보에 대해 무슨 정보인가를 한시적으로 알게 되었다(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뉴런과 뉴런 간에 연결이 이루어져서 시냅스가 생성되었다는 뜻이다.
시각이든 청각이든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가 모두 작업기억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학습자가 주의를 전환하여 집중한 정보만이 작업기억으로 들어오고, 그 관문이 바로 간뇌 뒤편에 있는 시상이다. 즉 정보는 시상 안쪽으로 들어와야 작업기억 시스템에 수용된다. 이 과정에서 전전두엽과 기저핵이 들어올 정보를 선별한다. 시상을 거쳐 작업기억에 들어온 정보는 작업기억의 용량(바스켓)이 제한적이므로 대략 ‘10초∼30초(25초)’ 동안 유지된다. 그러므로 들어온 정보가 이 짧은 시간에 작업기억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그 정보는 이해되지 않는다. 즉 작업기억에 들어온 정보를 제한된 시간 안에 장기기억과 연결시켜야만 학습 과정이 끊어지지 않는다. 작업기억으로 정보가 들어오면 전전두엽은 학습자(학생)의 장기기억을 뒤져 그 정보가 과거에 들어온 정보인가를 확인한다. 다시 말하면 장기기억을 뒤져서 새로 들어온 정보를 연결할 수 있는 배경지식이나 사전지식을 찾는다. 그 까닭은 이미 말했지만 뇌는 패턴을 통해 정보를 이해하려고 하는 자연적(진화적)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패턴 형성이 가능한 정보만이 생존에 중요한 정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습자의 정보의 패턴을 탐색하고 식별하는 능력이 새로운 정보의 이해도(理解度)를 결정한다.
지금까지의 설명이 바로 이해 중에 얕은 이해이다. 얕은 이해를 앎(know)이라고 명명해도 좋다. 즉 얕은 이해는 새로운 정보의 패턴을 파악하는 뇌의 활동이다. 따라서 학습자가 수업에서나 스스로 탐구할 때 교육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지식, 기능)와 관련된 패턴을 뇌에서 제대로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지식과 기능을 적절한 사전지식이나 배경지식과 연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습의 누적적 결손이 심한 학생, 즉 배움이 더딘 학생은 교육과 관련된 사전지식이나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에 상위 학년이나 상위 학교로 올라갈수록 실제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깊은 이해란 무엇인가?
새로운 정보의 패턴을 이해했다고 해서 실제의 학습이 완결된 것이 아니다. 즉 얕은 이해(앎)는 교육내용에 대한 학습이 진행되는 과정이자 최초의 이해이지 학습의 (최종) 결과는 아니므로 수용한 정보는 불완전한 상태이다. 다시 말하면 해마에서 기억이 만들어져서 해마에 임시 저장된 상태이다. 그러므로 정보를 완전하게(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즉 ‘프로그램화’라는 절차가 뒤따라와야 한다. 이것을 기억의 응고와 재응고 또는 깊은 이해라고 부르며 이 절차를 거친 후에야 새로운 상황에서도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즉 전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생성된 시냅스가 다발이 되어 두꺼워지는 시냅스 강화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요컨대 실제의 학습을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들어온 정보를 종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닦는 정보의 프로그램화라는 기억의 응고·재응고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새로 들어온 정보를 깊은 이해에 이르도록 하는 프로그램화 절차는 두 가지이다. 우선, 되뇌기와 반복이다. 되뇌기(부호화)와 반복 즉 시연은 새로 들어온 정보를 반복함으로써 장기기억에 단단하게 입력하는 응고이고, 다른 하나는 장기기억에 저장된 지식을 자주 인출해 기억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작업인 재응고이다. 인출은 알다시피 재인과 회상으로 구분되며 학습 수준이 낮을수록 재인, 학습 수준이 높을수록 회상을 통해 인출해야 한다. 요컨대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기억의 응고·재응고는 필수불가결하다. 이 점이 바로 평가에서 형성평가만을 학습을 위한 평가로 보는 미신을 떨쳐버리고 총괄평가를 해야만 하는 과학적 근거라 하겠다.
인출과 관련해 형성평가(과정중심평가)든 총괄평가든 객관식 선다형 문제나 단답형, 서술형, 논술형 문제 모두가 가능하다. 어떤 교사들은 객관식 선다형 평가로 총괄평가나 형성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지만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그 기준은 오직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따라 해야 한다. 그래서 수업을 하기 전에 진단평가를 꼭 해야 하는 것이다. 서술형, 논술형 평가는 개념 중심의 평가로서 구체적인 사실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런 지식조차도 갖춰지지 않는 학습이 더딘 아이들에게 형성평가, 즉 서열화된 평가를 배제하고 학습을 위하는 평가를 하겠다는 명목으로 객관식·선다형 평가를 배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오직, 아이들의 학습 수준에 따라 평가형태를 결정해야 한다.
총괄평가의 타당성은 기억이 단단해질 때만 깊은 이해를 통해 지식을 생활에 적용하는 전이에 이를 수 있는데 교육내용이 응고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수업 중에 이루어지는 형성평가로는 얕은 이해만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을 뿐이며 사실적 지식이나 절차적 지식이 개념적 지식으로 질적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전이하는 단계로는 나아갈 수 없다.
평가의 목적으로 되돌아가보자. 학습에 도움을 주는 평가라면 교사는 응당 교수를 한 후에 설정된 목표가 달성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교수학습을 개선함으로써 학생의 학습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얕은 이해를 확인하는 과정중심 형성평가만으로 어떻게 평가의 목적을 실현했다고 볼 수 있나? 그 어떤 수식어를 붙이더라도 그런 주장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면 붙일수록 실체를 감추로 모호하게 할 뿐이다. 김새로나(창원 남산고 수석교사)는 ‘교육 제4의 길’ 칼럼에서 ‘형성평가는 깊은 이해에 이를 수 없는 평가인데도 형성평가를 통해 전이가 가능하다는 미신을 심어준 오류’를 신랄하게 지적한다. 특히 교육당국의 행태를 비판한다.
현장의 선생님들께는 과정중심평가와 관련된 학습의 원리와 이에 기반한 도입 취지에 대한 적절한 안내가 제공되지 않았어요. 과정중심평가를 하면 이러이러한 효과가 발생한다, 라는 점들은 반복적으로 안내되었지만, ‘왜’ 그런 효과가 발생하는지는 안내되지 않은 거지요. 선생님들은 이해에 기반하지 않은 광폭의 전이(far transfer)를 해야만 했었고, 이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과정중심평가는 많은 경우 도입 취지와 전혀 무관한 형태로 구현되었어요. 예를 들어, ‘과정’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 형성평가를 통해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최종 산출물이 나오기 전 수행 과정 중간중간에 평가를 해서 중간 평가 결과를 내신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지요. 이상하게도 지필평가는 배제한 채 수행평가와만 연계해서 이해되기도 했구요. 사실 이러한 오개념은 종종 연수강사나 교육부, 시도교육청, 교육과정평가원이 배부한 자료 및 자료집에 의해서 강화되기도 했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이 더 힘들어졌어요. 수업의 많은 부분은 내신과 연동되는 수행평가로 채워졌고, 평가 결과가 피드백으로 활용되는 것은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학업에 특별한 도움이 되지도 않았지요. 교사는 교사대로 잦은 내신 연동 평가를 공정성을 담보하는 형태로 실시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였고, 학생은 학생대로 ‘과정’을 평가하기 위해 확대된 형태로 진행되는, 학습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은 수행평가의 무거운 짐 밑에서 허덕이게 되었어요.
김새로나, 과정중심평가로 살펴본 치명적 변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4쪽
총괄평가의 장점은 완전학습을 위한 시간성에 있다
총괄평가의 장점은 시간성에 있다. 교사가 수업 후에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수업 내용을 평가하는 탓에 기억의 응고·재응고를 통해 실제의 학습이 이루어졌는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수업 후에 수면이나 휴식이 필요한 것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즉 총괄평가는 단순하게 학생들을 일렬로 줄세워 등급을 부여하고 성적표를 산출하기 위한 평가가 아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도 그런 미신에 빠져서 총괄평가는 악, 형성평가는 선으로 보는 외침이 교육계에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한 나는 형성평가만을 정당한 평가로 이해하는 우상과 미신이 조직적으로 세를 이루고, 때로는 권력과 결탁하면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한국 교육의 낡음을 지속시키는 큰 원인으로 본다. 물론 너무나 당연하지만 난 우리 아이들의 성취도를 줄 세우기 하자는 것이 아니다. 좋은 된장을 담다 보면 구더기가 생기게 되는데 진짜 명인이라면 “어떻게 하면 구더기를 줄일 것인가를 연구하는 자여야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는 것을 포기하거나 장에다가 화학조미료를 몽땅 집어넣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을 말하고자 할 뿐이다.
완전 학습에 있어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증거를 두 가지만 제시하려고 한다. 즉 이는 수업 중에 이루어지는 형성평가, 즉 과정중심평가만으로 충분한 평가를 할 수 없으며 총괄평가를 해야만 하는 근거이다.
첫째, 학습자의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수면을 포함한 휴식이 주어져야 한다. 우리 뇌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 기본상태회로)라는 신경망이 있다. 이 신경망은 미국의 마커스 레이클(Marcus Raichele) 교수가 처음 발견했는데 수면 중이거나 휴식할 때 활성화되면서 기억의 응고에 관여한다. 즉 전이의 기반을 갖추는 작업을 한다. 원래 해마는 정보를 받아들일 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가 휴식(수면)할 때 활성화된다. 다시 말하면 작업기억의 주요 기관인 해마는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여 기억을 생성하고 임시 저장하지만 생성된 기억을 즉시 장기기억으로 보내지 않는다. 즉 장기기억에 새로운 기억에 대한 흔적을 남겼을 뿐이지 임시 저장한 상태이다. 그러던 해마가 본격적으로 임시 저장된 기억을 장기기억(대뇌 피질)으로 보내는 때가 바로 수면 등 휴식을 취할 때이고 이를 ‘오프라인 리플레이(Offline Replay)’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오프라인 리플레이는 깨어있을 때의 체험을 휴식 중에 재현함으로써 기억을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완전히 보내고 흔적으로 남겨져 있던 장기기억을 단단하게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전대상피질로 하여금 동떨어진 개념을 무의식적으로 모아 독특한 아이디어로 떠오르게 하여 전전두엽이 집중하게 하고 두정엽이나 쐐기앞소엽은 자신을 성찰하여 잊고 살았던 기억도 회상하도록 함으로써 창의성의 길도 열리게 된다. 특히 해마와 대뇌피질을 매개하는 내후뇌피질의 역할은 지대하다. 내후뇌피질은 새로운 정보를 해마로 들어가게 하는 관문으로 상층인 1∼3층이 그 역할을 담당하며, 해마에서 처리된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보내는 역할은 하층인 4∼6층이 담당한다. 이처럼 우리가 수면 등 쉬는 시간이라고 여기는 시간에 뇌는 더욱 바쁘며 학습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한마디로 대뇌피질인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등이 ‘풀 가동된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수업 후에 즉시 이루어지는 형성평가(과정중심형 평가)만으로는 설령 피드백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을 완전 학습에 이르게 할 수 없으며 장기기억에 응고된 상태에서 발현되는 개념적 지식은 새로운 정보와 관련해 생성될 수 없다. 흔히 교사들은 지식의 위계를 고려하면서 사실적 지식, 절차적 지식을 넘어 개념적 지식에 이르게 하는 수업 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워드 설계, 개념기반교육과정이 모두 이런 류이다. 그런데 이처럼 주장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성을 무시하고 “형성평가는 좋은 평가이고 총괄평가는 나쁜평가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자 도달할 수 없는 바벨탑을 쌓는 것과 같다.
둘째, 분산학습의 효과이다. 망각곡선을 발견한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는 얼마나 빨리 잊어버리는가에만 관심이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사물을 오랫동안 기억하는지도 알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실험 참여자들에게 시간 차이를 다르게 하면서 여러 단어를 외우면서 망각곡선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그러다가 학습 시간을 짜는 방식과 기억력(깊은 이해) 사이의 관계를 발견했다.
<그림 1> 에빙 하우스 망각곡선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한 번에 오랜 시간을 들여 학습하는 방식은 짧은 기간 동안 기억력을 높였다. 그러나 어김없이 망각곡선이 곧장 나타났다. 반면에 몰아서 학습하지 않고 학습 시간을 나누는 분산학습을 했더니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다. 요컨대 분산학습이 집중학습보다 기억에 더 효과적이었다. 더 나아가 시간 간격을 일정하게 하는 방식보다 반복하는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학습 간격을 길게 하는 방식이 더 높은 회상률을 보였다. 그러나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학습 간격의 수나 각각의 시간 등은 없으며 상황에 따라 늘 바뀔 수 있다. 다만 어떤 기술이든지 간에 고도의 숙련이 목표라면 처음 계획한 시간 간격보다 훨씬 더 많은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유리하다.
분산학습이 깊은 이해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에는 원인이 있다. 한 곳에서 긴 시간 동안 학습할 때는 변하지 않는 하나의 맥락에서만 이루어진다. 오직 하나의 탁자, 하나의 공간에서 나는 냄새, 소음, 그리고 신체적 감각에만 묶인다. 그러나 시간 간격을 두면 공간 등 맥락이 달라지므로 맥락 의존적 효과에 따라 더 깊고 참신한 의미 기억들이 형성되며, 결과적으로 더 쉽게 기억을 끄집어낸다. 꼭 잊지 말아야 해서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뇌가 기억을 깊게 하는 방법은 반복적으로 기억을 끄집어내는 방식밖에 없다.”라는 점이다. 뇌는 반복을 특정한 정보를 빈번하게 사용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망각 대신에 보유를 우선순위로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분산학습으로 장기기억에서 반복적으로 정보를 끌어내게 되면 기억은 더욱 단단하게 고정된다. 반면에 분산학습을 하지 않으면 다른 정보로 인한 간섭에 취약해지고(즉 기억의 재응고를 방해하며), 필요할 때 끄집어내기도 어려워지는 탓에 새로운 정보는 패턴을 형성해 이해되었더라도 쉽게 망각될 뿐이다. 쉽게 말하면 얕은 이해를 한 탓에 쉽게 사라져 버린다는 뜻이다.
교사와 교육 당국은 과정중심평가만을 고집하여 학생들의 배움을 억누르지 않아야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형성평가와 총괄평가는 모두 중요하다. 학습과학의 원리와 뇌의 메커니즘을 보면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도 정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평가는 실제의 학습을 위해 불가피하며 학습을 위한 평가 또한 형성평가에 그치지 않고 총괄평가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총괄평가를 학습 결과를 위한 평가’, ‘형성평가(과정중심평가)를 학습을 위한 평가’로 해석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 당국이나 교육학자, 교사는 형성평가와 총괄평가 둘 다를 ‘학습을 위한 평가’로 보면서 두 평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학습에 더 효과적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즉 교육관계자들은 더 나은 학습을 위해 이런 방향으로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셀 푸코(Michel Foucault)가 “계급사회에서 지식이 권력과 불가분하면서 권력을 뒷받침하며 어떻게 피지배계급을 지배하는가”를 보여주었듯이 교사들이 무엇이라고 하든지 간에 고의든 과실이든 학생의 배움을 억누르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Source URL: https://21erick.org/column/1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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