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gyobasaNPO | 2023-12-04 16:07
| 본 글은 2022년 ‘서울시교육청’의 학습성장스토리 공모전 사례집인 <내 꿈, 민들레로 피어나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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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반에는 유난히 힘든 환경 속에서 불안정한 성장기를 지내온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중 눈에 띄고 마음이 더 갔던 아이, 바로 샛별이(가명)입니다. 샛별이는 3살 무렵부터 엄마의 얼굴도 모르고 조부모님 손에 고모와 함께 자라왔습니다. 아빠는 생활고에 지쳐 가정을 버리고 혼자 나가서 지내는 중이셨고, 조부모님은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이 아들을 잘못 키운 탓이라며 샛별이에게 미안해 하셨습니다.
올해 우리 반에는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해야 할 아이들이 많으니 다양한 예산을 모두 활용해 보자는 결심과 함께 서울 희망교실, 키다리샘, 구립청소년센터의 예산을 모두 신청하였습니다. 유년 시절 부모님과의 몽글몽글하고 애틋한 추억이 없는 샛별이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이런 게 행복이고 즐거움이구나.’라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친구들에게만 의지하던 샛별이에게 저의 이런 마음과 행동은 너무 성급했나 봅니다. 좀처럼 제 품 안으로 들어오지 않던 샛별이는 코로나19에 걸렸고 일주일의 격리를 시작으로 우리 사이는 또 그렇게 얼어버렸습니다. 코로나 격리 기간을 마치고도 몸 상태가 안 좋다며 결석을 하였고, 학교에 나오는 날도 몸이 안 좋다고 조퇴를 하였습니다. 아이들 속에 섞여 놀 때는 즐거워 보였는데 그 외의 활동은 그냥 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무엇 하나 끈기 있게 해 본 적이 없고 선행 학습을 받아본 적이 없는 샛별이에게 중학교 입학 후 겪는 수업 과정은 정말 따분하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너의 인생에서 가장 꾸준히 노력한 것이 뭐야?”
샛별이는 자신 있게 “태권도요!” 라고 답했습니다. 샛별이는 분명 또래의 아이들보다 발육 상태가 앞서 있었고 체력도 뛰어났습니다.
“꿈이 뭐야?”
“꿈이요? 음…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런 거.”
“장래희망이나 직업 이런 거 말고, 평소 좋아하는 것 없어?”
“운동이요.”
“그럼 운동하는 사람이 되는 건 어떨까?”
“······.”
자라오면서 누군가와 꿈을 이야기하고 계획해 본 적이 없는 아이는 제 질문에 답을 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했습니다. 할머니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뒷바라지해 줄 여력이 안 된다며 속상해 우시는 할머니에게 특성화 고등학교 생활체육과를 안내해 드리고 태권도 학원 관장님께도 찾아가 방법을 의논해 보시라고 조언을 해드렸습니다. 손자에 대한 사랑의 힘인지 할머니께서는 바로 관장님을 만나러 가셨고 동네 작은 태권도 학원이었지만 아이를 입시반에 넣어 가르쳐 주시겠다는 답을 듣고 오셨습니다.
이후, 샛별이의 하루가 달라졌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관장님이 내 주신 체력 증진 개인 운동을 하고, 학교가 끝나면 단백질을 챙겨 먹고, 운동을 갑니다. 열심히 태권도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저와 약속한 숙제를 하고 하루를 꽉 채운 후 단잠에 빠집니다.
“너무 힘들어요!” 라고 말하는 샛별이의 광대가 마스크 속에서 한껏 올라가 있습니다. 무언가 나의 일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자신의 삶에 활력이 된다는 것을 처음 경험해 보았을 테니까요.
잘했다고 머리를 한 번 더 만져주고 볼도 어루만져 주고, 아이가 자라며 겪지 못했을 평범한 것들을 해주고 싶어서 저 또한 샛별이에게는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려 했습니다.
선의의 편애, 샛별이에게는 해도 되는 것이겠지요? 물론 아직도 제가 기대하는 만큼 저에게 다가오지는 않고 있지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샛별이와의 관계를 이어가며 이 아이 가 가고자 하는 날들을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 앞에 서서 운동 동작을 선보이며 좋아하는 아이. 헤벌쭉 웃는 샛별이 주위로 아이들은 또 와르르 모여들어 함께 장난을 치며 놉니다. 날이 좋은 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도 참 행복해집니다. 저의 노력과 마음이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인생에 작은 점 하나로라도 남을 수 있다면 샛별이의 인생에 저와의 1년이 반짝이는 점 하나로 남길 바라봅니다.
노래를 제법 잘하는 샛별이는 제가 지도하는 학교 밴드부에서 보컬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에 들어왔지만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던 샛별이는 이제 친구들을 불러 모아 다음 학년의 동아리 멤버를 꾸리고 계획합니다. 꿈을 향한 첫 발자국, 그것이 이 아이의 삶에 얼마나 큰 에너지가 되었는지 매일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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